정권 말 검찰총장 쟁탈전

독 든 성배 누가 드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역대 정부 최후의 검찰총장은 그 말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포스트 윤석열’ 자리가 ‘독이 든 성배’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하마평이 돌고 있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조명해봤다.

▲ (사진 왼쪽부터)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에 보장돼있다. 1988년 12월31일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조항(제12조 제3항)이 생겨났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8명 빼고
중도 사퇴

검찰청법 개정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기춘 전 총장을 비롯해 2년 임기를 끝까지 채운 역대 검찰총장은 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3명은 중간에 사퇴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 봤던 윤석열 전 총장도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지난 4일 결국 검찰을 떠났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검찰총장들은 대부분 정부와의 갈등을 이유로 옷을 벗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는 검찰총장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다. 여권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윤 전 총장도 전격 사표를 던졌다. 

김영삼정부의 ‘슬롯머신 사건’ 수사(박종철 전 총장), 한보그룹 비리사건 재수사(김기수 전 총장), 노무현정부의 ‘검사와의 대화’ 직후 사퇴(김각영 전 총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 수사지휘권 발동(김종빈 전 총장) 등이다. 


정부 말기 낙점된 마지막 검찰총장도 그 끝이 좋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김태정 전 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야권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선언해, DJ 집권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됐다. 하지만 옷 로비 사건으로 해임돼 재판까지 받았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유임된 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다, 그가 서거하자 사퇴했다. 김수남 전 총장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지만 문정부에서 재신임받지 못했다. 

역대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가 임명되든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레임덕 외풍을 막아줄 방패 역할을 바라고 ‘자기 편’ 심기에 골몰한다. 취임 초기부터 검찰의 권한 줄이기에 골몰했던 문정부로선 마지막 검찰총장 인선이 검찰개혁의 ‘화룡점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 천거 절차 끝나
3명 추천 후 1명 제청

법무부는 윤 전 총장 후임자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총장 인선은 천거-추천-제청 절차를 거친다. 지난 15일부터 진행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민 천거 절차는 22일로 마무리됐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3명 이상으로 후보를 압축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박 장관은 최종 후보자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을 임명한다. 

이번에 인선될 검찰총장은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검찰이 문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것을 거울 삼아 친정부 인사로 내정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은 1년 가까이 문정부와 대립하면서 대선후보 1위로 발돋움했다. 문정부로서는 마지막 검찰총장이 윤 전 총장의 전례를 밟을까 우려하고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이 과정에서 추천위 구성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추천위원 가운데 일부가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로 채워지면서 이미 친정부 인사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점찍어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 천거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추천위는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당연직 위원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고, 비당연직 위원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원혜욱 인하대 부총장 등으로 지정됐다. 

박 전 장관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여러 뒷말이 나왔다. 박 전 장관은 문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퇴임 후 언론 등을 통해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퇴임 후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조 전 장관의 낙마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파문이 일었다.

추천위
중립 논란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 전 장관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고, 낙마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안진 교수의 경우 지난해 말 윤 전 총장을 대상으로 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당시 징계위는 윤 전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박 장관은 “꽤 많은 분들이 천거됐다”며 “워낙 관심이 뜨거우니 아주 신중하고 충분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검찰 인선 과정에 ‘신중함’을 강조하면서 검찰총장 임명은 4·7 재보선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경우 오는 5월 초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국민 천거 후보 명단이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보안사항’이라며 언급을 피한 상태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시되는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검찰총장이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갈린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 지검장은 문정부 들어 가장 ‘꽃길’을 걸은 검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이제는 검찰 수장 후보로 언급되는 중이다.
 

▲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박성원 기자

전북 고창 출신의 이 지검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내 핵심보직을 거쳐 지난해 1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의 장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여러 차례 윤 전 총장과 맞서면서 여권의 신임을 얻었다. 박 장관 취임과 동시에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도 윤 전 총장과 신현수 전 민정수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임기 말 정부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올 경우 최적의 방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 내 신망이 두텁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있다.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의 대립 과정에서 당시 검사들이 윤 전 총장의 편에 섰을 때에도 이 지검장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 기반을 잃었다는 평이다. 조직 장악력이 중요한 검찰총장으로선 치명적인 대목이다.


이성윤 유력
수사 부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지검장은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다. 최근 검찰의 4차 소환 통보에 ‘검찰의 강제수사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출석요구를 받은 뒤다.

이 지검장은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 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조 차장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고, 문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감찰실장 겸 적폐청산 TF 팀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했다. 

추 전 장관 재임 당시 대검 차장검사에 올라 처음에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됐지만, 윤 전 총장 징계 사태 때 반기를 든 바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공개적으로 올린 것.
 

▲ 박검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서도 고검장 참여라는 묘수를 발휘하면서 오히려 총장 자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국민 천거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대신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법무관을 거쳐 2014년까지 판사로 재직했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9년 대검 감찰부장으로 임용됐다. 여러 차례 윤 전 총장의 반대편에 선 바 있고, 최근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대검 부장회의에선 기소 의견을 냈다. 

내부 인사는 불안요소 있고
외부 인사로 안전하게 간다?

일각에서는 불안요소가 많은 내부 인사보다 외부 인사 중에서 검찰총장을 낙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정부 고위직 중 공석이 날 때마다 거론될 만큼 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거친 법조계 엘리트로 통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문정부의 법무부 장관을 모두 거친 친여 인사로 꼽힌다. 사법연수원 20기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연장자라는 점에서 스스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청주 신흥고와 고대 법대, 한양대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이 전 차관은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 동부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대검 수사기획관, 기획조정부장, 법무부 차관, 대전고검장 등을 냈다. 문정부 첫 법무부 차관과 초대 수원고검장을 지내는 등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 문재인 대통령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전남 담양 출신인 양 전 고검장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장을 맡았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개입 등을 주장하며 검찰 수뇌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형사부장, 광주지검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8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선거 지면
친정부로?

4·7 재보선과 검찰총장 인선을 연계해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이길 경우 차기 검찰총장은 친정부 인사 쪽으로 쏠리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4·7 재보선이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만큼 여권이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모두 패배한다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은 물론 정계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재연될 경우 정부를 겨냥했던 검찰 수사가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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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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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