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킹메이커’ 추미애 마이웨이

한동훈 맞설 추다르크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에 오래 머문 정치인에게는 한두 개 정도의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언론 혹은 지지자가 붙여준 별명은 정치인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유독 수식어가 많은 정치인이다. ‘추다르크’ ‘세탁소 집 둘째 딸’ ‘돼지 엄마’ ‘탄핵의 여왕’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킹메이커’라는 별명이 자주 언급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연예계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은 무관심보다 욕설을 듣는 걸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예 관심이 없으면 악플을 선플로 바꾸는 반전조차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민의 관심과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이력
거물 무게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여성 정치인 사이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굳이 성별로 나누지 않더라도 정치권에서 이른바 ‘거물’이라 불릴 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한다. 판사 출신, 5선 국회의원, 제1야당의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대선 때마다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전국구로 이름이 알려진 대중 정치인이기도 하다. 

굵직한 경력 덕분에 언론과의 접촉면이 넓은 편인 추 전 장관은 이름 앞에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대표적인 별명이 ‘추다르크(추미애+잔 다르크)’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성녀 잔 다르크처럼 추진력 있게 개혁을 진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선거 당시 붙은 별명으로 역사가 깊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들고 선거운동자금을 모아 ‘돼지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추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탄핵의 여왕’으로도 불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야당 대표였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추 전 장관은 2018년까지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2년 임기를 꽉 채운 최초의 당 대표가 됐다. 특히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추 전 장관의 위상은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정부에서 화려한 꽃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됐다.

대선 이후 책임론 불거져
SNS 끊고 두문불출하더니…

실제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등 문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법무부는 문정부 핵심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정부부처로 그 위상이 남달랐다. 게다가 추 전 장관은 가족 비리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여권은 물론 청와대는 추 전 장관이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추 전 장관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과 동시에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이다. 이른바 추윤대전의 발발이다. 

문정부에서 파격 발탁된 검찰총장과 거물 정치인 출신의 법무부 장관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전 장관이 인사권을 휘두르면 윤 대통령이 문정부 관련 수사로 화답하는 식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사상 초유의 일이 연거푸 일어났다. 


두 사람의 갈등이 1년 넘게 정치권을 장악하면서 국민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추윤대전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폭등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여당 대선후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야당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때 추 전 장관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킹메이커’다. 

단 한 번의 선출직도 경험하지 못한 윤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데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 1등 공신(?)으로 추 전 장관을 꼽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 전 장관과의 대립 과정에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받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야당 지지자의 응원이 커졌던 것.

윤 대통령과 추 전 장관이 한창 대립할 무렵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왜 특정인의 ‘킹메이커’를 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때였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과 민주당의 ‘윤석열 때리기’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윤대전
판정패

조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총강에 나올 정도로 엄중하다”며 “추 장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대위원장임을 깨끗이 고백하라”고 말했다. 

이후 추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정직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윤 대통령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것. 추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징계 시도가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되자 추윤대전이 윤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 이후 존중 의사를 밝히고 인사권자로서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면서 추 전 장관은 치명상을 입었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2월 사의를 표명하고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왔다.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했다. 

추 전 장관은 대선 기간에도 야당 대선후보로 나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로 정치인생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중”이라며 “다크나이트로 한국 정치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은 윤석열을 그저 강직한 검사로만 알았을 뿐 그가 정치에 나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조국에 이어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괴롭히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추미애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의 실체를 알게 됐고, 묵묵히 매를 맞았던 윤석열을 문정부에 맞서는 대항마로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대통령 당선
1등 공신

추 전 장관의 SNS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뚝’ 끊겼다. ‘정치 신인’ 윤 대통령에게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 내부에서 추 전 장관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후 6·1 지방선거에 앞둔 지난 5월30일 SNS에 글을 올렸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개혁은 단순한 투쟁이 아니다. 대안 제시 능력과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면서 “일상의 모순이 쌓여 본래의 의도대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수선하고 고쳐나가는 총체적 의지가 개혁이다. 개혁이 멈추면 피폐해진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다시 시작된 추 전 장관의 침묵은 50일 가까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8일 긴 침묵을 깨고 SNS 활동을 재개했다. 내용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제 위기 등과 맞물려 30%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에 추 전 장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추 전 장관은 18일 자신의 SNS에 “윤정부의 심각한 문제는 민주 국가의 권력을 검찰조직 중심으로 집중, 심화시키는 데 있다”며 “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상호 견제와 협력관계를 깨고 검경이 일사불란한 일체화된 통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의 날선 비판은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지난 19일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할수록 부자들이 이용하기는 더 쉬워진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덮었을 때도 유지했던 무역 흑자국이 14년 만에 적자로 뒤집혔고 23년 만에 대중국 교역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현재 경제 상황을 언급했다. 

윤 지지율 하락에 비판 가해
누리꾼 “구원투수 등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위기 대책은 없고 오히려 세금으로 코인 빚을 갚아주겠다는 뜬금없는 정책, 외환거래 사전신고제를 폐지해 달러 유출을 쉽게 하는 부유층 편익만 챙기고 있다”며 “똑똑한 검찰 정부가 될 줄 알고 뽑은 국민으로서는 부패한 검찰 깐부 정부라니 부아가 날만하다. 그러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전 장관의 등장에 누리꾼 사이에서는 ‘여권의 구원투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호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띄우려는 게 아니냐’며 비꼬는 주장도 제기됐다. 


추 전 장관과 한 장관은 감정이 좋을 수 없는 사이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 때마다 족족 물을 먹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3차장 검사, 검찰총장 재직 시기 반부패·강력부장로 발탁돼 승승장구하던 한 장관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연이어 좌천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호창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8월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추 전 장관캠프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한동훈씨의 지휘 아래 별건 수사를 통해 마른 수건 쥐어짜듯 뽑아낸 혐의였다”고 한 장관(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한동훈씨’라고 지칭했다. 

여기에 한 장관은 “추미애씨는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어진 추가 입장문에서도 서로를 ‘한동훈씨’ ‘추미애씨’라 부르며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추 전 장관 캠프는 “전직 상관에게 ‘추미애씨’라 부르는 용기는 가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호칭은 중요한 게 아니니 추미애씨가 원하는 대로 불러드릴 수 있다만, 공인인 추미애씨를 추미애씨라고 부르는데 ‘가상한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직 장관
정책 뒤집어

최근에는 법무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추 전 장관 시절 폐지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서울남부지검에 부활시켰다. 한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합수단 폐지는)서민 다중이 피해자인 금융증권 범죄에 대해 연성으로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준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폐지할 공익적인 목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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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