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07 11:48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메리츠증권이 투자금 회수 문제로 투자자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동산시장 불황의 여파로 자금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일어난 일로 보인다. 이 과정서 메리츠증권이 금융주간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A 전문 자문사의 B 대표는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A 자문사는 홈페이지에 “자본시장과 부동산 PF 투자의 융합 포트폴리오를 통해 투자자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투자한 사업의 자금 상환 문제가 불거지면서 큰 손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책임 전가” 메리츠증권은 대구 남산·대봉동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금융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 729-6번지와 대봉동 595-5번지 일원에 공동주택 1087세대 및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메리츠증권은 해당 사업의 브리지론 리파이낸싱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고 A 자문사는 10억원을 투자했다. 브리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 등이 제2금융권서 높은 이자를 내고 사업의 개발자금을 빌려 쓰다가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사업성이 좋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든 껍데기를 깨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죽음 앞에서 나를 돌아보면 그 상처 많고 흠집 많은 삶 속 어딘가에 내 인생의 찬란한 꽃이 피어 있을 것이라 믿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시행착오 끝에 누리게 될 절정의 순간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다.” - 류하완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마리가 류하완 작가의 개인전 ‘Crossover’를 준비했다. 류하완은 마스킹테이프를 작업의 주된 도구로 삼아 행위의 흔적, 시간의 흔적이 레이어드된 독특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온통 네모로 뒤덮인 화면에는 작가가 긴 마스킹테이프를 잘게 자른 후 채색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상처투성이 작업의 시작은 캔버스 위를 지나는 마스킹테이프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내는 것이다. 물에 약한 종이 재질의 마스킹테이프를 캔버스에 붙인 상태로 색을 칠한다. 이때 붓이 지나가며 물감이 스며들기도 하고 밀려나기도 한다. 건조 후 다시 테이프를 붙이고 잘라내고 물감을 끼얹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일반적인 채색 방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특이한 색층이 나타난다. 류하완은 이것을 우연에 의해 얻어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재료와 색상이 혼재된 류하완의 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창이냐, 이재명의 방패냐. 한쪽은 창을 날카롭게 벼리고 한쪽은 갑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는 모양새다.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도 이 대표도 이미 인내심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을 시작으로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가던 검찰이 이른바 ‘그분’ ‘보스’를 향한 수사를 예고했다. 시기상의 문제일 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초읽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파행 사건이 일어났다. 두 법무법인 누가 진짜? 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 11부가 진행한 이 전 부지사의 42차 공판기일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문제로 파행됐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으로 법무법인 덕수 측이 출석했다. 법무법인 해광 측은 지난 공판에 이어 이번에도 불출석했다. 검찰은 해광 측이 공판에 오지 않자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표갤러리서 채온 작가의 개인전 ‘FULL BLOOM’을 준비했다. 채온은 2015년 제1회 서울예술재단 포트폴리오 박람회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전도유명한 작가다. 채온 작가는 회화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다시 숨기려 한다. 그의 작품은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회화의 본질에 관한 논의를 뒤집는다. 구상 채온은 머릿속의 생각을 최대한 캔버스에 옮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직관적인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목표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어떠한 관습적인 지식이나 클리셰로부터 벗어나 즉흥적이고 우연한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다. 채온의 작품세계서 꽃은 중요한 소재다. 채온은 작품 ‘초록색 풍경’과 ‘물의 속삭임’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자연을 그려왔다. 이후 더욱 구체적인 자연물로 관심을 확대했다. 그러다 캔버스 위에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무한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만개한 꽃이 됐다. 영원할 수 없는 것 영원하게 만들고자 채온의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갈망, 희망과 허무함의 감정을 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작가를 둘러싼 모두를 대변하는 소재다. 현실 속 식물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 인사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문정부가 ‘적폐 청산’을 내세웠듯, 윤정부는 ‘문정부 청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무위원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 등 문정부서 한자리씩 했던 인물이 하나둘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는 중이다. 2017년 3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개월 뒤 대통령 보궐선거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문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드러난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적폐 청산’의 시작이다. 적폐 청산 이권 카르텔 새 정부가 들어서면, 특히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서 일어난 일이 타깃이 되는 경우가 있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엎고 조직과 인사를 개편한다. 일부는 수사기관의 수사망에 오른다. 야당은 보복수사라고 반발하고 여당은 새판 짜기라고 반박하는 등 정치권 역시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흐름은 어느 정부에서건 되풀이됐다. 윤정부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10년 주기설’을 깨고 당선됐다. 진보든 보수든 한 번 정권을 잡으면 10년은 이어진다는 속설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 봉산문화회관은 전시 공모 선정 작가전을 진행한다. ‘2023 유리상자-아트상자Ⅲ’ 기획으로 김조은 작가의 ‘황금빛 숲을 이루는 생각의 뿌리’가 선정됐다. 금빛으로 상상의 이미지를 확장해 희망의 공간으로 변환하는 설치작품이다.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는 전시공간 밖에서 유리를 통해 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설치작품을 입체적으로 관람하기 용이하다는 이점 때문에 시민이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는 예술공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눈 감은 얼굴 김조은은 지난해 9월 서류와 인터뷰 심사에서 행복과 행운을 주는 금빛 실로 유리상자 공간을 가득 메운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심사위원은 코로나19로 경제침체, 고용불안, 사람 간의 단절 등 여러 가지 우울한 변화에 희망과 행운을 심어주기에 적당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화 전공이지만 독특한 조형성을 추구하며 발전을 거듭한 작가의 작업 태도를 높이 샀다. 김조은은 이번 전시서 눈을 감은 반인반수의 얼굴서 뻗어나가는 금빛 가지와 끈으로 고귀한 인간 정신의 상상력과 확장력을 보여줬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자연과 복잡한 연결고리를 가시화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는 법원과 함께 우리나라 사법부를 아우르는 헌법기관이다. 헌법기관의 생명은 공정성과 중립성이다. 헌재 재판관 지명 주체가 각기 다른 것도 권력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다. 그럼에도 헌재 판결의 방향성은 정부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곤 한다. 지난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왔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날 오후 대심판정서 열린 선고 재판서 재판관 9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탄핵 기각 이례적 일치 지난 2월8일 국회는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10월29일 발생했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사후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헌재는 3가지 모두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은 행정안전부의 장이므로 사회재난과 인명 피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헌법과 법률의 관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가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지혜 작가의 개인전 ‘BETWEEN THE LINES’가 LG유플러스 갤러리C서 열린다. 김지혜는 왜곡과 변형의 변주로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공간을 제시해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 내지는 파라다이스를 표현해왔다. 작금은 이미지가 지닌 본질적 가치와 진정성에 대한 물음조차 빠르게 희석돼가는 디지털 시대다. 김지혜는 도시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는 일요일 오전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곤 했다. 상상력 도시 속 찰나의 시간을 채집해 사진 속 픽셀을 물감의 입자로 생각해 색을 섞고 그리며, 이질적인 조각을 끼워 맞췄다. 도시인의 복합적인 관계성을 수많은 레이어로 표현하고 이를 압축해 이색적인 공간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붓 대신 컴퓨터 마우스를 들어 사진에서의 회화적 세계를 구축했다. 김지혜의 작품 속 선은 유동적인 기하학적 배열과 함께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긴장감 가득하게 도시의 표정을 드러낸다. 김지혜는 서울 가수로길과 서촌의 옥탑부터 이국적인 런던의 거리까지 다양한 도시 속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문 닫힌 상점만 즐비한 고요한 거리서도 낯선 도시라는 사실만으로 설렘을 느끼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포착하거나 간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이재명의 덩치를 불린 건 ‘말’이었다. 기초단체장서 광역단체장으로, 대선후보와 거대 야당 대표로 성장하는 내내 ‘사이다’라는 별칭이 뒤따랐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언에 지지자는 열광했고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다. ‘말로 흥한’ 그가 ‘말로 망하는’ 모양새다. 측근의 입을 통해서다. ‘돌아선 팬이 안티보다 더 무섭다’. 연예계서 정설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팬은 안티에 비해 연예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돌아서는 순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마음에 감춰주고 덮어줬던 치부까지 언급할 수 있기 때문. 등 돌린 이화영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상황이 돌아선 팬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연예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측근으로 불렸던 이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던 이 대표의 어깨에 측근리스크까지 얹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불씨였다. 이후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이 대표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인 물은 썩는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흐름이 멈추면 부패한다. 어떤 단체든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순간부터 악취를 풍기기 시작한다.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인 대한체조협회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내부의 자정 기능은 망가진 지 오래고 외부의 관리·감독도 허술한 상태다. 비인기 종목이 관심을 받으려면 ‘스타’가 필요하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서 메달권에 들거나 시상대에 오르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 김연아의 올림픽 메달로 피겨스케이팅을 향한 관심이 커졌고, 김연경의 활약으로 여자배구가 전성기를 누리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은 스타의 존재에 좌지우지된다. 고인물 한 사람의 슈퍼스타가 모은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포터’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협회나 연맹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문제는 선수 한 명이 어렵게 끌어모은 인기를 유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협회나 연맹이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체조협회가 딱 그런 상황이다. 대한체조협회는 1945년 9월1일에 창립됐다. 오는 9월이면 창립 78주년에 이른다. 2012년 8월 런던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종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작가 이승애의 개인전 ‘서 있는 사람(The Wanderer)’을 준비했다. 이승애는 20여년간 한국과 런던을 기반으로 국내외 미술관과 갤러리, 그리고 비엔날레 등을 통해 왕성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승애의 개인전 ‘서 있는 사람’은 최근 광주비엔날레서 선보인 작품 ‘서 있는 사람’을 비롯해 불빛과 영혼 등의 주제가 맞물린 이합집산의 전시다. 이승애는 이번 전시서 드로잉 애니메이션 신작 ‘서 있는 사람Ⅰ, Ⅱ’를 포함해 비물질적 요소를 흑연의 물성으로 표현한 콜라주 드로잉 ‘디스턴트 룸’ 등 총 11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씻김굿 이승애는 작품의 개념을 고정된 하나의 화면이나 단위로 수렴하기보다 초월적인 경험과 기억을 전달하는 과정과 연결해 시공간을 가진 유동적이고 연장된 차원으로 획득한다. 특히, 얼마 전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봉쇄된 상황서 실재의 삶을 오로지 온라인으로 감각했던 시공간의 경험이 배경이 됐다. 비슷한 시기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느꼈던 부재, 그리고 상실감에 대한 감각을 토대로 현실 너머의 차원을 표상했다. 즉 명료하지 못한 경계에 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이와 동행하는 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 이념적으로 권위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국가수반의 배우자를 ‘국모’로 칭하곤 했다. 한국에선 ‘영부인’ ‘퍼스트레이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그동안 대통령을 내조하는 역할에만 국한됐던 영부인이 최근 전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영부인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부인의 본래 뜻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영부인은 사실상 법적 명칭은 아니다.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대통령경호법) 4조(경호대상)는 ‘대통령과 그 가족’을 경호 대상으로 명시했다.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2조(가족의 범위)는 대통령 및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가족으로 규정한다. 법에도 없는 가족에 불과 대통령경호법과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어디에서도 ‘영부인’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표현이 정식 명칭에 가까운 셈이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총 12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모두 남성이어서 대통령 배우자에 관한 주목도가 상당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법적으로 대통령의 가족일 뿐 어떤 권한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억은 휘발성이다. 시간의 흐름에 변질되고 훼손된다. 기억을 붙잡아 두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았다. 누군가는 글로, 누군가는 그림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사진으로. 김정우 작가는 도자기로 기억을 붙잡는다. 몇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단단한 도자기에 추억을 새긴다. 큰비를 예고하듯 습도가 높았다. 도로가에 위치한 김정우 작가의 공방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습기는 가시지 않았다. 중형 크기의 선풍기 몇 대가 돌아가는 소리, 물레 돌리는 소리 등으로 내부는 잘게 떨리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흙을 만지고 있던 김 작가는 옆에 있던 수건에 손을 쓱쓱 닦으며 다가왔다. 영원히 잔뜩 헝클어진 머리, 까맣게 탄 얼굴, 백토가 잔뜩 묻은 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방에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 대신 하얀 그릇으로 가득했다. 수십 점의 접시가 눈에 띄었고 뒤이어 줄지어 놓인 머그컵이 보였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현암동의 공방서 김 작가와 마주 앉았다. “어렸을 때는 죽어도 하기 싫었어요. 어떻게 보면 되게 덥고 지저분하고 그렇잖아요. 작가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단가 싸움도 있고요. 딱 봐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가 다음달 5일 ‘2023 제3회 모기장 영화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음악회는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클래식 음악 평론가 유정우 박사와 함께 영화 속 오페라 명장면을 골라 ‘세대교차 반딧불 더하기’라는 부제로 진행된다. 지역민과 삶을 같이하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구례군민과 마산면 지역주민, 해외 이주민, 구례지역 청소년 학생, 구례군 마산면 의용소방대, 구례군 체육회, 지리산 상가 주민 등을 초청했다. 일반인은 화엄사 홈페이지, 화엄사 템플스테이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문화적 갈등 해소 최정상 음악가 초청 최정상의 피아노트리오(피아노 안예현, 바이올린 김소정, 첼로 강기한)의 연주와 팝페라그룹 트루바(테너 박창일, 테너 고원석, 베이스 김정범)가 화엄원 특설무대에 올라 영화 속 오페라 노래를 부른다. 한편 일반 참가자은 음악회 이후 화엄사 신도회와 포교사회의 안내를 받아 보제루로 이동해 ‘세대교차 반딧불 별빛 더하기’에 참여할 수 있다. 화엄사의 창건과 각황전, 사사자삼층석탑, 대웅전 등 국보와 보물에 대한 문화국장인 우견스님의 설명을 들은 후 각황전 앞에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마포구 소재 갤러리 스페이스 소에서 기획전 ‘땅에서 솟아나 공중으로’를 준비했다. 김한샘·정지은·최수앙·함진·홍정욱 작가가 참여했다. 빚고 깎으며 자신의 세계관을 짓는 작가의 소조와 조각, 구상과 추상,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고 공간 속에 펼쳐져 설치 형식의 작업으로 확장되는 조각을 만나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스페이스 소에서 개최되는 ‘땅에서 솟아나 공중으로’ 전시는 주제보다 조각이라는 특정 장르를 앞세웠다. 이번 전시는 김한샘·정지은·최수앙·함진·홍정욱 등 작가 5명의 신작과 최근작 50여점으로 구성됐다. 관심 높지만 최근 2~3년 새 조각을 소재로 하는 전시와 기사, 다양한 프로젝트가 미술계서 회자됐다. 조각과 설치 작품은 타 장르에 비해 시각·전시적 효과로 주목도가 높다. 문제는 관람객의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는 작품이 휴대폰 사진첩에만 저장된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공간이나 일상에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조각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전시는 재미있고 작품은 좋지만 소장은 주저하게 된다는 인식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조각 수집의 관점과 의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로 근로기준법이 제정 70주년을 맞았다. 오는 16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법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각지대’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일요시사>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봤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이 열렸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의 주최로 진행된 이날 대회에는 5인 미만 직장서 근무하다가 부당한 일을 겪은 근로자들이 참석했다. 4명이 현장서 증언했고 1명은 영상으로 대체했다. 똑같이 일해도… 영상을 통해 5인 미만 직장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증언한 A씨는 ‘휴가를 내지 못해’ 부득이하게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직장인의 현실이 이를 성토하는 자리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날 현장 참석자들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추가로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직장서 일하는 근로자는 313만8284명에 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다르크’가 돌아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선전포고 하듯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 대통령, 전 당 대표 등 아군이라고 여겼던 이들이 1차 표적이 되는 모양새다. 작심 발언의 의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5선 국회의원, 당 대표, 그리고 법무부 장관까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입지전적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추 전 장관이 최근 말폭탄을 던지고 있다. 문정부 구원투수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열을 올렸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 당정의 역량이 집중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됐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임기 말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국민의힘)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해 방점을 찍었다. 추 전 장관은 문정부 국정 최우선 과제를 완수할 이른바 ‘칼’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자리에 구원투수로 등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 송은서 권혜원 작가의 개인전 ‘행성 극장’을 개최했다. 권혜연은 제19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다. 그는 특정 장소가 내재한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서사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은 1957년 발사한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언급하며 스푸트니크 이후에 지구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것으로 변했으며 관객 없이 모두가 배우인 ‘Global Theater’가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자연 이는 지구 밖의 시점, 그리고 기계 장치의 관점서 바라봤을 때 우리 자신을 포함한 지구라는 환경 자체에 대한 시각과 태도가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관점서 권혜원의 ‘행성 극장’은 아주 작은 센서부터 카메라, 인공지능까지 자연을 들여다보는 장치에 관해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행성 극장’은 인간과 산업의 목적에 종속된 환경 기술이 아닌 인간 중심적인 인식을 넘어 지역 생태계서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기계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질문하며 생태계와 인간 기술의 권력이 역전된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송은미술대상자 수상전 역사를 서사로 재구성 권혜원은 역사의 기술 방식이나 고정된 과거 인식서 벗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파란만장’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영광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좌절이 메웠다. 모든 일은 불과 5년 새 일어났다. <일요시사>가 야인으로 돌아간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만났다. 지난 5월18일 대법원이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김 전 구청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잘나가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사실심인 1·2심 판결에 잘못된 점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김 전 구청장은 구청장직을 잃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서 강서구청장으로 당선된 지 약 1년 만이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면 당연 퇴직 대상이 된다.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다 비위 의혹으로 해임됐다. 2018년 말 특감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고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울렸다. 직접 소리 내서 알린 사람도 있다.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촉구됐다. 정부 기관에 신고가 접수됐고 시민단체의 형사 고발이 이어졌다. 정치권서도 좌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학교 내부의 자정작용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립대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 역시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지난해 4월 <일요시사> 보도(1369호 <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 교육부 이중잣대 추적) 이후 이미 1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총장 되면 면죄부? 불씨는 그보다 앞선 총장 선거 때부터 있었다. 총장 임명권이 이사장에게 있는 사립대와는 달리 국립대는 교육부와 청와대의 결정이 총장 임명 시 중요하다. 대학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임명 여부는 국무회의서 결정된다.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2021년 11월 총장추천위원회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