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판정승’ 의정 갈등 새 국면

이대로 끝? 2라운드 전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대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전쟁에 법원이 심판자로 나섰다. 정부와 의료계의 시간을 거쳐 법원의 시간에 직면한 셈이다. 장고 끝에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의료개혁을 위한 ‘큰 산’을 넘었다는 입장이지만 후폭풍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지난 16일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양측은 물론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큰 상황이었다. 정부와 의료계는 기대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모두가 알았다. 법원의 이번 판단이 마지막 단계라는 것을.

최후의 판단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 16일 의대생,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 항고심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수험생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고 신청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의대 재학생에 대해서는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세부 심리 끝에 신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헌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가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신청인 적격을 인정했다.

또 의대생의 경우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의대 정원 증원과 배분 처분이 계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이 사건 처분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권 침해와 공공복지를 두고 비교한 것이다. 

집행정지 신청 각하 결정
의료계 “계속 투쟁할 것”

다만 매년 20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의대생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했다. 재판부는 “향후 의대 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할 때 매년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해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게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날 법원의 판단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지난 2월6일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시작된 의정 갈등이 분수령을 맞게 된 셈이다.


윤석열정부가 의료개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시점인 지난해 10월 기준으로는 7개월 만이다. 서울고법의 결정은 정부 입장에서는 ‘마지막 걸림돌’ 의료계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그동안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맞서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3개월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은 정부와 의료계가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면서 평행선을 그렸다. 하지만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의료개혁은 동력을 얻게 됐다.

반면 의료계는 투쟁 규모와 수위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고법의 판단이 나온 이후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 있지만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며 “아직도 우리 앞에는 의료계 집단행동이라는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남아 있지만 오늘 법원의 결정으로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의료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8년 만의 의대 정원 변화가 초읽기에 접어든 것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해 정원을 351명 줄인 이후 현재까지 3058명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의 연구 등이 공통으로 2035년 의사 수 1만명 부족을 언급한 점을 근거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원점 재논의 등을 요구하면서 복지부, 교육부 등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진행했다.

법원은 20건에 육박한 문제 제기에 단 한 차례도 의료계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미복귀 시 추가 수련
2026년 2월 시험 자격

문제는 법원 결정으로 의정 갈등이 더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즉각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의사 측 대리인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며 “대법원이 기본권 보호를 위해 이 사건을 이달 31일 이전(정부의 증원 확정 전)에 심리‧확정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강경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특히 전공의 복귀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더욱 요원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그 여파로 내년 대규모 의료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월부터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오는 20일 전후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2026년 2월이 돼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밀리면 군의관이나 공보관 배출에도 영향이 가게 된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이제 많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 3월 말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사직까지 이어진 사례는 드물었다. 또 휴진도 의료현장에 끼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의 강경일변도 행보에도 개원의 중심의 회원들이 집단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참여율도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묘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의료계의 반발로 대화 가능성도 요원한 상황서 어떤 식으로든 간극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공의 복귀를 위한 길을 열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행정 처분 등 강경책에 전공의가 반응하지 않은 만큼 유화책이나 회유책 등 다른 방향으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집단행동?

그러면서도 끝내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전공의 복귀 시한이 임박한 만큼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의료공백이 의료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여전히 의료계와 대화 의지가 있다”면서도 “의료공백을 계속 둘 수 없는 만큼 전공의 복귀를 유도할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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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