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끝난 ‘의정 갈등’ 퍼즐

정부 승리? 멸망전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느 한쪽의 승리라고 하기엔 양측 모두 타격이 컸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확정됐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출구전략이라고 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회유책, 의료계는 강경책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접점을 만들기 요원한 상태다.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났다.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결과다. 의료계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초 인원보다는 줄었지만 증원을 이뤄내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4개월 만에
결론 났다

정부는 3058명인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중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배분했다. 이른바 정부의 ‘의료개혁’ 시도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자율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들은 올해 입시서 증원분 2000명 중 1509명만 모집하기로 하고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변경사항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제출했다. 지난달 24일 대교협이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하면서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로써 의대 정원은 의학전문대학원인 치의과대를 포함하면 4567명으로 늘게 됐다. 

대입전형위원회 위원장인 오덕성 우송대 총장은 “교육부서 결정한 정원 조정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입학)사정을 시행할지 입학전형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라며 “지역인재전형, 또 가급적이면 융통성 있게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방법 중심으로 각 대학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지난달 30일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안내했다. 정원 내 선발과 정원 외 선발을 모두 합쳐 4595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울대와 중앙대서 2023학년도 2명이 추가 모집된 만큼 올해 감축했다.

교육부는 특정 학년도에 동점자 발생 등의 이유로 신입생이 추가 모집되면 다다음 학년도에 그만큼을 감축 선발하도록 정하고 있다. 

27년 만에 의대 증원
내년 4565명 입학 예정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가 있는 비수도권 대학 26곳에서는 내년 대입서 총 1913명을 지역인재 전형으로 뽑는다. 이들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의 59.7%에 달하는 숫자다. 전년(1025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중 81%는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논술 등 수시로, 19%는 정시로 뽑는다. 지난달 31일 각 대학이 내년도 입시모집 요강을 안내하면서 의대 증원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처음 언급한 이후 7개월, 실제 증원 규모를 발표한 2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그사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수했고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등의 방법으로 맞섰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등 현장에서는 의료 대란이 발생했다. 특히 중증 환자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복귀를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다. 정부 차원서도 전공의 복귀를 위한 회유책을 제시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원점 재논의’ 등을 비롯한 7대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의 7대 요구안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회장을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갔다. 정부는 개원의 중심의 의협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의료계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2000명보다
줄었지만…

이 과정서 의료계 내부서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정점에 치달은 시기는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두고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높아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마지막 관문, 의료계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였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요건은 ▲원고 적격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등 3가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의대생이 입을 손해는 인정하면서도 증원을 멈출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욱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교수와 의대생 모두를 사건의 ‘제3자’로 판단하면서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항고심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은 역시 제3자라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지만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원고 적격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신청은 헌법, 교육기본권,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도 “(이들에 대해)‘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의대생의 경우 의대 증원으로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대 증원으로 의대생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의대생이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의대 증원 집행을 정지했을 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대한다고 본 것이다.

전공의 이탈
현장은 마비

이외에도 부산대 의대 전공의·학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역시 각하됐다. 의료계서 정부의 결정을 멈춰달라며 1심 법원에 제기한 8개의 집행정지 신청의 결과는 모두 각하로 판결 난 것이다. 의료계는 1심 각하 처분에 불복해 모두 항고한 상태다.  

법원의 결정은 정부의 의료개혁에 날개를 달아줬다.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것과는 별개로 의료계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대 A 교수는 “의정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출구를 아예 막아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의사들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

실제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됐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20일 오전 6시를 기해 병원을 이탈했다. 전공의의 부재로 남아 있는 교수와 전임의 등이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담당했던 병원 59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든 병원이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인력을 갈아 넣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월 이후 주간 평균 응급실 근무 인원(전문의)은 5.4명에서 1.8명으로 야간의 경우는 4.7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근무 인원이 2명 이내로 줄어들면 환자 10명당 중증환자가 1~2명 정도 유지된다고 했을 때 나머지 환자들은 진료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3월에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렇게 갈아 넣으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근무 인력 자체가 돌아올 기약이 없어 언제까지 사태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법원 쐐기 의료개혁 날개
의료계 반발 계속 평행선

전공의 이탈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곳은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이다. 말 그대로 ‘악화일로’ 상태다. 주요 병원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대응 중이지만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미리 지급하는 등 숨통을 틔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급감하면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빅5 등 상급 종합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에서는 하루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악화는 의료인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 병원은 희망퇴직 절차까지 진행 중이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병원의 신청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하고 내년 1분기 이후 정산할 계획이다. 건보 급여비 선지급은 정산이 완료되기 전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실제 발생한 급여비서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당장 내달부터 건보 급여 선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소는 아니더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는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미봉책 아닌
근본 변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은 전공의 복귀가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A 교수는 “전공의는 개원을 한다든지 하는 일종의 퇴로가 있지만 정부는 없다”며 “의료현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대 증원 확정으로 의정 갈등의 1막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2막은 ‘멸망전’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타협점이 사라진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접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