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미련’ 임영주

내 묫자리를 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서초구 소재 페리지갤러리서 작가 임영주의 개인전 ‘미련’을 준비했다. 임영주는 다른 차원을 상상하고 이해하기 위해 불가사의한 현상, 믿을 수 없는 이야기, 환상, 환각, 빙의, 전생, 자의식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왔다. 

임영주의 전시 제목 ‘미련 未練 Mi-ryeon’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을 뜻한다. 무엇인가 남아 있다는 것은 관계 사이에 충족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의미이면서 그것조차 비워버려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남아 있다

‘연(練)’은 3년상을 치르면서 입는 상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죽은 이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를 일컬을 때도 미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 ‘Mi-ryeon’은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다. 임영주의 전시 제목은 어떤 일이 일어났지만 일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 어떤 이유로든 다음 혹은 다른 단계로 아직 넘어가지 못한 인간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임영주가 다른 차원을 상상하고 이해하기 위해 불가사의한 행동에 관심을 가지는 행위는 ‘보는 것’과 관련 있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알기 위해 문화적, 기술적으로 다양한 인식 장치를 창조해 왔다. 

문화적으로는 종교, 신화, 설화, 괴담 등의 이야기를 만들어왔고 과학적으로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현미경, 망원경, 나침반, 라이다 센서와 같은 기술 장치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결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경계와 시공간을 만들었다. 임영주의 관심사인 상상, 명상, 몰입, 각성과 같은 정신적 수련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시공간을 이동하는 방법이 됐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임영주는 죽음에 대해, 그것이 어떤 상황이든 각자가 언젠가 죽음에 도달하게 되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 상상했다. 이 과정서 임영주는 다양한 은유와 암시를 사용한다. 

불가사의한 현상 관심
다양한 시공간과 경계

여기에 있다가 저기로 사라지는 존재로 여겨졌던 철새, 오랜 시간 변함없는 모습으로 존재해 온 은행잎, 오래전에 퇴화했지만 수련을 통해 일깨울 또 다른 눈으로 여겨졌던 제3의 눈, 보이지 않는 영이 어디론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시간인 축시 등이 등장한다. 

이렇듯 죽음을 끝이 동시에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시작점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죽음 이후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보게 될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전시장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고 모든 영상은 60분을 기준으로 시간에 맞춰 재생된다. 관람객은 독립된 공간서 VR 장치를 통해 자신의 묫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을 체험하고 그 장면은 내부 전시장서 상영되는 2채널 영상과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VR 관람은 사전 예약을 통해 이뤄지며 일반 관객은 해당 공간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또 VR 관람 중에는 2채널 영상을 동시에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누구도 전시 전체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없는 셈이다. 


죽음 이후

페리지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관람객은 경계가 나눠진 공간서 한 곳만을 경험하거나 서로 다른 경계를 이동하면서 순차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며 “이처럼 마치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듯 펼쳐지는 전시 구성은 시공간의 경계와 이동에 관한 주제와 연결되며 새로운 시공간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 달 2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임영주는?]

▲홍익대 회화과 졸업

▲개인전 
‘라이다 라이다 내 무덤 좀 찾아주소’ 금천예술공장(2023) 
‘M’ 아웃사이트(2021) 
‘인간과나’ Hall1(2021) 
‘차르르 차르르’ 갤러리조선(2020)  
‘AEDONG 애동’ 두산갤러리 뉴욕(2019)

▲단체전
‘마니에라’두산갤러리(2023) 
‘선셋 밸리 빌리지’ 아트선재센터(2021) 
‘경이로운 전환’ 부산현대미술관(2021) 
‘더블비전’ 아르코미술관(202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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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