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시인이자 화가’ 김기린

시를 그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작가 김기린의 개인전 ‘무언의 영역’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서 열리는 김기린의 세 번째, 작가 작고 이후 첫 개인전이다. 다음 달 14일까지 관람객과 만난다. 

갤러리현대가 준비한 김기린의 개인전 ‘무언의 영역’은 그의 독창성에 주목한 전시다. 단색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기린의 회화를 화면 위에 그려진 시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내면세계를

이번 전시에서는 김기린의 단색적인 회화 언어가 구축된 시기인 1970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작부터 1980년대부터 2021년 작고할 때까지 지속한 ‘안과 밖’ 연작 등 40여점의 작품과 작가가 직접 창작한 시, 아카이빙 자료 등을 한자리에 소개한다. 

평론가 사이먼 몰리는 김기린의 회화를 텍스트 없이 색으로 쓴 시라는 새로운 맥락으로 해석하길 제안했다. 그 배경엔 김기린의 프랑스 생활이 있다. 1961년 김기린의 첫 프랑스행은 생텍쥐페리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였다. 또 프랑스서 보낸 20대 시절에는 랭보와 말라르메의 시를 읽고 집필에 몰두했다. 

김기린은 30대 초반 미술사를 공부하며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대 원고지에 펜으로 꾹꾹 눌러쓴 시는 보일 듯 말 듯 그려진 격자 모양 단색의 캔버스 화면에 점점이 쌓아 올린 물감 덩이와 연결된다. 


김기린은 한국서 철학과 불문학을 전공한 뒤 프랑스서 미술사 공부를 하고 미술을 시작했다. 한국 화단의 화가와는 결이 다른 행보로, 단색화 작가 가운데 유일하게 전통적인 회화 재료인 ‘캔버스에 유채’를 사용해 몰입의 순간을 연출하는 색과 빛의 관계를 평생 탐구했다. 

전시 제목인 ‘무언의 영역’은 사이먼 몰리의 에세이 <무언의 메시지>서 따왔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김기린이 회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그려진 시’를 감상하며 명료하면서도 풍부한 단색조 화면으로 명상과 울림을 선사하는 감각적인 작품과 공명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고 후 첫 전시
새로운 시각으로

김기린의 작품세계를 집약하는 핵심은 시각적이고 청각적이며 촉각적인 작가의 내면세계를 캔버스 화면 위에 물감을 매체 삼아 다뤘다는 점이다. 마치 일반적인 언어로는 설명 불가능한 내면과 세계의 이면을 엄격하게 선별된 함축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시 창작과 유사한 방법론이다.

전시장 1층에는 검정 안료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수많은 색점이 서로 다르게 굴절되는 김기린의 1970년 대표작 흑단색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2000년대까지 지속된 ‘안과 밖’ 연작이 설치돼있다. 두 연작은 서로 다른 거리감을 가지고 설치돼 생경한 빛의 진동으로 전시공간을 채운다.

2층은 작가 생전 전시서 공개된 적 없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한국 전통 문창호지를 연상시키는 한지에 유화 작업을 중심으로 유학 초기 시절, 직접 창작한 원고지에 쓰인 시가 최초로 공개된다. 또 전성기 시절의 유화 소품, 작가가 파리에 머물던 시기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소개된다. 


김기린은 점이 이어지고 쌓이면 무한의 시공간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또 점을 찍는 순간만큼은 초월의 경지에 닿은 듯 영혼이 충만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색의 유화 물감을 겹겹이 쌓아가는 회화를 지속하는 이유는 스스로가 반듯이 서기 위해서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석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한 구절, 한 구절 완성되는 시인의 시처럼 김기린이 겹겹이 쌓아놓은 색의 화면은 표면적인 세계를 초월해 울림과 전율이 흐르는 무언의 영역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며 “그의 회화는 보는 이에게 시처럼, 음악처럼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폭에

“나의 최종 목적은 언제나 시였다. 발레리, 랭보, 말라르메 그리고 그 세대의 시인들 거의 모두를 좋아했다. 나는 계속해서 시 작업을 했으나 글이 아닌 그림을 통해서였다. 항상 시적인 이미지를 추구한다. 내 정신은 한국적이고 내 작품은 항상 나의 정신을 반영한다. 시인은 가장 정확한 단어들만을 사용해 본질을 구현해야 한다는 의식을 그림의 매체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오고 있다.” <김기린>

<jsjang@ilyosisa.co.kr>


[김기린은?]

김기린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프랑스로 이주해 디종 대학교(현재 부르고뉴 대학교)서 미술사를 수학했다.

이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서 미술 지도를 받고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서 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말부터 서정적인 추상 회화를 시작해 검은색과 흰색을 사용해 평면성을 추구하는 회화 작업을 했다.

1970년대 초반에 흑단색화 작업만을 소개하는 파리서의 개인전이 한국서도 화제가 되면서 한국의 단색조 회화 운동에 영향을 끼쳤고 모노크롬 작업을 심화시켜 나갔다. 

이후에는 색채 사용이 두드러지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왔던 지각에 관한 문제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작서 풀어냈고 외부와 내부의 개념적인 차원의 탐구를 ‘안과 밖’ 연작서 지속하며 작업을 심화시켰다. 

‘현대 HYUNDAI 50 PART 1’(2020) ‘수행의 길: 한국의 단색화’(2017) ‘단색화, 채움과 비움의 美’(2016) ‘컬러풀’(2015) ‘KOREAN ABSTRACT PAINTING’(2015) ‘단색화의 예술’(2014)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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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