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휘감은 안보 불감 민낯

미사일도 해킹도 “관심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대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허를 찌르는 것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격하면 상대는 대부분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같은 패턴의 거듭된 공격은 시간이 갈수록 타격감이 떨어진다. 북한의 도발이 딱 그 상황이다. 

‘북한’ 관련 뉴스가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미사일을 쐈다는 발표에도, 군 장성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말에도 시큰둥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끊임없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했던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 일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과는
달라졌다

지난 17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오늘 오후 3시10분께 북한 원산 일대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약 300㎞ 비행 후 동해상에 낙하했다. 지난달 2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되는 600㎜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지 25일 만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즉각 포착해 추적·감시했으며 미국 및 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고 (미사일 기종 등)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서 대북 지지를 재확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상회담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 행동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한미 공군이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서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에 따른 반발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6일 훈련에는 우리 공군의 F-35A ‘프리덤 나이트’ 2대와 미 공군의 F-22 ‘랩터’ 2대가 참가했다. 우리 공군 F-35A가 미 F-22와 기본 전투기동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군사논평원 명의의 글에서 한미 공군의 기동훈련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의 힘의 대결을 추구하며 지역국가의 안전권을 부단히 침해하는 미국의 적대적 면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산 증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들어서만 5번 도발
김정은은 핵 위협 수위↑

<조선중앙통신>서 보도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서도 “최근 우리가 공개한 방사포들과 미사일 등의 전술 무기들은 오직 한 가지 사명을 위해 빚어진 것”이라며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무력도발이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1월14일(중장거리 탄도미사일), 3월18일(600㎜ 초대형 방사포), 지난달 2일(‘화성포-16나’형)과 22일(600㎜ 초대형 방사포) 평양 일대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지난 17일을 포함해 총 5번의 도발을 감행했다. 


최근에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국 고위급 인사 개인 이메일 해킹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차관급을 포함한 국방부 고위공무원과 군 장성들의 개인 이메일 해킹 피해를 파악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북한의 해킹 활동과 관련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은 군이나 공직자의 관용 이메일 계정이 아니라 개인 이메일 계정이 해킹당한 것으로 군 서버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는 북한 해킹조직들이 국내 방산업체 10여곳을 상대로 전방위적 자료 해킹을 해온 것을 밝혀냈다.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과 공조해 방산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결과다. 경찰이 언급한 북한 해킹조직은 라자루스·안다리엘·김수키 등이다. 

한미 훈련
발끈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 해킹조직들은 방산업체를 직접 해킹하거나 방산 협력업체를 먼저 해킹한 후 방산업체 자료를 탈취하는 식으로 공격했다”며 “사건을 종합할 때 이들이 방산기술 탈취란 공동 목표를 설정해 전방위적 공격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과거 북한이 해킹 공격을 시도했던 아이피 주소가 발견된 점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악용해 명령 및 제어 경유지를 구축하는 방식 ▲기존에 북한 해커가 사용한 악성코드가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북한 해킹조직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라자루스’는 2022년 11월부터 A 방산업체 외부망 서버를 해킹해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후 테스트 목적으로 열려 있는 망 연계 시스템의 포트를 통해 회사 내부망까지 장악했다. 

‘안다리엘’은 2022년 10월부터 B 협력업체를 원격으로 유지·보수하는 C 업체의 계정 정보를 탈취해 협력업체에 악성코드를 설치했다. C 업체 직원의 네이버·카카오 계정 정보를 통해 사내 전자 우편으로 접속해 메일로 주고받는 자료를 빼돌렸다.

김수키는 로그인 없이 외부서 보낸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사내 이메일 서버의 취약점을 이용했다. 지난해 4~7월 D 협력업체의 이메일을 통해 방산업체 기술 자료를 탈취했다. 

3대 해킹조직
방산업체 10곳

북한 해킹조직은 방산업체를 직접 공격하던 기존의 수법서 한층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피해를 입은 업체들은 해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경찰청은 “방산업체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내·외부망 분리, 전자우편 비밀번호의 주기적인 변경과 2단계 인증 등 계정 인증 설정, 인가되지 않은 아이피(IP) 및 불필요한 해외 아이피 접속 차단 등의 보안 조치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북한의 전방위적인 무력도발, 사이버 공격에도 국민적 관심 자체가 낮다는 점이다. 국민들 사이서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으로 여겨지면서 당장 눈앞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북한 이슈는 관심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 물가, 의료개혁 등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사회적 이슈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현재 세계 정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대만 양안, 한반도서도 전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북한 역시 하루가 다르게 핵을 언급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여가면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미사일총국이 동해상으로 새로운 유도기술인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 탄도미사일 시험 사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전술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고 사거리를 늘릴 목적으로 위치정보시스템(GPS) 유도 장치부의 성능을 개선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이버 공격도 계속돼
업체는 알지도 못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험 사격 참관과 아울러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차량을 생산하는 국방공업기업소도 방문했다. 

이날 방문서 김 위원장은 ‘핵전쟁 억제력’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적들의 무모한 군사적 대결 책동으로 조성된 국가의 안전환경에 대처해 핵전쟁 억제력 제고의 필수성을 더욱 엄정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의 핵무력을 더 급속히 강화하기 위한 중요활동들과 생상활동을 멈춤없이, 주저 없이 계속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민뿐만 아니라 정부서도 북한을 아예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서 비롯된 안보불감증이 국민에게로 번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복원 등 한‧미‧일 공조에 공들였다. 이 과정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뒷전이 됐고 북한과는 멀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서 줄타기를 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한 문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관은 지난달 24일 강호필 새 합동참모본부 차장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는 자리서 잘 드러난다. 삼정검은 준장 진급자에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수여하는 검으로 육군·해군·공군 3군이 일치해 호국·통일·번영의 3가지 정신을 달성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리서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북한이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미‧일 3국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윤정부의 대북정책이 남은 임기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강경 일색
정책 변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행보에 국민이 지나치게 익숙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외 전문가들 역시 무력도발에도 놀라지 않는 국민의 ‘안보불감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모든 사건이 ‘방심’으로부터 비롯되는 만큼 북한의 행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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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