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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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