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로세움3차’ 두산중공업-유령투자자 연결고리 추적

두산이 매각하고 두산이 매입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빌딩을 세운 시공사와 인수에 참여했던 투자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예사롭지 않다. 두 팔 걷고 투자자를 돕고 나선 시공사의 행동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표면상 남남일 뿐 한몸이나 마찬가지라는 뜬소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 바로세움3차(현 에이프로스퀘어)

2008년 시선RDI는 ‘바로세움3차(2014년 에이프로스퀘어 명칭 변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9-9번지 일대에 대지면적 2169.30㎡, 연면적 2만7220.37㎡로 15층짜리 오피스빌딩을 짓는 게 사업의 핵심이었다.

창대했던 시작
처참했던 결말

시작은 순조로웠다.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은 PF 대출 보증을 섰고, 이를 토대로 시행사인 시선RDI는 1200억원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준공을 앞두고 휘청였다.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분양에 참패한 게 결정타였다.

분양 실패의 영향으로 공사비를 받지 못한 두산중공업은 2011년 5월, PF 상환 불이행을 이유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했고, 바로세움3차를 공매 처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SPC 회사인 ‘더케이’를 설립해 PF 상환용 자금 137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바로세움3차 매각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소유권을 주장한 시행사 측과의 소송전이 2014년까지 지속된 데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침체 정국이었던 탓이다.


그사이 금융 부담은 확대됐다. 프로젝트 초장기 1200억원이던 대출금은 건물 매각 과정이 완료될 무렵에 1590억원으로 치솟았다.

바로세움3차 새 주인 찾기는 2014년을 눈앞에 둔 시점이 돼서야 겨우 성사됐다.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영하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이하 엠플러스9호)’가 2013년 12월24일 바로세움3차 인수대금 1680억원을 납부한 데 따른 변화였다.

매입 당시 엠플러스9호의 설정액(수익증권)은 500억원. 엠플러스자산운용을 휘하에 둔 ‘군인공제회’가 300억원, ‘키스톤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가 150억원,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5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인수 비용은 총 7곳의 저축은행에서 끌어온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두산중공업은 향후 10년간 바로세움3차 3∼15층 책임 임대 조건을 내걸 만큼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불어나는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미 쌓인 손실만 230억원에 달하던 상태였다.

두산중공업은 엠플러스9호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도 발벗고 나섰다. 엠플러스9호의 바로세움3차 인수 나흘 전인 2013년 12월20일, 군인공제회와 두산중공업 사이에 작성된 합의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 군인공제회와 두산중공업 간 합의서

해당 문서는 군인공제회가 3∼5년 내 엠플러스9호 수익권을 두산중공업에 되팔거나, 두산중공업이 군인공제회에 수익권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콜옵션·풋옵션 개념이다.

또 두산중공업은 군인공제회 이외 투자자의 기일 내 투자를 직접 보증하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정강과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투자확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두산중공업이 투자확약 금액(정강 50억원, 키스톤인베스트먼트 150억원)을 대신 넣는다는 조항이 삽입돼있다.


공교롭게도 두산중공업이 엠플러스9호 투자자 모집에 깊이 관여한 정황은 두산중공업이 해당 빌딩 매입의 주체로 의심받는 이유로 작용한다. 특히 엠플러스9호 수익권자로 끌어들인 키스톤인베스트먼트의 불분명한 실체가 이 같은 주장을 부채질한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발행 및 상환을 주목적으로 하는 유동화 회사로 분류된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엠플러스9호 수익권자에 이름을 올린 건 전적으로 두산중공업 덕분이었다. 자금 조달 과정서 이 같은 특징이 부각된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키스톤제이차’로부터 150억원 전액을 대출받아 엠플러스9호에 투자했다. 키스톤제이차는 대출채권을 ABCP로 발행해 채권시장에 유통했다. 최종 만기일은 2014년 12월24일이었다.

하지만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자본금 1만원에 불과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만기일까지 상환이 불가능했다. 엠플러스9호 수익권을 유지하려면 리파이낸싱은 필수였다.

이 과정서 키스톤제이차의 역할은 ‘키스톤제삼차’가 넘겨받았다. 키스톤제삼차는 2014년 12월23일 키스톤인베스트먼트와 150억원 한도의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대출 실행을 위해 대출채권과 부수담보권을 기초로 ABSTB(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차환 발행하는 과정을 밟았다.

투자자 끌어
몸소 보증까지 

‘하이아이비제십차(대출금액 179억원)’가 마지막 채권자로 유동화에 참여했던 2017년 3월까지 두산중공업은 리파이낸싱에 꾸준히 관여했다. 특히 신용보강 차원서 이뤄진 지급보증에 적극적이었다.

두산중공업 사업보고서(2014∼2016)를 보면 두산중공업은 수익증권 매입확약과 관련해 키스톤인베스트먼트에 매년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지급보증 액수는 해마다 커졌는다. 

이는 리파이낸싱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비춰진다. 2014년 사업보고서에서 150억원으로 확인된 키스톤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는 이듬해 16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6년 179억원까지 증대됐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여타 유동화증권(ABCP·ABSTB) 발행 과정과 사뭇 달랐다. 통상 유동화증권은 기초자산으로 대출을 선행한 뒤 발행한다. 하지만 키스톤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유동화증권이 먼저 발행되고, 두산중공업이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초자산이 없는 상태서 두산중공업의 신용도에 의지한 채 유동화증권이 발행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키스톤인베스트먼트를 바로세움3차 매각에 참여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다. 2013년 3월21일 설립 당시 키스톤인베스트먼트의 상호는 ‘키스톤제일차’였다. 키스톤제이차(2013년 3월22일)와는 하루 차이로 만들어졌고, 설립인은 동일하다.

키스톤제일차는 설립 일주일 만에 에이치엠씨투자증권의 환매조건부채권을 기초자산으로 100억원짜리 ABCP를 발행했다. 발행일은 2013년 3월27일, 만기일은 이튿날이었다.


이 같은 행보는 자본시장법서 금융투자회사의 장외 파생거래 적격 거래상대방에 해당하는 ‘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을 채우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전문투자자 등록을 위해서는 등록 전일 금융투자상품 잔고 100억원 이상 유지가 필수다. 이를 충족 못하면 펀드 지분투자는 불가능하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춘 덕분에 엠플러스9호 수익권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던 셈이다.

내 편 같은 남
대놓고 챙기기

키스톤제삼차는 두산중공업과 키스톤인베스트먼트과의 긴밀한 관계를 추측케 하는 또 다른 흔적이다. 2014년 4월15일 설립된 키스톤제삼차는 키스톤인베스트먼트의 채권자이자 ABSTB를 발행을 담당했던 유동화회사지만, 이는 사업 목적 및 상호 변경에 따른 것이었다. 

설립 당시 이름은 ‘케이원모우제이차’였고, 당초 목적은 ‘케이원모우제일차’에 이어 홍천에 위치한 ‘클럽모우CC’ 개발사업 관련 ABCP 발행을 위함이었다. 케이원모우제일차는 2014년 4월23일부터 2016년4월20일 만기일까지 300억대 단기사채를 발행한 전례가 있다.

홍천클럽모우CC는 두산중공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13년 클럽모우 골프장 시공업체로 참여한 두산중공업은 시행을 맡았던 장락개발이 자금난을 겪자, 채무 인수 형태로 골프장을 인수했다.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해 유동화회사 ‘홍천개발제일차’가 설립됐고, 클럽모우CC 프로젝트에 대한 빚은 전부 홍천개발제일차로 이관됐다. 홍천개발제일차는 다른 유동화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유동화회사들은 대출채권을 ABSTB로 발행해 채권시장에 유통했다. 이 과정서 두산중공업은 홍천개발제일차의 채무보증에 나서야 했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사실상 두산중공업의 의지에 따라 운영됐다는 의혹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단순히 엠플러스9호에 참여했던 회사일 뿐”이라며 “당시 두산중공업의 보증에 나섰던 건 그만큼 매각고자 했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이지만 남 같지 않은 관계
남은 것 없는 결과물…속내는?

흥미로운 점은 엠플러스9호 수익권을 보유했던 3곳 모두 표면상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비슷한 시기에 제3자에게 수익권을 팔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2017년 3월 엠플러스9의 수익증권을 ‘아시아퍼시픽캐피탈어드바이저(APC)’에 원금가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공제회는 2017년 2월 말 투자 원금을 되돌려 받았고, 정강의 2017년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는 투자금 50억원 회수가 기록돼있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 역시 수익증권을 APC에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두산중공업 사업보고서(2014∼2016) 상에 등장하던 키스톤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지급보증 내역이 2017년에 사라졌다는 점을 통해 유추가 가능하다.

하지만 건물 임대료 등을 통한 수익이 크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들이 3년 만에 원금 그대로 펀드 수익증권을 넘긴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특히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 발생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해를 보고 수익증권을 넘긴 꼴이다.

더욱이 엠플러스9호 수익증권을 넘겨받은 APC는 약 2년 후인 지난 2019년 3월 에이프로스퀘어를 2040억원에 마스턴투자운용이 운영하는 ‘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49호’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APC가 투자한 2년이 360억원이라는 시세차익으로 되돌아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엠플러스9호가 바로세움3차를 매각하기 전인 2018년 7월6일 청산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 전 두산중공업 관계자가 검찰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

이런 이유로, APC가 엠플러스9호 수익증권을 사들이는 과정서 일종의 ‘이면계약’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군인공제회와 두산중공업 간 합의서도 2014년경 검찰이 바로세움3차 매각 과정서 불공정계약 행위 여부를 검토하면서 확인된 사안이었다. 당시 검찰에 불려간 두산중공업 사업개발팀 차장 최모씨는 합의서와 함께 제출한 자필진술서에, 두산중공업은 150억원을 출자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APC와 정강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접점도 이면계약서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배경으로 작용한다. APC는 투자 전문 어드바이저로 알려진 자본금 1000만원짜리 유한회사다. 홍콩계 부동산전문 사모펀드 운용사 등을 대신해 국내 부동산 NPL 매물을 찾아주는 업무를 맡아왔다. 김주욱 APC 대표는 우병우 전 수석과 예전부터 교류하던 사이로 알려져 있다.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가능성

한편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우병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던 2017년 3월 박영수 특검은 “우병우의 아내인 이모씨가 상가개발빌딩(바로세움3차)에 투자한 것으로 돼있다. (중략)한 발짝만 들어가면 되는데, 검찰이 딱 거기서 멈춰 섰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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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