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7억과 50억 클럽’ 3000억 빌딩 계약의 비밀

자기들이 팔아놓고 매도인에 물어봐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3000억원대 고층 건물. 이 건물을 사이에 둔 소유권 분쟁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대 4000억원대로 평가받는 이 건물을 둘러싼 시공사와 시행사, 신탁사 그리고 사모펀드 등의 이해관계는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상태다. 최근에는 법정 공방 과정에서 10년 전 ‘부동산매매계약서’가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한 에이프로스퀘어(전 시선바로세움 3차)는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건물로 2011년 준공됐다. 에이프로스퀘어는 지난 10여년 동안 소유주가 5차례나 바뀔 만큼 부침을 겪었다. 시공사와 시행사, 사모펀드 등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가격변동도 컸다. 

시끄러운
노른자땅

2008년 1월 시행사 시선RDI는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을 만들었다. 시선바로세움은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2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당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은 시공사로 참여했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5월 분양 지연 등으로 시선바로세움의 대출금 변제가 늦어졌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후 두산중공업이 대신 대출금을 변제하는 듯 한 수순이 뒤따랐고, 결과적으로 더케이(두산중공업의 SPC)로 우선수익자가 변경됐다. 이후 더케이의 수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이 에이프로스퀘어를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건물 매입을 위한 ‘사모펀드’가 등장했다.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는 시선RDI→더케이(두산중공업의 SPC)→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펀드의 수탁자)→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9호의 수탁자)→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의 수탁자)으로 바뀌었다.


각각의 사모펀드는 엠플러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제이알투자운용이 조성했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시행사에서 시공사로 소유권이 넘어갈 당시 분양 지연, 대위변제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됐다며 두산중공업과 한국자산신탁 등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2011년 시작된 시행사와 시공사, 수탁사 간의 법정 공방은 2014년 대법원까지 간 끝에 시선RDI의 패소로 끝났다. 

하지만 김대근 대표는 2019년 11월, 5년 전 재판에서 다루지 못했던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시선RDI가 더케이를 상대로 제기한 ‘우선수익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은 처음에는 각하됐지만 이례적으로 재재심까지 이어졌다.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이다.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소유권 분쟁
법정 공방 과정에서 나온 계약서

최근에는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이 다른 방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처음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이른바 대장동 사건과의 연결고리다.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 사건 너머로 대장동 사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의외의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악연을 주장한 바 있다.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 과정에서 시선RDI가 연전연패를 기록한 이유로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을 꼽기도 했다(<단독> ‘대장동 3인방’ 처음 얽힌 4000억 사건 추적(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2233), <일요시사> 1349호). 

김만배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둔 민간업체의 핵심 멤버고,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은 김만배씨에게 50억원을 약속받은 정관계 인사를 뜻하는 ‘50억 클럽’의 멤버로 의심받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박 전 특검을 통해 김만배씨를 소개받았고 이들 세 사람은 자주 술자리에서 어울렸다고 한다. 


김대근 대표는 2010년경 지인을 통해 박 전 특검을 소개받았다. 에이프로스퀘어를 한창 짓고 있던 시기다. 김대근 대표는 박 전 특검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산호에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을 지급했다. 박 전 특검은 2010년 7월 에이프로스퀘어 상량식 행사에도 참석할 만큼 김대근 대표와 친분이 두터웠다. 

박 전 특검은 2011년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이 불거졌을 당시 시선RDI 측 변호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김대근 대표와 김만배씨의 인연 역시 박 전 특검의 소개로 이뤄졌다. 2010~2011년 법조기자였던 김만배씨를 박 전 특검이 김대근 대표에게 연결했던 것.

김대근 대표는 “그 당시 한창 잘나가던 무렵이라 대부분의 술값은 내가 냈다”며 “김만배에겐 현금으로 여러 번에 걸쳐 뭉칫돈을 건넨 적 있다. 4000만원가량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갑자기 툭
대장동 사건

세 사람의 관계는 박 전 특검이 소송에서 손을 떼면서 급격하게 냉각됐다. 2014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김대근 대표는 이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2018~2019년 무렵 김만배씨를 찾기에 이른다.  

김대근 대표는 김만배씨에게 연락했고 동생 계좌를 통해 300만원(2018년 5월18일), 200만원(2018년 9월21일), 100만원(2018년 9월21일), 100만원(2019년 1월31일) 등 총 700만원을 송금받았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엔 어떤 거래도 오가지 않았다. 김대근 대표와 김만배씨의 인연은 그때로 끝이었다. 

최근 검찰이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자 박 전 특검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의 과거 행적이 공개되면서 덩달아 김대근 대표와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이 부각되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과 대장동 사건의 등장인물이 겹치는 점을 언급하면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이른바 ‘에이프로스퀘어 판 50억 클럽’ 의혹이다. <일요시사>는 두산중공업의 SPC(특수목적법인)인 더케이가 엠플러스자산운용으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맺은 ‘부동산매매계약서’(이하 계약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시선RDI와 두산중공업, 한국자산신탁 간의 소송 과정에서 나온 문건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매도인은 한국자산신탁, 더케이의 신탁사이고 매수인은 한국증권금융, 엠플러스자산운용에서 조성한 펀드인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이하 엠플러스9호)의 신탁사다. 엠플러스9호는 에이프로스퀘어 매입을 위해 만들어진 펀드다.

2013년 12월20일 매도인과 매수인은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1680억원에 넘기기로 계약했다. 

인물 겹치고
다른 부분은?

흥미로운 대목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맺은 계약 내용에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매매대금을 ‘매매대금 중 47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2순위 우선익자의 채권과 선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납부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 당시 에이프로스퀘어의 2순위 우선수익자는 시공사(두산중공업)가 만든 더케이였다.


다시 말해 두산중공업과 엠플러스자산운용 간 47억원에 이르는 금전거래가 있었고 이를 반영해 해당 액수만큼을 제하고 매매대금을 치르는 조건이었다는 뜻이다. 엠플러스9호의 설정액(수익증권)은 500억원. 군인공제회가 300억원, 키스톤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가 150억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5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한국자산신탁과 한국증권금융이 매매계약을 맺은 2013년 12월20일 군인공제회와 두산중공업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는 군인공제회가 3~5년 내 엠플러스9호 수익권을 두산중공업에 되팔거나, 두산중공업이 군인공제회에 수익권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두산중공업은 군인공제회 이외 투자자의 기일 내 투자를 직접 보증하기도 했다. 실제 합의서에는 정강(50억원)과 키스톤인베스트먼트(150억원)가 투자확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두산중공업이 투자금을 대신 넣는다는 조항이 삽입돼있다. 엠플러스9호 조성에 두산중공업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합의서에 대해 “군인공제회와는 다시 팔거나 사는 게 가능한 콜옵션-풋옵션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자산운용펀드 파생상품 시 많이 활용되는 금융계약조건”이라며 “쌍방이 필요한 상황에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옵션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와의 관련성도 부인했다.

대신 정산 조건으로 갈음?
돈의 성격 두고 의혹 제기


하지만 당시 합의서 내용에는 47억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전 두산중공업 관계자가 검찰에 제출한 자필진술서에도 마찬가지다. 기타 투자자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에 정강과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각각 50억원과 150억원을 투자했고 투자금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했다며 두산중공업은 150억원을 출자하지 않았다고 밝혔을 뿐이다.

일반적인 사모펀드와 마찬가지로 엠플러스9호는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조성됐다. 건물을 매입해 비싼 가격에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특정 기업과 47억원에 이르는 금전거래를 한 이유에 대해 의문점이 제기된다.

두산중공업이 선상계한 47억원의 성격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엠플러스9호의 설정일은 2013년 12월24일로 계약일과 불과 나흘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일단 정강의 2017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는 투자금 50억원 회수가 기록돼있다. 다만 김대근 대표는 선상계한한 금액과 정강의 투자금의 연관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의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47억원이라는 액수를 봐서는 정강(50억원)의 투자금이 의심스럽다”며 “두산중공업이 정강에 47억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이를 대신 정산해주는 조건으로 투자금을 갈음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병우는 에이프로스퀘어 매입 과정에서 법률 자문을 해주고 투자금 없이 펀드에 참여한 게 아닌가”라며 “대장동 사건의 50억 클럽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017년 3월 엠플러스9호의 수익증권은 ‘아시아퍼시픽캐피탈어드바이저(APC)’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군인공제회, 키스톤인베스트먼트, 정강 등 3곳은 표면상으로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이후 APC는 2019년 3월 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49호에 에이프로스퀘어를 2040억원에 넘겼다. 

수익 없이
본전치기?

두산중공업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문의해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SPC인 더케이의 신탁사가 매도인인 즉, 두산중공업이 매도인인 상황에서 매도인에게 계약 내용에 대해 물어보라는 엉뚱한 답변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당 매매계약은 10년 전에 체결된 것이고 시행사(시선RDI)와의 소송 과정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부분도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문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와 관련된 민형사상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