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00억 ‘에이프로스퀘어’에 묻은 이상한 흔적들

몰랐어도 문제…알았어도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강남 노른자 땅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이 새 주인을 맞이했다. 다만 빌딩을 인수한 시기가 많은 뒷말을 낳게 한다. 굳이 위험 부담을 안고 사들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4월25일 JR투자운용이 운용하는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는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소재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 오피스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2개월여 만이다. 매각금액은 3080억원이고, JR투자운용은 신탁형 펀드를 조성해 1271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남는 장사

에이프로스퀘어의 실질 소유자는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지만, 등기상 소유주는 수탁자인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22일 JR자산운용과의 신탁계약을 통해 수탁자로 이름을 올렸고, 엿새 뒤인 지난 4월28일 이전 소유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에이프로스퀘어는 마스턴자산운용이 조성한 ‘마스턴밸류애드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9호’가 소유했던 부동산이다. 해당 펀드에는 ▲국민연금 ▲산재기금 ▲군인공제회 ▲현대해상 등이 투자했다.

이번 매각으로 마스턴투자운용은 1000억원대 시세차익을 남겼다. 앞서 마스턴투자운용은 2019년 3월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로부터 해당 오피스를 매입하는 데 204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JR투자운용 입장에서도 에이프로스퀘어는 쏠쏠한 쓰임새가 부각되는 매물이다.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지하 5층~지상 15층, 연면적 2만7220㎡(약 8234평) 규모로 준공됐고, 현재 두산중공업과 위워크가 전체 면적의 약 80%를 임차해 사용 중이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향후 에이프로스퀘어를 매물로 내놓을 경우 교통의 요지라는 특성이 시세차익을 극대화하는 배경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해당 오피스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위치하며, 신논현역(신분당선) 개통과 용산역까지 신분당선 연장 등 추가적인 주변 개발 효과를 기대해봄직하다.

실질적 몸값에 비해 매각금액이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희소식이다. 몇몇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입지조건·면적 등을 고려한 에이프로스퀘어의 현 시세를 4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JR투자운용이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사들인 금액보다 1000억원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호재만 가득한 건 아니다. 소유권을 둘러싼 거듭된 잡음은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을 곤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옛 소유주가 제기했던 헌법재판소 가처분 신청은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의 행적을 유심히 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알면서
모른 척?

지난 3월23일 에이프로스퀘어의 최초 소유주인 시선RDI 측은 헌법재판소에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가처분 신청은 김대근 시선RDI 대표가 지난해 11월19일 헌법재판소에 낸 본안(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등 위헌소헌) 사건과 맞닿아 있다.

당시 김 대표는 검사의 공권력 행사 및 불기소 처분 등으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및 평등권,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시선RDI가 검찰의 부당한 조사로 인해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빼앗겼다고 강조하는 한편,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놀랍게도 헌법재판소는 김 대표가 낸 위헌소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1일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의 심판에 회부하고, 국선변호인 선정을 결정했다. 개인의 요청에 의해 헌법 개정 여부가 검토되는 지극히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진 셈이다.

위헌소원이 심판 회부되자, 에이프로스퀘어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헌법재판소는 시선RDI 측이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지 닷새 만인 지난 3월28일 법무부 장관 및 법원행정처장, 국회의장, 서울고등법원 등에 가처분 신청 접수를 통지했고, 현재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 심리 중인 상태다.

눈여겨볼 부분은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이 에이프로스퀘어를 인수하고 소유권자로 등재된 시기(지난 4월28일)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가 접수 통지(지난 3월28일)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3월30일 시선RDI 측은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법인 12곳에 가처분 신청 접수 통지 사실과 함께 부동산 매각금지 및 반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신분이었던 JR투자운용은 해당 공문을 발송 이틀 뒤인 지난 4월1일 수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국내 법조계 성향을 감안하면 개인이 낸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며 “본안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 결과가 영향을 받을 텐데, 인수자 측이 급하게 매매에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몰랐다는데…정말?

JR투자운용은 헌법재판소 가처분 신청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JR투자운용 관계자는 “해당 사실을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알지 못했다”며 “에이프로스케어 인수 건은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수탁자인 우리은행도 같은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 사실을 JR투자운용으로부터 전해들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에이프로스퀘어 인수에 앞서 이뤄진 헌법재판소 가처분 신청이 현재 심리 중인 상태만으로도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을 난감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가처분 신청 심리 중이라는 상태를 사전에 알았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이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은 향후 에이프로스퀘어 처분을 고려할 때 제약이 뒤따를 수 있다. 본안 건이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과 연결된 탓이다.

김 대표가 낸 위헌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의 행방이 묘연해질 위험성이 충분하다.

구멍 뚫리면
누구 책임?


JR투자운용의 경우 가처분 신청 사실을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전달했느냐가 쟁점이다. 사전 인지 상태에서 투자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리스크 요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생긴다. 인지하지 못했다면, 기초적인 리스크 요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걸 인정한 셈이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향후 생각지 못한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수탁자인 우리은행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 신탁 관계에 따라 위탁자로부터 일정한 사무를 위임받은 수탁자는 해당 물건의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은행 측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가처분 금지 신청 내용을 파악할 수 없으며 가처분 금지 신청만으로 수탁 예정자가 이를 확인하기란 어렵단 입장이다. 

등기 검인 절차상에서도 우리은행이 수탁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수탁자는 신탁계약에 의한 소유권 이전 시 등기 원인을 증명하는 검인 과정을 밟아야 한다. 

우리은행 측은 절차대로 검인 과정을 진행했다고 언급한 상태다. 등기와 관련해 관할인 서초구청의 검인을 완료했으며, 검인된 신탁계약서와 관련한 신고필증을 보관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이 시선RDI 측에 회신한 내용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 시 뒤따라야 할 관련된 부동산매매계약서 및 신탁등기 말소,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른 검인 신고 여부 등이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상에서 부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곳곳에
의문투성


한편 에이프로스퀘어가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목격된 이해하기 힘든 몇몇 구석은 해당 펀드에 투자한 기관 및 법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연결된다. 현 시점에서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에 투자한 기관 및 법인의 정확한 내역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탁계약서상에 수익자가 기재되는 통상적인 사모펀드 사례와 달리 해당 펀드는 이마저도 생략돼있어 실소유주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복잡했던 에이프로스퀘어 과거사

2008년 1월 시선RDI는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시선RDI 자본금 5000만원으로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을 세웠고, 시선바로세움은 기업어음 1200억원을 발행했다. 

그러나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이 2011년 5월 상환 실패를 이유로 대위변제에 나서면서, 시선RDI는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잃게 됐다.

이후 시선RDI는 시공사(두산중공업)와 수탁사(한국자산신탁)가 공모해 소유권을 빼앗았다며 소송전에 돌입했지만, 2014년 대법원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손을 들어줬다.

시선RDI는 과거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남성민)는 지난해 7월 시선RDI가 더케이(두산중공업 SPC)을 상대로 낸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확인 소송 재심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내용들은 민사소송법에 의한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사이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은 제3자에게 넘어갔다.

2013년 12월24일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영하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는 바로세움3차 인수대금 1680억원을 납부하고 빌딩의 새 주인으로 나섰다.

2011년 감정가 2630억원으로 평가받던 빌딩을 1000억원가량 낮은 금액에 매입한 것이다.

매입 당시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의 설정액(수익증권)은 500억원, 엠플러스자산운용을 휘하에 둔 ‘군인공제회’가 300억원, ‘키스톤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가 150억원,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5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인수 비용은 총 7곳의 저축은행에서 끌어온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다만 이들은 2017년 3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의 수익증권을 ‘아시아퍼시픽캐피탈어드바이저(APC)’에 원금가에 넘겼다.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은 2019년 3월 또 한 번 바뀌었다.

이 무렵 마스턴투자운용이 운영하는 ‘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49호’는 에이프로스퀘어를 2040억원에 사들였다.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는 투자 4년여 만에 시세차익 360억원을 달성했다. <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