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 3인방' 처음 얽힌 4000억 사건 추적

박영수-김만배-권순일 10년 전 인연 속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수천억원의 개발이익과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버무려지면서 대형 게이트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언론인 출신 인사가 대주주로 있는 업체에서 검사·판사 출신 법조계 인물에 거액을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의 인연은 언제부터였을까. 10여년 전 사건이 실마리로 떠올랐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대장동 사건
대선 블랙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 사업자들이 챙긴 4040억원의 초과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4000억원이 넘는 개발수익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언론·법조계·정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직 언론인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천하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구속됐다.

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의혹, 이른바 ‘50억원 클럽’ 멤버로 지목됐다. 


대장동 사건에서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고문료를 받고 ▲딸의 화천대유 입사 ▲김씨가 박 전 특검의 인척에게 100억원을 줬다는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 활동을 하면서 보수를 지급 받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때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선거법 위반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었다. 당시 판결을 전후로 김씨와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 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씨는 9차례 대법원 방문 중 8차례는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2011년 강남 건물 소유권 분쟁
세 사람, 한 사건에 동시 등장

공교로운 점은 대장동 사건의 주요 인물인 김만배씨와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세 사람이 10여년 전 불거진 한 사건에 동시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2011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4000억원 규모의 건물 ‘시선바로세움 3차’(현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싸고 시행사(시선RDI)와 시공사(두산중공업) 간의 소유권 분쟁이 불거졌다.

2011년 1월 완공된 시선바로세움 3차는 지하 5층, 지상 15층 건물로, 지난 10년 동안 시선RDI→더케이(두산중공업의 SPC)→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펀드의 수탁자)→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9호의 수탁자) 등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시선RDI는 건물 신축을 위해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 이름으로 기업어음 1200억원을 발행해 사용했다. 하지만 분양 지연 등으로 변제가 늦어지자 책임준공을 했던 두산중공업이 대위변제를 했고, 이후 수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이 건물을 공매 처분하면서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때 매입 과정에서 등장한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펀드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참여했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분양 지연, 대위변제 등의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4000억 건물
누구 소유?

김 대표는 “두산중공업 측이 분양사업을 못하도록 신탁을 무효·종료시킨 뒤 시행사의 동의도 없이 시선바로세움의 대출금 1200억원을 ‘묻지 마 대위변제’했다. 또 등기 이전 과정에서도 불법이 자행됐다”면서 “우병우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작업에 걸려들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2011년 두산중공업, 한국자산신탁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4년 대법원이 시공사와 수탁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종 패소했다. 이 사건은 2019년부터 ‘지난 재판에서 모르고 있던 핵심증거를 발견했다’며 재심을 신청한 김 대표의 주장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재심 여부 판단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10여년에 걸친 소송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한 이유로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 등을 꼽았다. 대장동 사건의 주요 인물인 두 사람이 자신의 소송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의 소개로 알게 된 김만배씨에게 ‘재판 거래’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줬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 전 특검과 김 대표의 인연은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선RDI 대표로 승승장구하던 무렵, 김 대표는 지인을 통해 박 전 특검을 소개받았다. 박 전 특검은 검사를 그만두고 법무법인 산호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박 전 특검의 법무법인에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가량 지급했다.

박 전 특검은 2010년 7월7일 시선바로세움 3차 신축공사 상량식에 참석할 만큼 김 대표와 친분이 깊었다고 한다. 그가 법조기자였던 김씨를 김 대표에게 소개한 시기도 이 무렵이다. 김 대표와 박 전 특검, 김씨는 술자리 등에서 자주 어울렸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창 잘나갈 때였기 때문에 대부분 내가 계산했다”고 주장했다. 

세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한 건 2011년 김 대표가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소유권 소송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박 전 특검은 당시 시선RDI가 제기한 민·형사소송의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법조기자·변호사·대법관
대주주·50억원 클럽 멤버


<일요시사>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2011년 5월24일 시선RDI가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소송에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2011년 6월20일 김 대표가 두산중공업·교보증권·더케이 대표이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형사사건에서도 담당변호사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김씨와 박 전 특검으로부터 일종의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만배가 자신이 법조기자니까 소송에 도움이 되게끔 담당판사를 만나보겠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며 “처음에는 돈을 주지 않다가 이후 박영수가 ‘김만배가 일을 좀 하나 본데 소송 관련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니 좀 도와줘라’는 뉘앙스로 말해 주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수천만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있던 김 대표는 2~3차례에 걸쳐 5만원권 뭉칫돈으로 총 4000만원을 김씨에게 건넸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박 전 특검의 법무법인 산호 근처 카페, 식당 등에서 편지봉투에 담아 한 번에 1000만원에서 2000만원씩 줬다는 것이다. 100만원, 200만원가량의 용돈은 별개였다. 

김 대표는 “지금이야 전문가가 다 됐지만 그때는 소송은커녕 법률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도움이 되나보다 해서 (돈을 줬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세 사람은 술자리 등에서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김씨 역시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소유권 소송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민사소송과 형사고발 사건은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김 대표가 김씨에게 사정을 묻자 “좀 기다려 보라”는 답만 돌아왔다. 민사소송의 경우 2011년 5월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는데, 법무법인 산호 측에서 항고를 하지 않으면서 같은 해 7월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현금 4000만원
계좌 700만원


형사고발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에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박 전 특검은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소유권 소송에서 손을 뗐다. 김 대표는 “박영수가 술자리에서 ‘무시 못 할 후배들이 우리 사건에 대해 손을 좀 떼 달라 그래서 내가 중립을 좀 해야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 박영수는 소송에서 빠졌고 김만배와의 연락도 끊어졌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2년 시선RDI가 더케이를 상대로 제기한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 확인’, 한국자산신탁과의 ‘신탁재산 처분 금지’ 소송 등에서 박 전 특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후 김 대표는 두 사람에게 일절 연락을 하지 않다가 2018년에 이르러 김씨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온 가족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경제 상황이 극한까지 몰린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그때는 정말 돈이 궁해서 예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만배도 나한테 4000만원을 받아갔으니 그 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전화에 ‘나한테 돈 빌려준 거 있냐’고 말했던 김씨는 ‘월급쟁이라 그렇게 큰돈은 없다’면서도 2018~2019년 4차례에 걸쳐 김 대표의 동생 계좌로 700만원을 송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대표 동생의 계좌 내역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5월18일, 9월21일(2회), 2019년 1월31일 등에 각각 300만원, 200만원, 100만원, 100만원을 보냈다. 돈을 갚겠다는 김 대표의 말에도 “아, 갚지 마. 안 갚아도 돼”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2019년 1월을 끝으로 김 대표는 더 이상 김씨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김씨도 돈을 갚으라는 말이 없었다.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는 2015년 2월6일 설립됐다. 2016년 8월에는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다시 말해 김씨는 2018년 김 대표가 전화하기 이전 이미 대장동 사건에 깊숙이 개입해 있던 상황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언론에서 대장동 사건이 크게 불거지고 난 뒤에야 박 전 특검과 김씨를 떠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권 전 대법관의 존재도 기억해냈다. 2014년 12월11일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 확인’ 상고심에서 시선RDI의 최종 패소 판결을 내린 주심 대법관이 바로 그였다.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9월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소송 진행 과정에서 권순일의 이름을 봤던 기억이 있어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2014년 건물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간 소송의 주심 대법관이 권순일이었다. 정말 놀랐다”며 “권순일의 흔적은 등기 이전 과정에서도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임명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2014년 8월까지 근무했다.

11년 이후 연락 끊겨
14년 소송 최종 패소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은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자산운용의 수탁자) 등이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에 대해 진행한 등기 신청을 총 10번에 걸쳐 각하 결정을 내린다. 당시 1순위 우선수익자였던 시선바로세움의 동의서 및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비송사건(일반적인 소송절차를 따르지 않고 재판 없이 법원이 판단) 등기관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에서 기록명령 인용 처분이 나온 이후 2014년 4월29일 등기 신청이 완료됐다.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의 소유권이 완전히 김 대표의 손을 떠난 날이었다.

김 대표는 “부동산등기법 등에 의해 절대 등기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등기가 됐다”며 “법이고 뭐고 없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전국의 법원 등기국은 법원행정처에서 관리한다. 권순일은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처장 다음으로 높은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등기국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부동산 등기, 상업 등기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권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당시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등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장동 사건의 주요 인물로 꼽히는 김만배씨와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이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소유권 소송에서 ‘박 전 특검의 지인이자 법조기자’ ‘시선RDI 측 최초 변호인’ ‘소유권 소송의 쐐기를 박은 주심 대법관’으로 자리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이게 우연인지 정말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김 대표는 “박영수와 김만배에게 정말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꼈다. 특히 박영수가 우리 사건에서 손을 떼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소송(재심 판단 여부)이나 2014년 소송 모두 우리가 패소할 게 아니었다. 오로지 이건 강탈당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 전 특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남겼지만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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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