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 3인방' 처음 얽힌 4000억 사건 추적

박영수-김만배-권순일 10년 전 인연 속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수천억원의 개발이익과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버무려지면서 대형 게이트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언론인 출신 인사가 대주주로 있는 업체에서 검사·판사 출신 법조계 인물에 거액을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의 인연은 언제부터였을까. 10여년 전 사건이 실마리로 떠올랐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대장동 사건
대선 블랙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 사업자들이 챙긴 4040억원의 초과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4000억원이 넘는 개발수익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언론·법조계·정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직 언론인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천하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구속됐다.

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의혹, 이른바 ‘50억원 클럽’ 멤버로 지목됐다. 


대장동 사건에서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고문료를 받고 ▲딸의 화천대유 입사 ▲김씨가 박 전 특검의 인척에게 100억원을 줬다는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 활동을 하면서 보수를 지급 받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때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선거법 위반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었다. 당시 판결을 전후로 김씨와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 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씨는 9차례 대법원 방문 중 8차례는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2011년 강남 건물 소유권 분쟁
세 사람, 한 사건에 동시 등장

공교로운 점은 대장동 사건의 주요 인물인 김만배씨와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세 사람이 10여년 전 불거진 한 사건에 동시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2011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4000억원 규모의 건물 ‘시선바로세움 3차’(현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싸고 시행사(시선RDI)와 시공사(두산중공업) 간의 소유권 분쟁이 불거졌다.

2011년 1월 완공된 시선바로세움 3차는 지하 5층, 지상 15층 건물로, 지난 10년 동안 시선RDI→더케이(두산중공업의 SPC)→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펀드의 수탁자)→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9호의 수탁자) 등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시선RDI는 건물 신축을 위해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 이름으로 기업어음 1200억원을 발행해 사용했다. 하지만 분양 지연 등으로 변제가 늦어지자 책임준공을 했던 두산중공업이 대위변제를 했고, 이후 수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이 건물을 공매 처분하면서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때 매입 과정에서 등장한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펀드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참여했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분양 지연, 대위변제 등의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4000억 건물
누구 소유?

김 대표는 “두산중공업 측이 분양사업을 못하도록 신탁을 무효·종료시킨 뒤 시행사의 동의도 없이 시선바로세움의 대출금 1200억원을 ‘묻지 마 대위변제’했다. 또 등기 이전 과정에서도 불법이 자행됐다”면서 “우병우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작업에 걸려들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2011년 두산중공업, 한국자산신탁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4년 대법원이 시공사와 수탁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종 패소했다. 이 사건은 2019년부터 ‘지난 재판에서 모르고 있던 핵심증거를 발견했다’며 재심을 신청한 김 대표의 주장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재심 여부 판단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10여년에 걸친 소송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한 이유로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 등을 꼽았다. 대장동 사건의 주요 인물인 두 사람이 자신의 소송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의 소개로 알게 된 김만배씨에게 ‘재판 거래’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줬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 전 특검과 김 대표의 인연은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선RDI 대표로 승승장구하던 무렵, 김 대표는 지인을 통해 박 전 특검을 소개받았다. 박 전 특검은 검사를 그만두고 법무법인 산호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박 전 특검의 법무법인에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가량 지급했다.

박 전 특검은 2010년 7월7일 시선바로세움 3차 신축공사 상량식에 참석할 만큼 김 대표와 친분이 깊었다고 한다. 그가 법조기자였던 김씨를 김 대표에게 소개한 시기도 이 무렵이다. 김 대표와 박 전 특검, 김씨는 술자리 등에서 자주 어울렸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창 잘나갈 때였기 때문에 대부분 내가 계산했다”고 주장했다. 

세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한 건 2011년 김 대표가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소유권 소송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박 전 특검은 당시 시선RDI가 제기한 민·형사소송의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법조기자·변호사·대법관
대주주·50억원 클럽 멤버


<일요시사>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2011년 5월24일 시선RDI가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소송에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2011년 6월20일 김 대표가 두산중공업·교보증권·더케이 대표이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형사사건에서도 담당변호사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김씨와 박 전 특검으로부터 일종의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만배가 자신이 법조기자니까 소송에 도움이 되게끔 담당판사를 만나보겠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며 “처음에는 돈을 주지 않다가 이후 박영수가 ‘김만배가 일을 좀 하나 본데 소송 관련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니 좀 도와줘라’는 뉘앙스로 말해 주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수천만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있던 김 대표는 2~3차례에 걸쳐 5만원권 뭉칫돈으로 총 4000만원을 김씨에게 건넸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박 전 특검의 법무법인 산호 근처 카페, 식당 등에서 편지봉투에 담아 한 번에 1000만원에서 2000만원씩 줬다는 것이다. 100만원, 200만원가량의 용돈은 별개였다. 

김 대표는 “지금이야 전문가가 다 됐지만 그때는 소송은커녕 법률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도움이 되나보다 해서 (돈을 줬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세 사람은 술자리 등에서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김씨 역시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소유권 소송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민사소송과 형사고발 사건은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김 대표가 김씨에게 사정을 묻자 “좀 기다려 보라”는 답만 돌아왔다. 민사소송의 경우 2011년 5월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는데, 법무법인 산호 측에서 항고를 하지 않으면서 같은 해 7월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현금 4000만원
계좌 700만원


형사고발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에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박 전 특검은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소유권 소송에서 손을 뗐다. 김 대표는 “박영수가 술자리에서 ‘무시 못 할 후배들이 우리 사건에 대해 손을 좀 떼 달라 그래서 내가 중립을 좀 해야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 박영수는 소송에서 빠졌고 김만배와의 연락도 끊어졌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2년 시선RDI가 더케이를 상대로 제기한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 확인’, 한국자산신탁과의 ‘신탁재산 처분 금지’ 소송 등에서 박 전 특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후 김 대표는 두 사람에게 일절 연락을 하지 않다가 2018년에 이르러 김씨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온 가족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경제 상황이 극한까지 몰린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그때는 정말 돈이 궁해서 예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만배도 나한테 4000만원을 받아갔으니 그 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전화에 ‘나한테 돈 빌려준 거 있냐’고 말했던 김씨는 ‘월급쟁이라 그렇게 큰돈은 없다’면서도 2018~2019년 4차례에 걸쳐 김 대표의 동생 계좌로 700만원을 송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대표 동생의 계좌 내역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5월18일, 9월21일(2회), 2019년 1월31일 등에 각각 300만원, 200만원, 100만원, 100만원을 보냈다. 돈을 갚겠다는 김 대표의 말에도 “아, 갚지 마. 안 갚아도 돼”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2019년 1월을 끝으로 김 대표는 더 이상 김씨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김씨도 돈을 갚으라는 말이 없었다.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는 2015년 2월6일 설립됐다. 2016년 8월에는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다시 말해 김씨는 2018년 김 대표가 전화하기 이전 이미 대장동 사건에 깊숙이 개입해 있던 상황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언론에서 대장동 사건이 크게 불거지고 난 뒤에야 박 전 특검과 김씨를 떠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권 전 대법관의 존재도 기억해냈다. 2014년 12월11일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 확인’ 상고심에서 시선RDI의 최종 패소 판결을 내린 주심 대법관이 바로 그였다.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9월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소송 진행 과정에서 권순일의 이름을 봤던 기억이 있어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2014년 건물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간 소송의 주심 대법관이 권순일이었다. 정말 놀랐다”며 “권순일의 흔적은 등기 이전 과정에서도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임명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2014년 8월까지 근무했다.

11년 이후 연락 끊겨
14년 소송 최종 패소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은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자산운용의 수탁자) 등이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에 대해 진행한 등기 신청을 총 10번에 걸쳐 각하 결정을 내린다. 당시 1순위 우선수익자였던 시선바로세움의 동의서 및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비송사건(일반적인 소송절차를 따르지 않고 재판 없이 법원이 판단) 등기관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에서 기록명령 인용 처분이 나온 이후 2014년 4월29일 등기 신청이 완료됐다.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의 소유권이 완전히 김 대표의 손을 떠난 날이었다.

김 대표는 “부동산등기법 등에 의해 절대 등기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등기가 됐다”며 “법이고 뭐고 없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전국의 법원 등기국은 법원행정처에서 관리한다. 권순일은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처장 다음으로 높은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등기국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부동산 등기, 상업 등기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권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당시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등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장동 사건의 주요 인물로 꼽히는 김만배씨와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이 시선바로세움 3차 건물 소유권 소송에서 ‘박 전 특검의 지인이자 법조기자’ ‘시선RDI 측 최초 변호인’ ‘소유권 소송의 쐐기를 박은 주심 대법관’으로 자리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이게 우연인지 정말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김 대표는 “박영수와 김만배에게 정말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꼈다. 특히 박영수가 우리 사건에서 손을 떼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소송(재심 판단 여부)이나 2014년 소송 모두 우리가 패소할 게 아니었다. 오로지 이건 강탈당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 전 특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남겼지만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heatyang@ilyosisa.co.kr>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