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른바 ‘당원게시판(당게) 사태’와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징계를 의결했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직전 당 대표를 축출하는 극약 처방이 나오자, 잠재돼있던 보수 진영의 화약고가 끝내 터져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3일 오후 5시부터 자정을 넘기는 심야 마라톤 회의 끝에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제명은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으로 나뉘는 국민의힘 징계 처분 중 당적을 박탈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윤리위는 결정문을 통해 “한 전 대표에게 중대한 윤리적,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피조사인 한동훈에 대해 2026년 1월14일 자로 제명을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징계의 핵심 사유는 ‘당원 게시판 여론조작 의혹’이다. 윤리위는 한 전 대표 가족 명의의 계정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한 행위를 문제 삼았다.
윤리위는 “한 전 대표가 가족들이 글을 올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만큼, 가족들의 게시글 작성 사실은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특히 윤리위는 이번 사태의 성격을 단순한 비방이 아닌 ‘업무방해’와 ‘해당 행위’로 규정했다. 윤리위는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하는 글 1000~1600여건이 과도한 빈도수로 반복·도배됐다”며 “이는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개별적 비난을 넘어선 조직적 경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의 정상적인 게시판 관리 업무와 여론 수렴 기능을 마비시킨 행위며,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공론을 왜곡한 중대 사안”이라며 중징계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심지어 “가짜 뉴스를 동원한 괴롭힘은 테러단체에 비견될 정도”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윤리위의 결정 직후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짧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윤리위의 결정을 ‘비민주적 탄압’으로 규정하고, 향후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전면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계파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는 이번 징계를 명백한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징계는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결국 탄핵 찬성에 대한 보복”이라고 성토했다.
송석준 의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의힘 당내 민주주의에 심각한 이상증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처분은 최종 결정으로 가히 당내민주주의의 사망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 이런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 당지도부는 분명하게 소명하고 이 심각한 사태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격분했다.
권영진 의원은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밤중의 쿠데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설마설마했는데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는 완전히 막가파로 당내 민주주의를 짓밟고 통합을 해치는 한밤중의 쿠데타와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정훈 의원은 “윤 어게인 세력을 앞세워 정당사에 남을 최악의 비민주적 결정을 내린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에서 이 의결을 뒤집어야 한다”며 “사익을 위해 당을 선거 패배의 길로 몰고 있는 당 지도부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한계 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40분께 국회 소통관에서 윤리위 의결에 대해 최고위에 재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당 지도부 측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우리는 드루킹을 민주주의라 부르지 않는다”며 “법원에서 문제 삼을 소지가 없으니 자중하라”고 맞받아쳤다.
징계 확정까지는 최고위원회의 의결 절차만이 남았다. 당규상 제명은 최고위의 최종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현재 최고위 구성상 윤리위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장동혁 대표는 이날 ‘대전·충남 통합 관련 정책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한 전대표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고 생각한다”며 “결정을 뒤집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다만 이번 결정을 두고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6월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전직 대표를 내치는 것은 선거 전략상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당내 유력 대권주자이자 직전 대표를 내치는 것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며 “두 정치 세력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봉합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징계로 해결하려는 것은 보수 연대와 선거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지층을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을 적으로 돌리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당의 외연 확장을 가로막고 보수 분열을 고착화하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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