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검찰의 대반격

문-이 측근부터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공격 모드로 돌입했다. 5년 내내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동네북’ 취급을 받았던 검찰이 역공을 취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전 정부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 ‘윗선’ ‘몸통’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공포될 때까지만 해도 검찰의 부활을 점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내내 축소돼온 검찰의 권한은 대통령 임기 말에 이르러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남게 됐다.

초토화됐다
간신히 부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시도에 반발해 사퇴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당선으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전 공포까지 마무리지었다. 

거듭된 권한 축소에 검찰은 초토화됐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고, 전국 고검장들이 사의를 밝히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 이복현 전 검사도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지도부의 연이은 사의 표명으로 검찰 조직 자체가 흔들렸다.

반전은 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1기 내각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한 장관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검찰 요직에 배치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민주당에서 한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예측을 모두 뒤엎고 한 장관을 윤석열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파격 인사였다. 한 장관의 존재감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두드러졌다. 민주당 의원과의 공방전은 유튜브 채널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패 이유로 ‘한동훈 청문회’를 꼽기도 했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행할 대검찰청 차장검사,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 수사팀을 이끌 서울중앙지검장, 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을 잡고 있는 수원지검장 등을 교체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 요직에 배치됐고, 문정부 시절 ‘친정부 검사’로 불렸던 이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뭉개기 의혹’ 수사 기지개
특수통 전진 배치로 급물살

찬밥 취급을 받았던 특수통 검사가 전진 배치되면서 문재인정부,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오는 9월이면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검찰의 권한이 한층 축소되는 만큼 내부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찰의 칼은 사건의 ‘윗선’ ‘몸통’으로 향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성남시에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큰 이익을 봤다는 내용이다. 또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치권, 법조계 유력 인사에 뇌물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화두였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후보끼리 대장동 의혹 몸통이라고 서로를 지목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검사 20여명을 포진시킨 대규모 수사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나왔다. 

결과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로 이어졌다. 대장동 5인방(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은 재판에 넘겼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물론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1처장이 지난해 12월10일과 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내부 감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위로 향한
권력 수사

검찰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눈치를 보고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입성한 이후 검찰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장동 사건 수사가 발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 의원에 대한 수사망이 빠른 속도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의원을 대장동 사건 피의자로 특정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입증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5인방에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도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 인허가·결정권자였던 이 의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을 이용한 정치보복, 정치탄압이 시작된 듯하다”며 “21세기 대명천지에 또다시 사법정치 살인을 획책하자는 거냐.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를 윤석열정부의 보복 수사로 규정한 것이다. 

민주당 역시 “사법살인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의원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배임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편파수사, 기획수사, 정치보복 수사다. 무슨 증거가 있어 이 의원을 배임 혐의 피의자로 특정했는지 밝히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방탄 배지
소용없나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체포특권을 위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의원으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 대상이다. 

더 큰 문제는 측근들의 ‘입’이다. 대장동 5인방의 재판 과정에서 이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 대선 기간 동안에도 대장동 사건 공판이 월요일마다 열리면서 이 의원이 ‘월요일 리스크’ ‘먼데이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의원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무렵 불거졌던 사건 수사도 불이 붙은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의 법카 유용 의혹과 관련해 최근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당시 가장 ‘윗선’이었던 이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소환되는 인물의 진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태다.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 수사도 판박이다.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공판 과정에서 수사망을 점차 좁혀가고 있다. 결재 라인 길목에 있는 인물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현재 그 표적으로 지목된 인물이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이다.

백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산하 기관장 13명으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도읍 의원이 2019년 1월 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4개사 사장이 산업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에 못 이겨 사표를 냈다며 백 전 장관,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 박모 전 에너지 산업정책관 등 5명을 고발한지 3년여 만에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장동 5인방 입 열 때마다…
백운규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

그나마 이 의원 관련 사건과 다른 점은 법원에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진행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사실이다.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나 지위, 태도 등에 비춰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백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문정부 청와대와의 고리를 잡으려 했던 작전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과는 관계없이 검찰이 문정부 청와대와 야당(민주당)으로 사정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 박 의원은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여기에 산업부뿐만 아니라 외교부·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 등의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피고발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가 윗선으로 번져 문재인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이명박정부 시즌2”라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거론했다.

박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당 차원의 대응을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복 수사다”
“적폐 청산은?”

국민의힘은 문정부 시절 ‘적폐 청산’을 언급하면서 반박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우리 당 인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를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문정부 초반 2년간의 적폐 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었는지 우 비대원장에게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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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