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검찰의 대반격

문-이 측근부터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공격 모드로 돌입했다. 5년 내내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동네북’ 취급을 받았던 검찰이 역공을 취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전 정부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 ‘윗선’ ‘몸통’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공포될 때까지만 해도 검찰의 부활을 점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내내 축소돼온 검찰의 권한은 대통령 임기 말에 이르러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남게 됐다.

초토화됐다
간신히 부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시도에 반발해 사퇴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당선으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전 공포까지 마무리지었다. 

거듭된 권한 축소에 검찰은 초토화됐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고, 전국 고검장들이 사의를 밝히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 이복현 전 검사도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지도부의 연이은 사의 표명으로 검찰 조직 자체가 흔들렸다.

반전은 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1기 내각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한 장관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검찰 요직에 배치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민주당에서 한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예측을 모두 뒤엎고 한 장관을 윤석열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파격 인사였다. 한 장관의 존재감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두드러졌다. 민주당 의원과의 공방전은 유튜브 채널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패 이유로 ‘한동훈 청문회’를 꼽기도 했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행할 대검찰청 차장검사,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 수사팀을 이끌 서울중앙지검장, 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을 잡고 있는 수원지검장 등을 교체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 요직에 배치됐고, 문정부 시절 ‘친정부 검사’로 불렸던 이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뭉개기 의혹’ 수사 기지개
특수통 전진 배치로 급물살

찬밥 취급을 받았던 특수통 검사가 전진 배치되면서 문재인정부,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오는 9월이면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검찰의 권한이 한층 축소되는 만큼 내부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찰의 칼은 사건의 ‘윗선’ ‘몸통’으로 향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성남시에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큰 이익을 봤다는 내용이다. 또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치권, 법조계 유력 인사에 뇌물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화두였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후보끼리 대장동 의혹 몸통이라고 서로를 지목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검사 20여명을 포진시킨 대규모 수사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나왔다. 

결과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로 이어졌다. 대장동 5인방(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은 재판에 넘겼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물론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1처장이 지난해 12월10일과 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내부 감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위로 향한
권력 수사

검찰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눈치를 보고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입성한 이후 검찰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장동 사건 수사가 발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 의원에 대한 수사망이 빠른 속도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의원을 대장동 사건 피의자로 특정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입증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5인방에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도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 인허가·결정권자였던 이 의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을 이용한 정치보복, 정치탄압이 시작된 듯하다”며 “21세기 대명천지에 또다시 사법정치 살인을 획책하자는 거냐.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를 윤석열정부의 보복 수사로 규정한 것이다. 

민주당 역시 “사법살인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의원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배임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편파수사, 기획수사, 정치보복 수사다. 무슨 증거가 있어 이 의원을 배임 혐의 피의자로 특정했는지 밝히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방탄 배지
소용없나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체포특권을 위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의원으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 대상이다. 

더 큰 문제는 측근들의 ‘입’이다. 대장동 5인방의 재판 과정에서 이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 대선 기간 동안에도 대장동 사건 공판이 월요일마다 열리면서 이 의원이 ‘월요일 리스크’ ‘먼데이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의원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무렵 불거졌던 사건 수사도 불이 붙은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의 법카 유용 의혹과 관련해 최근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당시 가장 ‘윗선’이었던 이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소환되는 인물의 진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태다.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 수사도 판박이다.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공판 과정에서 수사망을 점차 좁혀가고 있다. 결재 라인 길목에 있는 인물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현재 그 표적으로 지목된 인물이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이다.

백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산하 기관장 13명으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도읍 의원이 2019년 1월 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4개사 사장이 산업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에 못 이겨 사표를 냈다며 백 전 장관,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 박모 전 에너지 산업정책관 등 5명을 고발한지 3년여 만에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장동 5인방 입 열 때마다…
백운규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

그나마 이 의원 관련 사건과 다른 점은 법원에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진행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사실이다.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나 지위, 태도 등에 비춰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백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문정부 청와대와의 고리를 잡으려 했던 작전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과는 관계없이 검찰이 문정부 청와대와 야당(민주당)으로 사정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 박 의원은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여기에 산업부뿐만 아니라 외교부·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 등의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피고발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가 윗선으로 번져 문재인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이명박정부 시즌2”라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거론했다.

박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당 차원의 대응을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복 수사다”
“적폐 청산은?”

국민의힘은 문정부 시절 ‘적폐 청산’을 언급하면서 반박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우리 당 인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를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문정부 초반 2년간의 적폐 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었는지 우 비대원장에게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