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동훈?' 윤석열 후계자 낙점설 막전막후

칼 쥐어주고 여의도 보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차기 대권후보로 낙점했다. 물론 벌써부터 다음 대통령을 점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아직 정식 취임도 전인 대통령을 두고 5년 뒤의 대통령을 예단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그러나 요즘 정계에는 ‘한동훈 대망설’이 계속해서 돌고 있다. 소문의 출처가 어디인지 추적해보니 다름 아닌 윤 당선인 본인의 ‘입’이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요즘 주요 화두여서이기도 하고, 그의 거침없는 발언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자 요즘 정계에선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후보로 한 후보자가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돈다.

칼잡이
아바타

실제로 그간 헌정 역사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일찌감치 자신의 후계자를 키우는 일은 종종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자신의 다음 주자로 키우려는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재선위원회를 설치해 본인의 재선운동을 지시한 바 있다.

다시 돌아올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을 한 번 더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행보였다. 물론 4년 중임제의 미국 대통령이 그 다음 대선의 승리까지 염두에 두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당선되자마자 재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차기 정부를 수립하기도 전에 그 다음 임기를 노리는 행위는 역대 미국 대통령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반면 한국의 대통령들은 이 같은 행보를 종종 보여왔다. 5년 단임제를 택하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제에서는 재임이 불가능하지만, 역대 한국의 대통령들은 자신의 ‘후계자’를 낙점하고 키워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나가려 했다.

대통령들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자신의 후계자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인사를 진행했다. 그중 몇몇 케이스는 실제로 대통령까지 당선되기도 했다.

그 케이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하며 그가 차기 대통령으로 일어설 발판을 만들어줬다.

정치적으로 비주류의 길을 걷고 있던 노 전 대통령에게 주류의 길을 소개해준 것이다. 이후 두 전직 대통령은 ‘전생의 형제’라고 불릴 만큼 사이가 각별해진다. 둘의 인연은 199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당 합당에 거부하며 ‘꼬마 민주당’으로 남은 새정치국민회의에 노 전 대통령이 합류했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꼬마 민주당이 민자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에 맞서 싸울 조짐을 보이자 소신을 지키며 제3지대에 있던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 합류해 김 전 대통령을 도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인으로 데뷔한 이력 때문에, 그리고 3당 합당을 거부한 이력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DJ계에서도, YS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항상 노 전 대통령은 항상 민주당의 비주류로 남아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런 그의 손을 붙잡아주며 당을 떠나지 않게끔 배려했다.


장관 후 22대 총선 통해 국회 입성
차기 대권에 도전 시나리오 급부상

이후 민주 진영의 대권후보로 발돋움한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서 김 전 대통령은 큰 힘이 되어줬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직접적인 도움 대신 ‘보이지 않는 선’에서 노무현 캠프를 최대한 지원했다.

노 전 대통령 또한 대선 운동 기간 ‘국민의 정부’와 차별화할 것을 참모진으로부터 수차례 제안받았지만, 끝까지 김 전 대통령과 ‘선을 긋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당시 세 아들의 비리가 터지며 입지가 줄어든 김 전 대통령을 차기 대권후보가 끝까지 지켜준 것이다.

이후 대북송금 사태와 노 전 대통령의 ‘차별화 선언’으로 둘의 사이는 잠시 소원해졌으나, 적어도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부터 노 전 대통령의 당선 전까지 둘 사이에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후에도 대통령들의 ‘후계자 키우기’는 계속됐다. 가장 가까운 예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지금은 부인 정경심씨가 구속 수감되며 정치인으로서의 커리어가 사실상 끝난 조 전 장관이지만 문 대통령은 당선이 되고 청와대에 입성하자마자 ‘티 나게’ 조 전 장관을 민주당 진영의 다음 대권후보로 키워주려 했다.

둘의 인연은 10년도 더 된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 역할이 끝난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으로 돌아가 인권 변호사로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때 조 전 장관은 수차례 문 대통령 거처를 찾아가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전해진다.

당시 문 대통령의 소탈하고 깊이 있는 매력에 빠지게 된 조 전 장관은 이후 문 대통령과 정치적 여정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실질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인 것은 2012년 문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다.

조 전 장관은 당시 TV에 출연해 찬조연설을 하고 대규모 선거 유세에서도 지원사격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정치적인 색깔을 SNS 등에 표출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였지만 교수의 옷을 뒤로한 채 특정 정치인을 돕는 행보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2012년 선거 패배 후 이후 둘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 당선되며 문 대통령이 다시 대권 가도에 시동을 걸자 조 전 장관은 다시금 발 벗고 그를 도왔다. 정치적인 판단 미스로 여러 차례 위기에 닥친 문 대통령을 그는 끝까지 떠나지 않았으며 때때로 그의 ‘칼잡이’가 돼 정적들을 대신 공격하기도 했다. 

2017년 대연정론 공방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맞서 싸운 것이 가장 유명한 일화다. 안 전 지사가 당시 자유한국당에 제안한 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대연정이라면 공동정부를 만들어야 하는 한국당과 함께 이뤄야 할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경제민주화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동의한 적 없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가신의 칼춤 
‘재롱 보듯?’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안 전 지사와 공개적으로 대립할 수 없었던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도움을 받은 셈이다. 이 같은 인연을 기억하고 있던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조 전 장관을 차기 대권후보로 키웠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 조 전 장관을 발탁하며 문 대통령은 그의 정치 커리어를 청와대에서 시작하게 했다. 이렇게 조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며 청와대 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둘은 표면상 상하관계였지만 서로에 대한 예의는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방식대로 조 전 장관의 대권 가도에 힘을 실어줬다. 주요 요직에 앉히며 중책을 맡기기도 했고, 중요한 결정사항이 있을 때마다 그와 논의해 함께 국정운영을 풀어나가기도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조국 차출론’이 불거지자 문 대통령은 “나는 조국 수석에게 정치를 권유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조 전 장관도 “나는 정치적 근육이 없다. 민정수석이 끝나면 바로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정치를 권유했을 때의 상황과 많이 닮아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정치를 수차례 권유했지만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 끝내겠다”며 한사코 거부했었다.

그러나 그랬던 그도 결국 대통령이 됐던 것처럼, 그는 조 전 장관을 민정수석으로 끝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검찰개혁을 맡길 법무부 장관으로 그를 전격 발탁한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그 후계자 선정은 대한민국 헌정 역사에서 수차례 반복돼왔다. 그리고 최근에도 이 같은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인사에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모든 인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단언해왔다.

그는 당선 후 나흘 만인 3월13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통합은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 국민을 제대로 모시고, 각 지역이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발전의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수위 측 인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능력’을 최우선으로 둔 인사를 고집했다. 그는 “당선인이 자신과 친분이 얼마나 두터운지, 혹은 대선 승리에 얼마나 일조했는지보다는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지를 우선 고려사항으로 두고 있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능력 최우선
끝까지 고집

그런 그가 끝까지 고집했던 인사가 한 후보자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다른 인사에는 깊숙이 관여하지 않지만, 유독 법무부 장관 자리는 독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했다.

자신이 공개적으로 내세웠던 원칙을 깨면서까지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자리를 보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여의도에서는 ‘윤 당선인이 벌써부터 다음 후계자를 한동훈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둘의 관계는 그동안 있어왔던 대통령-후계자 관계와 흡사하다. 매우 닮은 이력을 지니고 있고, 인연도 오래됐다. 검찰 내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때도, 정치적인 수세에 몰려 힘든 시절을 겪을 때도 둘은 늘 함께였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선거운동을 한참 진행하던 지난 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동훈 검사장은 중요한 자리에 갈 것”이라며 “(외압에도 조국에 대한 수사를)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한 후보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이끌어내며 스타 검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는 윤 당선인과 함께 본격적인 상승가도를 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발표한 것도 그였고, 조국 수사 지휘를 자청한 사람도 그였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며 그의 검사생활에 위기가 시작됐다. 한 후보자는 당시 윤 당선인과 함께 여권과 가장 강하게 대립한 인물로 손꼽힌다.

본인의 상사를 수사하며 지도부와 많은 마찰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한 후보자는 정면으로 되받아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했다. 집요한 수사 끝에 그는 결국 조 전 장관을 낙마시켰지만 그 대가를 감내해야 했다.

이후 이뤄진 인사발령에서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이다. 그후 채널A 이동재 기자와 공모해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며 불명예스러운 법정 다툼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런 그를 윤 당선인이 챙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뜻에 따르느라 이런저런 곤욕을 치른 사람에게 보은하는 인사는 정치권의 관행이다. 자신의 뒤를 이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인사를 요직에 앉혔던 과거 대통령들처럼,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혔다. 

김-노·문-조 계승의 역사 보니…
오래된 인연에 정치적 뜻 맞아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왜 검찰 요직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인 대장동, 백현동 문제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탓이다. 대장동과 백현동 수사는 현재 국민의힘의 큰 무기로 작용한다.

해당 사건을 입증해 민주당 측에 타격을 입히면 ‘최순실 국정 농단’ 때만큼의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전혀 다른 시각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한 후보자를 윤 당선인이 장관에 임명한 데에는 대장동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이 최종 진행된다면 검찰이 대장동을 수사할 수단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의석 수가 민주당보다 60석가량 적은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용하고 있는 ‘살라미 전술’을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검수완박과는 관계없이 대장동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장관 주재하에 상설특검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고, 중대범죄수사처도 장관 산하에 들어오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해당 권한과 일을 법무부 장관에게 맡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보통 정부에서는 여러 장관 중 하나의 자리겠지만 윤정부의 법무부 장관 자리는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이 조 전 장관을 수사하며 보수진영의 대권후보가 됐던 것처럼, 만일 한 후보자가 대장동 수사를 무사히 끝낸다면, 일약 보수진영의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윤 당선인이 대통령까지 갈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검사로서의 활약’뿐이었고, 이 역할을 그대로 한 후보자에게 물려주려는 것이다.

호위무사
역할 수행

대통령의 후계자 양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은 왕국에서나 있었던 일이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이더라도 자신의 후임 대통령은 정할 수 없다. 현재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자신의 후임 자리를 내준 것처럼 말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한동훈 정치적 역량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차기 대통령 설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그의 정치적 역량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보다 정치적 언변과 역량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윤 당선인 스스로도 공개적인 석상에서 “정치적 역량은 한 검사가 나보다 뛰어나다”며 인정한 바 있다.

정계에서도 한 후보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그의 간결하고 강한 언변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는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민주당에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 도주극까지 벌여야 하나”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는 “어용 노릇하기 위해서 권력의 청부업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의 시원한 언변에 지지자들은 열광했으며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같은 단어 선택은 정치인으로서 매우 좋은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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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