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챙기는 윤석열 승부수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은 권력만 놓고 따져봤을 때 사실상 2인자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거론되는 순간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놓고 자신의 편인 한 후보자에게 힘을 싣겠다는 취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03년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구속, 대선 비자금 사건, 론스타 매각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온 특수통 인사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활과 좌천을 당할 때 궤를 같이한 인물이기도 하다. 

영원한
오른팔

윤 대통령이 승승장구할 때마다 오른팔인 한 후보자 역시 함께 힘을 받았다.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당시 윤석열 사단은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중앙지검 3차장에서 전국의 모든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 강력부장 자리까지 단번에 꿰찼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윤석열 사단은 조국 사태와 추윤(추미애-윤석열) 대전을 겪으며 좌천당한다. 윤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한 후보자도 검찰의 인사 단행으로 부산으로 쫓겨났다. 

같은 해 한 후보자는 쫓겨난 것도 모자라 검언 유착 사건으로 불리는 채널A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감찰 대상에까지 포함된다.

대검 감찰부는 한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며 윤 대통령(당시 총장)을 찾아갔으나 “쇼하지 말라”며 감찰부에게 사실상 경고했다.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한 후보자 지키기에 적극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키려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당시 수사팀은 한 후보자와 이모 기자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한 후보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윤 대통령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화려하게 부활한다. 

과거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를 두고 “독립운동가”라며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에 대한 애정은 여전한 모양새인데 위기에서 구해내자마자 식구 챙기기까지 하는 중이다.

무혐의 처분 일주일 만에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목됐다. 한 후보자의 등장은 강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웠다며 문재인정권을 맹렬하게 타격했다.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민의힘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견제하기 위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철 박탈) 패를 급히 꺼내들었다.

지난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공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법무부 장관 부적격자라며 낙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경·사법체계 영향력
정치 데뷔 전 존재감 상승

이와 함께 최근 통과된 검수완박을 고리로 검찰의 힘을 한껏 빼놓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오히려 윤 대통령과 한 후보자를 돕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검수완박에 대해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검수완박을 강행하도록 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검수완박을 반대하지만, 검경 협조체계를 구축해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힘을 잃게 된 이상 임명될 법무부 장관에게 힘을 싣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 수사권이 더욱 축소되지만 법무부 장관에게는 더 큰 권한이 생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언한 바 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표면상 이유로 국민 신상 털기, 뒷조사 등을 들었다. 이와 함께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것. 실제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은 왕수석으로 불리며 여러 폐단들을 낳았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된다면 법무부 장관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다. 민정수석실에서 맡았던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역할도 도맡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의 권한 강화는 윤 대통령에게도 힘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와 기소 등 각종 사안을 보고받는다. 민정수석이 하던 일을 대통령이 직접 맡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검찰수사 축소 대안으로 여겨지는 상설 특별검사 제도는 대통령의 임명권 외에도 법무부 장관의 직권으로 발동하는 게 가능하다.

민주당이 띄운 중대범죄수사청 이른바 한국형 FBI까지 법무부 산하에 들어오게 된다면 검찰 수사권이 축소되더라도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함께 부활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됐지만 윤 대통령이 국가수사본부장 임명권을 가져 제청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사실상 검경 권력을 양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내년 7월 경찰청장도 임기가 만료돼 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내년 9월 공석이 되는 대법원장까지 윤 대통령 사람으로 채운다면 사실상 권력기관 대부분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게 수월해진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도 법무부 장관부터 청와대부터 검찰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라인으로 채워진다면 수사지휘권 자체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를 통해 정치권도 견제할 수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으로 불리며 현재 정치적 동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당내에서 실세로 불린다. 

권 의원은 압도적 지지로 원내 당권을 쥐었지만 아직까진 당내 명확한 2인자가 아니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2년 뒤 총선에서 권 원내대표가 공천권을 쥐게 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국민의힘 내로 급파한다면 윤핵관 입장에서는 입지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윤핵관의한 후보자가 잠재적 경쟁자 중 한 명인 셈이다. 그는 벌써부터 윤 대통령 다음 주자로 거론된다. 이런 탓에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 입장에서는 한 후보자의 정치권 등장이 긴장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이슈가 돼 존재감을 키운다면 한 후보자를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지명 직후 존재감이 계속 커지고 있으며 엘리트 이미지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거침없는 언변으로 긍정적 여론을 구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민주당과 대척점에 선 뒤, 대권주자로 존재감과 몸집을 키웠다.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과거와 비슷하게 검수완박을 두고 민주당과 대립 중인 상태다. 앞으로 그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사실상
2인자

조만간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띄웠던 적폐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 후보자도 적폐 수사가 불가피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손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두 감옥에 보냈다. 이젠 한 후보자에게 직접 맡겨 문재인정부에 칼을 빼들 수 있다. 

다만 이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윤 대통령에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지지율 40%를 견고하게 지켰다. 이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더라도 지지율이 높은 이전 대통령을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면 한 후보자를 옹호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윤 대통령에게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두 인물은 현재 한 몸과 다름없다.

그의 실책이 윤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가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 후보자가 윤정부의 비위에 반기를 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거의 ‘0’에 가깝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그를 직접 챙겼던 만큼 반기를 드는 것은 서로 자폭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채널A 사건, 고발 사주 의혹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한 후보자는 함께 등장한다. 인선 순간부터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한 후보자 임명을 두고 검찰 사유화라는 맹공을 퍼부어왔다. 

‘검찰 왕국’ 탄생 우려
여야 협치 이젠 어렵다?

한 후보자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보다 7기수를 뛰어넘은 파격 인사로 검찰 내에서도 허탈함이 감지된다. 그의 임명으로 검수완박 추진을 부추긴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정치적인 고려 없이 자기편만 인선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년간 여소야대 형국을 이겨내기 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게 이유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한발도 물러나지 않을 모양새다. 한 후보자에게 내로남불 이미지를 씌우기에 여념이 없다. 앞선 상황에서 조국 사태 수사를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였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가동 중인 프레임도 조국 프레임이다. 

한 후보자는 딸의 불법 스펙 쌓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의 실책에 묻힌 측면이 있지만 향후 한 후보자가 정치권에 입성했을 때 발목을 잡힐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만큼 한 후보자에게 지속적으로 논란이 발생되면 윤 대통령에게도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민 통합이라는 취지도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도 중도층을 집중 공략하며 우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후 한 후보자 임명은 국민에게 편을 택하라는 강요를 하고 있는 셈이 됐다. 0.73%p 차로 승리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역풍이 불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를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각 내 상당수 인사가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다. 사실상 벌써 검찰공화국이 탄생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을 알았다면 한 후보자를 지명해선 안 됐다”며 “한 후보자는 정의, 분열과 적대 정치에 위치한다”고 직격했다. 

현재 진행형인 여야 대치 상황을 한층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해석된다. 이런 탓에 여소야대가 뒤바뀐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과의 협치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같은 편
득과 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조차 한 후보자 인준에 난색을 표했다. 이 상임고문은 “무리한 인사고, 적절하지도 않다”며 “법무부, 검찰 사법체계를 윤 대통령 밑에 두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한동훈 어시스트?

지난 9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17시간가량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한 후보자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지만 한 방이 없었다. 

한국3M부터 이모 발언까지 민주당의 헛발질만 이어졌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 1저자로 참여했다”고 공격했으나 교신 저자인 이모 교수를 잘못 이해해 망신만 당했다.

이 과정에서 한 후보자는 “내 딸이 이모가 있었어?”라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한 후보자 임명을 돕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은 부적격 인사라고 결론지었으나 오히려 한 후보자의 존재감만 키워준 꼴이 된 셈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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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