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초유’ SGI서울보증보험 해킹과 실태 분석

올 들어 6번째 개인 정보 줄줄
왜 악순환 뿌리 뽑지 못하나?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올해 들어 벌써 6번째 해커로부터 공격당했다. 랜섬웨어 공격의 직격탄을 맞은 SGI서울보증보험(서울보증)은 16일, 피해 구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해킹으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장애 복구가 늦어진 데 대해 서울보증이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는 보험사 핵심 업무의 복구 목표 시간은 24시간 이내로 규정돼있으나 이번 서울보증 사태는 이를 크게 초과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취약점을 점검한 후 현장 검사 필요성이 있으면, 그에 따른 조치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서울보증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보안 체계를 취약하게 운영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영업정지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서울보증은 정보 및 개인 정보 보호 관리 체계 인증(ISMS, ISMS-P)을 받지 않았다. ISMS는 기업이나 기관이 정보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관리·기술적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행하는 제도로,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보안에 민감한 기업들에겐 사실상 필수 인증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서울보증은 한국거래소 상장 당시였던 지난 3월, 증권신고서에서 “ISMS 인증을 추진해 금융 보안 위협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물론 보안 인증을 받았다고 해킹으로부터 100% 자유로운 건 아니다. 실제로 최근 SKT와 예스24의 경우 ISMS-P 인증을 받았지만 피해를 입었던 사례가 있다.


한편 서울보증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피해 고객을 위한 전담 센터 운영에 돌입했다.

서울보증 측은 “시스템 장애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한 ‘피해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피해신고센터는 피해 사례를 접수부터 보상 가능성 상담까지 응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됐다”며 “피해를 입은 개인과 기업 누구나 유선전화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신고센터는 더 이상 신청이 들어오지 않을 때까지 무기한 운영하며, 신고 내용을 검토해 사실관계 및 피해 금액이 확정될 경우 전액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이명순 서울보증 대표이사는 이날 “한 건의 피해도 빠짐없이 보상하겠다는 각오로 전담센터를 설치했고, 추후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보증 홈페이지에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휴대전화 할부 개통 등에 필요한 보증 서비스가 전면 마비됐다. 당초 대출 실행 전 보증보험 가입이 선행돼야 하지만 시스템이 정지돼 지방 영업점들의 창구도 업무가 불가능했고, 이날 오후 홈페이지엔 사과문이 게재됐다.

이튿날 금융보안원 등 전문기관의 공동 조사 결과 시스템 장애 원인이 ‘랜섬웨어 공격’인 것으로 확인됐다. 랜섬웨어는 컴퓨터나 서버 파일을 암호화한 뒤, 복구를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이버 공격 수법으로, 국내 보험사 중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서울보증은 백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랜섬웨어 공격 이전 상태로의 완전한 복구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랜섬웨어 감염 전 백업 데이터를 중심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시스템의 실시간 백업 자료는 오염돼 활용할 수 없고, 별도로 백업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어 완전히 복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보증은 실시간 백업 시스템 외에도 물리적으로 떨어진 2곳에 데이터베이스를 둬 그간 10분 단위로 백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정상화 작업도 이뤄졌다. 서울보증은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 등 IT 리스크 관련 실무진과 함께 긴급 대응에 나섰다. KB국민, 신한 등 시중은행과 협의해 ‘선 대출 후 보증’이 가능하도록 조처했고, 이동통신사와도 할부 개통 시 보증을 유예하기로 협의해 혼란을 막았다. 다만 대출 신규 접수 등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막혀 있다.

이번 서울보증 사태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의 해킹 사건으로 각 기업의 보안 부서에도 당장 발등이 떨어진 모양새다.

앞서 지난 6월엔 SK텔레콤에서 유심 서버가 해커에 의해 공격을 받아 가입자 수천만명의 정보 노출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대규모의 민감한 고객 정보를 다루는 굴지의 통신사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거셌다.

경찰 조사 결과 약 2700만건의 휴대폰 번호, 국제 가입자 식별번호 등 회원 유심 정보 및 9.82G에 달하는 데이터가 유출됐으며 총 28대의 서버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SK텔레콤은 서버의 계정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해 해커가 시스템에 접근하도록 했으며, 악성코드 감염 서버를 발견한 후에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관련 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을 키웠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이후부터 지난 14일까지 해지 및 해지 예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를 결정했다. 또 8월 통신비 50% 할인 및 올해 연말까지 50G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또 정보 보호를 위해 5년간 약 7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달 9일에는 ‘문화콘텐츠 플랫폼’이자 국내 대형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서도 랜섬웨어 공격으로 무려 닷새 동안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됐다. 당시 해커의 공격으로 인해 도서나 티켓 예매 불가는 물론, 200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예스24 측은 ‘신원 미상자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시스템 제어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면서도 ‘개인 정보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같은 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비정상적인 회원 정보 조회 정황을 확인했고 유출 신고를 해왔다”고 밝히며 허위 공지 논란이 일었다.

해커가 예스24에 암호화 복구 해제 대가로 금전(비트코인)을 요구했으나 예스24 측에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는 사고 일주일 만인 16일에 실물 상품 무상 반품, 공연 티켓 예매자에게 최대 120% 환불(1차 보상) 및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YES 상품권 5000원 지급, 구매 이력 있는 회원들에겐 추가 혜택 제공(2차 보상) 등의 피해 보상을 약속하면서 공식 사과 입장을 냈다.


지난 4월30엔 ‘취업·아르바이트 사이트’인 알바몬에서 해킹으로 인해 회원들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이력서 등 약 2만2000여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당시 해킹은 ‘이력서 작성 페이지의 미리보기’ 기능에서 해킹 시도가 확인됐으며 인지 즉시 해당 계정과 IP가 차단 조치 및 취약점에 대한 긴급 조치가 완료됐다.

다수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로 인한 2차 피해 확산 우려가 제기되는 등 우려 목소리가 나왔으나 알바몬 측은 “공식적으로 피해가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알바몬이 유출 피해를 입은 회원들에게 네이버 페이, 요기요 상품권, 5대 유통 통합 상품권 10만원 중 하나를 보상 차원에서 선택 지급했으나 민감한 개인 정보에 비해 보상 금액이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일부 비판도 나왔다.

같은 달 5일엔 해킹 그룹 ‘탈레스’가 콜센터 용역업체인 KS한국고용정보를 공격해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름 및 생년월일 등 인사 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킹은 ‘LummaC2’라는 악성코드를 이용해 KS한국고용정보 공식 도메인의 관리자 계정을 탈취하면서 이뤄졌다.

해킹 공격으로 인해 약 3만6000여명의 현직 및 퇴직 임직원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으며 22G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사고 대응이나 보상 방안 등을 발표하지 않아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유출된 데이터가 다크웹을 통해 1만5000달러(한화 약 2000만원)에 판매되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KS한국고용정보의 해킹 사건은 해킹 공격으로 유출된 정보가 실제로 범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것으로 기록됐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랜섬웨어 그룹 ‘닉_디젤’에 의해 해킹 공격을 당했다. 해당 그룹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공격해 유저들의 개인 정보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자체 점검한 결과 개인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침투 정황 등 해킹 흔적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들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보도된 ‘판매자 정보’는 법령에 따라 웹페이지에 공개된 사업자 정보로 제3자에 의해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네이버는 제3자에 의한 정보 수집을 막기 위해 자동입력 방지(CAPTCHA) 기능을 도입하는 한편, 판매자 정보가 포함된 URL 주소에 무작위 문자열을 삽입하는 등 접근 차단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랜섬웨어 공격은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27일 <보안뉴스>를 통해 “랜섬웨어 해커들은 백업 시스템을 공격해 기업이 빠른 복구를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백업 시스템에 하루나 반나절처럼 최대한 짧은 주기로 업데이트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 랜섬웨어에 당했다면 취약점이 모두 노출됐기 때문에 추가 공격 가능성이 높다”며 “키값을 주고서라도 복구했다면, 그때부터라도 철저한 취약점 관리와 안전한 백업 시스템을 갖춰 추가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 업계 전문가는 “대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보안을 비용으로만 생각해 투자에 소홀한 경향이 크다”며 “해커들이 이 같은 취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오래된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는 최신 보안패치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해킹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지원이 종료된 구형 윈도 서버를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진 예스24 해킹 사태가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커들의 해킹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데 반해, 기업의 보안 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랜섬웨어 공격은 데이터를 무용지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유출까지 이중고를 안긴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보안 위협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해킹과 랜섬웨어 공격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지만 혼용 형태로 쓰이기도 한다. 해킹은 ▲정보 탈취 ▲시스템 제어 ▲서비스 방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시스템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반면, 랜섬웨어(‘Ransom(몸값)’과 ‘Software(소프트웨어)’의 합성어)는 악성코드의 한 종류로 오직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다. 주로 이메일에 파일을 첨부해 오픈하는 순간 감염되도록 하거나, 악성 웹사이트 방문을 유도해서 시스템에 침투하는 방식이다.

암호화된 시스템 내 파일들은 무용지물이 되는데, 해커는 복호화 키를 제공하는 대가로 비트코인 등 추적이 불가한 가상화폐 입금 등으로 이득을 취한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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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