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도 뚫는 ‘몸캠피싱’ 주의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16 10:20:38
  • 호수 1427호
  • 댓글 3개

절대 클릭 금지 ‘www.funcube888.com’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몸캠피싱 수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나마 ‘철벽 보안’으로 불리며 안전하다고 알려졌던 ‘아이폰’마저 뚫렸다. 아이폰 첫 피해자는 몸캠피싱 가해자가 “같이 게임하자”는 말을 믿고 파일을 다운로드받았는데, 이 게임은 해킹 앱이었다. 사기꾼들의 수법은 날로 높아져 가는데, 피해자 구제는 힘든 게 현실이다. 

몸캠피싱은 스마트폰 채팅 앱(어플)을 통해 상대의 음란한 행위를 녹화한 후 피해자의 지인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뒤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 수법 중 하나다.

경찰대학 치안 정책연구소의 ‘치안 전망 2023’에 따르면, 2021년 사이버 금융 범죄는 전년 대비 38.9% 증가한 2만8123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한 2만1889건이 일어났다.

너마저…

사이버 범죄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몸캠피싱으로,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것이 나타났다. 몸캠피싱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3268건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66.3%(1965건) 증가했다.

몸캠피싱 피해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서 제출받은 사이버금융범죄 현황을 보면 2021년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1215억2000만원이다. 이 중 몸캠피싱 피해액은 119억5000만원으로 2020년 대비 66.4% 늘었다.


해마다 몸캠피싱이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보통 몸캠피싱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돈을 요구하는데 이 부분은 해결해주지 못한다.

피해자 A씨는 “나는 몸캠피싱 피해자다. 가해자가 나한테 영상을 유출하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나는 돈 입금을 하지 않고 영상 유포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강하게 나가면서 신고했다”며 “이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도발 행위가 될 수도 있으니 위험이 크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했는데 가해자를 잡기 힘들다고 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너무 답답하다. 이렇게 피해를 당해도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항상 내 영상이 유포될까 걱정된다”며 “경찰도 피해를 막을 수 없고 운에 달렸다고 말하는 현실이다. 나도 어쩔수 없이 단체문자로 지인에게 ‘모르는 번호로 이상한 파일이 오면 해킹 위험이 크니 바로 삭제해달라’고 했다. 결국 해결은 피해자들이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몸캠피싱은 피해자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간혹 피해자들 중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피해금 갈수록 늘어
끝없는 협박에 극단적 선택도

지난해 11월18일 SBS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그해 10월 서울 한 건물 주차장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입수했다. 발신자를 알 수 없는 남성의 성매매 영상과 함께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에게 영상을 보내겠다”는 협박이 담겨있었다.

해당 남성은 여러 차례에 걸쳐 1000만원 이상의 돈을 보냈지만, 계속해서 더 큰 돈을 요구하는 협박에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영상 유포 협박 및 금전 요구에도 쉽게 경찰에 신고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경찰은 40대 남성을 몰래 촬영하고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 등을 상대로 조직을 파악하고 있지만, 추적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몸캠피싱 피해자로 협박당해 범행에 가담했을 뿐 ‘윗선’의 실체는 모른다. 중국에 사는 40대 형님이라고만 밝힌 윗선이 해외 IP를 사용한 익명 채팅 계정으로 끊임없이 압박했다”고 진술했다.

치밀한 범죄 수법에도 몸캠피싱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애플사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폰마저도 몸캠피싱의 표적이 됐다. ‘안전하다’는 방심에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가장 뚜렷한 다른 점은 핸드폰 보안으로 꼽힌다. 갤럭시는 구글마켓서 이용하는 정식 앱 이외에 인터넷에 배포되는 APK 파일을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이때 몸캠피싱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파일 설치를 유도하고, 설치된 파일이 핸드폰 주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방식이다.

앱 설치 과정이 다른 아이폰은 비교적 안전지대로 통했다. 아이폰 사용자가 앱을 다운받기 위해 클릭하면 “보안을 위해 알 수 없는 출처에서 구매한 앱은 휴대전화에 설치되지 않도록 설정돼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며 설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아이폰은 몸캠피싱 가해자가 해킹 파일 설치를 요구해도 자체적으로 기본 보안에서 막힌다. 단, 아이클라우드를 통한 몸캠피싱은 예외다. 

게임 설치하고 정보 털린 아이폰
“경찰에 신고하고 가족에 알려야” 

한 아이폰 몸캠피싱 피해자는 한 랜덤 채팅 앱을 통해 가해자와 접촉했다. 초반에는 단순한 대화를 지속하다가 더 친분을 쌓기 위해 피해자에게 SNS 라인 아이디를 확인해 추가한 뒤 “내가 하는 게임인데 너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Fun Cube(펀 큐브)라는 해당 게임은 일반적인 큐브 게임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해킹 앱이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해킹 앱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도록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다운로드해야 한다” “내 사진첩이니 다운로드해서 보고 있어라” 등의 이유를 대며 파일을 보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피해자는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펀 큐브를 실행시켰다. 

실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링크는 ‘www.funcube888.com/app/?code=10084’로 해당 링크에 접속해 게임을 다운받고 실행하면, 게임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문제는 이 게임을 설치하면 휴대전화의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는 점이다. 유출 정보는 ▲연락처 ▲통화 내역 ▲휴대폰 사진 ▲음성 실시간 녹취 ▲카메라 실시간 촬영이다. 몸캠피싱 표적이 되지 않더라도 휴대폰 설치 시 무조건 개인정보가 유출된다. 앱 다운로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월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한 외국인이 펀 큐브 게임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들었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외국인이 이 파일을 다운받을 것을 강요했다” “나한테는 게임이 아니라 투자 사이트라고 했다”고 말했다.

몸캠피싱 피해를 막는 사설업체 김태원 대표는 “사설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30명쯤 꾸준히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온다. 경찰 신고 후 오는 경우도 있고, 바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며 “해킹 앱을 실행하면 관리자가 해킹 서버로 유출한다. 대부분 전화번호, 문자, 통화 기록 같은 정보다. 업체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락처를 표적하지 못하게 가짜 정보를 넣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루에 30명 

김 대표는 “피해자들이 영상 유포가 두려워 돈을 입금하는 경우가 있는데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다. 가족한테도 알리지 않는다”며 “그러나 돈을 입금하면 할수록 계속 뜯어내니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고 가족한테도 알려야 한다. 다행히 이번 아이폰 피해자는 대처가 빨라서 영상이 유출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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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