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걷던 친정부 검사들의 운명

누가 되든 싹 다 물갈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막강하다. 승자독식의 구조의 대통령선거는 전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전쟁은 5년마다 반복된다. 역으로 말하면 어떤 권력도 5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친정부 인사’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고 아무리 높은 권세도 10년 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을 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4~5년에 한 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임기 말에 가까워 올수록 이 말의 무게는 남달라진다.

5년마다
집권 전쟁

문재인정부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20여일 후면 차기 대선의 승자가 결정된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국민의 결정을 받는 것이다. 대선은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가 분출하는 장이다.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여당은 현 정부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이를 지속해야 한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운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의 부정적인 부분을 앞세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여야 모두에게 현 정부의 5년은 선거전략의 배경이 되는 셈이다. 

문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를 넘나드는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과반인 독특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임기 마지막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 개인 인기와 반비례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은 절반이 넘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정권교체’를 지지 이유로 꼽았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널을 뛸 때조차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는 별개로 문정부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정부의 5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검찰은 문정부 임기 내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개혁 대상이라는 양면적인 상황에 놓인 채 5년 내내 다양한 사건에 휘말렸다.

문정부 들어 승승장구
논란에도 오히려 영전

검찰에 대한 관심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 후보 모두 검찰과 관련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문정부에 이어 검찰개혁을, 윤 후보는 검찰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내부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정부 들어 ‘꽃길’을 걸은 검사가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의 결과가 이들의 운명과 맞물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 승자에 따라 꽃길이 가시밭길로 바뀔 수도 있고, 그대로 꽃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그는 문정부 들어 말 그대로 로열 로드를 걸었다. 검찰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요직 중 3자리를 거쳤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순이다.

심지어 지난해 6월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피의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초 검찰인사에서 승진이 누락되거나 좌천성 승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주요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자리로 가게 된 것.

이 고검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칼 역할을 하면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공개적으로 윤 후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지지율 높은데
정권교체 열망

연루 의혹을 받은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결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도 있었다. 

윤 후보에 이어 차기 검찰총장 0순위로 꼽혔던 이 고검장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을 시작으로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4명으로 추린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관련 논란에도 이 고검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고검장이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지적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건이다.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공수처가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몇몇 기자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사찰’ 의혹까지 불거졌다. 공수처 논란의 면면에 이 고검장의 존재가 있는 것이다.

이 고검장과 함께 박은정 성남지청장도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최근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두고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각되는 중이다. 성남FC 의혹 사건은 2015~2017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이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총 160여억원을 성남FC에 제공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후보였다.

피의자인데
고발당해도

2017~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바른미래당 등에서 이 후보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고발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월 이 사건을 담당하던 박하영 전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쓰고 사의를 밝히면서 재차 불거졌다.

박 전 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지청장이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친정부 검사로 꼽히는 박 지청장이 여당 대선후보의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을 의도적으로 막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검사는 결국 지난 10일 검복을 벗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지시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한 경기남부 분당경찰서에서 다시 사건을 넘겨 받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2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발탁된 박 지청장은 같은 해 말 윤 후보의 감찰·징계를 직속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후보의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한 감찰 중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검사가 ‘박 지청장이 보고서 내용을 일부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의혹으로 고발됐지만 검찰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지난해 6월 검찰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다.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역시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다. 2020년 12월4일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종근2’라는 이름의 참여자와 윤 후보 징계를 사전 논의하는 사진이 포착됐을 때 그 정체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윤-이 검찰 관련 정반대 공약
새 판 짜면 누가 살아남을까?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자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 지검장의 이름이 언급된 것.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임기 내내 대립각을 세운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역시 친정부 검사로 알려져 있다. 추 전 장관 시절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탁된 그는 당시 ‘윤석열 대항마’로 불리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이 윤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임 감찰관을 보냈다는 추측이 제기됐을 정도. 

최근에도 임 감찰관은 윤 후보와 ‘장외싸움’을 벌이고 있다. 공수처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된 윤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재정신청을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신청은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 여부 등을 대신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4건의 사건 중 가장 먼저 결론이 나왔다. 이 사건은 2020년 윤 후보가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대검 감찰부에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담당하도록 지시해 검찰총장의 직권을 남용하고 감찰 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해당 의혹을 두고 ‘한명숙 구하기’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임 감찰관은 공수처의 무혐의 결론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을 보였다. 공수처의 결론으로 임 감찰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정부 검사가 한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선 이후
검 운명은?

차기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검찰은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 아래에서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이들이 계속해서 꽃길을 걸을지, 아니면 또 다른 친정부 검사가 나올지는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대선은 이제 3주도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의 검사’ 한동훈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은 현 정부에서 가장 ‘가시밭길’을 걸은 검사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이었던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사실상 직무 배제됐다.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이후 같은 해 6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또 4개월 뒤에는 법무연수원 진천본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추가 좌천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검찰 인사 이후에는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의 일의 일부이니 담담하게 감당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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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