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걷던 친정부 검사들의 운명

누가 되든 싹 다 물갈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막강하다. 승자독식의 구조의 대통령선거는 전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전쟁은 5년마다 반복된다. 역으로 말하면 어떤 권력도 5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친정부 인사’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고 아무리 높은 권세도 10년 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을 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4~5년에 한 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임기 말에 가까워 올수록 이 말의 무게는 남달라진다.

5년마다
집권 전쟁

문재인정부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20여일 후면 차기 대선의 승자가 결정된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국민의 결정을 받는 것이다. 대선은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가 분출하는 장이다.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여당은 현 정부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이를 지속해야 한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운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의 부정적인 부분을 앞세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여야 모두에게 현 정부의 5년은 선거전략의 배경이 되는 셈이다. 

문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를 넘나드는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과반인 독특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임기 마지막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 개인 인기와 반비례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은 절반이 넘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정권교체’를 지지 이유로 꼽았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널을 뛸 때조차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는 별개로 문정부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정부의 5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검찰은 문정부 임기 내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개혁 대상이라는 양면적인 상황에 놓인 채 5년 내내 다양한 사건에 휘말렸다.

문정부 들어 승승장구
논란에도 오히려 영전

검찰에 대한 관심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 후보 모두 검찰과 관련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문정부에 이어 검찰개혁을, 윤 후보는 검찰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내부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정부 들어 ‘꽃길’을 걸은 검사가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의 결과가 이들의 운명과 맞물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 승자에 따라 꽃길이 가시밭길로 바뀔 수도 있고, 그대로 꽃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그는 문정부 들어 말 그대로 로열 로드를 걸었다. 검찰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요직 중 3자리를 거쳤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순이다.


심지어 지난해 6월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피의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초 검찰인사에서 승진이 누락되거나 좌천성 승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주요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자리로 가게 된 것.

이 고검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칼 역할을 하면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공개적으로 윤 후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지지율 높은데
정권교체 열망

연루 의혹을 받은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결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도 있었다. 

윤 후보에 이어 차기 검찰총장 0순위로 꼽혔던 이 고검장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을 시작으로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4명으로 추린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관련 논란에도 이 고검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고검장이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지적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건이다.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공수처가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몇몇 기자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사찰’ 의혹까지 불거졌다. 공수처 논란의 면면에 이 고검장의 존재가 있는 것이다.

이 고검장과 함께 박은정 성남지청장도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최근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두고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각되는 중이다. 성남FC 의혹 사건은 2015~2017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이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총 160여억원을 성남FC에 제공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후보였다.

피의자인데
고발당해도

2017~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바른미래당 등에서 이 후보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고발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월 이 사건을 담당하던 박하영 전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쓰고 사의를 밝히면서 재차 불거졌다.

박 전 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지청장이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친정부 검사로 꼽히는 박 지청장이 여당 대선후보의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을 의도적으로 막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검사는 결국 지난 10일 검복을 벗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지시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한 경기남부 분당경찰서에서 다시 사건을 넘겨 받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2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발탁된 박 지청장은 같은 해 말 윤 후보의 감찰·징계를 직속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후보의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한 감찰 중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검사가 ‘박 지청장이 보고서 내용을 일부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의혹으로 고발됐지만 검찰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지난해 6월 검찰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다.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역시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다. 2020년 12월4일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종근2’라는 이름의 참여자와 윤 후보 징계를 사전 논의하는 사진이 포착됐을 때 그 정체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윤-이 검찰 관련 정반대 공약
새 판 짜면 누가 살아남을까?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자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 지검장의 이름이 언급된 것.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임기 내내 대립각을 세운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역시 친정부 검사로 알려져 있다. 추 전 장관 시절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탁된 그는 당시 ‘윤석열 대항마’로 불리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이 윤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임 감찰관을 보냈다는 추측이 제기됐을 정도. 

최근에도 임 감찰관은 윤 후보와 ‘장외싸움’을 벌이고 있다. 공수처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된 윤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재정신청을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신청은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 여부 등을 대신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4건의 사건 중 가장 먼저 결론이 나왔다. 이 사건은 2020년 윤 후보가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대검 감찰부에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담당하도록 지시해 검찰총장의 직권을 남용하고 감찰 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해당 의혹을 두고 ‘한명숙 구하기’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임 감찰관은 공수처의 무혐의 결론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을 보였다. 공수처의 결론으로 임 감찰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정부 검사가 한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선 이후
검 운명은?

차기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검찰은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 아래에서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이들이 계속해서 꽃길을 걸을지, 아니면 또 다른 친정부 검사가 나올지는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대선은 이제 3주도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의 검사’ 한동훈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은 현 정부에서 가장 ‘가시밭길’을 걸은 검사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이었던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사실상 직무 배제됐다.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이후 같은 해 6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또 4개월 뒤에는 법무연수원 진천본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추가 좌천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검찰 인사 이후에는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의 일의 일부이니 담담하게 감당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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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