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집요한 평행이론

승천한 용의 칼 물려받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9 대선으로 진보-보수 집권 10년 주기설이 깨졌다. 탄핵 정국 이후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은 지 5년 만에 공수가 바뀌게 됐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미묘한 지각변동이 느껴진다. 그 중심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정부 들어 꽃길과 가시밭길을 동시에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대구고검으로 좌천돼 한직에서 보낸 시간을 전부 보상받는 듯했다.

대선 승리로
칼자루 잡아

윤 당선인의 꽃길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윤석열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에 칼을 댔다. 전격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돌입하면서 윤 당선인은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에 이른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각각 수십만~수백만의 시민이 모여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을 외쳤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윤 당선인 앞에 본격적으로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검찰인사에서 주변 측근들이 ‘추풍낙엽’처럼 썰려 나갔고, 본인도 검찰총장 권한이 축소돼 뼈아팠다. 전쟁과도 같은 갈등 상황은 1년 넘게 이어졌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대립에 국민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 같은 해 11월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지난 9일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당선인의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부 검찰총장이 상대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한 것도 충격인데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기 때문.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집권 10년 주기설도 깨졌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를 두 달 남긴 현재도 40%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사상 첫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정권교체를 당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0.73%p, 24만7000표라는 역대 최소 득표 차. 대선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층의 막판 결집이 대단했다’는 평이 나왔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윤 당선인이 이재명 대선후보에 비해 우세한 결과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는 승자독식 체제다.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막강하다.

국회 의석은 민주당이 172석으로 다수 당이지만 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배출되면서 공수는 이미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대통령의 힘은 인사권에서 나온다. 오는 5월 윤 당선인 취임 이후 정부부처, 산하기관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윤 당선인의 ‘친정’인 검찰은 이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권교체로 공수 뒤바뀌어
검찰 내부 분위기 뒤숭숭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는 대선 이튿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 불법으로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과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이 검사의 사표가 곧장 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대선 결과가 나온 다음 날 이 검사가 사표를 낸 사안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김 총장은 내년 5월31일까지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고 1년 이상 동행해야 한다. 현재 임기 10개월 차인 김 총장이 2년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 총장이 먼저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퇴를 압박하는 취지로 풀이됐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윤 당선인이 검찰의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실상 사퇴 거부다.

검사의 사의 표명, 검찰총장의 거취 등을 두고 검찰 안팎이 뒤숭숭한 중에 윤 당선인 이상으로 관심을 받는 인사가 있다. 바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다.

검사 사의
총장 나가?

한 부원장의 이름은 윤 당선인과 함께 언론은 물론 정치권 관계자, 누리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한 부원장이 문정부 관련 사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등 대형 사건의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부원장은 문정부 들어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일각에서는 부침의 정도로만 따지면 윤 당선인보다 더 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추 전 장관 취임 이후 검찰인사 때마다 좌천을 거듭해 특수통 검사였던 그가 비수사 부서로 밀려났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하러 온 검사에 독직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1973년생인 한 부원장은 1995년 22세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 2001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검사로 평가받는다. 특히 굵직한 사건에 참여해 재벌 총수 등 거물급 인사를 구속시키는 데 일조하면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평검사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 현대자동차그룹 비리 수사 등에 참여했다. 2007년에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현직 국세청장을 구속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윤 당선인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특검팀에 합류했다.

2017년 문정부가 출범했을 때부터 한 부원장은 윤 당선인과 함께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을 때는 3차장 검사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한 것도 한 부원장이었다.

요직 있다
나락으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탁됐다. 반부패‧강력부장은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요직이다.

거기까지였다. 윤 당선인이 추 전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한 부원장 역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추 전 장관의 첫 검찰인사, 이른바 ‘검찰대학살’ 당시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데 이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법무연수원 진천본원→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거듭 인사를 당했다.


부산고검으로 좌천된 이후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검언유착’ 의혹에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한 부원장을 언급하며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한 부원장은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실제 수사팀은 한 부원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했다. 

해당 수사와 관련해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하려다 한 부원장의 몸을 눌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전 울산지검 차장검사는 독직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 전 차장검사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후 정 전 차장검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거듭된 좌천에도 한 부원장은 검찰을 떠나지 않았다. “검찰에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가 보도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한 부원장이 오는 8~9월 검찰 정기인사 때 수사 부서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중용 0순위’가 한 부원장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4번 좌천되고도 버텨
서울중앙지검장 가나?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부원장을 지칭하며 “이 정권(문정부)에서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부원장의 거취를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팽팽하다. 민주당에서는 한 부원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당선인과 한 부원장이 엄청 가까운 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이라는 게 어떤 데냐면 지금 윤 당선인 본인을 포함해 그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사건들, 이런 다수의 사건이 존재하는 곳인데 거기 그렇게 어마무시하게 특별한 관계인 사람을 검사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한동훈 검사에 대해서 어떤 인사 계획도 나온 게 없는데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동훈 검사가 공무상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배제를 주장해도 된다. 그런데 민주당이 한동훈 검사를 집단 린치 해놓고 이제 와서 자신들의 집단 린치 과거가 마음에 걸리니까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라는 이게 바로 2차 가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과 한 부원장이 평행이론이 언급된다. 윤 당선인은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상부의 외압을 폭로한 뒤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돼있던 그를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중앙으로 이끌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불러들인 것. 

당겨주면
날아오를까?

특검팀 합류 이후 윤 당선인은 훨훨 날기 시작했다. 현재 한직으로 밀려나 있는 한 부원장 역시 윤 당선인의 부름을 받아 그와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부원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는 이미 검찰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오는 8~9월 검찰인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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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