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집요한 평행이론

승천한 용의 칼 물려받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9 대선으로 진보-보수 집권 10년 주기설이 깨졌다. 탄핵 정국 이후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은 지 5년 만에 공수가 바뀌게 됐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미묘한 지각변동이 느껴진다. 그 중심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정부 들어 꽃길과 가시밭길을 동시에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대구고검으로 좌천돼 한직에서 보낸 시간을 전부 보상받는 듯했다.

대선 승리로
칼자루 잡아

윤 당선인의 꽃길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윤석열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에 칼을 댔다. 전격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돌입하면서 윤 당선인은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에 이른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각각 수십만~수백만의 시민이 모여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을 외쳤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윤 당선인 앞에 본격적으로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검찰인사에서 주변 측근들이 ‘추풍낙엽’처럼 썰려 나갔고, 본인도 검찰총장 권한이 축소돼 뼈아팠다. 전쟁과도 같은 갈등 상황은 1년 넘게 이어졌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대립에 국민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 같은 해 11월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지난 9일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당선인의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부 검찰총장이 상대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한 것도 충격인데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기 때문.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집권 10년 주기설도 깨졌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를 두 달 남긴 현재도 40%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사상 첫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정권교체를 당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0.73%p, 24만7000표라는 역대 최소 득표 차. 대선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층의 막판 결집이 대단했다’는 평이 나왔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윤 당선인이 이재명 대선후보에 비해 우세한 결과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는 승자독식 체제다.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막강하다.

국회 의석은 민주당이 172석으로 다수 당이지만 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배출되면서 공수는 이미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대통령의 힘은 인사권에서 나온다. 오는 5월 윤 당선인 취임 이후 정부부처, 산하기관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윤 당선인의 ‘친정’인 검찰은 이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권교체로 공수 뒤바뀌어
검찰 내부 분위기 뒤숭숭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는 대선 이튿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 불법으로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과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이 검사의 사표가 곧장 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대선 결과가 나온 다음 날 이 검사가 사표를 낸 사안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김 총장은 내년 5월31일까지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고 1년 이상 동행해야 한다. 현재 임기 10개월 차인 김 총장이 2년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 총장이 먼저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퇴를 압박하는 취지로 풀이됐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윤 당선인이 검찰의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실상 사퇴 거부다.

검사의 사의 표명, 검찰총장의 거취 등을 두고 검찰 안팎이 뒤숭숭한 중에 윤 당선인 이상으로 관심을 받는 인사가 있다. 바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다.

검사 사의
총장 나가?

한 부원장의 이름은 윤 당선인과 함께 언론은 물론 정치권 관계자, 누리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한 부원장이 문정부 관련 사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등 대형 사건의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부원장은 문정부 들어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일각에서는 부침의 정도로만 따지면 윤 당선인보다 더 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추 전 장관 취임 이후 검찰인사 때마다 좌천을 거듭해 특수통 검사였던 그가 비수사 부서로 밀려났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하러 온 검사에 독직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1973년생인 한 부원장은 1995년 22세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 2001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검사로 평가받는다. 특히 굵직한 사건에 참여해 재벌 총수 등 거물급 인사를 구속시키는 데 일조하면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평검사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 현대자동차그룹 비리 수사 등에 참여했다. 2007년에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현직 국세청장을 구속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윤 당선인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특검팀에 합류했다.

2017년 문정부가 출범했을 때부터 한 부원장은 윤 당선인과 함께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을 때는 3차장 검사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한 것도 한 부원장이었다.

요직 있다
나락으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탁됐다. 반부패‧강력부장은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요직이다.

거기까지였다. 윤 당선인이 추 전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한 부원장 역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추 전 장관의 첫 검찰인사, 이른바 ‘검찰대학살’ 당시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데 이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법무연수원 진천본원→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거듭 인사를 당했다.


부산고검으로 좌천된 이후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검언유착’ 의혹에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한 부원장을 언급하며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한 부원장은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실제 수사팀은 한 부원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했다. 

해당 수사와 관련해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하려다 한 부원장의 몸을 눌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전 울산지검 차장검사는 독직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 전 차장검사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후 정 전 차장검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거듭된 좌천에도 한 부원장은 검찰을 떠나지 않았다. “검찰에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가 보도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한 부원장이 오는 8~9월 검찰 정기인사 때 수사 부서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중용 0순위’가 한 부원장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4번 좌천되고도 버텨
서울중앙지검장 가나?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부원장을 지칭하며 “이 정권(문정부)에서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부원장의 거취를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팽팽하다. 민주당에서는 한 부원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당선인과 한 부원장이 엄청 가까운 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이라는 게 어떤 데냐면 지금 윤 당선인 본인을 포함해 그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사건들, 이런 다수의 사건이 존재하는 곳인데 거기 그렇게 어마무시하게 특별한 관계인 사람을 검사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한동훈 검사에 대해서 어떤 인사 계획도 나온 게 없는데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동훈 검사가 공무상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배제를 주장해도 된다. 그런데 민주당이 한동훈 검사를 집단 린치 해놓고 이제 와서 자신들의 집단 린치 과거가 마음에 걸리니까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라는 이게 바로 2차 가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과 한 부원장이 평행이론이 언급된다. 윤 당선인은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상부의 외압을 폭로한 뒤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돼있던 그를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중앙으로 이끌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불러들인 것. 

당겨주면
날아오를까?

특검팀 합류 이후 윤 당선인은 훨훨 날기 시작했다. 현재 한직으로 밀려나 있는 한 부원장 역시 윤 당선인의 부름을 받아 그와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부원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는 이미 검찰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오는 8~9월 검찰인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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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