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검수완박 무서운 후폭풍

남은 시간 4개월 검찰 명운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땅, 땅, 땅’ 의사봉 소리가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들었다. 70년 넘게 이어온 체계가 대변혁을 맞이하면서 국민은 또 다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와 마주하게 됐다. 이제 검찰에 남은 시간은 4개월. 본격적인 속도전이 시작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퇴임 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공포했다.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로 73년 동안 유지된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퇴임 6일 전
속전속결 처리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 성과를 언급한 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했다.

검찰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저항이 상당했지만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로 검찰개혁이 마무리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으로 권한이 축소된 데 이어 검수완박 법안 공포로 그나마 있던 권한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에서 ‘경제·부패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로 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시행령 등을 통해 직접 수사 범위 확대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법으로 못 박아 둔 만큼 큰 변화는 요원할 전망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권력자의 직권남용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다만 경찰 공무원과 공수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권은 검찰이 갖는다. 

현행 6개에서 2개로
9월부터 수사범위 축소

검찰청법 신설 조항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에 따라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도 분리된다. 다시 말해 경제·부패 범죄 등을 직접 수사한 검사는 관련 자료와 증거 등을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다른 검사에게 제시하고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도 사라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할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고발인은 불가하다. 여러 사안에 대해 고발을 진행하는 시민단체는 이 부분을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직접 수사 부서 현황 보고도 진행된다. 검찰총장은 앞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부서의 소속 검사‧수사관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 유예기간은 4개월이다.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은 12월 말까지 유지된다.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기 때문에 정확한 법리 검토와 신속한 증거수집이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면 선거범죄수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통과의 여세를 몰아 지난 3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가칭 한국형FBI) 설치를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안도 통과시켰다.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 국민의힘에서 파기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내용이 담겼다. 

70년 체계
한 달 만에

결의안에 따르면 사개특위는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신설, 이에 따른 수사권 조정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기관의 공정성·중립성 및 사법적 통제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등 사법체계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 활동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표결 전 퇴장했다.

검찰은 헌법 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그는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 및 절차상 위헌성, 선량한 국민들께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 요구를 건의 드렸으나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검찰 역시 지난달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검토해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재 재판권 전원(9명)이 심리한다.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국회의원이 심의.표결권 침해를 주장하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이 받아들여진 판례가 있다. 1997년 노동법 등 ‘날치기’ 입법 사태와 2011년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의 심의 중 반대토론이 묵살됐다며 제기한 청구 관련 판례다.

검찰 역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법무부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인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예측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4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항자 의원실이 확보한 청문회 답변자료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무리한 입법 추진으로 범죄자들은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고 힘 없는 국민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검찰 대응
헌재에 달려

이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구가 폐지된다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진다”며 “중요범죄의 대응 역량도 저하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일반 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9월이 되면 검찰의 6대 범죄수사권 중 3개가 사라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4개월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견과 무리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통상 검사가 일반 사건을 처리하는 데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전문적인 법률 검토 등에 4개월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월성 원전 의혹,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지방경찰청이 승계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부칙이 본회의 통과 때 빠졌기 때문. 대장동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맡고 있다.

이 부분을 두고도 검찰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4개월 안에 검찰의 수사능력을 확실하게 증명해 법안의 부조리함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된 직후 이미 수사 동력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만큼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나오더라도 수사 확대가 어려워진 점도 회의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검수완박 법안 공포와는 별개로 ‘검찰 독립성 강화’라는 공약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지난 3일 서울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국민께 드리는 약속’을 공개했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등 검찰 권한 복원 공약이 대부분 그대로 추진된다. 

부칙 빠져 대장동·블랙리스트는 계속 수사
“수사 능력 증명” vs “이미 끝났다” 갈려

수사지휘권 폐지를 위해서는 검찰청법 8조를 개정해야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인수위는 장기적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하되, 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수사지휘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예산 편성과 배정 사무를 법무부에서 대검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신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해 국회가 직접 검찰을 통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시행령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찰은 경찰 수사 단계를, 검찰은 검찰 수사 단계를 책임지는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도 구축한다. 

공수처법 24조 폐지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권한을 없애겠다는 것.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로부터 이첩을 요청받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은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권한이 집중된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검수완박은 경찰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형태로서 방향이 잘못돼 바로잡아야 한다”며 “향후 검경 수사권이 상호 견제‧균형이 바로 잡히게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 권력이 약해진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이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을 불송치했다가 고발인의 이의신청 후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다. 9월 이후에는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재차 불송치 판단을 내리면 검찰은 추가 수사를 할 수 없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도 경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상임고문과 김씨, 전직 5급 공무원 배모씨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사건도 9월 이후 경찰이 불송치 할 경우 검찰은 수사가 불가능하다. 

차기 정부
그대로 간다

경찰은 역량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검수완박 법안 공포 후 “범죄수사가 차질 없이 이뤄져 국민께서 느끼는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검찰과 상호 존중, 협력을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해소해 국민의 더 많은 신뢰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