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검수완박 무서운 후폭풍

남은 시간 4개월 검찰 명운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땅, 땅, 땅’ 의사봉 소리가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들었다. 70년 넘게 이어온 체계가 대변혁을 맞이하면서 국민은 또 다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와 마주하게 됐다. 이제 검찰에 남은 시간은 4개월. 본격적인 속도전이 시작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퇴임 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공포했다.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로 73년 동안 유지된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퇴임 6일 전
속전속결 처리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 성과를 언급한 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했다.

검찰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저항이 상당했지만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로 검찰개혁이 마무리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으로 권한이 축소된 데 이어 검수완박 법안 공포로 그나마 있던 권한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에서 ‘경제·부패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로 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시행령 등을 통해 직접 수사 범위 확대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법으로 못 박아 둔 만큼 큰 변화는 요원할 전망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권력자의 직권남용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다만 경찰 공무원과 공수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권은 검찰이 갖는다. 

현행 6개에서 2개로
9월부터 수사범위 축소

검찰청법 신설 조항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에 따라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도 분리된다. 다시 말해 경제·부패 범죄 등을 직접 수사한 검사는 관련 자료와 증거 등을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다른 검사에게 제시하고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도 사라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할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고발인은 불가하다. 여러 사안에 대해 고발을 진행하는 시민단체는 이 부분을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직접 수사 부서 현황 보고도 진행된다. 검찰총장은 앞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부서의 소속 검사‧수사관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 유예기간은 4개월이다.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은 12월 말까지 유지된다.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기 때문에 정확한 법리 검토와 신속한 증거수집이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면 선거범죄수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통과의 여세를 몰아 지난 3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가칭 한국형FBI) 설치를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안도 통과시켰다.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 국민의힘에서 파기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내용이 담겼다. 

70년 체계
한 달 만에

결의안에 따르면 사개특위는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신설, 이에 따른 수사권 조정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기관의 공정성·중립성 및 사법적 통제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등 사법체계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 활동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표결 전 퇴장했다.

검찰은 헌법 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그는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 및 절차상 위헌성, 선량한 국민들께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 요구를 건의 드렸으나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검찰 역시 지난달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검토해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재 재판권 전원(9명)이 심리한다.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국회의원이 심의.표결권 침해를 주장하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이 받아들여진 판례가 있다. 1997년 노동법 등 ‘날치기’ 입법 사태와 2011년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의 심의 중 반대토론이 묵살됐다며 제기한 청구 관련 판례다.

검찰 역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법무부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인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예측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4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항자 의원실이 확보한 청문회 답변자료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무리한 입법 추진으로 범죄자들은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고 힘 없는 국민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검찰 대응
헌재에 달려

이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구가 폐지된다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진다”며 “중요범죄의 대응 역량도 저하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일반 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9월이 되면 검찰의 6대 범죄수사권 중 3개가 사라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4개월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견과 무리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통상 검사가 일반 사건을 처리하는 데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전문적인 법률 검토 등에 4개월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월성 원전 의혹,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지방경찰청이 승계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부칙이 본회의 통과 때 빠졌기 때문. 대장동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맡고 있다.

이 부분을 두고도 검찰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4개월 안에 검찰의 수사능력을 확실하게 증명해 법안의 부조리함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된 직후 이미 수사 동력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만큼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나오더라도 수사 확대가 어려워진 점도 회의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검수완박 법안 공포와는 별개로 ‘검찰 독립성 강화’라는 공약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지난 3일 서울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국민께 드리는 약속’을 공개했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등 검찰 권한 복원 공약이 대부분 그대로 추진된다. 

부칙 빠져 대장동·블랙리스트는 계속 수사
“수사 능력 증명” vs “이미 끝났다” 갈려

수사지휘권 폐지를 위해서는 검찰청법 8조를 개정해야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인수위는 장기적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하되, 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수사지휘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예산 편성과 배정 사무를 법무부에서 대검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신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해 국회가 직접 검찰을 통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시행령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찰은 경찰 수사 단계를, 검찰은 검찰 수사 단계를 책임지는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도 구축한다. 

공수처법 24조 폐지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권한을 없애겠다는 것.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로부터 이첩을 요청받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은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권한이 집중된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검수완박은 경찰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형태로서 방향이 잘못돼 바로잡아야 한다”며 “향후 검경 수사권이 상호 견제‧균형이 바로 잡히게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 권력이 약해진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이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을 불송치했다가 고발인의 이의신청 후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다. 9월 이후에는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재차 불송치 판단을 내리면 검찰은 추가 수사를 할 수 없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도 경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상임고문과 김씨, 전직 5급 공무원 배모씨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사건도 9월 이후 경찰이 불송치 할 경우 검찰은 수사가 불가능하다. 

차기 정부
그대로 간다

경찰은 역량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검수완박 법안 공포 후 “범죄수사가 차질 없이 이뤄져 국민께서 느끼는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검찰과 상호 존중, 협력을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해소해 국민의 더 많은 신뢰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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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