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제로' 사라진 김오수 검찰총장 속사정

몰래 칼 가나…두문불출 ‘서초차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총장의 존재감은 정권 말이 다가올수록 빛을 발한다. 대통령의 임기 4~5년차에 터지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기 때문.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이제 8개월 남짓. 그럼에도 검찰총장이 보이질 않는다. 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 사라졌다.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 자리는 이른바 ‘독이 든 성배’다. 교체와 연장의 기로에 서 있는 정권의 행보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동안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들은 호흡기를 달아주거나 숨통을 끊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왔다. 

칼자루 쥔
마지막 총장

정권 말 낙점된 마지막 검찰총장은 그 끝이 좋았던 경우가 많지 않다. 김태정 전 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야권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선언해, DJ 집권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됐다. 하지만 옷 로비 사건으로 해임돼 재판까지 받았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유임된 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다 그가 서거하자 사퇴했다. 김수남 전 총장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지만 문정부에서 재신임 받지 못했다. 이렇듯 역대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가 임명되든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역설적으로 정권 말에 이를수록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는 뜻도 된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전임 대통령들은 임기 4년차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통령 측근을 중심으로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왔고 검찰 수사 여부에 따라 레임덕의 수위가 결정됐다. 임기 막바지가 되면 모든 관심은 차기 대선후보에 쏠린다.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은 임기 말 몸담았던 정당을 탈당해 토막 난 지지율을 보면서 쓸쓸히 퇴장했다. 

임기가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경우 검찰총장의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을지, 호위무사가 될지 등 검찰의 행보를 결정하는 일도 검찰총장 손에 달렸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오수 총장은 이 같은 공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것치고는 존재감이 ‘0’에 가깝다. 언론 보도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까지 겸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그로서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6월 취임 후 잠행 지속
두 달 뚜렷한 행보 없어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에서 김 총장이 주인공(?)인 기사는 많지 않다. 지난달 2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하계휴가를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총장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문제를 뒤로 하고 나흘간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고 김홍영 검사의 부친을 만났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6년 3~5월 택시와 회식자리 등에서 후배 검사였던 김 검사를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부는 형사처벌 없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그를 폭행과 모욕‧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단체 대화방 등에서 괴로워한 점 등을 종합하면 폭행죄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고 위법성을 조각할 이유가 없어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김 총장은 김 검사의 부친과 만난 자리에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국민중심 검찰추진단’을 통해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업무수행 중 순직한 검찰 구성원들을 기억하고자 대검 내에 추모 시설을 설치하는 계획도 설명했다. 

총장 멈추니
수사도 멈춰

지난달 23일에는 전국 34개 지검·지청의 초대 인권보호관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총장은 “인권보호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요성에 걸맞은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줄탁동시는 제자의 역량을 알아차리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스승의 예리한 기질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 6월1일 취임 이후 박 장관과 인사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검찰 직제개편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대선 정국에 돌입한 정치권에서도 김 총장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식물총장’이 된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김 총장은 취임 전부터 ‘총장 패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법무부는 김 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인사 기준을 논의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취임 전 인사위원회 개최에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 전 총장 때 첫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 크게 약진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검사는 검찰권 행사에 있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 관계에 있다는 원칙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구습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선 여전히 검찰총장의 지배력이 막강하다. 

김 총장의 행보에 따라 수사 진행이 빨라질 수도 더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검찰의 주요 현안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먼저 김 총장은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30일 이 사건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배임 교사 등 일부 혐의는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소집이 결정된 뒤 1~2주 뒤에 열렸지만 백 전 장관의 수사심의위는 한 달이 넘도록 개최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사정을 고려해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김 총장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눈치 보기?
중립 유지?

윤 전 총장 가족·측근 의혹 사건도 수사가 멈춰있는 상태다. 김 총장은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을 일체 보고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수사팀이 윤 전 총장 관련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대검이나 검찰총장에 보고하지 말 것을 지시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 

김 총장은 이들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어 지휘라인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지만 법무부나 대검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박 장관도 “검찰총장이 전국 모든 수사를 일일이 지휘해야만 수사가 돌아가고 그렇지 않으면 수사가 멈춘다는 기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김 총장의 수사 지휘 배제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눈치 보기’ ‘정치적 중립 유지’ 등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김 총장이 수사 진행에 따라 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권 말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왔던 검찰의 과거 모습을 답습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의 검찰총장 인선 배경이 그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문정부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인 인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문정부 요직마다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 총장을 지명하면서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감사위원, 공정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권익위원장 등 후보에 거론됐다”며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 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을 정도. 

수사심의위 개최 안 하고
윤석열 사건 보고 안 받고

당초 김 총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가 아니었다. 문정부의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혔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그가 차기 검찰총장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하지만 이 고검장이 김 전 차관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최종 후보에 들지 못하자 김 총장이 급부상했다. 김 총장은 다른 3명의 후보와 비교해 많은 표를 받지 못했음에도 박 장관의 제청을 받고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임명됐다. 

청와대는 17기(문무일)→23기(윤석열)→20기(김오수) 등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까지 김 총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정권 말 마지막 검찰총장은 확실한 ‘내 편’으로 심어왔던 과거 사례처럼 김 총장이 정부의 행보와 발을 맞출 것이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취임 전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때부터 ‘정권의 호위무사’ ‘방탄 총장’ 등의 수식어가 김 총장을 따라다녔다.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청와대를 겨냥한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빈번하게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 즉 추·윤 갈등 과정에서 줄어든 검찰총장의 권한이 김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도 있다. 법무부 등에서 윤 전 총장을 겪으면서 이른바 학습효과가 생겼고, 이로 인해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태생적 한계
앞으로도?

김 총장의 운신 폭이 당장 넓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대선 모드에 돌입했고, 후보 선출 과정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김 총장이 섣부른 행보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 임기만 보장된다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는 검찰총장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김 총장은 숨어 있는 걸까, 숨죽이고 있는 걸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