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제로' 사라진 김오수 검찰총장 속사정

몰래 칼 가나…두문불출 ‘서초차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총장의 존재감은 정권 말이 다가올수록 빛을 발한다. 대통령의 임기 4~5년차에 터지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기 때문.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이제 8개월 남짓. 그럼에도 검찰총장이 보이질 않는다. 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 사라졌다.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 자리는 이른바 ‘독이 든 성배’다. 교체와 연장의 기로에 서 있는 정권의 행보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동안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들은 호흡기를 달아주거나 숨통을 끊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왔다. 

칼자루 쥔
마지막 총장

정권 말 낙점된 마지막 검찰총장은 그 끝이 좋았던 경우가 많지 않다. 김태정 전 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야권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선언해, DJ 집권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됐다. 하지만 옷 로비 사건으로 해임돼 재판까지 받았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유임된 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다 그가 서거하자 사퇴했다. 김수남 전 총장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지만 문정부에서 재신임 받지 못했다. 이렇듯 역대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가 임명되든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역설적으로 정권 말에 이를수록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는 뜻도 된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전임 대통령들은 임기 4년차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통령 측근을 중심으로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왔고 검찰 수사 여부에 따라 레임덕의 수위가 결정됐다. 임기 막바지가 되면 모든 관심은 차기 대선후보에 쏠린다.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은 임기 말 몸담았던 정당을 탈당해 토막 난 지지율을 보면서 쓸쓸히 퇴장했다. 

임기가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경우 검찰총장의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을지, 호위무사가 될지 등 검찰의 행보를 결정하는 일도 검찰총장 손에 달렸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오수 총장은 이 같은 공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것치고는 존재감이 ‘0’에 가깝다. 언론 보도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까지 겸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그로서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6월 취임 후 잠행 지속
두 달 뚜렷한 행보 없어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에서 김 총장이 주인공(?)인 기사는 많지 않다. 지난달 2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하계휴가를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총장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문제를 뒤로 하고 나흘간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고 김홍영 검사의 부친을 만났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6년 3~5월 택시와 회식자리 등에서 후배 검사였던 김 검사를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부는 형사처벌 없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그를 폭행과 모욕‧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단체 대화방 등에서 괴로워한 점 등을 종합하면 폭행죄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고 위법성을 조각할 이유가 없어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김 총장은 김 검사의 부친과 만난 자리에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국민중심 검찰추진단’을 통해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업무수행 중 순직한 검찰 구성원들을 기억하고자 대검 내에 추모 시설을 설치하는 계획도 설명했다. 

총장 멈추니
수사도 멈춰

지난달 23일에는 전국 34개 지검·지청의 초대 인권보호관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총장은 “인권보호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요성에 걸맞은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줄탁동시는 제자의 역량을 알아차리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스승의 예리한 기질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 6월1일 취임 이후 박 장관과 인사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검찰 직제개편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대선 정국에 돌입한 정치권에서도 김 총장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식물총장’이 된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김 총장은 취임 전부터 ‘총장 패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법무부는 김 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인사 기준을 논의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취임 전 인사위원회 개최에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 전 총장 때 첫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 크게 약진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검사는 검찰권 행사에 있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 관계에 있다는 원칙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구습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선 여전히 검찰총장의 지배력이 막강하다. 

김 총장의 행보에 따라 수사 진행이 빨라질 수도 더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검찰의 주요 현안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먼저 김 총장은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30일 이 사건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배임 교사 등 일부 혐의는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소집이 결정된 뒤 1~2주 뒤에 열렸지만 백 전 장관의 수사심의위는 한 달이 넘도록 개최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사정을 고려해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김 총장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눈치 보기?
중립 유지?

윤 전 총장 가족·측근 의혹 사건도 수사가 멈춰있는 상태다. 김 총장은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을 일체 보고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수사팀이 윤 전 총장 관련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대검이나 검찰총장에 보고하지 말 것을 지시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 

김 총장은 이들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어 지휘라인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지만 법무부나 대검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박 장관도 “검찰총장이 전국 모든 수사를 일일이 지휘해야만 수사가 돌아가고 그렇지 않으면 수사가 멈춘다는 기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김 총장의 수사 지휘 배제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눈치 보기’ ‘정치적 중립 유지’ 등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김 총장이 수사 진행에 따라 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권 말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왔던 검찰의 과거 모습을 답습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의 검찰총장 인선 배경이 그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문정부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인 인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문정부 요직마다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 총장을 지명하면서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감사위원, 공정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권익위원장 등 후보에 거론됐다”며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 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을 정도. 

수사심의위 개최 안 하고
윤석열 사건 보고 안 받고

당초 김 총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가 아니었다. 문정부의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혔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그가 차기 검찰총장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하지만 이 고검장이 김 전 차관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최종 후보에 들지 못하자 김 총장이 급부상했다. 김 총장은 다른 3명의 후보와 비교해 많은 표를 받지 못했음에도 박 장관의 제청을 받고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임명됐다. 

청와대는 17기(문무일)→23기(윤석열)→20기(김오수) 등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까지 김 총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정권 말 마지막 검찰총장은 확실한 ‘내 편’으로 심어왔던 과거 사례처럼 김 총장이 정부의 행보와 발을 맞출 것이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취임 전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때부터 ‘정권의 호위무사’ ‘방탄 총장’ 등의 수식어가 김 총장을 따라다녔다.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청와대를 겨냥한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빈번하게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 즉 추·윤 갈등 과정에서 줄어든 검찰총장의 권한이 김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도 있다. 법무부 등에서 윤 전 총장을 겪으면서 이른바 학습효과가 생겼고, 이로 인해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태생적 한계
앞으로도?

김 총장의 운신 폭이 당장 넓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대선 모드에 돌입했고, 후보 선출 과정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김 총장이 섣부른 행보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 임기만 보장된다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는 검찰총장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김 총장은 숨어 있는 걸까, 숨죽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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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