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제로' 사라진 김오수 검찰총장 속사정

몰래 칼 가나…두문불출 ‘서초차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총장의 존재감은 정권 말이 다가올수록 빛을 발한다. 대통령의 임기 4~5년차에 터지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기 때문.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이제 8개월 남짓. 그럼에도 검찰총장이 보이질 않는다. 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 사라졌다.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 자리는 이른바 ‘독이 든 성배’다. 교체와 연장의 기로에 서 있는 정권의 행보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동안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들은 호흡기를 달아주거나 숨통을 끊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왔다. 

칼자루 쥔
마지막 총장

정권 말 낙점된 마지막 검찰총장은 그 끝이 좋았던 경우가 많지 않다. 김태정 전 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야권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선언해, DJ 집권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됐다. 하지만 옷 로비 사건으로 해임돼 재판까지 받았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유임된 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다 그가 서거하자 사퇴했다. 김수남 전 총장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지만 문정부에서 재신임 받지 못했다. 이렇듯 역대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가 임명되든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역설적으로 정권 말에 이를수록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는 뜻도 된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전임 대통령들은 임기 4년차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통령 측근을 중심으로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왔고 검찰 수사 여부에 따라 레임덕의 수위가 결정됐다. 임기 막바지가 되면 모든 관심은 차기 대선후보에 쏠린다.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은 임기 말 몸담았던 정당을 탈당해 토막 난 지지율을 보면서 쓸쓸히 퇴장했다. 

임기가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경우 검찰총장의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을지, 호위무사가 될지 등 검찰의 행보를 결정하는 일도 검찰총장 손에 달렸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오수 총장은 이 같은 공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것치고는 존재감이 ‘0’에 가깝다. 언론 보도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까지 겸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그로서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6월 취임 후 잠행 지속
두 달 뚜렷한 행보 없어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에서 김 총장이 주인공(?)인 기사는 많지 않다. 지난달 2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하계휴가를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총장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문제를 뒤로 하고 나흘간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고 김홍영 검사의 부친을 만났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6년 3~5월 택시와 회식자리 등에서 후배 검사였던 김 검사를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부는 형사처벌 없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그를 폭행과 모욕‧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단체 대화방 등에서 괴로워한 점 등을 종합하면 폭행죄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고 위법성을 조각할 이유가 없어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김 총장은 김 검사의 부친과 만난 자리에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국민중심 검찰추진단’을 통해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업무수행 중 순직한 검찰 구성원들을 기억하고자 대검 내에 추모 시설을 설치하는 계획도 설명했다. 

총장 멈추니
수사도 멈춰

지난달 23일에는 전국 34개 지검·지청의 초대 인권보호관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총장은 “인권보호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요성에 걸맞은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줄탁동시는 제자의 역량을 알아차리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스승의 예리한 기질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 6월1일 취임 이후 박 장관과 인사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검찰 직제개편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대선 정국에 돌입한 정치권에서도 김 총장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식물총장’이 된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김 총장은 취임 전부터 ‘총장 패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법무부는 김 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인사 기준을 논의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취임 전 인사위원회 개최에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 전 총장 때 첫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 크게 약진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검사는 검찰권 행사에 있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 관계에 있다는 원칙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구습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선 여전히 검찰총장의 지배력이 막강하다. 

김 총장의 행보에 따라 수사 진행이 빨라질 수도 더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검찰의 주요 현안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먼저 김 총장은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30일 이 사건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배임 교사 등 일부 혐의는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소집이 결정된 뒤 1~2주 뒤에 열렸지만 백 전 장관의 수사심의위는 한 달이 넘도록 개최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사정을 고려해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김 총장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눈치 보기?
중립 유지?

윤 전 총장 가족·측근 의혹 사건도 수사가 멈춰있는 상태다. 김 총장은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을 일체 보고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수사팀이 윤 전 총장 관련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대검이나 검찰총장에 보고하지 말 것을 지시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 

김 총장은 이들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어 지휘라인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지만 법무부나 대검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박 장관도 “검찰총장이 전국 모든 수사를 일일이 지휘해야만 수사가 돌아가고 그렇지 않으면 수사가 멈춘다는 기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김 총장의 수사 지휘 배제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눈치 보기’ ‘정치적 중립 유지’ 등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김 총장이 수사 진행에 따라 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권 말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왔던 검찰의 과거 모습을 답습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의 검찰총장 인선 배경이 그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문정부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인 인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문정부 요직마다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 총장을 지명하면서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감사위원, 공정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권익위원장 등 후보에 거론됐다”며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 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을 정도. 

수사심의위 개최 안 하고
윤석열 사건 보고 안 받고

당초 김 총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가 아니었다. 문정부의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혔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그가 차기 검찰총장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하지만 이 고검장이 김 전 차관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최종 후보에 들지 못하자 김 총장이 급부상했다. 김 총장은 다른 3명의 후보와 비교해 많은 표를 받지 못했음에도 박 장관의 제청을 받고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임명됐다. 

청와대는 17기(문무일)→23기(윤석열)→20기(김오수) 등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까지 김 총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정권 말 마지막 검찰총장은 확실한 ‘내 편’으로 심어왔던 과거 사례처럼 김 총장이 정부의 행보와 발을 맞출 것이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취임 전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때부터 ‘정권의 호위무사’ ‘방탄 총장’ 등의 수식어가 김 총장을 따라다녔다.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청와대를 겨냥한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빈번하게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 즉 추·윤 갈등 과정에서 줄어든 검찰총장의 권한이 김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도 있다. 법무부 등에서 윤 전 총장을 겪으면서 이른바 학습효과가 생겼고, 이로 인해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태생적 한계
앞으로도?

김 총장의 운신 폭이 당장 넓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대선 모드에 돌입했고, 후보 선출 과정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김 총장이 섣부른 행보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 임기만 보장된다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는 검찰총장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김 총장은 숨어 있는 걸까, 숨죽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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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