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검찰개혁 마지막 퍼즐

정권만 겨냥하면…형사부까지 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완결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수부가 몰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득세했던 형사부조차 ‘팽’당하는 모양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이 목전에 왔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는 검찰을 상대로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적폐 청산을 위한 칼이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여긴 것. 박근혜정부를 향했던 검찰의 칼이 문정부를 겨누기 시작한 때부터 검찰개혁은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지내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 권한 축소’ 즉 검찰 힘 빼기로 요약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검찰 권력을 나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으로 검찰 감시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인사권과 조직개편안으로 검찰 조직을 쪼갰다.

첫 표적은 특수·공안부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중용될 때까지만 해도 특수통 검사들의 전성시대였다. 이전 정부에서 드러난 적폐를 때려잡을 검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 윤 전 총장 취임 직후 단행한 첫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대거 약진했다.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도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에 포진됐다. 


특히 박근혜정부 말기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윤 전 총장과 호흡을 맞췄거나 문정부 출범 이후 2년 반에 걸친 적폐수사에서 공을 세운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등용됐다.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수통 검사들을 전진 배치한 ‘윤석열호’는 오래 가지 못했다. 균열은 2019년 8월 윤 전 총장 취임 이후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조 전 수석은 법무부 장관 지명 직후부터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몸살을 앓았다. 

검찰은 2019년 8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수석과 관련된 의혹 수사에 뛰어들었다. 검찰의 칼이 이전 정부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 옮겨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때쯤이다. 

검찰과 법무부가 완전히 대립구도에 접어든 시기는 추미애 전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불과 36일 만에 법무부 장관 자리를 내려놓은 조 전 수석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추 전 장관은 취임 초부터 검찰, 특히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수사하려면 승인 받아라
법무부 조직개편안 논란

추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고, 이는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진 것.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검사들이 좌천되면서 윤 전 총장의 손발이 잘려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전 총장에게 임명장을 건네면서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 당부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조 전 수석 일가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무마 사건 등을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현재 법무연수원 연수위원)으로,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의 지휘라인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조치됐다. 

추 전 장관은 특수·공안부를 개혁 대상으로, 형사부를 우대하는 인사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8월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열린 검찰 인사위원회에서는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형사·공판부 검사들, 우수 여성검사 및 공인전문검사를 적극 우대‧발탁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추 전 장관의 인사 기조는 퇴임 때까지 이어졌다. 법무부는 지난 1월 추 전 장관의 마지막 검찰 인사에서도 “묵묵히 민생과 관련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국민에게 신뢰와 감동을 준 우수 형사‧공판부 검사를 발탁해 ‘형사부 검사 우대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권 수사를 주로 담당했던 특수·공안부의 입지가 줄어들고 형사부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검찰의 수사능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확 쪼그라들었다.  

권력 겨누자
완전히 돌변

지난 1월1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축소됐다. 부패 범죄의 경우 특가법 적용 대상이면서 뇌물 액수가 3000만원 이상인 경우, 공직자 범죄는 대상자가 4급 이상일 때만, 경제 범죄는 피해액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사기만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부의 수사권마저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 조직개편안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1일 대검을 통해 조직개편안 및 의견 조회 요구 공문을 대검찰청을 통해 전국 각 지방검찰청에 내려 보냈다. 

개편안은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경우 1곳에서만 6대 범죄를 수사하도록 하고, 이 경우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검보다 작은 지청에서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이 요청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검찰은 이번 조직개편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검찰청법을 어기는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개정한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에 따르면 형사부는 ‘일반 형사사건을 하라’고 이미 규정돼있다”며 “다만 기준이 애매모호해 형사부가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이번에 명확히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건 정점
청와대로


이어 “현행 규정에도 직접수사의 경우 대검의 승인을 받아서 하게 돼있고 지난해와 올해 검찰총장 승인을 안 받고 수사한 적은 없다”며 “대검 규정으로 돼있던 건데 대통령령으로 가져오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안이 문정부 수사에 몰두하는 형사부를 옥죄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다. 현재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는 모두 일선지검 형사부가 주도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는 수원지검 형사3부가 맡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할 방침이다. 

해당 사건과 맞닿아 있는 ‘청와대 기획사정’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맡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조작 수사는 대전지검 형사5부에서 하고 있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다. 

세 사건에서 궁극적인 겨냥점은 청와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무소속(전 민주당) 이상직 의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한 것도 전주지검 형사3부다. 특수·공안부에서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돌입하자 권한을 축소시킨 것처럼 형사부에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른바 ‘박범계-김오수표 검수완박’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입법을 밀어 붙이고 있다. 지난 3월4일 윤 전 총장이 전격 사퇴를 발표한 이유도 중수청 추진에 대한 반발이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중수청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여권에선 중수청 논의 불거져
검찰인사에서 추미애 시즌2?

하지만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강경파는 중수청 신설과 관련해 “조만간 신임 당 대표에게 보고할 것”이라면서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수청 신설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비친 것. 민주당 내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검찰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일단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이 ‘검수완박’을 위한 장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수청 신설에 대해서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등 새로운 형사사법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중수청 신설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진정성은 검찰 인사에서 드러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규모 검찰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7일 법무부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의 승진·전보 인사 기준을 심의했다. 

지금까지 검찰인사위가 열린 뒤 당일이나 이튿날 검찰 인사안이 발표되는 경우가 많아 검찰인사위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인사위에서 논의된 인사 기준을 토대로 구체적인 인사안을 짜겠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검찰인사위가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이뤄지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김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면 공개적, 공식적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검찰 인사의 칼날은 형사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인사 규정에 따르면 부장검사는 1년의 필수보직 기간이 보장돼 해당 보직에 부임한지 1년이 되지 않으면 인사를 낼 수 없다. 하지만 인사 전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예외를 적용받아 현 보직에 부임한지 1년이 되지 않아도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사팀
운명은?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부 소속 부장검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이 좌천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 전 장관의 ‘검찰 대학살’ 인사가 1년6개월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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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