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검찰개혁 마지막 퍼즐

정권만 겨냥하면…형사부까지 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완결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수부가 몰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득세했던 형사부조차 ‘팽’당하는 모양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이 목전에 왔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는 검찰을 상대로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적폐 청산을 위한 칼이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여긴 것. 박근혜정부를 향했던 검찰의 칼이 문정부를 겨누기 시작한 때부터 검찰개혁은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지내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 권한 축소’ 즉 검찰 힘 빼기로 요약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검찰 권력을 나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으로 검찰 감시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인사권과 조직개편안으로 검찰 조직을 쪼갰다.

첫 표적은 특수·공안부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중용될 때까지만 해도 특수통 검사들의 전성시대였다. 이전 정부에서 드러난 적폐를 때려잡을 검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 윤 전 총장 취임 직후 단행한 첫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대거 약진했다.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도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에 포진됐다. 


특히 박근혜정부 말기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윤 전 총장과 호흡을 맞췄거나 문정부 출범 이후 2년 반에 걸친 적폐수사에서 공을 세운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등용됐다.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수통 검사들을 전진 배치한 ‘윤석열호’는 오래 가지 못했다. 균열은 2019년 8월 윤 전 총장 취임 이후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조 전 수석은 법무부 장관 지명 직후부터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몸살을 앓았다. 

검찰은 2019년 8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수석과 관련된 의혹 수사에 뛰어들었다. 검찰의 칼이 이전 정부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 옮겨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때쯤이다. 

검찰과 법무부가 완전히 대립구도에 접어든 시기는 추미애 전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불과 36일 만에 법무부 장관 자리를 내려놓은 조 전 수석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추 전 장관은 취임 초부터 검찰, 특히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수사하려면 승인 받아라
법무부 조직개편안 논란

추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고, 이는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진 것.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검사들이 좌천되면서 윤 전 총장의 손발이 잘려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전 총장에게 임명장을 건네면서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 당부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조 전 수석 일가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무마 사건 등을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현재 법무연수원 연수위원)으로,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의 지휘라인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조치됐다. 

추 전 장관은 특수·공안부를 개혁 대상으로, 형사부를 우대하는 인사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8월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열린 검찰 인사위원회에서는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형사·공판부 검사들, 우수 여성검사 및 공인전문검사를 적극 우대‧발탁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추 전 장관의 인사 기조는 퇴임 때까지 이어졌다. 법무부는 지난 1월 추 전 장관의 마지막 검찰 인사에서도 “묵묵히 민생과 관련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국민에게 신뢰와 감동을 준 우수 형사‧공판부 검사를 발탁해 ‘형사부 검사 우대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권 수사를 주로 담당했던 특수·공안부의 입지가 줄어들고 형사부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검찰의 수사능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확 쪼그라들었다.  

권력 겨누자
완전히 돌변

지난 1월1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축소됐다. 부패 범죄의 경우 특가법 적용 대상이면서 뇌물 액수가 3000만원 이상인 경우, 공직자 범죄는 대상자가 4급 이상일 때만, 경제 범죄는 피해액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사기만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부의 수사권마저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 조직개편안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1일 대검을 통해 조직개편안 및 의견 조회 요구 공문을 대검찰청을 통해 전국 각 지방검찰청에 내려 보냈다. 

개편안은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경우 1곳에서만 6대 범죄를 수사하도록 하고, 이 경우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검보다 작은 지청에서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이 요청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검찰은 이번 조직개편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검찰청법을 어기는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개정한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에 따르면 형사부는 ‘일반 형사사건을 하라’고 이미 규정돼있다”며 “다만 기준이 애매모호해 형사부가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이번에 명확히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건 정점
청와대로


이어 “현행 규정에도 직접수사의 경우 대검의 승인을 받아서 하게 돼있고 지난해와 올해 검찰총장 승인을 안 받고 수사한 적은 없다”며 “대검 규정으로 돼있던 건데 대통령령으로 가져오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안이 문정부 수사에 몰두하는 형사부를 옥죄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다. 현재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는 모두 일선지검 형사부가 주도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는 수원지검 형사3부가 맡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할 방침이다. 

해당 사건과 맞닿아 있는 ‘청와대 기획사정’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맡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조작 수사는 대전지검 형사5부에서 하고 있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다. 

세 사건에서 궁극적인 겨냥점은 청와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무소속(전 민주당) 이상직 의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한 것도 전주지검 형사3부다. 특수·공안부에서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돌입하자 권한을 축소시킨 것처럼 형사부에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른바 ‘박범계-김오수표 검수완박’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입법을 밀어 붙이고 있다. 지난 3월4일 윤 전 총장이 전격 사퇴를 발표한 이유도 중수청 추진에 대한 반발이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중수청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여권에선 중수청 논의 불거져
검찰인사에서 추미애 시즌2?

하지만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강경파는 중수청 신설과 관련해 “조만간 신임 당 대표에게 보고할 것”이라면서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수청 신설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비친 것. 민주당 내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검찰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일단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이 ‘검수완박’을 위한 장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수청 신설에 대해서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등 새로운 형사사법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중수청 신설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진정성은 검찰 인사에서 드러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규모 검찰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7일 법무부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의 승진·전보 인사 기준을 심의했다. 

지금까지 검찰인사위가 열린 뒤 당일이나 이튿날 검찰 인사안이 발표되는 경우가 많아 검찰인사위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인사위에서 논의된 인사 기준을 토대로 구체적인 인사안을 짜겠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검찰인사위가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이뤄지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김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면 공개적, 공식적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검찰 인사의 칼날은 형사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인사 규정에 따르면 부장검사는 1년의 필수보직 기간이 보장돼 해당 보직에 부임한지 1년이 되지 않으면 인사를 낼 수 없다. 하지만 인사 전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예외를 적용받아 현 보직에 부임한지 1년이 되지 않아도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사팀
운명은?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부 소속 부장검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이 좌천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 전 장관의 ‘검찰 대학살’ 인사가 1년6개월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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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원 2만명 ‘K’ 마약 채팅방 추적

[단독] 회원 2만명 ‘K’ 마약 채팅방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회원 수 2만여명을 보유한 텔레그램 마약 유통 채팅방이 활개치고 있다. 마약 구매, 운반책 모집 등에 이용된 이곳은 국내 마약 산업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지난 5월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한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의 제보자 A씨는 “필리핀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데 이용하는 곳”이라며 ‘K’ 마약 채팅방을 소개했다. K방은 마약 판매를 위한 광고 행위를 넘어 ‘마약 카르텔’의 조직력을 자랑했다. 지난 8월 익명의 K방 운영자는 한 20대 남성의 주민등록증 사진과 신상정보, 부모의 연락처를 공개했다. 마약 운반 중 도주하는 등의 불이익을 안긴 조직원을 찾아내 보복하기 위한 공개수배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엔 ‘K방을 사칭하면 이렇게 된다’는 글과 함께 안면이 심하게 다친 남성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독이 된 보안성 보안성을 강조하는 텔레그램은 각국 수사기관을 비롯한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다. 지난 2013년 8월 출시된 이후 검·경이 성착취물 유포, 마약·자금 세탁 등의 범죄 수사 과정서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하고, 국제공조를 활용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 수사 때도 경찰은 신원 확인 등을 위해 텔레그램에 지속적인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어떤 추적에도 뚫리지 않는 보안성과 암호화를 앞세운 텔레그램이 온라인 마약 산업의 확대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12월 설립된 K방은 텔레그램 마약 유통 채팅방 중 구독자가 1~3만명으로 가장 많다. 하루에도 4000명 이상이 들여다보는 이곳은 필로폰, 대마초, 케타민, 엑스터시 등 사실상 모든 종류의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 상세한 가격 표기는 물론, 투약 후기까지 올라온다. 단순 판매 광고를 넘어 마약 운반책을 뜻하는 이른바 ‘지게꾼’도 모집하는데, “평생 가족처럼 일할 지게꾼 모집.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고 유혹한다. 직업이 불분명한 청소년이라면 쉽게 관심 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지게꾼은 마약 판매자가 지정한 장소에 마약을 운반하고 구매자가 수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K방 운영진은 잠복 경찰이 지원할 가능성을 대비해 지게꾼 지원자에게 신분증 사진과 부모형제의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요구한다. 지게꾼이 마약을 운반하는 과정서 직접 투약하거나, 훔치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K방에서 지게꾼으로 일하다가 달아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 B씨가 공개 수배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초 K방에는 B씨의 실명과 이름, 부모의 연락처와 함께 “인천에 사는 OOO, 천안으로 도주”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치외법권 텔레그램 악용 지능범죄 배신자 색출···지명수배 내리기도 취재진이 “마약 채팅방에 B씨의 신분증 사진과 연락처, 부모의 연락처까지 올라왔다. 불상사를 당할 수 있지 않겠냐”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영문도 모른 채 B씨에게 연락해 신변을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K방에서 지게꾼으로 일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례도 있다. 필리핀 현지 구치소서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탈옥한 송씨의 필로폰 판매도 K방에서 이뤄졌다. 지난 2022년 1월25일 송씨가 K방을 통해 고용한 운반책 김모씨는 당시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혔다. 이날 오전 8시경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아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모텔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송씨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 A씨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채팅방 구독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건넸다. 김씨가 체포됐다는 점, 송씨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는 사실, 김씨의 사진과 신원은 채팅방에 모두 공개됐다. 이를 통해 송씨가 김씨의 상선이었다는 사실은 마약 업계에 퍼졌다.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어떤 연예인이 누구한테 마약을 구매했는지도 금방 소문이 난다”고 말했다. 범죄자 놀이터 결과적으로 K 채팅방은 마약의 모든 유통구조를 총괄하는 셈이다. 2년 가까이 수사망을 피해 건재함을 유지하기 때문인지 K방을 모방한 채팅방도 생겨나고 있다. 다수의 마약 유통 채팅방들은 서로 ‘진짜 K방’이라며 광고했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K방엔 ‘K 사칭범 사기꾼 검거 완료. 이상한 헛소리하면 죽여버린다’는 글과 함께 안면에 심각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남성의 옆에는 신원 불상의 K방 관계자가 피해 남성의 얼굴을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다음 날 게시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피해 남성을 폭행한 이유를 묻자 아무런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지난달 19일 필리핀서 국내로 50억원 상당의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하다 붙잡힌 총책 등 54명도 K방을 포함한 텔레그램 채널을 악용했다. 대전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 범죄단체 조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받는 총책 C씨 등 조직 간부 9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4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C씨는 지난 2020년부터 필리핀서 암호와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 채널을 만들고 8kg에 달하는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약 50억원 상당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필로폰은 무려 6㎏ 상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고려하면 C씨가 판매한 필로폰은 2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조직원들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범행에 가담한 중간 판매책과 유통책 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자금관리, 광고팀, 상담팀, 마약 던지기 운반책 등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고 국내에 있는 판매 조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하선 기본 수칙’을 정해 놓기도 했다. 이 수칙 중에는 상선 유무 및 관계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도록 하거나 SNS 광고를 꾸준히 하지 않을 경우, 추방하고 일정 매출이 나올 수 있도록 기준치를 정해 독려하기도 했다. 학생도 손쉽게 경찰은 텔레그램을 이용한 마약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 2022년 1월 마약 거래에 이용된 자금 흐름 분석 등을 통해 C씨를 특정했다. 필리핀서 은밀하게 숨어 있던 C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은 올해 초 경찰청서 마약공조수사계를 신설하고 필리핀 내 소재 단서를 종합, 필리핀 당국과 긴밀히 공조했다. 필리핀 당국에 집중 추적을 의뢰했으며 지난 6월 ‘인터폴 국외도피사범 검거 작전회의’ 참여를 계기로 한국과 필리핀 양국 사이 실무 회담을 진행했다. 검거 계획 수립 후 노력한 끝에 필리핀 법 집행기관과 코리안 데스크가 C씨를 검거했으며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검거 2주 후인 지난달 2일 C씨를 송환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약 20억원에 관한 기소 전 추징을 실시했고 공범 D씨를 추적 중이며 추가적인 범행에 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는 11월까지 4개월 동안 마약류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있으며 인터넷 마약류 및 조직적 유통 사범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마약류 범죄는 투약자 개인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할 뿐 아니라 2차 범죄로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해 목격 시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최근 검·경은 마약과 성범죄 등의 온상인 텔레그램을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정부는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를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한 바 있다. 보안성을 앞세워 수사에 비협조적인 텔레그램에 수사 기관들도 강력히 대응하기 시작한 것. 지난 2일 한국 경찰도 텔레그램 법인에 관해 딥페이크 성범죄 방조 혐의를 적용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일명 ‘마약 동아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마약 범죄와 관련된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회원들을 겨냥한 수사 확대에 나섰다. 유통·광고·모집 한 방에 필리핀 한인 범죄의 메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대검찰청과 공조해 카이스트 출신의 마약 동아리 회장 염모씨가 이용한 채팅방 운영자를 추적 중이다. 운영자뿐 아니라 다수의 회원도 수사망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이런 채팅방을 다수 파악했다. 이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이번 마약 동아리 사건에 등장한 채팅방을 겨누고 있다. 수도권 13곳 대학 출신 14명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수사 확대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진 마약사범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과정서 검찰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대학생 등 약 9000명이 가입한 것을 확인했다.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에 대해 대검찰청 인터넷 마약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대검과 공조해 추적 수사 중이다. 피의자들은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휴대전화 저장 자료 영구 삭제 등 포렌식 대비, 모발 탈·염색, 사설기관 모발검사, 피의자 신문조사 모의 답변’ 등 채널서 파악한 대비 방법을 범죄에 활용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마약 범죄를 적발하는 등 시스템의 효과도 봤다. 앞서 마약상들의 거래 수법이 고도로 지능화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을 맞아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올해 초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AI를 탑재하며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텔레그램 채널을 파악했고, ‘마약 동아리 사건’ 속 피고인들의 가입 채널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동아리 마약 사건의 관계자 14명 외의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동아리를 만든 염씨 등을 포함한 6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단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과거 연락 수단에 그쳤던 텔레그램은 수년 전부터 마약 판매업자들의 광고 플랫폼이자 밀수부터 구매까지 거래의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마약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황하는 수사 당국 검찰 관계자는 “마약 수사의 목표는 유통망 차단인데, 마약 유통책이나 딜러들은 텔레그램 네트워크 뒤에 숨어 있어 공급 라인을 차단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수백개의 마약 채팅방서 마약 광고를 하거나 구인·구직도 이뤄지지만, 수사 과정서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