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 뭉갠'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 인사 막전막후

‘역시나’ 아직 살아 있는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무부 장관이 휘두른 인사권에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 인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지면서 그 여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검찰의 칼끝이 무뎌지면서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수사의 향방이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정치권은 이미 대선 모드에 들어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도전 의사를 밝혔다. 내년 3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8개월. 정치권은 물론 검찰 역시 정권 연장과 정권교체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대선 정국
기로 섰다

검찰의 존재감은 정권 말에 이를수록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수사권을 무기로 정권의 호흡기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지막 검찰총장’에 높은 관심을 기울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권 말 검찰총장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을 걷는다. 대선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터져 나오는 정치적 사건을 직면해야 한다. 정권 입장에서는 확실한 ‘자기편’이 필요하다. 레임덕을 최소화할 방패를 세우고 싶은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김 총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떠올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도 김 총장을 제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거쳐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김 총장은 ‘정권의 호위무사’ ‘방탄 총장’ 등으로 불렸다. 미묘한 부분은 김 총장의 임기가 문정부와 차기 정부에 반씩 걸쳐 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법에 보장돼있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다.

실제 자기편인 줄 알고 앉힌 검찰총장이 튀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김영삼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태정 총장은 DJ 비자금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해 DJ정권 탄생에 일조했다는 말을 들었다.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임채진 총장은 정권이 교체된 뒤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다. 이후 노 대통령이 서거하자 사퇴했다. 박근혜정부의 김수남 검찰총장도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불안함의 발로였을까. 지난달 25일 단행된 검찰인사에서 중간간부급 검사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박 장관은 사실상 임기 중 마지막 검찰인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단행하면서 인사권을 최대로 휘둘렀다. 

역대 최대 규모 인사
중간 간부 90% 이동

법무부는 고검 검사급(차·부장검사) 검사 652명, 평검사 10명 등 총 662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로 검찰 중간간부 가운데 90% 이상이 자리를 옮기게 됐다. 올해 3월말 기준 고검 검사급 전체 인원은 686명이다. 

당초 중간간부급 인사는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올해 초 박 장관 취임 직후 정기인사 규모가 소폭에 그친 데다 이달 초 김 총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검찰 진용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의지도 반영됐다. 여기에 검찰 직제개편까지 맞물리면서 인사폭이 커졌다. 


앞서 박 장관은 “거의 대부분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등 지방검찰청 8곳에 인권보호부가 신설됐고, 일부 지방검찰청의 반부패수사부-강력범죄형사부, 공공수사부-외사범죄형사부가 각각 통폐합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권 수사를 하던 수사팀장들이 전원 교체됐다는 점이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전보됐다.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담당했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도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났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지영 대전지검 차장은 춘천지검 차장으로 이동했다. 전 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한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임명됐다. 

정부 겨냥
좌천의 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맡았던 신봉수 평택지청장과 홍승욱 천안지청장은 서울고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고검은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자리다. 서울고검은 친정부 검사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자리해 있다.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 특검팀에서 일하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갔던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도 서울고검으로 가게 됐다. 윤 전 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사건을 지휘한 송경호 여주지청장도 수원고검으로 발령 났다.

윤 전 총장 가족·주변인 의혹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장들도 바뀌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정용환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반부패·강력수사 1부장으로 내부 이동했다.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를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으로 기소한 박순배 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광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옮겼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검사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서정민 중앙지검 형사13부장은 국무조정실로 파견됐다.

법무부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 장관을 보좌하던 검사들이 수사 보직으로 이동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중앙지검 4차장에 보임됐다. 추 전 장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맡은 진재선 서산지청장은 중앙지검 3차장이 됐다.

후폭풍 계속
검사복 벗어

윤 전 총장 감찰, 징계 청구 당시 실무를 주도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성남지청장으로, 임은정 대검 검찰정책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전보됐다. 임 감찰담당관은 그동안 SNS를 통해 검찰 조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법무부 대변인에는 박현주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대검찰청 대변인에는 서인선 서울북부지검 형사부장이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도 이혜은 평택지청 형사1부장이 맡는다.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의 공보 담당을 모두 여성 검사가 맡게 된 것. 


법무부는 “검찰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를 주안점에 두고 전면적인 ‘전진 인사’를 통해 검찰 조직의 쇄신과 활력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민생 업무에 묵묵히 매진해 온 형사·공판부 검사를 우대하고 공인전문검사·우수 여성검사를 발탁해 온 기존 인사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특정 부서나 인맥, 출신에 편중됨 없이 전담별·지역별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인사가 단행되고 1주일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나병훈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나 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수원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김욱준 전 차장검사 후임으로 지난 2월에 부임한 그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검·언유착 의혹) 등을 수사했다.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수사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제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갈 때가 된 것 같다”며 “최근 검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마음으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리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정권 수사팀 모두 해체
‘피고인’ 검사는 승진

서울고검 검사로 보임된 이준식 부천지청장 역시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도 “어려운 시기에 먼저 떠나게 돼 죄송스럽지만, 우리 조직은 늘 그래왔듯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이프로스에 글을 남겼다. 


양인철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도 명예퇴직원을 냈다. 그는 지난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며 추 전 장관 아들 군 복무 휴가 특혜 의혹을 맡아 수사했다. 수사 중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됐다가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가게 됐다. 

이번 인사를 두고 법조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던 수사팀이 모두 와해되면서 사실상 정권 관련 수사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피고인’ 신분의 검사들이 수사 부서에 배치되고 승진까지 하면서 법치가 파괴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는 공정거래위원회 파견직을 유지하면서 대전지검 부부장검사로 승진했다. 지난 고위간부급 검찰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한 이성윤 고검장 사례가 오버랩된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정권 관련 수사를 하면 좌천되고 친정부 성향은 승진한다’는 문정부 검찰 인사 공식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대학살’이라고 회자되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검찰인사로 이른바 ‘윤석열 라인’이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검사복을 벗었고, 친정부 검사들이 요직을 꿰찼다. 추 전 장관 때부터 시작된 이 같은 인사 기조는 박 장관에 이르러서도 변하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김 총장 역시 검찰 인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공식됐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상식과 인사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이번 검찰 인사는 법무부가 불의와 불법의 총본산임을 보여줬다”며 “인사권 행사를 빙자해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앞장서 법치를 파괴한 박 장관은 그 인사 농단에 의한 엄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속기사> 월성 원전 관련 인물 기소 
“부당하게 관여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백 전 장관이 정 사장의 배임과 업무방해를 교사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기소 여부에 대해 판단받기로 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