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 뭉갠'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 인사 막전막후

‘역시나’ 아직 살아 있는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무부 장관이 휘두른 인사권에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 인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지면서 그 여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검찰의 칼끝이 무뎌지면서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수사의 향방이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정치권은 이미 대선 모드에 들어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도전 의사를 밝혔다. 내년 3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8개월. 정치권은 물론 검찰 역시 정권 연장과 정권교체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대선 정국
기로 섰다

검찰의 존재감은 정권 말에 이를수록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수사권을 무기로 정권의 호흡기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지막 검찰총장’에 높은 관심을 기울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권 말 검찰총장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을 걷는다. 대선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터져 나오는 정치적 사건을 직면해야 한다. 정권 입장에서는 확실한 ‘자기편’이 필요하다. 레임덕을 최소화할 방패를 세우고 싶은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김 총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떠올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도 김 총장을 제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거쳐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김 총장은 ‘정권의 호위무사’ ‘방탄 총장’ 등으로 불렸다. 미묘한 부분은 김 총장의 임기가 문정부와 차기 정부에 반씩 걸쳐 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법에 보장돼있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다.

실제 자기편인 줄 알고 앉힌 검찰총장이 튀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김영삼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태정 총장은 DJ 비자금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해 DJ정권 탄생에 일조했다는 말을 들었다.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임채진 총장은 정권이 교체된 뒤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다. 이후 노 대통령이 서거하자 사퇴했다. 박근혜정부의 김수남 검찰총장도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불안함의 발로였을까. 지난달 25일 단행된 검찰인사에서 중간간부급 검사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박 장관은 사실상 임기 중 마지막 검찰인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단행하면서 인사권을 최대로 휘둘렀다. 

역대 최대 규모 인사
중간 간부 90% 이동

법무부는 고검 검사급(차·부장검사) 검사 652명, 평검사 10명 등 총 662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로 검찰 중간간부 가운데 90% 이상이 자리를 옮기게 됐다. 올해 3월말 기준 고검 검사급 전체 인원은 686명이다. 

당초 중간간부급 인사는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올해 초 박 장관 취임 직후 정기인사 규모가 소폭에 그친 데다 이달 초 김 총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검찰 진용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의지도 반영됐다. 여기에 검찰 직제개편까지 맞물리면서 인사폭이 커졌다. 

앞서 박 장관은 “거의 대부분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등 지방검찰청 8곳에 인권보호부가 신설됐고, 일부 지방검찰청의 반부패수사부-강력범죄형사부, 공공수사부-외사범죄형사부가 각각 통폐합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권 수사를 하던 수사팀장들이 전원 교체됐다는 점이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전보됐다.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담당했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도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났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지영 대전지검 차장은 춘천지검 차장으로 이동했다. 전 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한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임명됐다. 

정부 겨냥
좌천의 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맡았던 신봉수 평택지청장과 홍승욱 천안지청장은 서울고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고검은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자리다. 서울고검은 친정부 검사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자리해 있다.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 특검팀에서 일하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갔던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도 서울고검으로 가게 됐다. 윤 전 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사건을 지휘한 송경호 여주지청장도 수원고검으로 발령 났다.

윤 전 총장 가족·주변인 의혹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장들도 바뀌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정용환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반부패·강력수사 1부장으로 내부 이동했다.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를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으로 기소한 박순배 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광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옮겼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검사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서정민 중앙지검 형사13부장은 국무조정실로 파견됐다.

법무부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 장관을 보좌하던 검사들이 수사 보직으로 이동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중앙지검 4차장에 보임됐다. 추 전 장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맡은 진재선 서산지청장은 중앙지검 3차장이 됐다.

후폭풍 계속
검사복 벗어

윤 전 총장 감찰, 징계 청구 당시 실무를 주도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성남지청장으로, 임은정 대검 검찰정책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전보됐다. 임 감찰담당관은 그동안 SNS를 통해 검찰 조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법무부 대변인에는 박현주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대검찰청 대변인에는 서인선 서울북부지검 형사부장이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도 이혜은 평택지청 형사1부장이 맡는다.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의 공보 담당을 모두 여성 검사가 맡게 된 것. 

법무부는 “검찰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를 주안점에 두고 전면적인 ‘전진 인사’를 통해 검찰 조직의 쇄신과 활력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민생 업무에 묵묵히 매진해 온 형사·공판부 검사를 우대하고 공인전문검사·우수 여성검사를 발탁해 온 기존 인사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특정 부서나 인맥, 출신에 편중됨 없이 전담별·지역별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인사가 단행되고 1주일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나병훈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나 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수원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김욱준 전 차장검사 후임으로 지난 2월에 부임한 그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검·언유착 의혹) 등을 수사했다.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수사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제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갈 때가 된 것 같다”며 “최근 검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마음으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리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정권 수사팀 모두 해체
‘피고인’ 검사는 승진

서울고검 검사로 보임된 이준식 부천지청장 역시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도 “어려운 시기에 먼저 떠나게 돼 죄송스럽지만, 우리 조직은 늘 그래왔듯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이프로스에 글을 남겼다. 

양인철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도 명예퇴직원을 냈다. 그는 지난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며 추 전 장관 아들 군 복무 휴가 특혜 의혹을 맡아 수사했다. 수사 중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됐다가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가게 됐다. 

이번 인사를 두고 법조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던 수사팀이 모두 와해되면서 사실상 정권 관련 수사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피고인’ 신분의 검사들이 수사 부서에 배치되고 승진까지 하면서 법치가 파괴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는 공정거래위원회 파견직을 유지하면서 대전지검 부부장검사로 승진했다. 지난 고위간부급 검찰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한 이성윤 고검장 사례가 오버랩된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정권 관련 수사를 하면 좌천되고 친정부 성향은 승진한다’는 문정부 검찰 인사 공식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대학살’이라고 회자되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검찰인사로 이른바 ‘윤석열 라인’이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검사복을 벗었고, 친정부 검사들이 요직을 꿰찼다. 추 전 장관 때부터 시작된 이 같은 인사 기조는 박 장관에 이르러서도 변하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김 총장 역시 검찰 인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공식됐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상식과 인사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이번 검찰 인사는 법무부가 불의와 불법의 총본산임을 보여줬다”며 “인사권 행사를 빙자해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앞장서 법치를 파괴한 박 장관은 그 인사 농단에 의한 엄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속기사> 월성 원전 관련 인물 기소 
“부당하게 관여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백 전 장관이 정 사장의 배임과 업무방해를 교사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기소 여부에 대해 판단받기로 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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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