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지워지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그림자

아직은 살아 있는 순장조 영감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은 보통 정부의 성향에 따라 부침을 겪는다. 특히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크고 작은 일로 굴곡진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는 영전을, 누군가는 좌천을, 인사 시기마다 검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때마다 뚜렷한 존재감을 뽐낸 이가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검찰은 문재인정부에서 ‘역대급’ 관심을 받았다. 검찰 인사,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대립 등 검찰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나라가 들썩일 정도였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검찰이 이 정도로 화두에 오른 적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길에서
가시밭길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그중에서도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그는 이번 정부 들어 가장 심한 부침을 겪은 검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요직 중 세 자리를 거칠 정도로 꽃길을 걷다 검찰총장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내리막을 향했다. 

이 고검장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4년 사법연수원 23기로 수료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재직하면서 문 대통령(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보좌했다. 2014년 1월 차장검사로 승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세월호 참사 검경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한직으로 밀려났던 이 고검장은 이번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맡으며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6월 전국 검찰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 부장이 된 그는 이어 대검 반부패강력부 부장 자리에 올랐다.


2019년 7월 법무부 검찰국장에 오른 이후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기까지 그의 검사 인생은 문정부 들어 말 그대로 꽃을 피웠다. 검찰 요직 빅4로 불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형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중 세 자리를 불과 2~3년 사이에 두루 거쳤다.

이 고검장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추 전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당시 검찰총장)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두 사람은 지난해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추·윤 대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내 요직 두루 거쳐
검찰총장 목전에서 낙마

추 전 장관과 윤 후보의 갈등에서 이 고검장은 추 전 장관의 ‘칼’ 역할을 맡아 윤 후보와 대립했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추 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후보를 강하게 압박할 때도 수사의 중심에 있던 건 이 고검장의 서울중앙지검이었다.

추·윤 대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 고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다. ‘차기 검찰총장은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갈린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논의 결과 이 고검장은 최종 후보 4인에 포함되지 못했다. 

LH 사태 이후 4·7 재보선에서 여권이 참패를 당한 점, 김 전 차관 사건에서 이 고검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 이 고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당초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법무연수원장 등 좌천성 승진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으로 올라선 것.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검사가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영전하자 야권은 일제히 ‘보은성 인사’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반발이 컸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통상 현직 검사가 형사사건에 연루돼 기소되면 해당 검사를 수사 직무에서 배제해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거나 피고인이 된 검사는 스스로 사퇴했고, 고위직 검사의 경우 더욱 그래야 마땅하다는 게 법조, 국민 전반의 정서”라고 지적했다. 

이 고검장은 떠들썩했던 영전 초기와는 달리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과 관련된 사건에 이 고검장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어디에도 없는 듯 했지만 어디에나 있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과 비교해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추·윤 대전
친정부 성향

최근 서울고검 감찰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팀의 ‘사모펀드 편향 수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감찰은 2019년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사모펀트 의혹을 조사하면서 조 전 장관 관련 부분만 수사하고, 사모펀드 배후로 지목된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등에 대한 수사는 소홀했다는 진정에서 시작됐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대검 감찰부로부터 진정을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조국 수사팀은 서울고검의 감찰에 대해 “표적 감찰”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3일 서울고검 감찰부는 ‘혐의 없음’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조국 수사팀은 반대로 당시 ‘이성윤 지휘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조국 수사팀은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공판 수행과 병행해(익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대검, 법무부 등에 수회에 걸쳐 인력 지원 요청 등을 했으나 합리적 설명 없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검 감찰부가 조국 수사팀 감찰에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지만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감찰은 시작부터 조국 수사팀에 대한 ‘흠집내기용’으로 진행된 감찰이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부장이었던 한동훈 검사장은 “당연한 결론이지만 이미 이 감찰은 불순한 목적을 달성했다”며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면 끝까지 스토킹할 거라는 본보기를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팀 감찰
흠집 내기용?

공수처 수사와 관련해서도 이 고검장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앞서 이 고검장은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해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황제 조사 논란은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언급될 만큼 큰 파급력을 보였다. 공수처의 ‘흑역사’인 셈이다. 


공수처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고검장의 공소장을 불법으로 유출했다며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예고한 상태다. 수사팀이 이 고검장의 공소장을 유출한 것이 아닌지 검찰 내부 메신저를 확인한다는 취지다. 

수사팀은 지난 24일 “공소장 유출과 관련해 5월14일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찰청에서 진상조사한 결과 수사팀은 무관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고, 감찰 조사도 받은 적 없다”면서 “공소장은 기소되면 즉시 자동으로 검찰 시스템에 업로드 돼 검찰 구성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인데 유독 수사팀 검사들만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표적수사”라고 반발했다. 

이 고검장 수사 당시 수원지검 공보관이었던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검사는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마음에 드는 사건을 골라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정 수사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뿐 아니라 감찰, 수사로 이어지는 괴롭힘을 당한다면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일하는 검사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피의자 신분인데도 깜짝 영전 
재판 전 “정의와 진실” 언급

공수처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원지검 검사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수사 중이라는 입장으로 표적수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보복 수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여기에 압수수색 예정 내용이 사전에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서도 당혹감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이 고검장 기소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에서 빠졌던 검사 2명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해 논란이 일었다. 공소장 유출 논란이 벌어진 지난 3월, 파견을 끝내고 원 소속 검찰청으로 복귀한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와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의 메신저도 대상에 포함시킨 것. 


임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자신과 김경목 검사가 수원지검 수사팀에 속해 있다는 내용의 수사기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면 이는 법원을 기망해 받은 것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티끌 하나만큼도 잘못한 점이 없다고 생각해 개의치 않았고 압수수색을 해봤자 증거라는 것이 나올 수가 없어 단순 해프닝으로 넘어가려 했다”며 “그런데 앞으로 권력자들이 싫어하는 사건이나 공수처 관계자들에 대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나 비밀누설이라는 고발장만으로 압수수색이 계속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수사 잣대가 다른 피의자들과 비교해 이 고검장에게 관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는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며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공수처
유독 관대

조국 수사팀에 대한 감찰, 공수처의 공소장 유출 의혹 강제수사 등 주요 사건에 이 고검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고검장은 지난 10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이 고검장은 “정의와 진실이 온전히 밝혀질 수 있도록 재판에 임하겠다”고 취재진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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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