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지워지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그림자

아직은 살아 있는 순장조 영감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은 보통 정부의 성향에 따라 부침을 겪는다. 특히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크고 작은 일로 굴곡진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는 영전을, 누군가는 좌천을, 인사 시기마다 검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때마다 뚜렷한 존재감을 뽐낸 이가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검찰은 문재인정부에서 ‘역대급’ 관심을 받았다. 검찰 인사,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대립 등 검찰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나라가 들썩일 정도였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검찰이 이 정도로 화두에 오른 적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길에서
가시밭길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그중에서도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그는 이번 정부 들어 가장 심한 부침을 겪은 검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요직 중 세 자리를 거칠 정도로 꽃길을 걷다 검찰총장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내리막을 향했다. 

이 고검장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4년 사법연수원 23기로 수료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재직하면서 문 대통령(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보좌했다. 2014년 1월 차장검사로 승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세월호 참사 검경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한직으로 밀려났던 이 고검장은 이번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맡으며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6월 전국 검찰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 부장이 된 그는 이어 대검 반부패강력부 부장 자리에 올랐다.

2019년 7월 법무부 검찰국장에 오른 이후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기까지 그의 검사 인생은 문정부 들어 말 그대로 꽃을 피웠다. 검찰 요직 빅4로 불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형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중 세 자리를 불과 2~3년 사이에 두루 거쳤다.

이 고검장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추 전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당시 검찰총장)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두 사람은 지난해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추·윤 대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내 요직 두루 거쳐
검찰총장 목전에서 낙마

추 전 장관과 윤 후보의 갈등에서 이 고검장은 추 전 장관의 ‘칼’ 역할을 맡아 윤 후보와 대립했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추 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후보를 강하게 압박할 때도 수사의 중심에 있던 건 이 고검장의 서울중앙지검이었다.

추·윤 대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 고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다. ‘차기 검찰총장은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갈린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논의 결과 이 고검장은 최종 후보 4인에 포함되지 못했다. 

LH 사태 이후 4·7 재보선에서 여권이 참패를 당한 점, 김 전 차관 사건에서 이 고검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 이 고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당초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법무연수원장 등 좌천성 승진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으로 올라선 것.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검사가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영전하자 야권은 일제히 ‘보은성 인사’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반발이 컸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통상 현직 검사가 형사사건에 연루돼 기소되면 해당 검사를 수사 직무에서 배제해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거나 피고인이 된 검사는 스스로 사퇴했고, 고위직 검사의 경우 더욱 그래야 마땅하다는 게 법조, 국민 전반의 정서”라고 지적했다. 

이 고검장은 떠들썩했던 영전 초기와는 달리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과 관련된 사건에 이 고검장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어디에도 없는 듯 했지만 어디에나 있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과 비교해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추·윤 대전
친정부 성향

최근 서울고검 감찰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팀의 ‘사모펀드 편향 수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감찰은 2019년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사모펀트 의혹을 조사하면서 조 전 장관 관련 부분만 수사하고, 사모펀드 배후로 지목된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등에 대한 수사는 소홀했다는 진정에서 시작됐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대검 감찰부로부터 진정을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조국 수사팀은 서울고검의 감찰에 대해 “표적 감찰”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3일 서울고검 감찰부는 ‘혐의 없음’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조국 수사팀은 반대로 당시 ‘이성윤 지휘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조국 수사팀은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공판 수행과 병행해(익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대검, 법무부 등에 수회에 걸쳐 인력 지원 요청 등을 했으나 합리적 설명 없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검 감찰부가 조국 수사팀 감찰에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지만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감찰은 시작부터 조국 수사팀에 대한 ‘흠집내기용’으로 진행된 감찰이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부장이었던 한동훈 검사장은 “당연한 결론이지만 이미 이 감찰은 불순한 목적을 달성했다”며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면 끝까지 스토킹할 거라는 본보기를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팀 감찰
흠집 내기용?

공수처 수사와 관련해서도 이 고검장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앞서 이 고검장은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해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황제 조사 논란은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언급될 만큼 큰 파급력을 보였다. 공수처의 ‘흑역사’인 셈이다. 

공수처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고검장의 공소장을 불법으로 유출했다며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예고한 상태다. 수사팀이 이 고검장의 공소장을 유출한 것이 아닌지 검찰 내부 메신저를 확인한다는 취지다. 

수사팀은 지난 24일 “공소장 유출과 관련해 5월14일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찰청에서 진상조사한 결과 수사팀은 무관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고, 감찰 조사도 받은 적 없다”면서 “공소장은 기소되면 즉시 자동으로 검찰 시스템에 업로드 돼 검찰 구성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인데 유독 수사팀 검사들만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표적수사”라고 반발했다. 

이 고검장 수사 당시 수원지검 공보관이었던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검사는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마음에 드는 사건을 골라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정 수사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뿐 아니라 감찰, 수사로 이어지는 괴롭힘을 당한다면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일하는 검사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피의자 신분인데도 깜짝 영전 
재판 전 “정의와 진실” 언급

공수처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원지검 검사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수사 중이라는 입장으로 표적수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보복 수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여기에 압수수색 예정 내용이 사전에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서도 당혹감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이 고검장 기소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에서 빠졌던 검사 2명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해 논란이 일었다. 공소장 유출 논란이 벌어진 지난 3월, 파견을 끝내고 원 소속 검찰청으로 복귀한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와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의 메신저도 대상에 포함시킨 것. 

임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자신과 김경목 검사가 수원지검 수사팀에 속해 있다는 내용의 수사기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면 이는 법원을 기망해 받은 것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티끌 하나만큼도 잘못한 점이 없다고 생각해 개의치 않았고 압수수색을 해봤자 증거라는 것이 나올 수가 없어 단순 해프닝으로 넘어가려 했다”며 “그런데 앞으로 권력자들이 싫어하는 사건이나 공수처 관계자들에 대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나 비밀누설이라는 고발장만으로 압수수색이 계속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수사 잣대가 다른 피의자들과 비교해 이 고검장에게 관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는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며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공수처
유독 관대

조국 수사팀에 대한 감찰, 공수처의 공소장 유출 의혹 강제수사 등 주요 사건에 이 고검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고검장은 지난 10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이 고검장은 “정의와 진실이 온전히 밝혀질 수 있도록 재판에 임하겠다”고 취재진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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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