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소년 지키기’ 교육부 이중행보 

장관이 격려까지 했는데 손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아이들의 신호를 파악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로 시작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다 들어줄 개’는 365일, 24시간 아이들의 고민에 대한 즉각적인 상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 다 들어줄개 간담회서 발언하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 ⓒ교육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제 비교에 쓰이는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을 보면 2018년 기준 OECD 평균은 11.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4.6명에 달한다. OECD 평균과 비교해 2배 이상 높고, 2위인 리투아니아(22.2명)보다도 2.4명 많은 수치다. 

극단적 선택
내몰린 10대

문재인정부는 2018년 1월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자살과 교통사고, 산재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자살에 관해서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10만명당 17명으로 낮추고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이내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살률은 되레 늘었다. 자살예방 대책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자살률이다. 당장 세밑에도 10대 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등졌다. 지난해 12월28일 광주 남구의 한 보육원에서 지내던 고등학생 A군이 광주 남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버림받고 평생 보육원에서 지낸 A군은 열여덟 해의 짧은 생을 쓸쓸하게 마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8월과 10월 보육원 등에서 심적 괴로움을 호소하며 자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시민단체는 소년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젠 어지간한 자살 소식에는 국민들의 반향도 없는 편이다. A군처럼 채 피기도 전에 세상을 등지는 아이들의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미 8여년 전부터 우리나라 청소년(9~24세)의 사망 원인 1위는 ‘극단적 선택’으로 고정됐다. 2018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청소년은 10만명당 9.1명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및 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실은 더욱 적나라하다. 

2018년 자살 위험 학생은 2만3324명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불과 3년 만에 270%나 증가했다. 2015년 8613명, 2016년 9624명, 2017년 1만8732명, 2018년 2만3324명 등이다. 교육당국은 매년 4월 초등학생 1·4학년과 중고생 1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 수치는 전체 검사 대상 학생 중 1.3%에 이른다.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예방 대책이 마련됐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소속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다 들어줄 개’도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카카오톡·SNS 등을 통한 모바일 상담 서비스는 365일, 24시간 내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다 들어줄 개라는 사업명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게’라는 뜻을 내포한다. 

청소년 자살예방 대책으로 시작
모바일 통한 즉각적인 대응 호평

2017년 12월 교육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청소년 자살예방 종합상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8년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에서 기틀을 잡은 다 들어줄 개 사업은 같은 해 5월 전문상담원 발대식을 진행하면서 본격화됐다. 대전과 세종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한 후 2018년 9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2019년 3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2016년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8년 설립된 전문기관이다. 교육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과 사업 시행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는 크게 선임상담원, 전문상담원, 운영본부로 구성된다. 집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재택상담원과 자원봉사 상담원 등 전문상담원이 모바일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 청소년의 자살시도 등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이 벌어질 경우 선임상담원이 개입한다. 
 

▲ ⓒ국회 교육위원회 게시판

선임상담원은 재택상담원, 자원봉사 상담원에 대한 교육과 관리,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 센터 내에서 일종의 지휘본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바일로 진행되는 상담이기에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고민 내용 또한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임상담원의 역량에 따라 상담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선임상담원은 3교대로, 재택상담원은 6교대로 운영된다. 현재 센터에서 일하는 선임상담원은 6명, 재택상담원은 23명, 자원봉사 상담원은 150명 이상이다. 내담자와 상담원의 관계만큼이나 상담원 간의 실시간 협업이 중요하다. 

다 들어줄 개 사업 초기에는 모바일 상담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했다고 한다. 상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 들어줄 개 사업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19의 창궐로 사회 패러다임이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모바일 상담이 주목받고 있다. 

365일·24시간
3교대 대응

지난해 9월30일 기준 다 들어줄 개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은 75만명에 달한다. 월 평균 약 3만명가량이 다 들어줄 개의 문을 두드렸다.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들은 만족도 조사에서 90% 이상이 ‘만족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남겼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다 들어줄 개 사업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8일에 이르기까지 20여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들은 대부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상담원들로,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지난해 12월23일경 선임상담원 5명과 재택상담원 등에게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2월 이후 더 이상 센터에서 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을 끝으로 이미 종료됐다.

선임상담원들에 따르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이들에게 1~2월 두 달간 임시직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 의사를 물었다. 
 

▲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재계약을 기대하고 있던 상담원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특히 선임상담원들은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부터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까지 3년여 동안 다 들어줄 개 사업에 헌신해 온 터라 그 충격이 더 컸다. 이들은 다 들어줄 개 사업의 준비부터 안정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해왔다.

센터장을 비롯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다. 

선임 상담원들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고용 상태가 계속 불안정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한림대 소속이었던 선임상담원들은 2019년 3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으로 한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선임상담원들의 고용 형태는 단기계약직으로, 당시 계약기간은 2019년 3월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였다. 


1주 남기고
2월까지만

2020년 1~2월 두 달간은 임시계약직으로 근무했다. 2020년 3월1일부터 15일까지 또다시 임시계약 방식으로 고용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상담원들을 공개 채용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던 선임상담원들이 공개채용에 지원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다시 채용됐다.

이 과정에서 선임상담원 1명이 불합격했다가 다시 합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입 선임상담원이 과중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그만뒀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의 계약기간은 2020년 12월31일까지였다. 2019년 3월부터 2021년 1월에 이르기까지 10개월, 2개월, 15일, 10개월, 2개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단기계약이 이뤄졌다. 

그리고 2021년 2월이 되면 이들의 합산 계약기간이 2년에 이른다는 이유를 들어 센터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한 선임상담원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다 들어줄 개 사업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왔다.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이런 통보를 받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작성자는 “문자로 자해와 자살에 대한 상담을 하는 것은 대면상담보다 더 많은 감별 노력, 그리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자살 직전의 학생들은 신고를 하고 경찰과 연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그런 부분들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특성을 가진 곳에서 2년마다 새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적응할만하면 인력이 바뀌어 매번 많은 실패와 실수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국가적인 낭비가 될 수 있다. 이 땅의 청소년들의 보호를 위해, 국가적인 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 그리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상담원들의 고용 안정을 살펴봐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법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기획정책팀 관계자는 “2019년 3월 ‘기간에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상담원들을 채용했기 때문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기간이 2년을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선임상담원 6명 중 5명 곧 나가야
“상담 업무에 대한 이해도 떨어져”

상담원들의 계약기간이 10개월, 2개월 등으로 나뉜 것에 대해서는 “회계연도와 사업기간에 따라 계약을 갱신했을 뿐 쪼개기 계약이라는 것은 그들(상담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원의 불확실성 등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하려다 보니 법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고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만일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을 초과해 고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소위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상담원들을 2년 이상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용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 다 들어줄개 간담회 갖는 교육부 ⓒ교육부

교육부는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상담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상담원들의 고용 형태 변화에는 난색을 보였다. 다 들어줄 개 사업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서 민간 위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담원 고용 등의 문제는 해당 기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9년 5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를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당시 유 장관은 가정의 달을 맞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 방문해 관계자와 자원봉사 상담원들은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유 장관은 “모바일 기반 상담체계 운영으로 청소년과 학생들이 편하고 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음으로써, 청소년과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3월에 계약서를 쓰면서 계약기간을 다 명시했는데, 이제 와서(상담원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판단 하에 설명회 등의 자리를 만들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후임 상담원 채용에 있어서는 “빠르면 1월 안에 채용을 완료해, 2월에는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법대로 처리”
“개입 못 한다”

선임상담원들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교육부와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탁상공론만으로는 아이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상담원의 빈번한 교체는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일로 인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상담원들이 아니라 아이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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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