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닌 척’ 위장수사의 민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08 11:51:05
  • 호수 1313호
  • 댓글 0개

‘걸려라 걸려라’ 함정 파놓고 덥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공법으로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경찰이 마약, 디지털 성범죄 등 폐쇄적인 범죄를 수사하는 데 있어 교과서적으로 접근한다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상대를 감쪽같이 속이는 위장수사에 대해 파헤쳐봤다. 
 

▲ 김창룡 경찰청장 ⓒ고성준 기자

2년 전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 있다. 텔레그램에 개설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 및 거래하고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이른바 N번방, 박사방 사건이다.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물이 폐쇄적으로 유통되면서 적발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잡으려면 필요

정부는 지난해부터 잠입수사 기법을 도입하며 텔레그램 성범죄 박사방,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찬성 236표, 반대 0표, 기권 4표로 가결 처리했다. 가짜 신분을 만들어 온라인 채팅에 잠입하는 함정수사도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 개정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매수 행위의 처벌만 징역 1년에서 3년으로 강화됐을 뿐, 위장수사 허용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해당 법안 개정에 주도적으로 나선 한 의원실에 따르면 당초 여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위장수사를 허용할 범죄군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 매수 유인·알선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전 영역의 위장수사 허용까지 논의되기도 했지만, 대상과 범위가 여러 번 축소되면서 현재 시점에선 성착취 행위와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부분만이 위장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그루밍 행위와 성착취 등의 범죄에 위장수사가 가능한 만큼 성매수 행위에도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장에 나선 이들은 오히려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측에선 그동안 아동·청소년 성매수 행위에 대한 기회제공형 위장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번 개정안을 바탕으로는 위장수사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에 담긴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는 신분 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뉜다. 신분 비공개수사는 경찰관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사이버 망 등 범죄현장에 접근, 범행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하는 수사방법을 뜻한다.

가짜 신분증 만들어 잠입 검거
성착취 행위·불법 촬영물 포함

경찰관은 성명·직업·직장 등을 일반인인 것처럼 위장 할 수 있다. 다만 실존하는 타인을 사칭하거나 공신력 있는 증명서를 생성하지는 못한다.


해당 수사는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 승인으로 가능하다. 범죄 혐의와 수사의 상당성이 인정될 때, 주로 수사 이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실행된다. 수사가 종료되면 경찰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고, 국회는 이를 반기에 보고해야 한다`는 통제 장치가 있다. 수사 기간도 3개월로 제한된다.

신분 위장수사는 신분 위장을 위한 문서, 전자기록 등을 작성·행사할 수 있다. 수사를 위해선 위장신분을 이용한 계약·거래나 성착취물 등의 판매·광고도 가능하다. 범죄혐의가 이미 충분하고 특정된 경우, 범인의 체포나 증거 수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할 수 있다. 신분비공개수사보다 위장 강도가 높은 수사인 셈이다.

해당 수사는 경찰이 신청,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긴급하면 사후에도 신청할 수 있으며 수사 기간은 3개월로, 연장하면 최대 1년까지다.

이 같은 위장수사들로 수집한 증거는 ▲수사·소추 및 범죄 예방 ▲징계 ▲손해배상 청구 ▲다른 법령 규정 시 수집 증거·자료 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위장수사를 하는 경찰관은 고의·중과실 외에 형사·징계·손해배상이 면책된다.
 

▲ 국회 본회의장 ⓒ박성원 기자

다만 직무 관련자 전원에 대해선 공개·누설 금지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범죄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함정’을 파놓다가 범죄 실행 시 검거하는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향후 경찰은 대통령령에 따른 위장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 일선 교육과 지원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시행 시점은 오는 9월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함정 또는 잠입수사는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수법을 사용하고 다양한 범죄에 이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함정수사는 4가지 기본적인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경찰에 의해 범행이 안 되거나 범행하도록 하는 유인이나 기회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 특정한 유형의 범행을 할 것 같은 표적이 된 개인이나 집단이 존재한다. 셋째로 어떤 형태의 속임수나 잠복, 또는 잠입한 경찰관이나 대리인이 있다. 넷째로 범인의 검거로 작전이 끝나야 한다.

범인 체포
어려울 때…

예를 들어 경찰이 선의를 가지고 행동했는지, 피의자에게서 범죄행위를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수사가 진행되는 지역에 범죄가 특히 성행하고 있다고 의심의 여지가 충분한지, 수사 중인 범죄의 발각이 어렵고 비밀스럽기 때문에 이런 사전적 수사기법이 필요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잠입수사는 수사관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거나 몰래 숨어들어 정보를 얻는 수사 방식으로,  주로 마약 관련 수사에 활용된다. 수사관이 구매자인 척 신분을 속여 마약 거래상에게 접근한 뒤 증거물을 수집해 일당을 붙잡는 식이다. 마약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범행 수법도 지능적인 탓에 잠입수사가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경찰은 모바일 채팅앱에 미성년자인 척 계정을 만들어 성 매수자를 잡아내기 위해 잠입 수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으며 법원도 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부터 경찰과 검찰 안팎에선 ‘잠입수사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이 잠입수사에 나섰다가 오히려 위법수사로 판단돼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로서는 잠입수사를 벌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셈이다. 경찰이 수사관 보호를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 ⓒpixabay

경찰 관계자는 “법원서도 잠입수사를 협소하게 판단하다 보니 피의자가 이를 이용해 재판에서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들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법원이 경찰의 수사과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모든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도 상실되고 피의자도 풀려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함정 또는 잠입수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행해진다.

첫째는 수사를 위한 목적으로,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어떤 목적에서건 함정수사는 대체로 특정한 일부 형태의 범죄를 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쉽고 빈번한 것이 장물이나 분실물 수사다.

나머지 하나는 마약의 제조와 판매 등 주로 조직범죄적 성격이 짙은 마약과 관련된 범죄, 지난 N번방 사건과 같이 주로 미성년자를 표적으로 하는 성착취와 매춘, 날로 증가하는 전문 차량절도, 전문 범죄조직과 집단범죄, 사기와 부패, 그리고 아동 음란영상물이나 성착취 등이 함정수사의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는 주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함정수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여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먼저 함정수사는 범죄 수사를 수월하게 해 범법자의 검거 가능성과 검거율을 높인다. 이렇게 되면 경찰의 공공관계와 경찰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나 인상을 제고하게 한다.

긍정적 영향
부정적 측면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함정수사나 수사 계획의 발표만으로도 소위 말하는 ‘이익의 확산’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그만한 부정적 영향 또는 부정적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함정수사의 문제는 함정을 파놓는 것에 있다. 

물론 이전부터 함정수사는 존재했다. 세기의 살인마로서 아직도 미제로 남겨진 19세기 영국의 연쇄살인마 잭 리퍼는 우리에게도 영화와 뮤지컬로 기억되고 있다. <잭 더 리퍼>에서 그를 잡기 위해 형사 앤더슨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잭 리퍼에게 접근하는데, 그게 현재의 잠입수사다.

우리나라 영화 <신세계>에서 두 명의 경찰관을 폭력조직에 심는 것도 함정수사라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수사기법에 대해서 한편에서는 적법을, 다른 한편에서는 위법을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법원이 내세우는 잠입수사와 함정수사의 차이는 ‘범의 유발’ 여부다. 범의는 ‘범행을 저지를 의도’라는 뜻으로 법원이 함정수사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법원은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돕는 수준의 수사 방법은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사관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접근해 범행을 부추겼다면 잠입수사가 아닌 함정수사다. 가령, 자신이 마약 판매상인 것처럼 꾸며 투약자에게 접근해 체포한다면 위법이다. 미성년자인 척 속여 성 매수자를 잡는 수사도 여전히 함정수사 논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대법원은 한 마약 수사에 대해 ‘함정수사’임을 인정하는 파격적인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국내 법원이 처음으로 함정수사를 인정했던 사례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 정보원인 A씨는 B씨 등에게 “검찰 수사에 필요하니 필로폰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B씨는 중국으로 가 필로폰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검찰은 B씨 등이 마약을 밀반입했다며 체포한 후 재판에 넘겼다.

이에 B씨 등은 “중국에서 필로폰을 구해올 생각이 없었는데 검찰과 정보원의 이른바 ‘작업’에 의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법원은 수사기관의 함정수사를 폭넓게 인정해왔는데, 이 사건 재판부는 B씨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검찰이 범행을 부추긴 후 기소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주로 마약 관련 수사 시 사용
구매자로 속여 거래상 접근

당시 재판부는 함정수사에 대해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해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범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해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해 범의를 유발하고 범죄를 행하도록 한 후 이를 문제 삼아 공소를 제기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검찰과 정보원의 범행 유발 행위 이전에 B씨가 중국으로부터 필로폰을 수입하려는 구체적인 범의가 있었다거나, 이 외에 다른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법원에선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범의를 유발했는지 여부를 함정수사 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돕는 수준의 수사 방법은 대부분 적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의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경찰 정보원이 신분을 감추고 단순 투약자에게 접근해 필로폰 등을 권유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또 경찰이 거래자를 가장해 마약을 구매한 후 판매자를 체포하는 방식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에는 경찰이 SNS에 동반 투약자를 구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방식의 수사기법을 자주 활용하면서 ‘함정수사’ 논란이 있었다.

허재현 전 <한겨레신문> 기자 역시 지난해 SNS에서 은밀한 제안을 받고 모텔로 나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허 전 기자는 지난 3월 자신의 SNS에 “익명의 누군가가 ‘좋은 것 같이 하며 놀자. 돈도 받지 않겠다’고 저를 꾀었고 저는 그만 불행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며 “모텔로 들어가자마자 경찰이 들이닥쳤는데 내게 끊임없이 마약을 권한 사람은 알고 보니 경찰이었다”고 설명했다.
 

▲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김창룡 경찰청장 ⓒ고성준 기자

실제로 경찰에서는 검거한 마약사범에게 “추가 수사에 협조하면 추후 재판에서 이를 참작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설득해 다른 투약자들을 잡아들인다. 이들은 주로 경찰의 정보원 역할로서 다른 투약자들을 꾀어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렇게 수사기관에 협조하면 공적이 양형에 반영돼 재판에서 감형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수사기관에서 검거한 마약사범에게 SNS에 “함께 마약을 투약하자”는 글을 올리게 한 후 이에 응한 사람들을 붙잡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수사기관이 범의를 유발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아직까지 법원은 이를 ‘함정수사’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아슬아슬
위법 경계

경찰 내부에선 마약범죄에 함정수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마약의 상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수사기법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함정수사는 빼놓을 수 없다”며 “물론 경찰에서도 위법한 수사는 경계해야 하지만, 반대로 마약사범이 함정수사를 구실로 처벌을 빠져나가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입수사 활성화’ 발표 후…

영장 없어도 위장수사?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잠입수사 활성화’ 범정부대책 발표 이후 여야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며 논의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된 개정안과 관련, ‘영장 발부’ 등을 놓고 검경간 기싸움이 치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영장은 검사가 청구하면 판사가 발부한다.

검찰은 위장수사를 하려면 권한 남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경찰은 “현실적으로 수사가 시급하게 필요한 만큼, 영장 발부를 기다릴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권한 남용 차단 방법으로 국가경찰위원회, 국회, 언론, 시민단체 등의 역할이 있다는 대안도 내놨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달 초 위장수사 기간 단축과 국가경찰위, 국회 보고 등이 담긴 중재안을 제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지난달 8일 대정부질의에서 영장 발부와 관련 “영장까지 받으면 어느 세월에 이걸 하겠느냐”며 “상급 관서의 동의나 결재를 받아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사실상 시급한 수사를 내세운 경찰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발부 놓고 검경 기싸움
경찰 사실상 ‘판정승’

여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법사위에서 의결됐다.

위장수사를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누고, 신분위장수사의 경우 경찰이 신청하면 검사가 의무적으로 법원에 청구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영장 발부 없이 경찰이 신분위장수사 신청을 법원으로부터 허가 받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의결 후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검사의 의무적 청구를 임의적 청구로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신청을 검사가 의무적으로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 아닌, 사안에 따라 청구를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최종 개정안은 의무적 청구와 임의적 청구 사이인 필요적 청구로 재의결됐다.

이에 따라 경찰의 신청이 검찰의 요건에 맞으면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