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하명수사 의혹 그날의 재구성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21:42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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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국…황운하 뇌관 터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권 수사로 확대될까. 청와대가 하명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때는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하명을 받아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표적수사했다는 의혹이다.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수사에 돌입했다. <일요시사>는 문제의 그날을 재구성했다.
 

▲ 김기현 전 울산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서 김 전 시장은 자신이 낙선했던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권력에
당했다

시간은 지난해 3월로 돌아간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6·13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알렸다. 접수 첫 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같은 직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어졌다. 홍준표 당시 대표는 지난해 3월8일 울산을 직접 찾아 “중앙정치가 혼돈에 이르고 있는데도 울산을 묵묵히 지키면서 시민의 안전과 경제 발전에 전력을 다하는 김 시장에게 당 대표로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내려왔다”며 힘을 실어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울산을 염원하는 시민들 앞에 하나가 되겠다”며 ‘원팀(One Team)’을 선언하는 등 선거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김 시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해 3월1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김 시장의 비서실장이 울산 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에 김 시장 측근의 레미콘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건설사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압수수색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은 김 시장의 친동생 역시 또 다른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는 곧바로 쟁점화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 직후 민주당 울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김)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이미 선정된 업체를 특정업체로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민중당 울산시당 역시 울산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후보 신청 후 경찰 압수수색
김기현 측근들 모두 무혐의…

반면 김 시장과 한국당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시장은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제보자의 일방적 진술로 압수수색이 단행됐다”며 “후보 공천 발표와 동시에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홍준표 대표도 “정권의 검찰·경찰 사냥개를 앞세운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이런 수사가)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전 실시된 차기 울산시장 선호도 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ubc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8년 2월2일부터 3일까지 19세 이상 울산시민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5일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김 시장은 37.2%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민주당의 송철호 변호사가 21.6%로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몇 달 새 상황은 역전됐다. <부산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8년 4월13일부터 14일까지 19세 이상 울산시민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18일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송 변호사가 41.6%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김 시장이 29.1%를 기록했다(두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태는 이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한국당은 경찰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 선거판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홍 대표는 경찰을 ‘백골단’ ‘미꾸라지’ 등에,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미친 개’에 비유했다. 분노한 경찰들은 ‘사냥개나 미친 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쓰인 항의 피켓을 들고 찍은 인증샷을 올리며 항의했다. 한국당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울산 민심
부글부글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김 시장의 형과 동생, 비서실장 등 8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이 중 경찰은 동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기각했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현 단계서 (김 시장의 동생에게)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비서실장과 레미콘업체 대표, 울산시 고위 공무원 등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피의자들이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상당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서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이 내 카드로 결제한 골프 비용까지 뇌물로 보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비서실장은 지난 2017년 6월24일 울산컨트리클럽서 18만9000원을 결제한 카드내역서까지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검찰 역시 경찰에게 한 차례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그 사이 울산시장 대진표가 짜여졌다. 민주당은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다른 정당의 후보도 있었지만, 지역 정가는 송철호 대 김기현의 양강 구도를 점쳤다. 각종 여론조사서 송 후보가 1위,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판세는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6월13일 송 후보는 김 후보를 누르고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울산지검은 비서실장과 레미콘업체 대표, 울산시 고위공무원 등 3명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직권남용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4월에는 김 시장의 친동생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송철호 울산시장

한국당 측은 잇따른 무혐의에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날에 맞춰 비서실을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수사과정서 수차례나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공작·편파수사를 자행했다”며 “이로 인해 김 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돼 지지율이 20% 가까이 떨어지며 결국 시장직을 잃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국당은 황 청장에 대한 특검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서실장 등은 황 청장을 고소했다. 한국당 현역 의원들은 황 청장이 자리를 옮긴 대전경찰청장에 항의 방문했다.

검찰은 지난 4월9일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112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측근비리 사건을 전담해 수사했던 부서다.

구속영장
잇단 기각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는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이 무혐의를 받은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시장 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의 결과를 선거 개입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준으로 봤다. 기소할 만한 범죄였다면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리한 수사를 한 배경에 대해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었다.

김 전 시장 측근들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사건 관계자에게 접근해 협박과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경찰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울산지방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의 성격, 피의자 지위와 관련자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이 황 청장에 대한 고발건을 넘겨받으면서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황 청장은 “국가를 위한 부름이 있다면 그에 응답하는 것이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21대 총선에 나설 뜻이 있음을 알린 상태였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가 청와대 비위 첩보 전달로 시작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욱이 당시 비위 첩보를 전달한 곳이 ‘조국 민정수석실’로 알려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황 청장뿐 아니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황 청장은 하명 수사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울산경찰은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산경위가 어떠한지 알지 못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는 추가로 대전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경찰 수사실무를 모르는 분들이 엉뚱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와대 역시 하명 수사 의혹에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혐의에 대해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 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투서→백원우→박형철→경찰
백원우 “정치적 의도 있다”

쟁점은 과연 청와대가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를 경찰에 이관했는지, 첩보를 청와대가 직접 수집했는지 투서나 제보를 통해 입수했는지 여부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이 선출직 공무원이므로 청와대 감찰대상이 아님에도 그에 대한 비위 첩보를 청와대가 수집했다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에 이관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의 감찰반 관련 규정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등이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전 시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그의 측근인 비서실장, 동생 등도 마찬가지다.

첩보를 청와대가 직접 수집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만약 청와대 내부서 김 전 시장 측근의 정보를 수집해 경찰로 이관했다면,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지 등을 규명할 필요성이 생긴다. 청와대 해당 첩보를 ‘익명의 투서’로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황 청장과 청와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여러 의혹을 낳으며 확산되는 추세다. 경찰청이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표적수사 여부’를 수사하는 울산지검에 “이 사건은 청와대의 하명 사건”이라고 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있었던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경찰청이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민정비서관)이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첩보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부원장은 민주당을 통해 ‘오해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며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권까지
불 붙나

이어 “김 전 시장 관련 제보를 박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의 첩보가 집중되고 외부로 이첩된다”며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다면 이는 울산 사건만을 특정해 전달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부원장은 “어떤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았던 사안을 지금 이 시점에 꺼내든 배경에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1년 만에?

검찰이 자신들에 대한 의혹을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앞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 관련 사건을 울산지검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것과 관련, 고발이 접수된 후 1년이 넘은 시점에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1년여의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가 무혐의로 끝난 후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 등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대부분 불응했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안의 성격과 관련자들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신속한 수사를 할 필요성을 느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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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