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하명수사 의혹 그날의 재구성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21:42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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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국…황운하 뇌관 터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권 수사로 확대될까. 청와대가 하명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때는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하명을 받아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표적수사했다는 의혹이다.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수사에 돌입했다. <일요시사>는 문제의 그날을 재구성했다.
 

▲ 김기현 전 울산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서 김 전 시장은 자신이 낙선했던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권력에
당했다

시간은 지난해 3월로 돌아간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6·13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알렸다. 접수 첫 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같은 직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어졌다. 홍준표 당시 대표는 지난해 3월8일 울산을 직접 찾아 “중앙정치가 혼돈에 이르고 있는데도 울산을 묵묵히 지키면서 시민의 안전과 경제 발전에 전력을 다하는 김 시장에게 당 대표로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내려왔다”며 힘을 실어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울산을 염원하는 시민들 앞에 하나가 되겠다”며 ‘원팀(One Team)’을 선언하는 등 선거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김 시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해 3월1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김 시장의 비서실장이 울산 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에 김 시장 측근의 레미콘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건설사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압수수색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은 김 시장의 친동생 역시 또 다른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는 곧바로 쟁점화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 직후 민주당 울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김)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이미 선정된 업체를 특정업체로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민중당 울산시당 역시 울산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후보 신청 후 경찰 압수수색
김기현 측근들 모두 무혐의…

반면 김 시장과 한국당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시장은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제보자의 일방적 진술로 압수수색이 단행됐다”며 “후보 공천 발표와 동시에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홍준표 대표도 “정권의 검찰·경찰 사냥개를 앞세운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이런 수사가)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전 실시된 차기 울산시장 선호도 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ubc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8년 2월2일부터 3일까지 19세 이상 울산시민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5일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김 시장은 37.2%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민주당의 송철호 변호사가 21.6%로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몇 달 새 상황은 역전됐다. <부산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8년 4월13일부터 14일까지 19세 이상 울산시민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18일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송 변호사가 41.6%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김 시장이 29.1%를 기록했다(두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태는 이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한국당은 경찰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 선거판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홍 대표는 경찰을 ‘백골단’ ‘미꾸라지’ 등에,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미친 개’에 비유했다. 분노한 경찰들은 ‘사냥개나 미친 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쓰인 항의 피켓을 들고 찍은 인증샷을 올리며 항의했다. 한국당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울산 민심
부글부글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김 시장의 형과 동생, 비서실장 등 8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이 중 경찰은 동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기각했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현 단계서 (김 시장의 동생에게)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비서실장과 레미콘업체 대표, 울산시 고위 공무원 등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피의자들이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상당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서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이 내 카드로 결제한 골프 비용까지 뇌물로 보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비서실장은 지난 2017년 6월24일 울산컨트리클럽서 18만9000원을 결제한 카드내역서까지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검찰 역시 경찰에게 한 차례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그 사이 울산시장 대진표가 짜여졌다. 민주당은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다른 정당의 후보도 있었지만, 지역 정가는 송철호 대 김기현의 양강 구도를 점쳤다. 각종 여론조사서 송 후보가 1위,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판세는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6월13일 송 후보는 김 후보를 누르고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울산지검은 비서실장과 레미콘업체 대표, 울산시 고위공무원 등 3명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직권남용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4월에는 김 시장의 친동생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송철호 울산시장

한국당 측은 잇따른 무혐의에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날에 맞춰 비서실을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수사과정서 수차례나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공작·편파수사를 자행했다”며 “이로 인해 김 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돼 지지율이 20% 가까이 떨어지며 결국 시장직을 잃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국당은 황 청장에 대한 특검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서실장 등은 황 청장을 고소했다. 한국당 현역 의원들은 황 청장이 자리를 옮긴 대전경찰청장에 항의 방문했다.

검찰은 지난 4월9일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112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측근비리 사건을 전담해 수사했던 부서다.

구속영장
잇단 기각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는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이 무혐의를 받은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시장 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의 결과를 선거 개입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준으로 봤다. 기소할 만한 범죄였다면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리한 수사를 한 배경에 대해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었다.

김 전 시장 측근들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사건 관계자에게 접근해 협박과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경찰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울산지방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의 성격, 피의자 지위와 관련자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이 황 청장에 대한 고발건을 넘겨받으면서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황 청장은 “국가를 위한 부름이 있다면 그에 응답하는 것이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21대 총선에 나설 뜻이 있음을 알린 상태였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가 청와대 비위 첩보 전달로 시작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욱이 당시 비위 첩보를 전달한 곳이 ‘조국 민정수석실’로 알려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황 청장뿐 아니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황 청장은 하명 수사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울산경찰은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산경위가 어떠한지 알지 못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는 추가로 대전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경찰 수사실무를 모르는 분들이 엉뚱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와대 역시 하명 수사 의혹에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혐의에 대해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 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투서→백원우→박형철→경찰
백원우 “정치적 의도 있다”

쟁점은 과연 청와대가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를 경찰에 이관했는지, 첩보를 청와대가 직접 수집했는지 투서나 제보를 통해 입수했는지 여부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이 선출직 공무원이므로 청와대 감찰대상이 아님에도 그에 대한 비위 첩보를 청와대가 수집했다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에 이관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의 감찰반 관련 규정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등이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전 시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그의 측근인 비서실장, 동생 등도 마찬가지다.

첩보를 청와대가 직접 수집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만약 청와대 내부서 김 전 시장 측근의 정보를 수집해 경찰로 이관했다면,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지 등을 규명할 필요성이 생긴다. 청와대 해당 첩보를 ‘익명의 투서’로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황 청장과 청와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여러 의혹을 낳으며 확산되는 추세다. 경찰청이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표적수사 여부’를 수사하는 울산지검에 “이 사건은 청와대의 하명 사건”이라고 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있었던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경찰청이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민정비서관)이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첩보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부원장은 민주당을 통해 ‘오해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며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권까지
불 붙나

이어 “김 전 시장 관련 제보를 박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의 첩보가 집중되고 외부로 이첩된다”며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다면 이는 울산 사건만을 특정해 전달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부원장은 “어떤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았던 사안을 지금 이 시점에 꺼내든 배경에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1년 만에?

검찰이 자신들에 대한 의혹을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앞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 관련 사건을 울산지검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것과 관련, 고발이 접수된 후 1년이 넘은 시점에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1년여의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가 무혐의로 끝난 후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 등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대부분 불응했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안의 성격과 관련자들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신속한 수사를 할 필요성을 느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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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