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폭로한 내부자들 정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07 10:37:21
  • 호수 12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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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 독불장군?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무원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다수의 공무원들이 내부고발자를 자처했다. 상당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번 정부 내부고발자에는 어떤 인사들이 있었을까. 
 

공무원들의 잇단 폭로가 청와대를 뒤흔들고 있다. 이를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상명하복’ 문화에 길들여진 공무원 사회서 ‘소신 있는 공무원’이 생겨나고 있다는 반응이다. 다른 시각에선 공무원들의 ‘조직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 사회에선 최순실 사건 때 연루된 늘공(늘 공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된 상황을 교훈으로 소신 공무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도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 폭로에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신재민

신재민 전 사무관은 유튜브를 통해 ‘기획재정부가 청와대의 지시로 박근혜정부 때 선임된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다’ ‘청와대가 4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것을 지시했다’ 등을 주장해 파문을 일고 있다. 정부는 이런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저 말고 다른 공무원이 절망하고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기자회견서 “제가 고시를 4년 준비했고 4년 일하고 나오게 됐다”며 “KT&G 사건을 보고 났을 때의 막막함과 국채 사건을 보고 났을 때의 절망감을 (돌이켜보면)다시는 다른 공무원이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11월14일 국고채 1조원 조기상환(바이백) 취소와 관련해 “정부가 한다고 하고 안 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한 달 전에 한다고 해놓고 하루 전 취소하면 기업 등에서 누구 한 명은 고통받는다. 납득 못할 의사결정을 거쳐서 취소한 것만으로도 죄송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서 자신에 대해 당시 일을 잘 모른다고 반박하는 것에 대해 “국채 사건의 담당자가 바로 저였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보고를 4번 들어갔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기재부서 현재 근무하는 직원 가운데 사건의 전말을 완벽히 아는 사람은 3명뿐”이라며 “제가 사실관계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총리 보고 현장서 청와대 관계자가 당시 국고국장, 국고과장과 통화하는 것을 지켜봤고 그 지시에 따라 국채 발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 인사가 누군지 특정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차영환 당시 비서관”이라고 답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공무원 줄줄이 구속 
상명하복서 달라진 공무원 사회 반영?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G와 관련한 동향 보고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 적자 국채 추가발행에 대한 정부 내 의사 결정 과정이나 청와대와의 협의 등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행위를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의 행위가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외부에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기재부와 청와대의 내부 의사결정과정에 관해 스스로 판단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여과 없이 유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51조에 따르면 공무원 신분으로 취득한 공공기록물을 무단 유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앞서 지난달 29일 유튜브와 고려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글을 통해 ▲공무원을 그만둔 이유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한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올해 34세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2014년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기재부서 외국인 채권 투자 관리, 국고금 관리 총괄, 국유재산관리 총관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지난해 7월 퇴직 후 입시학원 메가스터디와 공무원 강의의 강사 계약을 맺었다. 

김태우

청와대 특별감찰반서 근무하다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2017년 9월 주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우윤근 전 의원(현 주러 대사)이 채용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내용을 작성했다가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산하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특정 카페 매장의 커피 추출 기계와 원두 등에 대한 공급권을 같은 당 재선 출신 인사에게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고도 말했다. 

이 외에도 김 수사관은 자유한국당을 통해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이라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반면 환경부는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의 요청으로 제공됐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김 수사관의 폭로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을 출석시켰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12년 만에 국회에 출석한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한 자유한국당의 ‘최후의 한 방’은 없었던 셈.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한국당의 반대로 김용균법 처리에 난항을 겪자 조국 수석에게 운영위 전체회의 출석을 지시한 바 있다.

이날 조 수석은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현안질의에 임했다. 현안보고서 그는 “이번 사태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의 비위 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 사태 핵심은 김태우 행정요원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리 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날선 질문에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응수했다. 청와대의 민간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한다”며 강경한 어조로 답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하신 일이 수백, 수천명의 국정원 요원을 철수시킨 것”이라며 “열 몇 명의 행정요원으로 민간인을 사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김 수사관의 비위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돼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가 해임을 요청하기로 했다. 

김 수사관은 총 5가지 징계사유를 받고 있다.

특감반원으로 일하던 당시 감찰한 내용을 언론에 제보해 공무상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와 지인인 건설업자 최모씨의 뇌물공여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 등을 두고 검찰과 김 수사관 측이 법리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공무상비밀유지 의무위반 혐의는 청와대 고발이 이뤄져 수원지검서 수사 중이다. 또 최씨를 통해 청와대 특감반원 파견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의 비위 첩보를 생산한 뒤 이를 토대로 과기정통부 감사관실 사무관 채용에 부당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스모킹건 없이 진실공방만?
공직사회 기강해이 지적도

최씨를 비롯한 사업가들과 정보 제공자들로부터 총 12회에 걸쳐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징계위가 살펴볼 예정이다.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면 대검 감찰본부가 요청한 대로 김 수사관에게 해임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국금지 상태인 김 수사관은 전날 직위해제 통보를 받고 업무서 전면 배제된 상태다. 김 수사관은 2002년 검찰 7급 공채로 검찰수사관으로 채용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범죄정보과서 근무했다. 검찰 근무 땐 삼성 특검 등 대형 사건서 계좌 추적 등을 주로 담당했다.

여명숙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017년 10월31일 열린 국회 교문위 종합감사에 출석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그의 친척·지인들이 속한 게임 언론사, 문체부 게임과와 그의 고향 후배를 자처하는 김모 교수 등이 게임판을 농단하는 4대 기둥”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2011년부터 시행된 게임물 자체등급분류제와 유료 아이템 결제한도, 확률형 아이템 등의 문제가 이들과 연관돼있다고 지적했다.


자체등급분류제는 모바일게임 활성화를 위해 구글과 애플 등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게임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2017년부터는 자체 심의 대상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으로 확대됐다.

당시 여 위원장 발언 이후 당사자들이 즉각 반박하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린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는 것이다. 전 수석은 교문위원들에게 “여 위원장 발언은 모두 허위”라며 “사실무근인 음해와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국감을 혼란시킨 당사자에 대해 모든 민형사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여 전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개수작(개념수호작전) 티브이’를 개설했다. 지난달 14일 올린 개수작 티브이 1화서 “어쩌다 공직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세금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개념을 왜곡하고 잘못된 정책을 방치해서 보통 사람들의 기회와 삶을 박탈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며 “앞으로 저의 경험을 토대로 재미는 별로 없지만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전하겠다”고 말했다.

여 전 위원장은 인지과학 및 가상현실 철학 분야 전문가로 게임물관리위원회 제2대 위원장이다. 이화여자대학교서 철학 박사 학위를 획득한 후 스탠포드 대학 언어정보연구소(CSLI)서 박사후과정(Post Doc)을 거쳤다. 이후 서울대학교 융합기술원과 KAIST 전산학과 등에서 인문기술융합 분야의 강의와 연구활동을 했다. 

또 2011년부터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서 후학을 양성했다. 게임과 관련해 활발한 학술-연구 활동을 하였고 네델란드 위트레흐트대학과 공동 기획한 ‘게임잼코리아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기능성 게임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했다.

여 전 위원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직설적인 발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2016년 4월 미래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취임했다가 5월 사임했다. 이 배경에 대해 여 전 위원장은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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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