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서막’ 친문의 귀환 막전막후

모아놓고 보니 선명해진 색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친문(친 문재인) 총선의 서막일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문 인사들은 내년 총선을 위해 여당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당에서도 이들과의 접촉에 꽤나 적극적이다. 친문 총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한편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집권 후반기 문재인정부가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과

내년 총선은 사실상 정부와 여당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에 집권 4년 차에 접어든다. 레임덕 이야기가 차츰 피어오를 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스스로 공언한 장기집권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여당의 총선 승리는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출 공산이 크다. 또한 민주당의 장기집권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차기 총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레임덕
장기집권

이들의 묘한 긴장감은 다음 달 치러질 4·3국회의원 보궐선거서도 드러난다. 4월 보궐선거는 정부와 여당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보궐선거는 지난 6·13지방선거 이후, 내년 4·15총선 이전에 실시된다. 선거구는 두 곳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선거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4월 보궐선거는 PK(부산·경남)지역인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서 열린다. PK 민심의 향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PK는 그간 보수진영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6월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최근 들어 PK 지역의 문 대통령 지지도가 약화되는 상황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속됐다. 정부와 여당에게 정치적 의미가 강한 선거로 해석된다.

다음 달 보궐선거 이후 총선은 1년 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각 정당은 곧바로 총선 모드에 돌입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총선 준비를 위해 터를 다잡고 있다. 이 가운데 친문 인사들의 민주당 복귀가 가시적이다. 특히 청와대 요직 출신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전 비서실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은 모두 지난달 18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 전 실장은 “자랑스러운 민주당 당원으로 복당한다”며 “한반도 평화, 함께 잘사는 나라를 향한 민주당 정부와 문 대통령의 노력에 당원으로서 최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 전 비서관은 “국민께 지켜야 할 약속과 가야 할 길을 민주당서 실천하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권 전 관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를 민주당서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지난 5일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들의 복당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7일 민주당으로 복당한 청와대 참모진 1기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입당이나 복당 절차를 밟지 않은 전직 참모진들도 함께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날 이 대표는 만찬서 복당 인사들의 역할 논의와 함께 윤 전 수석과 송 전 비서관의 입·복당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1기 참모진이 민주당으로 대거 복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1년 앞둔 때다. 이들은 문재인정부 탄생의 주역이다. 또한 이들 중 몇몇은 지난 총선서 당선된 전직 의원 출신이다. 1기 참모진들은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서 근무한 뒤 국회로 돌아왔다. 집권 후반기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 연유로 이들의 차기 총선 출마 여부가 가장 먼저 거론됐다.

내년 4·15총선, 문정부 운명 달려
측근 인사, 민주당으로 러시 행렬


임 전 실장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서울 성동구서 당선됐다. 그는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성동구을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임 전 실장은 18대 총선서 3선을 노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임 전 실장은 통합민주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성동구을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김동성 후보에게 4.91%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임 전 실장은 중구·성동구을서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20대 총선서 중구는 인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해 인구 상한선을 넘긴 성동구와 합쳐져 중구·성동구갑과 중구·성동구을로 나뉘어졌다. 현재 중구·성동구을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지상욱 의원의 지역구다.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와 겹치지 않는 탓에 임 전 실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백 전 비서관은 재선 의원이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 시흥갑서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했다. 백 전 비서관은 19대 총선서 시흥갑 3선에 도전했지만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함진규 후보에게 0.24%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그는 20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다시 시흥갑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서도 함 후보를 넘지 못했다. 백 전 비서관이 내년 총선에 나설 경우, 시흥갑서 함 의원과 세 번째 대결이자 두 번째 리턴 매치를 펼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은 백 전 비서관에게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했다. 백 전 비서관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백 전 비서관은 청와대서 인사검증을 했고,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바 있다.

1기 참모진
민주당 복당

남 전 비서관은 총선 경험은 있지만 당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남 전 비서관은 지난 16대 총선서 민주국민당 후보로 서울 은평구갑에 도전했다. 당시 그는 3.52%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권 전 관장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20대 총선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이름을 올렸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권 전 관장은 서울 용산지역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수석은 초선 출신이다. 한 전 수석은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북 익산시갑에 당선됐다. 그는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익산시을에 출마했지만 재선을 달성하지 못했다. 한 전 수석은 차기 총선서 익산에 재도전할 공산이 크다.

윤 전 수석은 민주당 입당 후 경기 성남중원 출마가 예상된다. 윤 전 수석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에도 성남시장 출마설이 제기된 바 있다.

송 전 비서관도 복당 후 총선 출마가 예측된다. 송 전 비서관은 같은 지역서만 4번 도전한 경력이 있다. 송 전 비서관은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남 양산에 첫 발을 내딛었으나 1.29%포인트 차로 아깝게 졌다. 18대 총선에선 무소속으로 양산에 재도전했지만 낙선했다. 19대 총선서도 민주통합당 후보로 양산서 재기에 나섰지만 4.61%포인트 차로 미끄러졌다.
 

▲ 문재인 대통령

그는 20대 총선서도 민주당 후보로 재차 양산에 출마했지만 4.8%포인트 차로 끝내 고개를 숙였다.


송 전 비서관은 내년 총선 출마 시 또다시 양산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양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국당 윤영석 의원이 19~20대 총선서 송 전 비서관을 꺾은 바 있는 만큼 두 사람의 리턴 매치는 불가피해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은 조만간 복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양 전 비서관에게 민주연구원(민주당 정책연구원) 원장 자리를 제안했고 지난 10일, 이 제안을 전격 수락했다. 민주연구원은 총선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민주연구원은 총선 과정서 전략과 정책, 여론 동향 파악 등을 수행한다.

장관들의 복귀도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이들을 모두 친문으로 분류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여의도로 복귀하는 장관들은 문재인정부와 철학을 공유한 인사다. 이들의 당선은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는 셈이다.

국회로 돌아오는 의원 겸직 장관들은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대구 수성갑)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경기 고양정),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부산 부산진갑), 그리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충북 청주흥덕)이다. 이들은 지역구를 오래 비워둔 만큼 총선 채비를 서두를 예정이다.

총선 경험
당선 목표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움직임 역시 주목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갑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유 장관은 현재 민주당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의 출마설은 기정사실화되는 듯했지만 홍 장관 스스로 선을 그었다. 홍 장관은 지난 1월 “정치를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서 근무하는 일부 참모진들의 출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등이 거론된다.
 

정 수석은 지난 2015년 4·29보궐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소속으로 관악을에 출마했지만 당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를 넘지 못했다. 정 수석은 2016년 20대 총선서 오 후보와 다시 관악을서 맞붙었지만 패배했다. 표차는 0.7%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수석은 지난 19대, 20대 총선에 모두 출마했다. 이 수석은 각각 민주통합당, 민주당 후보로 양천구을에 두 번 도전했지만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 수석은 두 번의 총선서 1.8%포인트, 2.05%포인트로 석패했다.

이 부위원장은 재선 의원 출신이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금천구서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금천구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어 19대 총선서 이 부위원장은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 금천구 재선에 성공했다.

친문 출마 채비, ‘내 사람’ 논란
“선거는 이겨야”… 공감 목소리도

조 비서관도 두 번의 총선서 당선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조 비서관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충남 서산시 태안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는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재기에 나섰지만 1.76%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이들과 함께 구청장 출신 참모진들의 출마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배 민정비서관과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 등은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 김 민정비서관은 서울 성북구청장을, 김 자치발전비서관은 서울 은평구청장을, 민 비서관은 광주 광산구청장을 지냈다. 이들은 각각 성북구와 은평구, 광산구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된다.

당에서도 친문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모이는 것을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현 정부에 몸담은 이들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총선이 친문 주도의 선거로 비춰지는 까닭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친문 체제로 총선이 치러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공천 과정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잡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문재인정부를 둘러싼 ‘코드 인사’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추세다. 바미당은 최근 ‘공공기관 친문백서’를 공개했다. 바미당은 지난 5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40개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가 총 434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바미당은 지난해 9월에도 69명의 캠코더(문재인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밝힌 바 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보다 한 수 위다”라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이른바 ‘내 사람 심기’로 비춰지면서 총선을 앞둔 친문 인사들의 결집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바미당을 포함한 야권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인사를 ‘회전문’ 등으로 비유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친문 인사의 결집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그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 오히려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수?
묘수?

한편에선 친문 결집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납득할 만한 정치적 처사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집권 후반기를 바라보는 문재인정부의 앞날을 결정하게 된다. 한마디로 정부와 여당에게는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와 여당의 운명이 정해진다”며 “정부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총선서 승리할 수 있을 정도의 정치력을 갖고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친문은 그 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원내대표도 친문?

오는 5월 치러지는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구도가 완성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의 3파전으로 예상된다.

당초 원내대표 경쟁은 김 의원과 노 의원의 맞대결로 치러질 전망이었지만, 이 의원의 가세로 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세 후보 가운데 김 의원은 강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은 그간 원내 지도부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미애 전 대표 시절부터 이해찬 대표체제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 의원은 당 지도부와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의 당선은 자칫 민주당의 친문 색채를 짙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의 투톱인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친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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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