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N번방 파문’ 뒷북 국회 책임론

그땐 모른다더니 이제 와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정치권서 앞다퉈 N번방 관련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국민들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N번방 관련 법안 심사 절차서 국회는 ‘수준 미달’의 모습을 보였다. <일요시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국회의 당일 회의록을 조명했다.
 

▲ (사진 왼쪽부터)송기헌 위원장·김도읍·정점식 의원

미성년자 포함한 여성의 나체 사진 확보 후 협박을 통해 엽기적인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방에 유통한 ‘N번방 사건’을 두고 국민적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다. 이와 관련된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앞다퉈 고강도 수사 촉구와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나섰다.

팔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N번방 사건 재발방지 3법’을 20대 국회 임기 내 통과시키기로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N번방 사건 재발 방지 3법(형법·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조속히 통과되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역시 총선 이후에 N번방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쓸 것을 약속했다.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총선이 끝나면 4월에 다시 한 번 국회가 열릴 때 N번방 사건과 관련된 법들을 상세하게 살펴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무관용 원칙을 주장했다.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정의당 여성 후보들은 “이 순간 어딘가서 여성들이 스마트폰 속의 노예로 착취당하고 있을지 모르는 지금, 우리에게 일상은 없다”며 무관용 처벌과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동안 수없이 자행돼왔던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국회가 지금까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N번방 사건은 지난해 11월 <한겨레>의 최초 보도 이후 국회 및 청와대 홈페이지에 누리꾼들의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공론화됐다. 특히 지난 1월 국회 국민 청원에 게시된 ‘텔레그램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국회 청원글 최초로 국회 심사 절차에 올랐다.

10만 청원에 딥페이크 얘기만
뒤늦게 졸속 법안 처리 논란

현행법상 10만명의 동의가 있으면, 국회서 소관 상임위원회와 관련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돼 다른 의안과 동일하게 전체회의 상정 및 소위원회 논의 등 심사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국회 청원글을 올린 누리꾼 최모씨는 ‘텔레그램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디지털성범죄를 본격적으로 해결해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고, 이 같은 디지털성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청원을 올리게 되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최씨는 ‘실제로 여자 연예인, BJ, 지인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포르노, 생활공간을 불법촬영한 사진 및 영상 또한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 및 매매되고 있으며 유포자, 소비자들은 피해자들을 향해 성희롱과 2차가해 발언을 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수사기관의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2차 가해 방지를 포함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 것 ▲범죄 예방을 위해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엄격한 양형기준을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안 심사 절차서 청원글에 응하는 국회는 N번방 사건의 본질을 짚지 못한 채 ‘딥페이크’ 주제에만 국한해 회의를 진행해 일각에서는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3일 법사위는 계류 중이던 딥페이크 처벌 관련 성폭력특례법 개정안 4건과 해당 청원을 병합해 심사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딥페이크 영상물 및 촬영물을 현행법으로 처벌하면 안 되냐”고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굳이 새로운 구성요건을 만들 필요가 있나. 그냥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면 음란물로 (처벌하면 안 되는 거냐)”라고 말했다.
 

▲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 ⓒ문병희 기자

이에 송기헌 법사위 1소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성 때문에 새로 성폭력 범죄를 만들어 처벌하자는 취지로 청원이 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청원한다고 법을 다 만드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요즘 새로운 시대의 물결이다.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한 부위를 영화 CG 처리처럼 합성한 영상편집물을 말한다. N번방의 연루된 가해자들이 지인의 얼굴을 나체 사진 혹은 영상과 합성해 텔레그램에 올릴 때 사용한 수법으로, 배포될 우려가 높고 디지털성범죄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 통합당 정점식 의원은 이를 두고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까지) 갈 거냐"고 발언했다.

3월3일 관련 법안 심사 회의록 보니…
“모른다” “일기장 그림” “예술작품”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들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서 그런 짓을 자주 한다”며 “유명인들 갖다 놓고 자기 혼자 자기 컴퓨터서 작업들을 할 수가 있는데, 그것을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밝혔다.

송 위원장은 “나 혼자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며 딥페이크 영상 조작 작업을 그림으로 빗대기도 했다. 특히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N번방 사건은 저도 모른다”며 딥페이크 영상을 두고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법사위 회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N번방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되자 보도문을 내고 해명했다.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현행법서 처벌이 가능하다면 법의 난맥상을 방지하고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데 혼란을 방지하는 차원서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질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위원장은 “범죄 실행의 착수, 즉 반포(유포) 행위를 실행하지 않은 사람에게 딥페이크 영상물을 소유(「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상 저촉되지 않는 영상물의 경우)하고 있는 것만으로 처벌 조항을 두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 중에, 반포(유포)없이 해당 영상물을 제작 및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조항을 만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민중당은 지난 25일 서울남부지검에 국회 법사위 소속 김도읍·송기헌·정점식 의원 등 3명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손솔 민중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민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N번방 범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며 “입법을 그동안 하지 못해서 지금 가해자들이 도망가게 만든 것이 국회기 때문에 국회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후다닥

그는 “이번 청원은 성 착취물의 관람과 소유 및 유포를 처벌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딥페이크 문제만 한정적으로 다뤘다”고 지적했다. 딥페이크 영상 조작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여성을 유흥거리로 여기는 것이 ‘강간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강간문화를 끊어내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역할이다. 무척 분노하고 있으며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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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