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N번방 파문’ 조주빈의 충격적인 두 얼굴

‘보통남 행세’ 모두 속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평소 행실은 올곧은 청년 그 자체였다.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던 모습은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듯 보였다. 그러나 조주빈의 모든 행위는 위선에 불과했다. 평가학행위범한 소시민의 탈을 썼을 뿐 그의 추악한 본성은 결코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검찰로 송치 중인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 ⓒ문병희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웃 탈 쓴 
현실판 악마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청·동사무소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씨의 범행이 악질적·반복적이라고 판단하고 지난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해 일단 조씨의 신병을 검찰에 넘겼으나 그의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조씨는 미성년자 성폭행을 비롯한 각종 가학 행위를 모의·실행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체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20대 청년 모습 그 자체였다.


인천서 초·중·고를 다닌 뒤 2014년 3월 인하공전 정보통신학과에 입학했다. 2015년 2학기부터 2017년 1학기까지 군복무로 휴학했고, 2017년 2학기에 복학해 이듬해 2월 졸업했다.

조씨의 대학 재학 시절 4학기 평균 평점은 4.17(4.5만점)이었다. 2014년 2학기 때 대학 도서관이 주최한 교내 독후감 대회서 1등상을 받을 정도로 글쓰기 실력이 좋았다. 그는 1학년 1학기부터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듬해인 2015년 1학기까지 1년여간 학보사 정식기자와 편집국장으로도 활동했다. 함께 학보사 활동을 시작한 동기들에게 자신이 편집국장을 맡아보겠다며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보사 기자였던 2014년에는 성폭력 예방을 촉구하는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당시 기사를 통해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해 실시한 강연 등 교내 안전을 위해 학교 측이 기울인 노력은 많고 다양하다” “학교 측의 노력에도 아직 부족한 점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겉모습은 평범한 20대 청년
성폭력 예방 목소리 높이더니…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은 특별히 부각될 게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주빈 동창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조주빈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고,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다’고 소개했다. 

글쓴이는 조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졸업사진을 함께 올렸다. 조씨의 고교 시절 모습이라고 주장한 이 글과 사진은 현재 커뮤니티서 삭제된 상태지만, 온라인상에는 캡처한 내용이 떠돌고 있다. 

글쓴이는 조씨가 말이 많고 친하게 지내는 이들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글쓴이는 “그냥 평범했다. 조용하지 않았고, 반에서 제일 말 많던 놈이었다”며 “수업시간에도 말이 많아 아마 선생님들도 다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등학교 시절의 조주빈

조씨의 정치성향은 ‘극우’였다고 평가했다. 글쓴이는 “일단 조주빈은 일베가 맞다.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데 반에 조용하게 지내는 애들한테 같이 일베하는 애들끼리 찾아가서 ‘야 너 김대중, 노무현 개00 해봐’ ‘말 못하면 좌빨, 홍어(호남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 빨갱이’ 이러면서 놀리고 다녔다”고 전했다.

조씨는 여성들에게 각종 가학 행위를 벌인 것과 달리,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사이트에 등록된 조씨의 기록을 보면 그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57차례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인천 모 NGO 봉사단체서 한 봉사는 무려 23회나 됐다. 

한 달에 1차례 정도 장애인 시설과 미혼모 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하는 일이었다. 그는 2017년 10월 군대 동기인 친구와 함께 이 단체를 찾았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서였다. 

성 착취하고
성평등 운운

봉사팀에서는 부팀장을 맡아 장애인 복지시설, 보육원 등에서 아동·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친목을 다졌다. 그는 장애인지원팀에 소속돼있었으나 간혹 아동지원팀 인원이 빌 경우 그 팀으로 보육원 봉사를 나가기도 했다. 이 단체에는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9개 팀이 있고 팀당 7명이 속해 있었다.

꾸준히 이 단체에 오던 조씨는 2018년 3월부터 발길을 끊었다가 1년 만인 지난해 3월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 단체를 찾은 것은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2일이다.

조씨의 행적 가운데 눈에 띄는 건 포털사이트에 성적 요소가 다분한 수백 건의 댓글을 달았던 부분이다. 지난 24일 <조선일보>는 조씨가 중·고등학생 시절 네이버 지식인에 500건에 달하는 댓글을 단 ‘답변왕’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씨의 닉네임은 ‘지식의 끝’이었는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477개의 답변을 달아 ‘영웅’ 등급을 달았다. 해당 계정은 조주빈이 학보사 기자로 활동할 당시 사용했던 메일 주소를 바탕으로 추적한 것이다.
 

▲ 조주빈 ⓒ인터넷 커뮤니티

조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2년 9월 ‘걸그룹 섹시코드 사회혼란을 부추기는가’라는 한 이용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짧은 옷 때문에 혼란이 온다면 그건 짐승의 세계일 것이다. 아랍권은 몸을 칭칭 싸매고 다니는데 성범죄율이 높으니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달았다.

음란물 유포 관련한 질문도 포함돼있다. 같은 해 10월 ‘음란물 다운로드 처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씨는 ‘아동청소년 음란물만 아니면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후 다른 이용자가 ‘미성년자 음란물을 다운받았다. 잡혀가느냐’고 묻자 ‘단속에 걸리면 잡혀간다. 그래도 걸릴 확률은 낮으니 걱정 말라’고 답했다.

장애 의심되는
삐뚤어진 심리

친인척 간 성폭행에 대해서는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누나랑 같이 삼촌이랑 놀고 있었는데 삼촌이 누나 치마에 손을 집어넣었다’는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조씨의 이중성은 수많은 논란거리를 남긴다. 일단 외모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우월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조씨와 군 생활을 함께했다는 동료의 증언에 따르면, 조씨는 외모와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조씨는 키 늘리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추정하는 범행 시작 시기(2018년 12월)도 수술을 받고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때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봉사활동은 진정한 정서적 공감에 기반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훌륭한 사람, 내지는 매우 유능하면서도 사회공익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싶어서 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피해자들에게 자해 등 엽기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 역시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군 시절 동료는 조씨의 군대시절을 묻는 질문에 “키는 160㎝ 중반이고, 성격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으로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아부를 잘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조씨가 성도착증 환자라기보다는 단기간에 범죄를 통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데에 몰두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봉사활동 몰입하는 이중적인 태도
지식 끝판왕인 척 콤플렉스 덩어리

실제로 2018년 대학 졸업 이후로 무직 상태였던 조씨는 텔레그램에 총기나 마약을 팔겠다는 허위광고를 올려 돈을 가로채는 등 사기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이 방은 훗날 텔레그램 N번방의 전신이 된다. 조주빈은 이를 계기로 텔레그램을 통한 본격적인 범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돈벌이에 몰두한 조씨의 성향은 손석희 JTBC 사장에 대한 협박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조씨는 지난 25일 종로경찰서 앞에서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의 관계를 두고 관심이 증폭됐다. 
 

조씨는 손 사장에게 소송 중인 김웅 기자의 사주를 받아 가족을 테러하겠다며 사기를 쳤다. 이 과정서 손 사장 가족의 사진·주민등록번호 등을 손 사장에게 보내고 “언제든 벽돌 하나면 된다” “연변서 사람을 쓰겠다”는 식으로 위협했다.

조씨는 지난해 김웅 기자가 제기했던 ‘뺑소니’ 논란에 대해서도 손 사장에게 불리한 증거가 있다는 식으로 괴롭혔다. 상대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교묘하게 조작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손 사장으로부터 금품 갈취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는 별개로 조씨는 평소 텔레그램서 손석희 사장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조씨는 텔레그램서 ‘손석희 사장과 평소 형·동생으로 지낸다’ ‘통화도 자주 한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씨는 자신을 정계와 맞닿아 있는 흥신소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표현했다.

돈벌이 몰두
허울뿐인 사죄

현재 손 사장은 조씨가 벌인 사기행각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낸 상태다. 조씨는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손 사장에게 접근했고, ‘손사장과 분쟁 중인 김웅씨가 손 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사실 확인을 위해 조씨에게 사주 받은 돈에 대한 계좌내역 등의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고 이에 조씨는 금품을 요구했다. 손 사장은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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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