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N번방 파문’ 조주빈의 충격적인 두 얼굴

‘보통남 행세’ 모두 속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평소 행실은 올곧은 청년 그 자체였다.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던 모습은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듯 보였다. 그러나 조주빈의 모든 행위는 위선에 불과했다. 평가학행위범한 소시민의 탈을 썼을 뿐 그의 추악한 본성은 결코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검찰로 송치 중인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 ⓒ문병희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웃 탈 쓴 
현실판 악마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청·동사무소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씨의 범행이 악질적·반복적이라고 판단하고 지난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해 일단 조씨의 신병을 검찰에 넘겼으나 그의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조씨는 미성년자 성폭행을 비롯한 각종 가학 행위를 모의·실행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체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20대 청년 모습 그 자체였다.

인천서 초·중·고를 다닌 뒤 2014년 3월 인하공전 정보통신학과에 입학했다. 2015년 2학기부터 2017년 1학기까지 군복무로 휴학했고, 2017년 2학기에 복학해 이듬해 2월 졸업했다.

조씨의 대학 재학 시절 4학기 평균 평점은 4.17(4.5만점)이었다. 2014년 2학기 때 대학 도서관이 주최한 교내 독후감 대회서 1등상을 받을 정도로 글쓰기 실력이 좋았다. 그는 1학년 1학기부터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듬해인 2015년 1학기까지 1년여간 학보사 정식기자와 편집국장으로도 활동했다. 함께 학보사 활동을 시작한 동기들에게 자신이 편집국장을 맡아보겠다며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보사 기자였던 2014년에는 성폭력 예방을 촉구하는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당시 기사를 통해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해 실시한 강연 등 교내 안전을 위해 학교 측이 기울인 노력은 많고 다양하다” “학교 측의 노력에도 아직 부족한 점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겉모습은 평범한 20대 청년
성폭력 예방 목소리 높이더니…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은 특별히 부각될 게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주빈 동창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조주빈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고,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다’고 소개했다. 

글쓴이는 조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졸업사진을 함께 올렸다. 조씨의 고교 시절 모습이라고 주장한 이 글과 사진은 현재 커뮤니티서 삭제된 상태지만, 온라인상에는 캡처한 내용이 떠돌고 있다. 

글쓴이는 조씨가 말이 많고 친하게 지내는 이들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글쓴이는 “그냥 평범했다. 조용하지 않았고, 반에서 제일 말 많던 놈이었다”며 “수업시간에도 말이 많아 아마 선생님들도 다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등학교 시절의 조주빈

조씨의 정치성향은 ‘극우’였다고 평가했다. 글쓴이는 “일단 조주빈은 일베가 맞다.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데 반에 조용하게 지내는 애들한테 같이 일베하는 애들끼리 찾아가서 ‘야 너 김대중, 노무현 개00 해봐’ ‘말 못하면 좌빨, 홍어(호남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 빨갱이’ 이러면서 놀리고 다녔다”고 전했다.

조씨는 여성들에게 각종 가학 행위를 벌인 것과 달리,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사이트에 등록된 조씨의 기록을 보면 그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57차례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인천 모 NGO 봉사단체서 한 봉사는 무려 23회나 됐다. 

한 달에 1차례 정도 장애인 시설과 미혼모 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하는 일이었다. 그는 2017년 10월 군대 동기인 친구와 함께 이 단체를 찾았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서였다. 

성 착취하고
성평등 운운

봉사팀에서는 부팀장을 맡아 장애인 복지시설, 보육원 등에서 아동·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친목을 다졌다. 그는 장애인지원팀에 소속돼있었으나 간혹 아동지원팀 인원이 빌 경우 그 팀으로 보육원 봉사를 나가기도 했다. 이 단체에는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9개 팀이 있고 팀당 7명이 속해 있었다.

꾸준히 이 단체에 오던 조씨는 2018년 3월부터 발길을 끊었다가 1년 만인 지난해 3월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 단체를 찾은 것은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2일이다.

조씨의 행적 가운데 눈에 띄는 건 포털사이트에 성적 요소가 다분한 수백 건의 댓글을 달았던 부분이다. 지난 24일 <조선일보>는 조씨가 중·고등학생 시절 네이버 지식인에 500건에 달하는 댓글을 단 ‘답변왕’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씨의 닉네임은 ‘지식의 끝’이었는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477개의 답변을 달아 ‘영웅’ 등급을 달았다. 해당 계정은 조주빈이 학보사 기자로 활동할 당시 사용했던 메일 주소를 바탕으로 추적한 것이다.
 

▲ 조주빈 ⓒ인터넷 커뮤니티

조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2년 9월 ‘걸그룹 섹시코드 사회혼란을 부추기는가’라는 한 이용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짧은 옷 때문에 혼란이 온다면 그건 짐승의 세계일 것이다. 아랍권은 몸을 칭칭 싸매고 다니는데 성범죄율이 높으니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달았다.

음란물 유포 관련한 질문도 포함돼있다. 같은 해 10월 ‘음란물 다운로드 처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씨는 ‘아동청소년 음란물만 아니면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후 다른 이용자가 ‘미성년자 음란물을 다운받았다. 잡혀가느냐’고 묻자 ‘단속에 걸리면 잡혀간다. 그래도 걸릴 확률은 낮으니 걱정 말라’고 답했다.

장애 의심되는
삐뚤어진 심리

친인척 간 성폭행에 대해서는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누나랑 같이 삼촌이랑 놀고 있었는데 삼촌이 누나 치마에 손을 집어넣었다’는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조씨의 이중성은 수많은 논란거리를 남긴다. 일단 외모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우월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조씨와 군 생활을 함께했다는 동료의 증언에 따르면, 조씨는 외모와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조씨는 키 늘리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추정하는 범행 시작 시기(2018년 12월)도 수술을 받고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때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봉사활동은 진정한 정서적 공감에 기반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훌륭한 사람, 내지는 매우 유능하면서도 사회공익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싶어서 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피해자들에게 자해 등 엽기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 역시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군 시절 동료는 조씨의 군대시절을 묻는 질문에 “키는 160㎝ 중반이고, 성격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으로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아부를 잘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조씨가 성도착증 환자라기보다는 단기간에 범죄를 통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데에 몰두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봉사활동 몰입하는 이중적인 태도
지식 끝판왕인 척 콤플렉스 덩어리

실제로 2018년 대학 졸업 이후로 무직 상태였던 조씨는 텔레그램에 총기나 마약을 팔겠다는 허위광고를 올려 돈을 가로채는 등 사기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이 방은 훗날 텔레그램 N번방의 전신이 된다. 조주빈은 이를 계기로 텔레그램을 통한 본격적인 범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돈벌이에 몰두한 조씨의 성향은 손석희 JTBC 사장에 대한 협박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조씨는 지난 25일 종로경찰서 앞에서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의 관계를 두고 관심이 증폭됐다. 
 

조씨는 손 사장에게 소송 중인 김웅 기자의 사주를 받아 가족을 테러하겠다며 사기를 쳤다. 이 과정서 손 사장 가족의 사진·주민등록번호 등을 손 사장에게 보내고 “언제든 벽돌 하나면 된다” “연변서 사람을 쓰겠다”는 식으로 위협했다.

조씨는 지난해 김웅 기자가 제기했던 ‘뺑소니’ 논란에 대해서도 손 사장에게 불리한 증거가 있다는 식으로 괴롭혔다. 상대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교묘하게 조작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손 사장으로부터 금품 갈취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는 별개로 조씨는 평소 텔레그램서 손석희 사장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조씨는 텔레그램서 ‘손석희 사장과 평소 형·동생으로 지낸다’ ‘통화도 자주 한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씨는 자신을 정계와 맞닿아 있는 흥신소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표현했다.

돈벌이 몰두
허울뿐인 사죄

현재 손 사장은 조씨가 벌인 사기행각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낸 상태다. 조씨는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손 사장에게 접근했고, ‘손사장과 분쟁 중인 김웅씨가 손 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사실 확인을 위해 조씨에게 사주 받은 돈에 대한 계좌내역 등의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고 이에 조씨는 금품을 요구했다. 손 사장은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했다고 밝힌 상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