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TF 변호사들 줄사퇴 카드 꺼내든 이유

“수장 자르니 나갈 수밖에”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서지현 전 검사의 사표가 수리된 지 보름이 지났다. 20년 공직생활을 마친 그는 법무부나 검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 전 검사의 소식을 듣고 사퇴한 디지털성범죄 태스크포스(TF) 위원들은 여전히 법무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서지현 전 검사의 ‘전대복귀’ 형식의 좌천성 인사와 재빠른 사표 수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요시사>는 익명을 요구한 전직 TF 위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동훈 체제’ 법무부의 디지털성범죄 대처 의지를 들어봤다.

법무부 직원들은 ‘한동훈 체제’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검찰권 강화를 목표로 하는 윤석열정부 기조에 맞게 과거 탈피에 나섰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서 요직을 거친 검사들과 파견 업무를 수행 중이던 직원들에게는 적응 기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디지털성범죄 TF 위원 대부분은 이 같은 법무부의 인사에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다.

▲재판에서 보인 태도를 생각하면 참으로 구차하고 파렴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법원에서 디지털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형량을 정할 때 이러한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태도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반성문 100번 제출했다고 ‘진지한 반성’을 했다며 감형해서는 안 된다는 게 증명된 것 아닌가.

▲형사처벌이 진정한 반성을 이끌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진정한 반성은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 형사재판의 구조에서 피해자는 대체로 소외된다. 특히 피고인이 자백하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며 양형 감경 사유로 삼아준다.

그 결과 N번방 사건에서도 함께 방에 있었던 일반 가담자들은 아동 성 착취물 시청 및 소지죄로 대체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주된 양형 감경 사유는 진지한 반성이었다. 디지털 성범죄뿐만 아니라 성범죄 전반에서 양형 감경 사유에서 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양형 가중 사유에서 형이 선고되는 비율의 10배 정도 된다.


피해자에게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진지한 반성은 결국 형식적 반성이 되기 쉽고 2차 가해로도 쉽게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성범죄 태스크포스(TF) 위원들이 사퇴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 단지 서지현 전 검사에 대한 편파 인사 때문인가?

▲서 전 검사 인사 조치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다른 문제는 없었다. 서 전 검사가 사실상 위원회 실무의 총괄책임자이고 위원은 전원 민간전문가로 비상근인 상태에서 위원회 어느 누구와도 상의 없이 법무부 장관 취임 직전에 그 실무 총괄책임자를 법무부에서 나가라고 한 것은 사실상 위원회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과 같다.

전문·자문위원 22명 중 17명 대거 사의 표명
남은 기간 세 달도…실제적 성과·활동 여러워

물론 다른 후임이 올 수도 있었겠지만 임기가 3개월 남은 상태에서 누가 후임으로 오더라도 인수인계와 기존 논의에 대한 이해도 등에서 종전처럼 활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대다수 위원이 봤다. 실제로 누가 후임으로 올 것인지 알려주거나 향후 일정 및 계획에 대한 어떤 공유도 없었다.

-실제 법무부에 파견 업무를 수행한 검사와 수사관들도 서 전 검사에 대한 인사가 납득하기 힘든 인사라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한동훈 지시”라는 말이 있다.

▲정기인사 시점도 아니고 위원회 활동종료 시점도 아닌, 단지 새로운 법무부 장관 임명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진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라 그런 추측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언론 보도를 보고 서 전 검사가 복귀명령을 받아 더 이상 일을 못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황당했다.우리 일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는 것 같아 형식적으로 존속할 이유도 없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렇게 새 장관 취임 직전에 말 그대로 짐 쌀 시간도 주지 않고 복귀명령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여러 정부부처에서 파견온 공무원들을 복귀시킬 때 그런 식으로 복귀시킨 적은 없었다.

-서 전 검사가 사실상 좌천을 당했다고 해도 TF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있지 않나?

▲갑작스레 서 전 검사에 대한 인사 조치가 이뤄진 것이므로, TF로서는 남은 임기 동안 실제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 고작 임기가 3개월 남은 TF의 핵심 담당 검사 활동조차 보장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 검사가 떠난 이후 TF가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지 않겠나.

▲서 전 검사처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형사 절차 전반을 꿰고 있는 검사가 드물다. 후임이 누가 오든 이 역할을 잘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했다. 위원 다수의 생각이 그랬다.

-윤석열 캠프는 지난해 12월 권력형·디지털 성범죄에 적극 대처하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원스톱 통합 전담기관 신설을 공약했다. 그러나 사실상 말뿐인 공약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 디지털 성범죄에 주로 대응하는 부처가 현재 법무부, 여성가족부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는 이미 여성가족부는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고, 서 전 검사에 대한 인사 조치를 통해 법무부 내 디지털 성범죄 TF의 활동은 막아버렸다.

디지털 성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윤석열 캠프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서 여성 유권자를 위한 형식적인 공약 한두 개라도 만들어야 하니 내세운 공약이 아닐까 싶다.

▲우리 위원회는 사실 법무부 내부의 위원회고 권고안을 내는 정도의 권한밖에 없다. 그래서 이 권고안들을 실현시키는 것은 법원, 검찰, 경찰, 여러 정부부처에서 함께 협의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 위원회가 무력화되었다고 해서 그 공약이 당연히 무산된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고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할 일은 많다.

정말 잘하고자 한다면 디지털 성범죄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상설 조직을 예산과 인력을 들여 만드는 것이 맞다. 현재 국가가 영상물 삭제를 지원할 의무가 있는데 범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그 지원 기관의 인력만으로는 너무 힘들다고 들었다.

서지현 전 검사 “짐 쌀 시간도 안 줘”
TF 아닌 정부 차원 전담기구 만들어야

수사기관도 삭제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영상물을 찾고 삭제하는 것도 1차적으로는 피해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해자들은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법원에서는 실제 삭제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삭제한 듯하다는 이유로 감경 사유로 삼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만 그나마 권고안을 잘 내고 있던 법무부 소속의 위원회조차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하기는커녕 일방적인 인사를 내는 마당에 제대로 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법무부가 성범죄 대응과 관련한 새로운 기구 설치와 법 제정 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디지털 성범죄 및 아동 대상 성범죄 등을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상의 성범죄 수법은 점차 진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에 재빠르게 대응하면서 피해자 지원 등도 통합적으로 실시하는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참고로 TF 권고안 중에서도 피해자를 지원하는 통합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현재 권고안 중에는 60여개의 법률 제개정안이 포함돼있으므로 의지만 있다면 정부입법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전통적으로(?)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많다 보니 성인지 감수성은 부족한 반면 기존 법체계를 지나치게 중시하고 새로운 현상에 대한 대응과 아이디어 면에서는 적응이 느리다. 그런 측면이 범죄 척결에 장애가 된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우리 위원회 권고안의 법률제·개정안을 보고도 분명히 법무부가 기존 법체계 등을 이유로 반대할 수도 있다. 자꾸 모든 자리를 검사들에게 부여하려 하지 말고 민간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채용해서 새로운 범죄 유형 등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멈추지 않는다. 잘하길 바란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