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 조주빈과 공범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30 14:31:49
  • 호수 12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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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잡아 성노예처럼…주도면밀 짬짜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른바 N번방은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 비밀 대화방을 개설해 성 착취 영상을 불법으로 제작한 뒤 돈을 받고 배포한 성범죄 사건이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25일, 결국 포토라인에 섰다. <일요시사>는 조주빈을 비롯한 관련 인물들을 추려봤다.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텔레그램에 비밀 대화방을 만들고 미성년자 및 여성의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주범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됐다. 조주빈과 공범들에 대해 파헤쳐봤다.

박사 조주빈

조주빈은 주로 불법 사이트를 통해 고액 알바를 미끼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신상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박사방 피해자 가운데에는 한 가수의 팬클럽 커뮤니티 회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점이 될 만한 개인정보를 모은 뒤 “내가 너의 정보를 알고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얼굴 사진, 춤 동영상 등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모은 영상은 피해자들의 또 다른 약점이 됐고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가해자들은 “이것만 하면 탈출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며 피해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했다. 익히 알려진 가학적인 영상들은 이 과정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창시자 갓갓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대화방서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시초격인 N번방은 ‘갓갓’이란 닉네임을 쓰는 인물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이런 대화방을 1∼8번까지 만들었다고 해서 N번방이라고 불렀다. 피해자는 주로 미성년자였으며,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지칭하면서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했다. 

범죄 대상을 찾는 주 활동 범위는 트위터였다. 주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올리는 미성년자들로 이들의 계정을 해킹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방식이었다.    

갓갓은 지난해 2월 N번방 권한을 모두 ‘와치맨’에게 넘기고 텔레그램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갓갓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서 조주빈을 검거한 사례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경찰 수사에 난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당한 지능범으로 알려진 갓갓이 좁혀지는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각종 증거 인멸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갓갓과 관련한 수사 상황 공개를 꺼리는 배경 중 하나다.

피해자 절박한 이용 협박
“부모에게 알리겠다” 엄포

이들 운영자 가운데 현재 갓갓만 유일하게 경찰에 붙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여러 지방경찰청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지난 16일 조주빈이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수사가 꽤 진행된 반면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10대 후반 내지는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갓갓은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이 추적 중이다.

갓갓이 체포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가 복귀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와치맨에 따르면 갓갓은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갓갓의 복귀를 말하는 이들은 그가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텔레그램에 복귀해 N번방을 다시 운영한다고 했지만 현재까진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다.

설계자 와치맨


갓갓이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았던 인물은 와치맨 전모(38·회사원)씨로 밝혀졌다. 전씨는 그간 N번방의 창시자 갓갓으로부터 텔레그램 비밀방을 승계해 운영한 인물이자,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보다 이 바닥서 먼저 이름을 떨친 인물 정도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경찰의 시각은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와치맨은 단순히 갓갓의 하수인 내지는 매니저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와치맨은 텔레그램 성 착취 영상에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인물이다.(순서로 따지자면)와치맨이 먼저고, 갓갓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터넷 사이트 중심으로 이뤄졌던 불법 성 착취 영상의 유통 체계를 텔레그램이라는 수면 밑 세계로 끌어내린 일종의 설계자라는 것이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전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달 중순 검찰이 구형할 때까지 5개월 동안 10번 넘게 반성문을 작성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인터넷 사이트나 웹하드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각종 성 착취 영상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트위터 등 SNS로 옮겨갔다가, 더 은밀한 공간인 텔레그램으로 스며들었다. 텔레그램 비밀방은 특성상 ‘아는 사람’만 입장이 가능한데,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활성화를 시킨 것이 바로 전씨라는 설명이다.

전씨의 첫 번째 범행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씨는 지난 2016년 8월29일부터 2017년 5월18일까지 트위터 계정에 여성의 노출 사진을 167장 올렸다.

집행유예 기간에도 음란물 공유
유사한 수법 이용해 동영상 제작

이에 그치지 않고 각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로 여성을 훔쳐보기도 했다. IP 카메라를 설치할 때 초기값으로 지정된 관리자 페이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전씨는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IP 카메라 관리자 페이지에 78번 접속해 여성들을 훔쳐봤고, 340번 접속을 시도해 실패하기도 했다.

결국 전씨는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8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여성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여성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게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으로 성관계 장면이나 노출이 심한 사진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전씨는 1심이 그대로 확정돼 2021년까지가 집행유예 기간이었지만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에 음란사이트를 만들어 성 착취 영상 등과 경찰의 음란물 단속을 피하는 법, 경찰의 단속 동향 등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에서는 ‘고담방’ 등 대화방 4개를 만들어 여성 나체 사진과 동영상 1만1297건을 전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씨는 음란사이트 운영 혐의로 지난해 9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체포돼 구속됐다. 이 혐의가 지난해 10월 먼저 기소됐고, 텔레그램 N번방 운영 혐의는 강원지방경찰청서 수사해 올해 2월 추가 기소했다. 


후계자 켈리

지난 25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음란물을 재판매해 25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켈리’인 신모(32)씨를 구속했다. 신모씨는 2018년 1월부터 그해 8월 말까지 경기 오산시 자신의 집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1890여개를 저장해 이 가운데 2590여개를 판 혐의를 받았다.

신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각 3년간의 취업 제한 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신씨가 음란물 판매로 얻은 이익금 2397만원도 추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대량으로 소지하고, 수사기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한 행위는 죄질이 중하다. 하지만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가 최근 비판을 받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시초인 N번방을 운영한 핵심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켈리라는 닉네임으로 N번방을 운영했다.

그동안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운영자는 와치맨(전모씨)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고 신씨가 N번방을 물려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신모씨는 이전에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로리대장태범

강원지방경찰청은 갓갓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일당 5명을 붙잡아 10대 후반의 주범 등 4명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성 착취 영상물 제작·유통)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0대 후반인 주범의 닉네임은 ‘로리대장태범’으로 아동 성 착취 동영상 76편을 제작, 이 중 일부 음란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중생 3명으로, 피싱 사이트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성 착취 영상을 찍은 뒤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로리대장태범이 갓갓의 N번방을 모방해 조주빈과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로리대장태범은 지난해 11월 갓갓이 잠적한 이후 N번방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하는 등 프로젝트 N이라는 명칭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성 착취 동영상 제작과 음란물 유포는 지난해 11월 경찰에 덜미가 잡히면서 중단됐다.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주빈의 공범 의혹을 받는 현직 공무원은 경남 거제시청 소속 공무원 A(30)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A씨는 2016년 1월 임용된 거제시청 8급 공무원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공판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A씨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A씨는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 1월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 여러 명을 상대로 성 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애초 조주빈에게 돈을 주고 동영상을 받아보는 유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이후 회원 모집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거제시의 다른 공무원들은 “구속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에 연루됐는지 몰랐다”며 “평소 말도 없고 내성적이어서 무던하게 일을 했는데 이런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조력자 공무원

지난 25일 거제시와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10일경 A씨가 서울에 경찰조사를 받으러 간 뒤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틀 뒤쯤 거제시 관계자가 A씨 부모에게 전화한 뒤 구속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거제시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A씨가 형사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통보 받고 직위해제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11월 초에 서울서 형사 2명이 내려왔고, 며칠 뒤 A씨가 경찰에 출석했지만 구속되지 않고 다시 출근해 1월에 다시 경찰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우리는 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감사실서 A씨와 관련한 경찰 문서를 보니 ‘동영상 관련’이라고 적혀 있어서 불법 동영상을 유포한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재판을 통해 A씨의 유죄가 확정되면 파면이나 해임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잡초 같은’ 음란물 성지 계보 
소라넷, AV스눕, 빨간방…

과거에도 N번방과 음란물 관련 범죄는 존재했다.

소라넷은 몰카, 보복성 불법 촬영물, 집단 성관계 영상 등 불법음란물을 공유하던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다. 1999년 개설된 이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회원 수만 100만여명. 2016년 6월6일 폐쇄되기 전까지 이곳은 17년간 음란물의 ‘성지’로 통했다. 이용자들은 익명의 불특정 다수로, 소라넷 접속을 위한 IP주소가 공지된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한 인원은 10만명이 넘었다.

소라넷이 위기를 맞자 AV스눕이 제2의 소라넷으로 급부상했다. AV와 SNOOP(염탐꾼)의 합성어를 뜻하는 이 사이트는 회원수가 121만명에 미성년자 촬영물을 포함, 게시 음란물만 46만건에 달했다.

소라넷이 사라지자 절정기를 맞았다가 결국 경찰의 적발로 2017년 폐쇄됐다.

꿀밤은 2013년 소라넷을 본떠 만든 사이트다. 소라넷 폐쇄 후 회원 수가 42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꿀밤 운영자는 회원들을 상대로 총 5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음란 사진과 동영상 공모전을 진행했다. 회원들은 자신의 아내 또는 애인 사진까지 몰래 올리면서 자발적인 참여에 나섰다.

이후 카카오톡 단톡방서 음란물을 유포하는 이른바 ‘빨간방’이 생겼다. ‘평경장’으로 불리는 남성이 주도하는 빨간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평경장의 카카오톡 아이디에 말을 걸어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빨간방에 대해 알게 됐는지 그 경로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하고, 화면 인증을 거친 후 여성의 경우 상체를 탈의한 사진을 보내야 한다. 

이후 인증 절차가 끝난 후 평경장은 성비와 대화방 참여인원수를 고려해 빨간방 오픈채팅방 주소와 비밀번호를 보내준다. 또 입장과 동시에 갱뱅, 초대남 이벤트, 기프티콘 나눔, 프로젝트 등을 키워드 알람할 것을 지시한다. 

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여가부를 비롯해 수사기관이 N번방을 신종 범죄로 칭하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골든타임을 여러 번 지나치고도 책임을 피하려는 핑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라넷뿐 아니라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카카오톡 ‘빨간방’ 등의 사건이 끊임없었다”며 “정부는 그때마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N번방 등장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N번방을 신종 디지털 범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10년 전에는 없었던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발생한 범죄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텔레그램 플랫폼 특성상 범죄자들의 범행 은폐·도주 속도가 이전의 디지털 성범죄자들에 비해 빨라졌다”며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부처들이 협업하겠다”고 해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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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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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