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에 놀아난 손석희 미스터리

단순 협박에 돈을 줬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박사조주빈의 협박에 1000만원대 돈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서 신뢰받고 있는 언론인 가운데 한 명인 손 사장이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남성에게 휘둘린 것이다.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서 가장 유명한 언론인으로 꼽힌다. <시사저널>‘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서 손 사장은 무려 1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목률은 72.1%에 이른다. 2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6.4%), 3위 유시민 작가(3.4%) 등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사실상 대항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언론인
사기 피해자?

2013916JTBC서 첫 메인뉴스를 진행한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보도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스모킹 건이 된 태블릿PC’ 보도를 이끌며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JTBC가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뢰도·영향력 조사서 2017년과 2018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손 사장의 존재감이 있다.

그는 지난 1JTBC 신년특집 토론을 끝으로 <뉴스룸> 앵커직서 물러났다. 손 사장은 저의 뉴스 진행도 오늘로 마지막이 됐다그동안 지켜봐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JTBC 기자들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여기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뉴스를 맺었다.

총선 출마설, MBC 사장 지원설 등 풍문이 떠돌았지만 손 사장은 JTBC 사장으로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당시 지금 돌고 있는 지라시가 대부분 음해용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며 타사 이적설도 도는데 나는 제안 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대중의 시야서 사라졌던 손 사장이 엉뚱한 곳에서 언급됐다. 성 착취 불법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검거된 조주빈이 경찰 포토라인서 손 사장의 이름을 거론한 것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텔레그렘에 N번방, 박사방 등이 생겨났다. 방을 개설하고 운영한 사람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영상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이른바 N번방이나 박사방 등에서 판매하는 엽기적인 성 착취 행각을 벌였다.

조주빈은 박사방의 운영자 박사였다.

경찰 포토라인서 나온 이름
실시간 검색어 뜨고 추측 폭발

지난 17일 박사방의 박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에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두 청원에는 각각 262만명, 191만명(26일 기준) 450여만명이 동의했다.

경찰은 지난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인권 및 피의자 가족·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면서도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라고 밝혔다.
 

▲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문병희 기자

이어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국민의 알 권리,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청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을 25일 오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8시께 경찰서를 나선 조주빈의 얼굴이 취재진에 공개됐다. 목에 보호대를 차고 머리에는 밴드를 붙인 채였다. 그는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찰도 놀란
박사의 발언

이 과정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조주빈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피해자들한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조주빈의 말은 경찰조차 예상치 못한 돌발 발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의 발언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손석희’ ‘윤장현’ ‘김웅’이 올라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이 3명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은 조주빈이 언급한 3명이 성 착취물과는 무관한 다른 피해사실이 있다는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 사장과 윤 전 시장, 김 기자를 각기 다른 사건의 피해자로 조사 중이라며 이분들이 어떤 동영상을 본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드려야 할 것 같다고 진화에 나섰다. 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과는 무관하고, 조주빈이 연관된 다른 사건과 관계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조주빈과 손 사장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언론보도를 통해 손 사장이 조주빈에게 협박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누리꾼들의 궁금증은 증폭됐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JTBC손 사장이 조주빈의 금품 요구에 응한 사실이 있고, 이는 증거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입장문에 따르면 조주빈은 손 사장에게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소개하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 이어 손 사장과 분쟁 중인 김웅 기자가 손 사장과 그의 가족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선생과 사장
친분 과시해

이 과정서 조주빈은 김웅 기자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한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제시했다.

텔레그램에는 김웅 기자가 손 사장이나 가족들을 해치기 위해 자신(조주빈)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텔레그램 내용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있어 수사하던 경찰조차 진본인 줄 알 정도였다고 한다.

JTBC손 사장의 가족들은 태블릿PC 보도 이후 지속적인 테러 위협을 받은 바 있어 불안에 떨었고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텔레그램 N번방 대화 내용

손 사장은 조주빈에게 주장이 사실이라면 계좌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다. 그러자 조주빈은 금품을 요구했고 손 사장은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했다는 것. 이후 조주빈은 증거들을 제시하지 않고 잠적했다 검거됐다.

JTBC“(손 사장은)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김웅 기자가 아니라도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다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더 근거를 가져오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론보도를 통해 조주빈이 과거 텔레그램 대화방서 손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주빈의 과거 대화내용에 따르면 그는 내가 손석희랑은 형 동생 하거든. 말은 서로 높이는데’ ‘(손석희와) 서로 이름을 아는 사이다. 나는 손 선생이라 부르고 그는 나를 박 사장이라고 부른다등의 발언을 했다.

“증거 확보하려 돈 줬다” 
공식 입장에도 의문 남아

대화방에 있던 다른 참여자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통화(녹음한 것) 깔까? 진짜인데. 전화는 내가 심심하면 목소리 들려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사적인 것이라 이야기는 못하는데 과천 주차장에 있는 CCTV와 블랙박스를 제거한 사람이 나라고도 주장했다.

조주빈이 언급한 과천 주차장은 손 사장이 2017416일 접촉사고를 낸 사건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과천시의 한 주차장서 차량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손 사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주차량)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조주빈이 손 사장을 언급한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주빈이 손 사장의 실명을 거론한 이유에 대해 성착취 범죄라는 초점을 벗어나려고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 26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아마도 유치장 안에서 본인(조주빈)이 조만간 포토라인에 설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라며 “신상공개가 의논되고 있다고 경찰도 알려줬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문병희 기자

이어 그랬을 때 지금 수많은 카메라가 자기를 주목하는데 무슨 얘기를 해야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지, 좀 괜찮아 보이는지, 본질은 파렴치범인데, 비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모습을 가릴 수 있을지,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을지, 아마 이런 것을 연구한 것 같다고 전했다.

“너희와 달라”
의도한 발언?

이 교수는 이런 사람들(손석희 등)을 언급하면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게 무슨 정치적 이슈가 아닌가, 정치적인 탄압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잘못된 의심을 만들면서 사실은 비난 가능성의 방향을 틀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간단히 이야기하면 나는 지질한 파렴치범이 아니야’ ‘노는 물이 달라이런 걸 어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언한 건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그렇게 해석하는 게 정확하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웅 재판 출석 손석희의 증언“36년 언론생활 끝이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5일 과거 차량 접촉사고 등을 기사화하겠다며 자신에게 채용과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웅 기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기자는 2018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손 사장에게 ‘2017년 차 사고를 기사화하겠다’ ‘폭행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채용과 24000만원의 금품을 요구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날 뜯어 먹으려는
사람 이렇게 많나?”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손 사장은 검사와 김웅 기자 측 변호인의 질문에 답하는 한편 지난 시간 동안 제 가족들이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2017416일 주차장서 있었던 일 때문에 나비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론계 생활 36년을 이렇게 마무리 하게 될 줄(몰랐다)”“(김 기자와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서로 속이 끓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나란 사람한테, 내가 얼굴 좀 알려졌다고 이렇게 뜯어 먹으려는 사람이 많나. 오늘 일어난 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많은가?”라며 답답한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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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