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4:20:05
  • 호수 1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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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탈 벗겨 보니 멀쩡한 대학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또 악마의 탈을 쓴 인간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온라인서 온갖 잔인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던 그가 현실에선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의 동창들은 이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 텔래그램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성 착취물 동영상으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던 악마 조주빈에 이어 ‘갓갓’ 문형욱(24·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의 최초 개설자다. 문씨는 경찰 소환조사 초기부터 “나는 갓갓이 아니다”라며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소환조사 당시에도 버티던 그는 ‘마라톤 조사’가 이어진 당일 오후 늦게 범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세 청년
얼굴 공개

문씨의 신상이 공개됐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전날 구속된 문형욱의 이름과 나이, 얼굴(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경찰관 3명과 변호사, 대학교수 등 내외부 위원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문씨는 대화명 갓갓으로 활동하면서 텔레그램 내에 N번방을 만들고,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유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24)이 운영한 ‘박사방’ 등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의 시초 격인 N번방을 처음 개설했다.

경찰은 문씨에게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 배포, 아동복지법 위반, 형법상 강요·협박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문씨는 경기도 시흥의 한 중학교를 졸업 후 같은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건축학도를 꿈꾼 그는 현재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한경대학교(4년제) 이공계열 4학년(2014학번)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인권 및 피의자의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며 “그러나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었다”고 신상공개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10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국민의 알 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씨는 “2018년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내가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은 2018년 12월 대구 시내 한복판서 만난 여고생 A씨를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과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 이모씨는 “SNS(소셜미디어)서 만난 한 성명불상자로부터 ‘17세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냐? 내 노예인데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A씨를 성폭행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성명불상자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모씨는 지난해 8월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일본에 본사가 있는 메신저 회사 측에 가입 정보와 접속 기록을 요청했음에도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문씨의 학과 지도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서 “프로젝트나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면담할 때 만났다. 정말 평범한 학생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면서도 “문씨가 속한 팀의 졸업작품을 지도하던 한 달 전쯤 전화가 와서 ‘학교를 갑자기 쉬게 됐다. 사정이 정리되면 나중에 찾아뵙고 설명해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성 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 개설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 시초 격


이 시점은 경찰이 갓갓 추적에 모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던 시기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려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대학 관계자도 “문씨가 따로 서류를 통해 휴학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주 대면강의가 시작된 뒤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 확인하려고 했다”며 “휴학 등 신변 조치는 경찰 조사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학교를 생활을 한 주변 학생들도 문씨가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씨의 대학 동기는 “1학년 때는 문씨가 학부 단체활동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튀거나 공부를 잘하는 등의 특징 없이 조용하게 생활했다”고 말했다. 전공 수업을 함께 들었다는 다른 동기 역시 “대인관계가 정말 무난했다. 그런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현재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문씨의 동기들 중 일부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갓갓’ 문형욱 ⓒ경북지방경찰청

또 학교 관계자 및 주변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문씨는 별도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학생 논문발표대회에 참가했고, 평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긴 하지만 착실했다.

다만 문씨와 같은 학과에 속한 한 학생은 “경찰이 신원을 공개하기 전부터 학교 내에선 암암리에 문형욱이 갓갓이라는 소문이 돌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같은 과에 그런 파렴치범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한경대 측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서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퇴학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확실히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퇴학은 학칙 내 최고 징계다.

한경대 학칙 학생포상 및 징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학교에서 징계가 가능하다. 퇴학은 재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서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평범한 학생
동창들 경악

문씨의 중·고교 동창들에 따르면 문씨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다투거나 누군가에게 화 한번 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이었다. 초중고 등 학창시절을 모두 경기도서 보낸 문씨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런 이유로 문씨가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갓갓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동창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문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B씨는 “학창시절에는 아무 문제도 없고 교우관계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는데, 무엇이 그를 끔찍한 범죄자로 만들었는지 저도 궁금할 따름”이라며 “성인이 된 이후 동네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확실히 예전보다 어두워진 느낌은 있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문씨는 비행, 일탈행위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고 한다. 친구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반 아이들과도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남들이 하는 만큼 공부도 곧잘 했다. 친구들 눈에 비친 그는 ‘반마다 한 명씩 있는’ 조용하고 소심한 학생이었다.


문씨의 중학교 동창 C씨는 “(문씨는)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친구가 한두 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심한 면도 있었다”며 “선생님께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던 친구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문씨는 공부에도 힘쓰고 교우관계서도 중학교 때보단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그의 학창 시절은 평범했다는 게 주변 친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고교 2학년부터 문씨와 같은 반이었다는 D씨는 “공부도 적당히 했던 것 같고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았다”며 “함께 게임 이야기를 함께 하던 그가 갓갓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다른 동창생 E씨는 “그냥 평범한 친구로 기억한다. 특별한 행동을 하거나 이상한 부분도 일절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문씨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텔레그램에 가입해 단체 대화방서 ‘뀨릅’이란 대화명으로 음란물을 공유하면서부터 그의 악마적 본성이 각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텔레그램은 소위 ‘일탈계 운영자’들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나체 사진이나 영상 등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었다. ‘일탈계 운영자’란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나체 사진, 음란 행위 등을 공개하며 이를 보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즐기는 이들을 지칭한다.

문씨는 일탈계 운영자들의 신상을 캐고 이를 협박의 도구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신상을 캐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준비할 것은 두 개의 가상 계정이면 충분했다. 우선 문씨는 일탈계 운영자들에게 ‘제보자’라는 계정으로 접근한다. 이후 ‘당신의 얼굴이 지금 유출됐다. 내가 도와주겠다’며 간단한 신상정보를 요구했다.


추적 피해
휴학 결정

그 다음엔 ‘협박범’ 계정으로 연락해 입수한 신상정보를 거론하며 주변 지인과 가족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실제로 일탈계 운영은 음란물 제작 및 유포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된다.) 겁먹은 일탈계 운영자들이 앞선 ‘제보자’ 계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문씨는 해킹 코드를 심은 링크를 보내 이들의 트위터 계정과 암호를 알아냈다.

이후 문형욱은 범행 대상자(주로 여성)들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불러 모은 뒤, 카메라 앞에서 나체로 온갖 엽기적인 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이 비밀 대화방은 입소문을 타며 ‘입장객’이 순식간에 늘어나게 됐고, 문형욱은 대화방을 여러 개로 나눠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운영하기 시작했다.

각 방에는 미성년자 여학생부터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가학적인 성 착취 영상들이 연일 수십개씩 업로드됐다. 

문씨가 개설한 N번방은 방마다 300∼700명의 입장객이 참여했다고 한다. 심지어 문형욱은 N번방 이용자인 이모씨에게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보내며 ‘내 노예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성폭행을 종용했다. 

문씨는 주로 경찰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수위가 높은 사진을 올린 피해자를 물색한 뒤 ‘음란 게시물 신고가 접수됐으니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조사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었다고 한다. 신원 확인을 위해 필요하니 신체 사진 일부를 보낼 것을 요구하고, 점차 수위를 높여갔다.

피해자가 뒤늦게 덫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그동안 알아낸 신상정보와 성 착취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또 다른 성 착취물을 보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씨는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편으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와치맨’이라는 닉네임을 쓰던 전모(38)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문씨는 범행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일탈”이라고 답했었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안해. 이제 안 할게”라고 답하면서도 “아직 연락하는 피해자가 있느냐”는 추가 질문엔 “있을 걸”이라고 답했다.

1∼8번 방마다 300∼700명 입장객 참여
‘노예니 하고 싶은 대로’ 성폭행 종용도

잠적하기 직전까지도 일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 지속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시 등장한 문씨는 “내 제자(와치맨 전씨)가 잡혔다고 해서 분위기를 보러 왔다”며 “나는 잡히지 않는다”고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만약 내가 경찰에 잡히면 갖고 있는 자료를 다 유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도 있다.

‘박사방’ 조씨와 나눈 대화에서는 “피해자를 한 대화방에 초대한 뒤 한 명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나머지 피해자에게 더 가혹한 학대를 가했다”며 자신의 범행 수법을 자랑스레 설명하기도 했다.

문형욱과 조주빈, 강군, 이원호 등 N번방 일당의 평균 나이는 21.3세다. 또 다른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인 고담방을 운영해 문형욱, 조주빈과 함께 3대 주범으로 불리는 아이디 ‘와치맨’ 전모(38)씨를 포함해도 24.6세에 불과하다.
 

▲ 문형욱 ⓒ온라인 커뮤니티

피해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유희의 도구로 여기며 그들의 삶을 짓밟은 충격적인 범죄 수법에 비춰보면, 겉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평이한 데다 그들의 일상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박사방을 운영한 아이디 ‘박사’는 조주빈(24)으로 전문대를 졸업했다. 조주빈의 공범 격인 아이디 ‘부따’와 ‘이기야’는 각각 강훈(18)과 이원호(19)로, 이들은 10대다. 특히 강군은 미성년자인 10대 피이자로는 처음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조주빈은 전문대 재학시절 성적이 우수하고 학보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대학 도서관이 주최한 교내 독후감 대회서 1등 상을 받았으며 장애인시설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신체 사진으로
신원 확인 인증

조주빈은 본인이 고백한 바와 같이 수익을 목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했다. 하지만 문형욱은 자신의 비인간적인 지시에 노예처럼 따르며 괴로워하는 이들을 보는 것이 그저 ‘즐겁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실제로 문형욱은 자신에게 복종한 피해자들을 1년 뒤엔 해방해줬고, 신상도 공개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N번방서 생겨난 수익을 피해자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문형욱에게 있어서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재미있는 게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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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