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도용 피해자의 한숨

얼굴 갖다 써도 처벌 못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사진이 범죄에 활용됐다.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찾아도 형사처벌할 방법은 없다. 법적으로는 범인이 내 사진을 훔쳐 간 것도, 내 명예를 훼손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껏 가능한 것이라고는 손해배상 소송뿐이니, 피해자들 속은 타들어만 간다.

다급히 링크를 눌러본 A씨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인이 ‘네가 사기꾼이 돼 있더라’며 보내준 링크 속에, 정말 자신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진 밑에서는 여러 사람이 A씨 신상을 수소문 중이었다. 이들은 모두 ‘A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허점

알고 보니 금융 사기범 일당이 A씨 사진을 도용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들은 A씨를 자신들의 투자회사 대표로 둔갑시켰다. 일당이 운영하는 사기용 홈페이지와 채팅방에는 지금도 A씨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A씨는 “한 피해자가 내게 ‘대표가 본인과 가족사진을 내걸고 홍보하니 사기일 리 없다고 믿었다’고 털어놨다”며 “사기꾼들이 피해자들 신뢰를 얻으려고 내 사진을 범행도구로 쓴 셈”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가 당한 것처럼, 남의 사진을 도용해 사기를 저지르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앞서 배우 이주빈, 가수 김준희 등 여러 연예인이 사진을 도용당했다고 알린 가운데,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주빈은 대본을 들고 있는 사진이 투자 수익 인증 사진으로 조작됐다. 김준희는 한 다이어트 제품 업체가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무단 도용했다.

일반인 중에서는 특히 젊은 여성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이들이 SNS에 게시한 사진 중 몸매가 두드러진 것들을 가져다 불법 도박 사이트·성매매 업소 홍보에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사진을 인화해 교도소 수감자에게 판매한 일당이 적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소속 변호사는 “딥페이크 기술을 필두로 사진 도용 수준이 점차 고도화되고, 범죄 악용 사례도 다양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절도·명예훼손 해당 안 돼
기껏 손해배상 소송만 가능

더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현행법상 사진 도용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A씨가 넣은 신고는 ‘반려’ 처리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같은 경찰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형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진 도용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부재한 상황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초상권 침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며 “심각한 문제인 것과 별개로 현행법상 형사처벌이 어려운 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 도용은 절도와 비슷하지만 사진 등 ‘데이터’ 복사는 절도로 볼 수 없다는 판례가 있어 절도죄 적용이 어렵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사기죄·명예훼손죄 등을 따지기에도 구성요건이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승 연구위원이 언급한 판례는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이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문에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 그 자체는 유체물이라고 볼 수도 없고, 물질성을 가진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며, 또 이를 복사하거나 출력했다 할지라도 그 정보 자체가 감소하거나 피해자의 점유 및 이용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그 복사나 출력 행위를 가지고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형법상 절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는 행위다. 법원은 실체가 없는 정보를 재물로 인정하지 않았고, 정보를 복제해도 원래 주인이 그 정보를 문제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보 도용과 절도를 다른 개념으로 본 것이다.

사각지대 속 피해자 안절부절
‘컴퓨터등사용사기죄’ 돌아봐야

‘그나마 최선’이라는 손해배상 청구도 쉽지 않다. 익명성 뒤에 숨은 무단 도용자 신원을 특정한다는 것 자체가, 공권력의 개입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사 고발할 방법이 없는 피해자로서는 이들이 사기·성매매 등 일명 ‘본업’에서 덜미를 잡힐 때까지 속절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시류에 따른 법률 제·개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승 연구위원은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도 관련 법이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 그것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라며 “사진 도용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일단 입법부의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입법 필요성은 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는 관련 법 도입 추진 과정에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선례를 참조할 것을 조언한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정보·부정한 명령 등을 입력해 부당 이익을 얻는 범죄행위를 일컫는다.

승 연구위원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ATM 등을 활용한 사기 범죄를 처벌하기 쉽지 않았다”며 “기계를 기망한다는 게 인정되지 않아 사기죄 적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기죄?

이어 “이 법은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서 관련 행위 처벌 필요성이 제기되자 입법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형법 제347조의2(제347조는 사기죄)로 들어간 것처럼, 디지털 절취 개념을 담은 형법 제329조의2(제329조는 절도죄)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진 도용 처벌 경우의 수

법조계는 현행법상 사진 도용 피해에는 민사재판을 통한 손해배상 요구가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사진 도용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손해배상 요구 범위와 형사처벌 가능 여부가 달라져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

우선 본 기사의 피해자들처럼 사진을 단순 도용당한 경우, ‘초상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보상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도용자가 해당 사진을 게시함으로써 내 명예를 훼손했을 때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받을 수 있다.


만약 도용자가 사진을 자의적으로 합성·유포했다면 그 양상에 따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허위사실)·모욕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참고로 온라인상에 게시된 내 사진을 두고 모욕, 명예훼손을 저지른 댓글에게도 같은 명목의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예컨대 범죄 현장의 범죄자 몸에 내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유포됐고, 여기에 범죄 현장에서 자신이 나를 목격했다는 댓글이 달렸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사진 유포자와 댓글 작성자를 형사고소하면, 이들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의해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동시에 민사소송을 통한 초상권 침해·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요구도 가능하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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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