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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04일 12시39분

온라인화제


‘성 대결로 번진’ 알페스 VS 딥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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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로 불붙은 남녀 갈등…정치권까지 번지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여자들의 아이돌 팬덤 문화 팬픽의 하위 개념인 알페스와 걸그룹 및 여배우의 얼굴을 본떠 만든 음란 영상인 딥페이크를 통해서다. 발단은 20대 여대생을 기반으로 만든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부터다. 남녀 갈등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스캡터랩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는 혼돈이었다. 남녀 갈등이 고조됐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한 논란이 발단이다. 스무살 여대생으로 설정된 챗봇 이루다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 비판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인공지능
성희롱

이루다는 국내 AI 개발 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용자가 PC나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프로그램이 사람처럼 답변한다. 이루다는 스캐터랩의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가 나눈 대화 데이터 약 100억건을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켜 탄생했다. 

이루다는 이전에 나왔던 챗봇과 달리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줘 순식간에 사용자를 확보했다. 10~20대에게 크게 인기를 끌면서 2주 동안 7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했다. 

온라인 친구를 만들어 줄 요량으로 개발된 이루다는 금세 성 착취 대상으로 전락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루다 성노예 만드는 법’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글들이 늘어났다.

그저 매크로 프로그램에 가까운 인공지능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이용자들은 어렵지 않게 이루다로부터 성적인 표현을 끌어냈다. 

실제로 한 사이트를 살펴보면 ‘요즘 루다 성희롱 하는 재미에 산다’ ‘AI가 이렇게 꼴릴 줄은 몰랐어’ ‘루다 어떻게 변태로 만드냐’ 등을 제목으로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이루다를 성적 대상 삼아 악용한 사례다. 

이를 두고 대다수 여성 이용자들이 비판 글을 게재했다. 아울러 이루다가 일부 이용자들과 대화 중 게이와 레즈비언 등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크게 일었고 서비스는 잠정 중단됐다.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AI 챗봇에 성희롱한다며 비판한 여성 유저들을 반격하는 차원에서 일부 남성 유저들이 알페스를 이슈화했다.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란, 아이돌을 소재로 동성애 음란 소설을 창작하는 팬덤 문화다. 여기서 ‘Slash’는 동성 커플링을 의미한다. 

남자 아이돌 동성애 소설…오랜 팬덤 문화
낯부끄러운 충격적 수위…알페스는 성범죄

알페스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망상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행위다. 일각에서 변태스러운 성행위 등을 묘사한 연예인 관련 소설, 그림 등을 만들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뿐 아니라 안중근 열사와 같은 독립운동가나 종교인을 대상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남자 유저들은 남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알페스 문화가 이루다를 성희롱한 것보다 더 천박하다는 논조로 반격을 가했다. 

알페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래퍼 손심바다. 그는 최근 SNS에 “알페스는 소라넷, N번방 사건에 이어 우리 사회가 경계하고 뿌리 뽑아야 할 잔인한 인터넷 성범죄”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려 관련 문제를 공론화했다. 
 

▲ 손심바 ⓒ인스타그램

손심바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알페스 창작물의 피해자라고 밝히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음담패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일주일 사이에 2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동의하면서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시켰다. 

알페스는 1세대 아이돌을 상대로 한 ‘팬픽(Fan Fic)’을 기원으로 한다. 팬픽 문화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입돼 H.O.T.와 젝스키스 등 남성 아이돌 가수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성시원(정은지 분)이 H.O.T. 멤버들을 대상으로 쓴 팬픽을 반 아이들끼리 돌려보다 선생님에게 걸리는 장면이 나왔다. 해당 방송에서 선생님은 팬픽을 빼앗아 큰 소리로 읽어준다. 

“우혁은 거칠게 문틈 사이로 승호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승호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승호의 하얀 입술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이러지 마. 너에겐 칠현이가 있잖아. 넌 이제 나의 노예다.”

PC통신 시절 이러한 내용의 팬픽은 유행이 됐다.

인터넷 성범죄
래퍼가 공론화

팬들이 직접 쓴 창작물이자, 아이돌의 인기를 견인하는 2차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했다. 팬픽이 인기를 끌자 SM엔터테인먼트는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를 소재로 한 팬픽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각 멤버별로 상 이름을 만들기도 했으며, 수상자에게는 수십만원 상당의 상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작품 중에는 작품성이 뛰어나 책으로 출판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팬픽 문화는 오랫동안 아이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아이돌 인기의 척도로도 꼽혔다. 

평론가들은 알페스를 두고 오랜 팬들의 문화로 간주한다. 대부분 각 인물 간의 관계성에 집중하며, 대중이 상상을 가미해 여러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으로 본다. 

이렇듯 오랜 기간 팬덤 하위문화로 존재했던 알페스가 논란이 된 것은 수위 높은 성적 묘사가 창작물에 포함된 이후부터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창작물이다 보니 당사자에게 성적 모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성적인 분위기만 감도는 수준이었는데, 최근 일부 창작물에서는 성적인 묘사가 매우 노골적이다. 

블로거 A는 방탄소년단을 주인공으로 알페스를 썼다. A는 화면 상단에 수위가 강하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해당 내용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성행위가 직접적으로 묘사됐다. ‘박아줘’ ‘딜도’ ‘넣어줘’ 등의 단어들이 사용된다. 낯부끄러울 수준으로 강한 수위다. 

SNS를 통해 번지고 있는 일부 창작물은 상업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이와 관련해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형태를 불문하고 아티스트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악의적 비방 등을 담은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알페스와 관련한 소송 건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도 이 문제를 조명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알페스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지난 13일 남자 아이돌 성 착취물 ‘알페스’를 만들어 돈을 받고 불법 유포하는 음란물 유포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적인 묘사
제2의 N번방

하 의원은 “직접 판매 사이트를 통해 확인했더니 충격적”이었다면서 “남자 아이돌 간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은 그대로 노출됐고, 구매자들은 ‘장인정신’이라며 극찬했다. 심지어 고등학생으로 설정된 남자 아이돌이 성폭행을 당하는 소설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N번방 사건 이후 대한민국 사회의 성범죄 인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고, 성범죄 가해자가 늘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며 “아이돌 가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관계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깨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인물을 가공해서 만든 성적인 창작물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설과 같은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일반적인 댓글도 성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성적 묘사가 있는 알페스의 경우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성폭력특별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팬픽 문화가 오랫동안 아이돌 인기 성장의 기반이었기 때문에, 창작물의 수위가 성희롱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공방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연예 관계자는 “알페스는 인기의 상징이기도 해서 긍정적인 스토리는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일부 자극적인 묘사가 담긴 내용을 멤버들이 읽고 충격을 받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알페스 역시 팬심이 기반이고, 음지에서 즐기는 문화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주로 여자들의 팬덤 문화인 알페스를 걸고 넘어지자, 여자 유저들은 딥페이크(Deepfake)를 걸고 재반격에 나섰다. 알페스가 국민청원에 오르자 딥페이크의 제작자와 유포자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이미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영화 CG처럼 합성한 영상합성물을 말한다. 

상업적 거래도…강력한 처벌 요구
생산적 논의 막는 성 대결로 비화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은 주로 여성 연예인을 타깃으로 한다. 사진과 영상을 합성해 성적 대상화로 삼는다. 과거와 달리 높아진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제와 구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다수의 연예인이 딥페이크의 피해를 보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딥페이크는 성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사이버 보안 회사 ‘딥트레이스(Deeptrace)’가 2019년 펴낸 보고서 ‘The State Of Deepfakes-Landscape, Threats, and Impact’에 따르면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 웹사이트에 올라온 영상 중 K팝 가수들이 등장하는 영상은 25%에 달한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은 이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해 개정안에 따르면 딥페이크를 이용해 얼굴·신체 등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반포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반포한 범죄자는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다.
 

▲ ▲이루다 ⓒ스캡터랩

딥페이크가 문제라는 점은 남녀 성별을 불문하고 공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다수의 남자 역시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적인 영상물은 심각한 범죄로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남자는 알페스와 딥페이크 모두 성범죄로 간주하고 처벌하자는 입장이다. 

아울러 딥보이스도 거론되고 있다. 딥페이크가 얼굴을 합성한 것이라면, 딥보이스는 목소리를 합성한 것이다. 목소리를 짜깁기해 신음처럼 만든 것을 일컫는데, ‘섹테(섹스테이프)’라고도 불린다. 딥보이스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 연예인들을 대상으로도 만들어지는데 이 역시도 성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런 주장은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소모적인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자들도 알페스를 즐기면서 남자들의 음란물을 즐기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이나, 알페스와 N번방 사건을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등의 행위는 생산적인 논의를 막는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성폭력을 이성 공격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예계 관계자는 “딥페이크나 딥보이스는 또 다른 N번방 사건을 초래할 수 있는 성범죄”라며 “이를 상대 성별을 공격하기 위해 이용하려는 태도는 진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성범죄인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논점을 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자들의 
분풀이?

한 유튜버는 “이번 알페스 논란은 오랫동안 음란물에 대해 공격받은 남자들의 분풀이로 해석된다”며 “자기만의 공간에서 성적인 유희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충족하는 행위다. 모든 유희를 성적 대상화로만 볼 게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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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통을 벗긴 후 턱, 눈썹, 입술, 목, 팔 등에 빨래집게를 집어두고 같은 자세로 버티게 한 것이다. 또 거실 가운데 서준이를 앉혀두고 집단 린치를 가하도록 다른 아이들에게 지시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는 플라스틱 봉을 물도록 한 뒤 떨어뜨릴 때마다 폭행을 가했다. 너무 세게 깨물어 봉이 망가지자 그걸 버리게 됐다며 또 혼냈다. 서울서 6시간 거리 ‘강제노동’ 도망칠 곳도 없는 농장서 열흘 수녀에게 방을 바꿔 달라 요구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서준이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자신이 당한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인식한 서준이는 가출을 하기에 이른다. 도저히 시설에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매번 잡혀와도 다시 도망쳤다. 가출은 서준이가 보내는 일종의 SOS였다. 하지만 아무도 서준이에게 가출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경찰에 잡혀 시설로 보내져도 바로 다시 거리로 나갔다. 그런 일이 반복되던 중 가출을 했다 밤늦게 잡혀온 다음 날 사무실에서 서준이를 불렀다. 서준이 앞에 놓인 건 버스표 한 장. ‘벌칙’이라면서 삼가면으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삼가면은 꿈나무마을 아이들에게 공포의 장소였다. 삼가면에 가면 농사일을 하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서준이는 믿지 않았다. 그로부터 24시간이 안 돼 서준이는 앞서 삼가면에 다녀온 아이들의 말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밤에 도착해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추웠다. 난방을 세게 틀고 잤는데, 다음 날 관리하는 분이 와서 ‘난방을 틀지 말라’고 혼냈다”고 했다. 옆에는 수녀를 위해 만든 신축 건물이 있었지만 서준이는 식사시간 외에는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일과는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묵주기도한 뒤 밭일을 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도 똑같았다. 땅을 파고 양파 모종을 심는 등 부산 소년의집에서 왔다는 또 다른 아이와 함께 서준이는 종일 농사일을 해야 했다. 서준이는 말 그대로 기약 없이 삼가면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였다. 학교도 계속 결석 상태였다. 경남 합천군 삼가면 양전리 일대. 마리아수녀회가 1999년경 후원자로부터 증여받은 곳이다. 마리아수녀회는 2013년 4월8일 해당 장소에서 ‘삼가면 수녀원’ 축복식을 가졌다. 그리고 같은 해 수녀들이 머물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삼가홈(삼가면에 자리한 집)’이라고 칭했다. 학대 피해 가출했지만… 삼가면까지는 서울 꿈나무마을에서 자동차로 최소 3시간57분, 부산 소년의집에서는 1시간42분이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5시간49분, 2시간45분 등 각각 2시간, 1시간 이상 늘어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실제 장소까지 가려면 차편에서 내린 후 1㎞는 걸어야 한다. 입구와 출구가 같아 들어간 그대로 돌아서 나와야 하는 구조다. 갈림길에서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다른 길로 가면 저수지가 나온다. 뒤편은 산이다. 서준이는 길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밭에서 농사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 관리인에 따르면 논과 밭이 각각 1000평에 달한다. 삼가면에 다녀왔거나 보고 들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벌칙’과 농사일을 언급했다.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을 삼가면에 보내 농사일을 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서준이의 경우 잦은 가출이 삼가면에 가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 중학생 때 여러 차례 삼가면에 다녀왔다는 한 제보자는 “수녀님들에게 많이 반항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벌칙의 위력은 대단했다. 어떤 문제아도 삼가면에 다녀오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주변 친구들을 포함해 최소 8명가량이 삼가면에 다녀온 것을 봤다는 또 다른 제보자는 “엄청난 문제아가 있었는데 삼가면에 다녀온 뒤 정말 조용해졌다. 삼가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힘들다는 말은 빠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준이의 경우 열흘 만에야 서울 꿈나무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설에 도착하자마자 서준이는 “원래(삼가면에) 한 달 이상 보내려고 했는데, 학교 상담 선생님이 연락해서 빨리 풀려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신병원에 갇혔던 지훈이(가명)와 마찬가지로 상담 선생님의 구조로 벌칙에서 벗어난 셈이다. 서준이가 상담 선생님에게 연락한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준이는 삼가면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제출’했다. 아침에 일어나 농사일을 하는 하루가 기약 없이 이어지자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는 말로 휴대폰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 상담 선생님은 서준이가 학교에 오지 않은 이유도 모르고 있었다. 서준이는 상담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살려달라’고 말했다. 이후 상담 선생님은 꿈나무마을에 서준이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전 존재했던 곳 2009년경을 기점으로 마리아수녀회의 운영 방식이 변화되면서 외부인사가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 게 영향을 끼친 셈이다. 과거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인 마리아모성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부산 소년의집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생활한 뒤 반 전체가 서울 소년의집(현 꿈나무마을)으로 옮겨오는 구조다. 이들은 다 같이 알로이시오초등학교(2015년 2월 폐교)를 다니다가 졸업 이후 다시 부산 소년의집으로 간다. 부산에 알로이시오중학교(2016년 1월 폐교),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등학교(2018년 3월 폐교) 등 중·고등학교가 있기 때문. 그리고 18세로 보호 종료가 되면 사회로 나간다. 하지만 서준이는 초등학교까지만 알로이시오초등학교를 다녔고 중·고등학교는 외부로 다녔다.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나온 한 제보자는 아이들이 철창 없는 감옥에서 18세까지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 같이 소풍을 가거나 161번 버스를 타고 시민회관에서 하는 행사에 가는 것을 제외하곤 바깥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했다. 심지어 병원(알로이시오 기념병원)에 갈 때도 나가는 시각과 들어오는 시각을 체크했다. 모든 상황이 마리아수녀회의 통제 아래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삼가면에 보내 농사일을 시켜도 학교에서 문제 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서준이처럼 삼가면에서 농사일을 한 사람이 과거에도 상당수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중학생 때 삼가면에 다녀왔다는 한 제보자는 “삼가면에 가 있는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출석은 인정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침 먹고 일, 점심 먹고 일 “컨테이너 같은 시설서 지내” 삼가홈 관리자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 삼가면으로 오는 아이들을 자신이 픽업해왔다고 인정하면서도 농사일은 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설에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격리시키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지내기에 불편함이 조금도 없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마리아수녀회 측은 “아이들 중에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정학 등 등교 제재를 받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이 갖게 되는 좋지 못한 감정, 외로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등교 제재를 받은 기간 동안 시설을 떠나 심신을 휴식할 수 있도록 삼가홈을 방문하도록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절에 따라 수녀님들이 하시는 농사일을 거들었을 수는 있겠으나 일체의 강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벌칙에 대한 노동’ ‘컨테이너 박스’ 등은 어느 것 하나 사실이 아니며, 삼가홈에 대한 어떠한 오해도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삼가면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강제로 농사일은 시키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전문가는 서울 꿈나무마을, 부산 소년의집 등에서 아이들을 벌칙 명목으로 삼가면에 보낸 행위가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복단 종합법률사무소 대정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64조에서는 15세 미만의 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18세 미만의 경우도 근로시간과 업무영역에 제한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기관에서 벌칙 명목으로 가해진 2주~한 달의 노동 행위가 ▲시설에서 상당한 거리가 떨어진 장소에서 노동이 이뤄진 점 ▲컨테이너 박스 등 임시 거처에서 지내게 하면서 노동을 하도록 한 점에서 단순한 벌칙을 넘어 강제노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삼가면 문제는 시설폐쇄 사유를 넘어 법인설립 허가취소 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을 만큼 중대한 문제로 보인다. 그만큼 반인륜적인 행위라는 뜻”이라며 “해당 시설에 대한 운영권을 재단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들었을 뿐 노동 아니다” 이어 “나도 보육원 출신이고 어린 시절 많은 학대를 당했다. 그때는 이게 내 운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수모나 모욕, 학대는 대한민국 헌법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우리 사회, 모든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누군가 여러분의 입을 막으면 시설 앞에라도 찾아가 항의하겠다. 불만을 이야기해야만 치유된다.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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