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딥페이크 뒷북 발의 책임론

형량만 늘리면 끝?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불법적인 행동을 대놓고 저지른다. 걸리더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허다한 탓이다. 이런 인식으로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는다. 협박은 기본이고, 신상 유출은 덤이다. 피해자만 피눈물 흘리는 게 전부다. 

최근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영상, 사진을 제작 및 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피해자는 10대 학생부터 군인, 공무원, 교사, 기자 등 범위를 가리지 않고 속출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무렵 대학가를 중심으로 합성물을 유포하는 범죄가 생겨났고, 수법은 더 악랄하고 조악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처벌 공백

문제의 한가운데는 ‘텔레그램’ 메신저가 있다. 더 은밀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가해자 추적이 어렵다. 수사 진행도 더딘 데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가 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비교적 짧은 시간 신고를 받은 건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년 동안 11배나 급증한 수치다. 경찰서도 본격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자동으로 생성해내는 텔레그램 프로그램을 내사 중이다. 텔레그램 속 딥페이크 음란물 채널 가입자 수는 국내와 해외를 포함해 22만7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접근 방식도 쉽다. 엑스(구 트위터) 등 SNS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나오는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또 다이아 이모지를 결제해 6화폐처럼 사용하며, 저렴한 가격에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직접 충전하거나 지인에게 공유한 뒤 다이아를 모아 저렴한 가격에 합성 사진을 간단하게 만들어내는 구조다. 초유의 사태에 국회와 정부도 바짝 긴장 중이다.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 지나지 않는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은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수위를 기존 5년서 7년으로 높이는 방안을 채택했다. 

윤석열정부 자체적으로는 ▲텔레그램과의 협의 강화 ▲불법 정보에 대한 자율 규제를 위한 상시 핫라인 구축이라는 대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역시 법적으로 처벌 수위를 더욱 높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국회 차원에서는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해 입법 공백을 해소하겠다고 예고했다.

AI 기술은 지금도 끊임없이 진보 중이지만 입법이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 아예 기본법이 없어 발전 방향이나, 윤리적인 원칙이 세워지지 않았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여러 차례 문제가 돼 왔다.

10대들도…범위 가리지 않고 피해
은밀하고 폐쇄적으로…추적 어려워

현재 유일한 처벌 규정인 성폭력 처벌법 14조 2항은 특정인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제작 자체만으로도 처벌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처벌 규정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또 성착취물에는 아직까지 딥페이크가 포함돼있지 않아 법조계에서는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정치권서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도 여전히 입법 공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이 마련돼있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딥페이크 성범죄가 적용되려면 반포, 영리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시청, 소지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직접 명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 출신 가해자가 동문의 사진을 불법 합성해 유포한 사건 피해자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이채의·조윤희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죄보다 형량이 낮게 설정돼있고, 실제로 양형이 선고된 것을 보면 거의 집행유예”라며 “애초에 재판도 가지 못하는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범죄가 자행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포(유포) 목적 요건을 삭제하고 행위에 있어 소지와 저장, 시청도 처벌 범위에 포함시키면 처벌 공백이 없어지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이나 정보통신망법상의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범죄가 자행돼 재판 자체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가해자들 사이에서는 처벌되지 않는 범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조금 더 치밀하고, 제작 자체가 중범죄로 못을 박을 수 있는 법이 필요해 보인다. 

법안 디테일 마련해 처벌 공백 채워야
심각한 범죄 인지 부족 본질 놓고 봐야

영국의 경우 공유나 유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알아서 딥페이크 포르노 사이트의 접속이 줄었다. 미국은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마련됐다. 민사 구제책인 ‘디피언스법’이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 소지하거나 알면서도 수신한 사람을 대상으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게 가능한 법안이다.

수사가 어려운 이유에는 텔레그램의 특성도 포함돼있다. 텔레그램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 회사로 유명하다.

국내 회사나 업체는 국내법을 적용받는 만큼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을 받아 수사 협조가 용이하다. 하지만, 해외 플랫폼은 영장을 받더라도 직접 강제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수사 협조를 받아 이용자 정보를 회신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서(텔레그램과)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몇몇 국가서 시도한 방법이다. 우선적으로 텔레그램을 차단하겠다는 말이 나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려가 없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텔레그램의 국내 사용자는 300만명 정도인데, 시장을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반응할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램 서버는 해외에 있다. 지지부진한 수사에 피해자는 오늘도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아직까지는 해외 서비스 제공자를 어떻게 규율할지에 관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논의할 부분은 입법 공백의 해소다.


단순히 처벌 형량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 지원은 당연한 일이다. 오랜 기간 성범죄는 수치심을 유발해야 한다는 부분을 전제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지 부족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조 변호사는 “분명한 성적인 침해와 폭력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지가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범죄가 일어나는 방식을 보면 자기 주변 여성의 신상정보를 유포하며 인격적으로 짓밟는 경우가 많은데, 분명한 범죄다. 본질을 놓고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kcjfdo@ily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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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