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는 국힘 ‘닥공’ 자충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1.17 11:44:57
  • 호수 1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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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에 꽂혀 우왕좌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내란 특검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민의힘의 민낯이 다시 까발려지고 있다. 정국에 대응할 능력·방법이 없는 국민의힘을 향해 특검·민주당·개혁신당의 협공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내란 특검이 지난 3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고, 표결은 오는 27일 진행될 예정이다. 추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지난해 12월엔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좌우 협공
몸살 앓아

비상계엄 선포 직후엔 국회가 긴급 소집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는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했지만, 추 원내대표는 중앙당사로 소집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의원 18명만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추 의원은 국회에 있었음에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할 때도 추 의원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연락해 “표결을 30분 연기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추 의원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용산 대통령 관저에 다녀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추 의원은 이 같은 기묘한 행적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서도 공모자로 적시됐다. 내란 특검은 추 의원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107석에 불과하다. 이들 중 권성동 의원은 현재 구속 수감돼있어 현실적으로 106명만이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추 의원은 최소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의원 측은 “윤 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비상계엄 선포를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은 경찰의 국회 봉쇄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건 관계자 대부분 국민의힘 소속이라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권 의원과 추 의원은 국민의힘을 지배하던 친윤(친 윤석열)계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추 의원까지 구속되면 국민의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도 아직 수사를 이어가고 있어서 영장 청구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민의힘엔 이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방법도 없다.

국민의힘에 능력·방법 모두 없단 것은 다른 정당과의 관계 및 지난달 진행됐던 국정감사에서 잘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사실상 야당이 없는 정국을 만끽하고 있고, 개혁신당도 보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두고 양 당의 협공이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이어 추경호…영장 행렬 이어지나
연차·면담 거부로 ‘항의’ 가볍게 무시

의원들에 대한 줄줄이 체포 시도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국민의힘이 존재감·정책 대응 능력을 모두 잃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국은 ▲10·15 부동산 대책 통계 조작 논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민주당의 ‘독주’를 상징한다.

10·15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서울 인근 일부 경기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취지의 정책이다. 주택법 시행령은 조정대상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할 때’를 제시한다.


따라서 지난달에 조정대상지역을 선정하려 했다면, 지난 7~9월 통계를 적용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재명정부는 지난 6~8월 통계를 근거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7~9월 통계를 적용하면, 서울 강북·금천·도봉·중랑과 경기 의왕·성남 중원·수원 장안·수월 팔달 등 8곳은 조정대상지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통계 조작 논란은 그 이후 불거졌다.

이 의혹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각각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구체적·체계적 행보는 천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천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전체 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김 장관은 이날 “10·15 부동산 대책은 추석 연휴 전부터 준비해 왔고, 9월 통계는 주거정책 심의위원들에게 공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천 원내대표는 “그런 핑계를 댈 거면, 장관직을 내려놓고 심의위원을 하라”고 질타하면서 “민주당 정권엔 통계 조작 DNA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11일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이재명정부의 폭주를 법원을 통해서라도 제어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소속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소송대리인 명단에 포함했다.

3석 규모의 개혁신당이 지난 5일부터 소송 제기 방침을 밝히는 등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지난 10일에서야 취소소송 돌입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요즘은 개혁신당이 앞장서고, 국민의힘이 추종한다”며 “매번 이렇게 수동적으로 나서는 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드러나는
굴욕·민낯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응을 놓고도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김만배씨 징역 8년형·428억원 추징 선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징역 8년형·벌금 4억원·8억1000만원 추징 등을 선고했다.

그런데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이준호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부터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장이 허가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항소 기한 만료 3시간 전 항소 불허 결정을 통보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에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징역 7년형을 구형받은 유 전 본부장에겐 징역 8년형이 선고됐고, 징역 5년형을 구형받은 정민용 변호사에겐 징역 6년형이 선고됐는데, 뭐하러 항소하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씨는 징역 12년형을 구형받은 후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10년형을 구형받은 정영학 회계사에겐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징역 7년형을 구형받은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검찰의 관행으로 보건대, 김씨·정 회계사·남 변호사에겐 항소하는 게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장동혁 대표가 주도하는 조직적인 항의를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연이어 방문했다. 장 대표는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엉망으로 망가지는 대한민국을 구하는 방법은 이재명을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뿐”이라면서 후속 대책으로 국정조사와 특검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면담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대검은 정문을 봉쇄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왜 대검찰청에 못 들어가느냐”는 등 항의를 했지만,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어이없게도 이날 노 직무대행은 대검에 없었다.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

법무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바로 법무부로 이동해 다시 규탄대회를 열고 정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정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답을 하지 않는 ‘읽씹’으로 이들을 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선 “진지하게 이들을 면담하려고 했겠느냐”는 조롱 섞인 비판이 나왔다. 이들의 항의 방문이 현실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들이 원했던 것은 ‘항의하는 그림’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국회를 벗어나 대검찰청·법무부를 방문했던 진짜 이유는 ‘언론 노출’이었을 개연성이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흔한 비판 중 하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의미는 ‘국회의원다운 일을 안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항의 방문 사례만 보더라도 국민의힘의 이슈·정책 대응 능력은 사실상 모두 무너졌다. 국민의힘의 대검찰청·법무부 방문은 이슈·정책 대응 능력이 모두 무너진 제1야당의 오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야당이
사라졌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와 특유의 조직력을 토대로 몰아치는 방법을 동원해 정국에 대응한다. 검찰 해체도 그렇게 성사시킬 수 있었고, 대법관 증원 등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의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도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압도적인 의석수는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심판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당 특유의 조직력도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자들의 반감을 매개로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국회 의석수는 불과 107석에 그치고 있고, 각종 대응 능력도 모두 무너졌다.

민주당으로선 몰아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제1야당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므로, 당과 지지층이 원하는 각종 쟁점 법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 민주당이 오늘 가진 힘은 국민의힘이 과거에 만들어준 것이다.

이들의 무능력은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진행됐던 국감 중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인물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었다.

최 의원은 지난달 20일 “MBC의 일부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감 도중 박장호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지시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최 의원은 “민주당에 우호적”이란 평가를 받는 MBC를 일컬어 “친 국민의힘 편파보도가 언론 자유냐”며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언론계가 주도했으며, 국민의힘의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최 의원이 장녀 결혼식과 관련해 계좌번호와 카드 결제 링크를 첨부한 모바일 청첩장을 피감기관에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에선 박정훈 의원만이 국회의원다운 대응을 했다. 박 의원은 결혼식이 진행될 국회 사랑재 대관 내역을 확인해 최 의원의 계정으로 예약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딸이 내 관여 없이 예약한 것”이란 최 의원의 해명을 반박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오로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게 집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원래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 실장을 국회 국정감사 의무가 없는 제1부속실장으로 옮기게 했다. 이어 민주당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에 합의하지 않았고 김 실장은 끝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훤히 예상할 수 있었던 흐름이었지만, 김 실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집착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국감에 출석했더라도 국민의힘이 여러 의혹을 제대로 추궁할 수 있었을 거라고 믿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이러는 사이 이 대표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대표는 추 의원까지 두둔하는 여유를 과시했다.

10·15 부동산 대책 치고 나가는 개혁신당
이준석은 오 친분 과시로 보수 이탈 시도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 특검의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표결과 부수적 행동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순간, 또 다른 삼권분립의 붕괴를 맛볼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각종 의혹에서 시장의 재량 범위란 논리로 방어하는데, 추 의원의 재량 범위는 왜 축소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일각에서 거론되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지방선거 연대설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연대 가능성은 긍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태도 변화가 없고, 변화하더라도 그게 어떻게 연대 대상이 되겠느냐”면서도 “오 시장과는 소통을 많이 하고 한 팀인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결국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완주했다. 오 시장과의 친분·연대 가능성도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중도·합리적 보수를 국민의힘에서 이탈시켜 보수의 새 판을 짜는 것”이란 목표를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개혁신당은 국감에서도 꾸준한 정책 질의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충실한 정책 질의를 하지 않으면, 당원·지지자로부터 크게 비판받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중도·합리적 보수를 설득할 수 있다”는 평을 받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다양한 이슈에 의견을 밝히는 형태로 홀로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선 “장동혁 대표 당선 이후 생존의 갈림길에 선 상황을 언론 노출로 해결하려는 듯하다”는 평이 나온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호남과의 동행’을 강조하면서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지만, 거센 반발 때문에 짧은 묵념만 한 후 돌아와야 했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에 대한 또 다른 공세를 시작하려고 한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지난 4일 특정 국가 및 집단에 대한 모욕·명예훼손 처벌법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 어느 인종을 향하든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중국 비판을 막기 위한 법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반감이 깊어지는 보수 일각과 이 흐름을 타려는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또 다른
집중 공세

정치적 감각이 다 죽어가는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은 다양한 경로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의 신병을 차곡차곡 확보하려고 한다. 개혁신당에선 합리적 보수를 자신의 기반으로 삼으려고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겉으론 살려놓은 채, 사실상 무력화시키기 위한 몰아치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연 좌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협공에서 비롯된 몸살을 이겨낼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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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