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쥐락펴락 ‘이핵관 오상시’ 정체

169명보다 5명이 더 세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중국 후한 말, 한나라 황제 곁에는 조정을 농락한 10여명의 환관들이 있었다. 이들은 황제의 눈과 귀를 가려 자신들 입맛대로 권력을 휘둘렀고, 결국 나라 전체를 도탄에 빠트렸다. 약 400년 역사의 한나라가 망하는 데는 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야당의 대표는 수많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야당이 국회 의석수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면 권력은 배가 된다. 정계는 그동안 정치력이 탁월한 거대 야당 대표가 의회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원내 1당의 대표가 내리는 결정은 나라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정계 전문가들은 정치인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귀를 더욱 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표의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해야 균형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의사결정 구조가 ‘매우’ 폐쇄적이라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제보의 내용은 한결같았다. 이 대표가 소수의 최측근과만 소통하며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린다는 볼멘소리였다.

이들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게 말이 되나 싶다. 당내 의원들과는 브리핑 수준의 회의만 진행하고, 의사결정 과정은 소수의 측근들과만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다수의 민주당 내부 인사들은 쉽게 ‘성남 십상시’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뱉었다.


이 대표와 측근들을 보고 있자 하니 그 옛날 한나라를 멸망으로 몰아갔던 ‘아첨꾼’ 십상시가 떠오른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열 명이나 되지는 않는다. 이 대표 곁에는 성남시절부터 함께해온 비서진 ‘성남 3인방(정진상·김현지·김남준)'과 당내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 2인(박홍근·정청래)의 측근 의원이 포진돼있다. 굳이 말하면 그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사람들은 십상시가 아닌 ‘오상시’다.

이 대표의 의사결정 과정이 진짜로 폐쇄적일까? 그것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본인만 알고 있겠지만, 이 대표가 그동안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결정을 종종 내려온 것은 사실이다.

그 출발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였다. 이 대표가 대통령선거 패배 몇 주 만에 다시 정계로 복귀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똘똘 뭉쳐 그의 출마를 말리려 애썼다.

대선에서 패배 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복귀한 전례가 없었고,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는 보선에 출마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무엇보다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에 많은 비명(비 이재명)계 인사들이 실망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이 의원이나 송영길 대표가 정말 당을 위한다면 (대선 패배에 대해)사과하고 전국 경청 투어를 6개월 동안 해줬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 의원이 계양을에 나감으로 인해서 묶여버리는 역효과가 나버렸다”며 “만약 거기 묶이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전국 선거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리드할 수 있었을 텐데 전략의 실패라는 생각은 든다”고 주장했다.

내부 분위기가 반대 의견으로 모아질 때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많은 의원이 이 대표에게 직간접적으로 불출마를 요청했으나, 귀담아 듣는 ‘시늉’만 하고는 늘 곧 출마하는 사람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해놓고 움직이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는 반대 의견을 내는 의원들과의 만남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당이 반대할 때마다 ‘무시’로 일관
듣는 시늉만…결국 결정 마음대로

이 대표는 이때 그들과의 만남으로 설득당할 생각은 없었지만, 보궐선거 당선 이후 당권까지 노리고 있었던 만큼 반대파 의원들까지 모두 품고 가려는 계산을 세웠다. 그는 출마 전 민주당 원로 인사들과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들, 또 선대위에 참여했던 인사들까지 두루두루 만나며 여러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결국 이 대표는 출마하고 당선됐다. 당선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 그의 다음 행보가 ‘대표 출마’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때의 반대는 보궐선거 출마 때보다 더 거셌다. 몇몇 친명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내부 인사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저지하려 노력했다. 이때 뽑힌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비명계와 중도 진영 인사들은 하나로 뭉쳐 이 대표에 대항했다.

지난 6월 있었던 민주당 워크숍이 그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 민주당 의원들의 단합 목적으로 마련된 워크숍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차례대로 이 대표에게 찾아가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그의 대표 저지를 위해 민주당이 하나 된 마음을 표출하는 듯이 보였다. 물론 그 선봉장에는 친문계 좌장 역할을 하던 의원들이 있었다. 

친문계는 전당대회가 당내 계파싸움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일찌감치 후보를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누구를 후보로 내세울지 고심하던 친문 측은 역으로 불출마를 택했고, 이 카드로 이 대표를 거세게 압박했다. 

친문계 좌장 홍영표 의원은 워크숍에서 이 대표와 만난 뒤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 당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과연 이재명 후보나 내가 출마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우리가 판단해 보자며 (이 대표에게)이야기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굳이 이 대표를 찾아가 만나고, 구태여 이런 제안을 기자들에게 말하는 것은 이 대표를 계속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홍 의원은 당시 이 대표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대신 전했다.

홍 의원에 이어 또 다른 친문 좌장 전해철 의원도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권 쥐고 
흔드는 세력


그는 본인의 SNS에 “연이은 선거 패배로 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 당을 정상화하고 바로 세우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고, 민주당의 가치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나갈 당 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친문계 두 명의 의원이 빠지자 압박은 현실화됐다. 당내 의견은 ‘계파 싸움’ 종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곧 이 대표에 대한 불출마 요구로 이어졌다. 재선·초선 의원 약 30명은 전당대회 전 한자리에 모여 이 대표의 불출마를 제안하는 공동 의견서를 이 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심지어 친명으로 분류되던 강훈식 의원도 이 대표를 말리고 나섰다. 강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에 일찌감치 이재명 선거위원회로 들어가 그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바 있다. 그는 경선 기간 중 내내 중립지대에 머물러 있다가 이 대표가 민주당의 최종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자 비서실 정무조정실장 자리에 들어가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다.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으로 국민의힘으로부터 숱하게 뭇매를 맞을 때도 강 의원은 언론 전면에 등장해 대신 방패 역할을 하곤 했다.

강 의원은 “전모를 잘 모르기에 내가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녹취록 전체를 들어보니 ‘이 대표 때문에 (대장동 관련)일이 잘 안 된다’는 뜻으로 들렸다”며 그를 옹호했다. 비교적 친문색이 짙고 어느 한편에 서서 도움을 주지 않았던 그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그를 ‘친명계’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반대했다.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직접 뛰어든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의원은 “이재명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출마도 안 했다”며 “대표는 통합과 신뢰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내 분란의 원흉으로 꼽히는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비명계, 중립지대, 심지어 친명계 의원들이 반대하는데도 이 대표는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면서도 불출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는 당시 오히려 지지자들을 두루 만나고 전당대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지역 당협위원장들과 대의원들을 만나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진행 중이었다.

반대를
무시로

이 같은 행보를 쭉 지켜봐왔던 한 민주당 인사는 “이 대표와 의미있는 회의를 하는 인사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는 “겉으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하는 행보를 해왔지만 그들의 의견이 이 대표의 결정을 바꾸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들의 설득 과정이 그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들의 증언은 대표 당선 후에도 이어진다. 보궐선거와 전당대회 출마 강행 때의 모습이 대표 당선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김건희 특검법 강행이 증언의 골자였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하며 대중의 비판을 샀던 바 있다. 검찰개혁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지만,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처리하는 민주당표 검수완박법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내 의석수를 무기로 검찰개혁을 무리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민주당은 법안을 최종 공포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다면 그가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무력화시킬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패스트트랙’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존 방식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수많은 편법이 동원됐다. 법사위원들의 투표에서 민주당은 제3지대 의원의 표가 하나 필요했다.

이를 위해 법사위 소속이었던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자진 탈당하는 꼼수를 감행했다. 민 의원의 탈당으로 검수완박 패스트트랙 처리에 충분한 동력이 생겼고, 이는 결국 최종 공포됐다. 검수완박 법안 발의부터 최종 공포까지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때 국민들은 민주당에 많은 비판을 가했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라는 무거운 법안을 너무 ‘가볍게’ 처리했다는 비판이었다. 국민들은 이 불만을 지방선거에서 표로 보여줬다. 이로써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권력을 국민의힘에 빼앗기며 대패했다.

이번 김건희 특검법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은 본회의로 상정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패스트트랙’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전반기 국회보다 법안 처리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고, 제3지대 인물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공식적으로 특검법 발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법이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한 ‘보복조치’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일부 의원은 특검법 강행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행 가능성이 현저히 적을뿐더러 지금 시기에 검 여사에 대한 수사를 굳이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브레인’ 김현지·김남준·정진상
‘게이트 키퍼’ 박홍근·정청래

그러나 이 대표는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본인에 대한 수사가 끊이지 않는다면 특검법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법에 반대하는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거(특검법) 포기 안 할 것으로 보인다. 포기하는 순간 이 대표가 쓸 수 있는 수단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분명히 몇 명 의원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들었는데, 지도부의 판단에 영향을 주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안마다 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듣는 시간을 종종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민주당 인사는 여의도 정치의 경험이 없는 이 대표가 ‘귀를 열려고’ 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에는 성남 ‘5상시’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000년대 초반 성남지역 시민단체 시절부터 이 대표와 함께한 김현지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도, 경기도지사 때도, 지근 거리에서 그의 모든 의정활동을 지원했다.

김 보좌관은 성향이 매우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특히 이 대표가 정적들과 육탄전을 펼칠 때 작전을 세우고 실질적인 공격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지 보좌관이 이 대표의 ‘입’이라면, 김남준 보좌관은 이 대표의 ‘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남준 보좌관은 성남지역 언론 기자 출신으로, 이 대표가 직접 영입을 제안해 대변인으로 스카우트된 인물이다.

그는 이 대표의 의중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고 언론에 잘 대응하는 인력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소통하는 언론이 항상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도 그 덕분이라고 전해진다.

이 대표와 함께 전략을 구상하는 ‘브레인’ 정진상 정부조정실장도 있다. 그는 대선 기간 때부터 꾸준히 언급돼온 이 대표의 복심 중의 복심이다. 정 실장은 이 대표가 대표에 취임하기 전까지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음에도 민주당의 또 다른 ‘실세’로 꾸준히 평가받아왔다.

이 대표의 모든 정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대표가 정 실장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제보에 따르면, 이 대표가 의견을 자주 듣는 측근 중 민주당 원내인사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다.

간신?
충신?

이들은 사실상 이 대표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일한 견제기구라는 평가도 이어지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견제보다는 협력이 많았다. 이 대표 측근 5인방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간 ‘간신’으로 기록될지, 훌륭한 성군을 모신 ‘충신’으로 기록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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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