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당하는 국민의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1.11 06:01:57
  • 호수 1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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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이슈마저 뺏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을 얻어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안보 이슈 선점을 통한 중도 보수 공략 의지가 이어지고 있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오로지 ‘김현지’에만 집착하다가 눈 뜨고 전통적인 영역을 잠식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한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을 승인했다. 앞으로 우리가 소유할 핵추진잠수함은 한화오션이 소유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된다.

눈 뜨고 잠식

미국은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우리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한미 원자력 협정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일부 개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시도는 문민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시기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이었다.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프랑스 핵잠수함 바라쿠다급을 모델로 한국형 핵잠수함 3척을 건조해 2020년 이전 실전 배치한다”는 취지의 362 사업을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지만, 곧 중단됐다. 그 이유로는 “언론 보도 때문에 외부에 노출됐다”는 것이 거론된다.


이후로도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 시도에 대한 설왕설래는 계속 이어졌다. 미국의 반대는 일관적이었다. 반대 논리는 대체로 “한반도 주변 해역은 넓지 않아서 몇 주 넘게 잠항할 수 있고, 소음도 훨씬 적은 기존 디젤 잠수함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로이드 오스틴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의 지난해 6월 발언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오스틴 당시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 안보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강력한 동맹으로 서로 의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발언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9월 “첫 전술핵 공격 잠수함을 건조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가능성이 다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이유로는 ▲특유의 세일즈 시도 ▲중국 견제 분담 ▲한국에 대한 핵 통제 유지 등이 거론된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짜 속내는 다음 문장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 승인
미국도 중국 견제로 이익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각종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조선소를 실제 운용하려면 결국 각종 기반 시설을 새로 갖춰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과정을 두고 ‘대대적인 부활’이라고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미국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갖추면, 미국으로선 핵 통제를 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 부담도 나누는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핵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서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국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한미안보협의회 이후 진행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군은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기술 공유와 통제가 함께 진행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의 핵잠수함 보유를 완고하게 반대했던 미국과의 합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세력은 국민의힘이라고 볼 수 있다. 군비 증강은 보수의 전통적인 영역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소속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을 사적으로 활용하려고 한 정황이 밝혀져 큰 타격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탄핵소추당했다. 탄핵소추가 인용돼 파면당한 이후엔 “탄핵 심판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할 때 발생할 수도 있는 폭동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비상계엄 선포를 검토했단 의혹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실제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군을 동원했다가 파면됐고, 현재 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윤 어게인’을 추종하던 강경파가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김민수 최고위원은 강경파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 강경 보수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구출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오로지 ‘세일즈’였다.

계속 먹히는 중도 보수 공략
정당해산 추진 안 하는 이유?

국민의힘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중국의 잠수함 추적 활동의 제한이 있다”던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중국을 언급한 발언은 중국을 자극하는 외교적 실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국민의힘이 반중 여론이 강한 강경 보수와 밀착해 당세를 유지하는 현 상황 때문에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같은 날 “대놓고 중국 혐오 노선을 탔던 국민의힘이라면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의힘이 중국의 역성을 들어 놀랐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핵잠수함을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단 것은 이재명정부에 대한 미국의 낮은 신뢰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곧바로 이어진 국민의힘 우재준 최고위원의 주장 때문에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우 최고위원은 “이재명정부가 국민의힘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숟가락 얹기’를 시도했다. 그는 “핵잠수함은 대선 당시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명백한 현실을 부정하면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이럴 땐 ‘숟가락 얹기’가 상책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토대로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밝힌 중도 보수 공략 의지를 잇고 있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과정 여하를 떠나 핵잠수함이 건조되면, 우리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에 이어 7번째로 핵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이 대통령은 전례 없던 국방 정책 실현을 통해 안보에 민감한 중도 보수 유권자의 관심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으로선 눈 뜨고 ‘안보’라는 보수의 전통적인 영역을 잠식당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사거리 800km를 넘는 군사용 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 내내 오로지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집착했다. 정작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도 끌어내지 못했고, “최악의 국정감사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민주당과 함께 들었다.

2연타 휘청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 면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관련된 당원 게시판 의혹 등이 주된 이슈로 통한다. 눈 뜨고 잠식당하는 현 상황은 누가 만든 걸까? 이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추진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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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