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역대 최대 민주당 선대위 해부

사공 많아 산으로 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호의 출항식이 거하게 치러졌다. 최종 대선후보로 당선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출항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준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융합형 선대위’의 출발을 국민에게 알렸다. 그동안 대립을 이어오던 모든 경선 후보와는 물론, 청와대와도 ‘원팀’이 되겠다는 상징적인 표시였다.

정치권에서는 큰 규모의 선거캠프를 흔히 ‘매머드’에 비유한다. 매머드는 ‘맘모스’로 널리 알려진 고대 동물로, 코끼리보다 키가 1m 이상 크고, 몸무게는 1t 이상 더 나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수다. 

‘융합형’
사세 과시

상상할 수 있는 크기보다 훨씬 큰 규모를 비유할 때, 오래 전 멸종되어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동물인 ‘매머드’를 비유에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캠프를 ‘코끼리급’으로 만든 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대위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후보의 선대위 공식 출범식이 이곳에서 열린 것.

최근 경선 흥행몰이에 성공한 국민의힘을 의식한 듯, 이날 출범식에는 경선 경쟁자 5인을 비롯한 499명의 민주당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499명은 제1단계 ‘위드 코로나’ 인원 제한 규칙하에 모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이다. 

참석자 중 현역 의원만 169명이었는데 이 정도 숫자의 현역 의원들이 한 사람의 당선을 돕기 위해 일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당시 최대 규모라 일컬어지던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대위보다 약 50명이나 더 많다.

출범식 오프닝에는 유명 대중가수 HOT가 부른 노래 ‘빛’이 울려 퍼졌다. 이 노래 중간엔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라는 가사가 등장했다.

지난 몇 달간 서로를 낙마시키기 위해 칼을 맞댔던 경선 후보들이 하나가 되어 ‘정권 재창출’로 나아가자는 의미였다.

‘원팀’ 참여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아온 이낙연 전 대표와 날선 비판을 지속했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이 후보와 ‘두 손’을 맞잡고 함께 이재명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를 지지 연설문’을 통해 “민주당에는 민주당만의 내부 문화가 있다. 경쟁할 때는 경쟁해도, 하나 될 때는 하나 됐다”며 “서로 다투더라도 울타리를 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전진했고 우리는 그런 자랑스러운 문화를 지키고 가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훈·홍영표 등 이낙연 인사 공동위원장
현역 의원 169명 참여…문보다 50명 많아

박 의원 역시 “이재명은 변화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그의 삶과 정치 역정처럼 변화와 개혁의 정당이 돼야 한다”며 “내가 앞장서겠다. 원팀을 넘어 빅팀으로 빅팀을 넘어 윈(win)팀으로 나아가자”고 힘줘 외쳤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경쟁자였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최종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는 그림에 민주당원들은 감동했다.

그러나, 비민주당원들의 눈에는 의아했고, 더 나아가 낯 부끄럽기까지 했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만난 한 정계 인물은 “참 뻔뻔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경우를 여의도에서 한두 번 봐온 게 아니기에 그냥 할리우드 연예 뉴스 보듯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선 기간 각 캠프는 서로 간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너무 많이 뱉어왔다. 게다가 그런 말을 아직 주워 담지 못한 채 ‘이재명 대선호’에 탑승한 인물들이 존재하는 탓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민주당 설훈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설 의원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후보 구속’을 언급하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 인물이다.

이낙연 캠프의 좌장 역할을 맡아온 설 의원은 경선이 끝난 후에도 무효표 처리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며 “이재명 후보를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15일 이 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더니, 얼마 뒤엔 급기야 이재명 대선호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설 의원과 함께 이재명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경선 기간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홍 의원은 ‘친문(친 문재인)’ 계파의 핵심 의원으로, 이 후보의 ‘문준용 발언’ 등 갖가지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던 바 있다. 이런 인물이 다 같이 모여 손을 잡자고 하니, 일반 국민들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원팀? 
각 팀?

민주당은 이번 선대위를 ‘융합형 선대위’라 명명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인사들이 ‘융합’해 ‘원팀’을 구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4년 전 문재인 선대위 때 나온 ‘용광로 선대위’와도 뜻이 유사하다. 이름뿐 아니라, 모든 면이 그때의 선대위와 흡사하다.

민주당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대립했던 모든 경선 후보가 ‘원팀’이 되어 최종 후보를 지켜주고 있으며, 각 후보 캠프 인력 대부분이 선대위에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선대위 내에 이재명 계파가 소수라는 것.

2017년 대선에 처음 도전할 당시부터 이 후보를 도왔던 정성호 의원과 그를 필두로 구성된 이른바 ‘7인회(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는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이해찬계’ ‘박원순계’ ‘민평련계’ 등 민주당 주류인 그 외의 계파들은 엄밀히 말해 애시당초 이 후보와 결을 달리해왔던 이들이다.

반면, 2017년 ‘용광로 선대위’에는 친문 의원들이 절대 다수였다.

15인의 공동선대위원장 중 김진표·박병석·김부겸·이종걸 등 4명과 총광본부장을 맡은 송영길 의원, 공보팀에서 일한 민병두·박광온 의원 등 비문(비 문재인)계 인사도 선대위에 제법 참여했었다.

하지만, 공식 인사만 430여명이었던 ‘용광로 선대위’에는 문 대통령과 정치적 역경을 함께 겪어온 의원이 대다수였고,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친문 인사들이 캠프의 중심에 자리 잡은 후, 비문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양상을 띤 것이다. 이재명의 ‘융합형 선대위’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어딘가 찝찝한 이유를 여기서 찾곤 한다.

선대위 중심에 진짜 ‘이재명계’ 의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브레인
총집합

이 같은 ‘불편한 동거’를 할 때는 캠프 ‘브레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이 역할을 잘해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듯, ‘브레인’ 역할을 하는 선대위 인물들이 제몫을 다해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선대위의 가장 중요한 요직에 포진된 인물들이 바로 이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한다.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요직은 총괄·상황·공보·비서실, 총 네 개다.

‘융합형 선대위’의 총괄선대본부장에는 캠프의 총괄직을 맡았던 5선의 조정식 의원이 임명됐다. 총괄은 말 그대로 전체를 보고 선대위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므로, 무게감 있는 의원이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주당 안에는 4~5선급의 무게감 있는 의원 자체가 희귀하고, 조 의원보다 선거 경험이 많은 의원은 없다. 비록 전통 ‘이재명계’가 아닌 이해찬 전 대표의 최측근 출신이나, 이 후보와 비교적 관계가 좋은 ‘이해찬계’이고, 이 후보 전국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의 공동 대표이니, 조 의원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게 민주당 측 분위기다.

상황실장직에는 김영진·조응천·진성준·고민정 의원이 포진됐다. 이 중 재선의 김영진 의원이 상황실의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인회’에 소속된 이 후보의 최측근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도 이재명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으며 매끄럽게 캠프를 운영해왔고, 이 후보와 많은 소통을 하고 있으며, 민주당 경선 초반엔 이낙연 전 대표의 ‘탄핵 찬성 의혹’을 제기해 이재명 캠프의 간판 공격수로 등극한 바 있다.

그는 이 후보의 의중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인물로 당내에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또 다른 주요직인 공보단 수석대변인에는 고용진·박찬대·오영훈·조승래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주목해야할 인물은 재선의 고용진 의원.

‘한 지붕 대가족’ 복심 역할론 부각
총괄·상황·공보·비서실 요직은?

민주당 수석대변인이기도 한 고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며 ‘이 후보 지키기’에 온 힘을 다해온 인물이다. 그는 대장동 이슈 등 각종 공세에 대항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내며 이 후보를 보호해왔다. 그는 이번 선대위에서도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다. 

비서실에는 총 8명의 이름이 올라왔다. 비서실장에 박홍근·최인호, 부실장에 천준호·허종식·정진상·강희용, 정무조정실장엔 강훈식, 수행실장엔 한준호다.

선대위의 비서들은 후보의 일정 담당, 후보의 대외 메시지 파악 등 가장 가까이서 후보를 돕는 일을 수행한다. 정계에서는 비서가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파다하다.

매일 후보와 소통하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업무의 특성상, 비서들의 ‘상하 관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신 ‘후보와의 친밀도’가 비서 간의 직급을 나누는 척도로 사용된다. 비서는 후보와 친밀할수록, 선대위 내에서 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서실 8인 중 가장 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아무래도 부실장직의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다. 이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나의 최측근”이라고 언급하기도 한 그는 이 후보의 정치 인생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오고 있다. 

정 전 실장은 1995년 성남시민모임 시절부터 약 25년간 이 후보의 곁에 있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일했을 때는 정책실장을, 이 후보가 경선 주자로 뛸 때는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직을 수행했다.

그야말로 이재명의 복심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문재인에게 양정철이 있었다면, 현재 이재명에겐 정진상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민주당 측 사람들은 이번 선대위 구성원 중 정 전 실장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측근
비서 8인

이외에도 이 후보의 측근으로는 경기·성남 라인의 김용 전 성남시의원,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 김남준 전 대변인 등이 있다. 김용 전 의원과 김현지 전 비서관, 김남준 대변인 모두 선대위 실무진에 포함돼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들었고, 이들 또한 선대위의 ‘브레인’으로서 일할 예정이다. ‘한 지붕 아래 대가족’인 민주당의 선대위에서 ‘브레인’ 역할을 맡은 이재명의 복심들의 어깨는 매우 무거워졌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7년 문의 복심들 각양각색 말로 

4년 전 출범했던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도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었다.

그중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핵심 3인방은 김경수·양정철·임종석이다.

문재인 후보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만든 3인방의 현재는 어떨까?

화려한 앞날을 맞이할 줄 알았던 3인의 현재는 각양각색의 길을 걷고 있다.

우선 가장 비참한 상황을 맞이한 인물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다.

그는 지난 7월26일 교도소에 수감돼 아직까지도 형을 살고 있다. 그의 죄목은 불법 여론조작.

김 전 지사는 ‘댓글 조작’ 혐의를 받아 오랜 시간 재판을 받아왔다.

문제가 된 것은 ‘킹크랩’이라는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인데, 사법부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업로드를 ‘여론조작’의 일환으로 인정했고, 김 전 지사가 이것을 주도한 사람이라 판단했다.

김 전 지사는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된 그는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지난 7월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해 청원교도소에 재수감된 상태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해외로 떠났다.

이때 문 대통령은 그를 끝까지 만류하며 청와대 입성을 제안했으나 “문정부의 요직을 맡지 않겠다”는 양 원장의 뜻은 매우 확고했던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후에 뉴질랜드,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떠돌며 한동안 정계와 거리를 둔 뒤, 2019년 4·15 총선에 돌아와 민주당을 위해 잠시 일했다.

이후 또 다시 정계를 떠난 그는 아직까지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3인방 중 임종석 비서실장만 유일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는 2017년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직에 임명되며 약 2년간 대통령 최측근으로 일했고,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아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 외교안보특별보좌관직으로 직함을 바꿔 아직까지 문 대통령의 곁에서 일하고 있다.


<기사 속 기사> 선대위 출범식 이재명 ‘박정희’ 언급, 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입에서 이례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칭찬 아닌 칭찬이 나왔다. 언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밝혔다.

골자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의지였으나, 많은 언론이 그 앞에 부연설명에 더욱 집중했다.

언론은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어 국가적 부흥을 이끌었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이 후보가 사실상 동의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독재자였고, 동시에 국가 경제 부흥을 이끈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늘 양극단으로 나뉜다. 평가의 양 끝에는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있다.

이 후보는 비판하는 극단에서 박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문재인 정권이 갖고 있는 기본 노선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보수의 프레임을 끌고 왔다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론(문 정권의 핵심 경제정책)자체가 사실은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을 평가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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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