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감사를 며칠 앞둔 지난 29일,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김남준 제1부속실장을 대변인으로 옮기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측근 그룹인 ‘성남·경기 라인’의 핵심인 두 사람이 정부 출범 3개월여 만에 자리를 교체한 것이다.
겉으로는 조직 정비이자 역할 재조정이라지만, 속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국감 국면에서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인사를 단행한 까닭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인사는 국민의힘이 김현지 비서관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거부하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실의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은 매년 국감에 출석해 왔지만, 김 비서관은 국회 출석을 다소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총무비서관은 역대 정부에서 국감 증인 출석이 관례여서 야당은 당연히 이번에도 김 비서관을 증인석에 앉히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그의 의지에 따라 이를 막고 싶었을 것이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수행과 일정 관리가 주된 임무인 만큼 국감 출석 전례가 드물다. 또 김 비서관을 국회에 부르려면 더불어민주당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의 국회 출석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따라서 이번 보직 이동이 야당의 공세를 희석시키려는 ‘안전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심은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이 “출석 요구가 있으면 응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꼼수라는 인식은 이미 퍼져나갔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시민단체 활동 시절부터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핵심 측근으로, ‘실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여권 내에서도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 비서관을 통한다)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 대통령의 동선을 직접 챙기는 제1부속실장으로 옮겨간 것은 그만큼 대통령과의 밀착도를 높이려는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 역시 ‘측근 정치’라는 비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번 ‘김현지 인사’가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건 분명하다. 야당은 “무엇을 숨기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언론은 “투명성을 해치는 인사”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강행한 것은 국감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 동시에 메시지 전환과 핵심 측근 결속이라는 이중 과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이 김 비서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이재명정부 핵심 권력’의 상징적 존재기 때문이다. 국감장은 정책 논쟁의 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상징을 두고 벌이는 각축장이기도 하다.
그를 증인석에 앉히는 순간 국정감사의 초점은 자연스레 대통령실, 더 나아가 대통령에게 향한다. 국민의힘이 노리는 정치적 효과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김 비서관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대통령 곁을 지켜왔던 인물인데, 정작 학력·경력 등 기본적인 이력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국감 증인석에 세워야 한다는 명분은 바로 ‘투명한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국감 증인 논란은 인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측근 정치에 대한 의심과 국회의 견제 욕구, 그리고 대통령실의 방어 본능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국민의힘은 검증을 명분 삼아 정치적 타격을 노리고, 대통령실은 꼼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핵심 측근을 지키려 하고 있다. 국감 증인석이 단순한 의정 절차를 넘어, 권력과 투명성을 둘러싼 정치학의 무대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향후 국감 정국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김 비서관을 증인석에 앉히는 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고, 증인 채택 과정에서 민주당과 정면 충돌은 물론, 설사 채택이 무산되더라도 “여당이 방어했다”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출석이 성사된다면 이력·경력 검증은 물론 대통령과의 관계, 대통령실 내 역할을 집중적으로 추궁해 정치적 부담을 극대화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증인 채택을 최대한 막되, 무산될 경우 “보직 이동과 무관하게 출석 가능하다”는 대통령실 논리를 반복하며 ‘정상적 절차’임을 강조할 것이다. 국민의힘의 공세를 ‘정쟁 몰이’로 규정하면서, 정책 국감 이미지를 부각해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역시 최소한의 공개와 발언으로 논란을 관리하려 할 것이다. 실제 출석 시에는 ‘실무 차원의 업무’에 국한된 답변만 내놓으며 방어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김현지 인사는 결국 ‘부담을 안고 단행한 선택’이다. 꼼수라는 비판이든, 승부수라는 평가든, 정답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변하지 않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인사가 앞으로 국감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됐고, 이재명정부가 스스로 부담을 안고 가는 길을 택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