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밍업 끝낸’ 이재명 한가위 플랜

신발끈 묶었는데…손발 안 맞는 3인4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2·3 내란 사태로 전 정부가 물러선 뒤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재명정부에 있어 이번 추석은 국정 운영 정상화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아직 여야 협치가 까마득한 가운데 정부는 검찰개혁, 부처 개편, 민생·경제를 아우르는 과제를 떠안았다.

검찰개혁이 급물살을 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 검찰개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숙원이다. 민주당이 띄우고 이재명정부가 이를 받으면서 이번에야말로 개혁이 완수될 지 이목이 쏠린다.

제자리
빙빙∼

지난 22일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전체회의서 범여권의 주도로 통과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개혁은 타이밍’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시절 정치·사법 분야를 정책 순위 2번으로 지정했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를 비롯해 ▲검사 징계 파면 및 온라인 재판 제도 도입 ▲대법관 정원 확대 등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실질적 보장 ▲국민참여재판 및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국민의 사법 서비스 접근성 제고 등 폭 넓은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는 본격적으로 검찰개혁 채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을 정부가 주도하되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아주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를 “검찰의 최대 피해자”라고 칭하면서도 “개혁 과정에서 여야·피해자·검찰 의견도 다 들어서 논쟁을 통해 문제를 다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석하고 제도도 만들고 공간을 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며 “그래도 1년 안에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 기소의 분리 중요성도 거듭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검찰에서 내부 분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의 칸을 치는 것이 최초 논의 아닌가. (그런데) 요즘 검사는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 않게 됐다. 하다 보니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체적으로 수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도록,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적절한 시점이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논의됐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또는 법안이 추진 중이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의견 낼 상황이 있으면 내는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검찰개혁’ 기어 잡고 정부여당 진땀
“추석 연휴에 검찰청 폐지” 가능성은?

다만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검찰개혁 법안은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경찰의 불송치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 피해자 권익 침해가 우려된다며 정기국회에서 숙의를 거쳐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민주당이 추석 전을 검찰개혁 적기로 못을 박은 만큼 빠르게 처리해야 하지만 섣불리 조직을 해체하기에는 정부로서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개혁 입법청문회가 열렸지만 ‘추나(추미애-나경원) 대전’에 묻히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끝났다.


검찰개혁이 더뎌질 기미가 보이자 민주당 지지층도 들끓기 시작했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을 주장하는 당과 신중한 개혁에 무게를 실은 정부가 충돌하면서 ‘엇박자’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추석 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던 정 대표의 발언은 “검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우선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검찰개혁 시기가 추석 이후에도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강성 지지층의 원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 외에도 곳곳에서 부처 개편안 소식이 들려온다. 이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정부 개편안 청사진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추석 이후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서 현행 19부 3처 20청의 정부 조직은 19부 6처 19청 6위원회로 변경됐다.

대선 정국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은 입 모아 당시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이던 때부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를 눈여겨봤다고 귀띔했다. 예년도 예산을 짜는 기재부가 돈줄을 쥐고 각 부처를 군림하는 등 권력이 비대하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예고한 대로 이정부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재경부)로 분리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섰다. 먼저 기재부의 명칭은 2008년 사용했던 재정경제부로 환원되며 가장 중요한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기획예산처’로 이관된다.

쪼개고
붙이고

국무위원격인 기획예산처장은 예산 편성을 비롯한 재정 정책과 관리와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기후환경에너지부 설치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여성가족부 명칭 변경 및 개편 ▲과학기술부총리 부활 등의 내용이 정부 조직 개편안에 포함됐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행정조직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이라고 수위 높게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빠르고 효율적인 개편”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50일, 약 5개월이 지나서야 정부 개편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권력 집중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합의 없는 졸속 개편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경제 부처 조직 개편안이 공개되던 당시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감독기구를 재경부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고 반발해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운을 띄운 이상 정부는 안정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부 관계자와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렸다.


민심과 가장 맞닿은 경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이후의 지지율 변동을 주목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취임 100일이 겨우 지났지만 국민의 기대 속 출범한 만큼 해당 지지율을 이정부의 성공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추석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부터 발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금액 6조177억원의 88.1%(5조2991억원)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꼬투리
잡아야…

업종별로는 음식점이 40.3%로 가장 높았으며 ▲마트·식료품 15.9% ▲편의점 9.5% ▲병원·약국 9.1% 등으로 나타났다. 1차 소비쿠폰으로 숨통을 튼 소상공인도 2차 소비쿠폰 지급 시기와 연휴가 맞물린 추석 대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도 지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 가락시장과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농축산물 공급 상황과 가격 점검에 나섰으며, 행정안전부는 내달 9일까지 추석 물가 안정 관리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석 대목으로 지지율 상승을 노릴 수 있지만 장기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쟁과 민생을 분리하겠다는 합의 하에 꾸려진 여야 민생경제협의체가 몇 주째 공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협의체는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난 자리서 구성됐다. 이날 여야 대표가 처음으로 악수를 하는 등 모처럼 훈풍이 부나 싶었지만 채 하루도 가지 못하면서 협의체 역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9일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측이 이를 미루면서 무기한 순연됐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된 만큼 앞으로도 여야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민생경제협의체 가동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모든 선택이 정부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꼬집으며 발목 잡기에 나섰다. 이는 정부여당과 마찬가지로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슈 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조직 개편안을 놓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부처의 통폐합을 쉽게 생각할 뿐 더러 세종 이전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정국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다.

부처 개편으로 전 정부 갈아엎고
소비쿠폰으로 추석 대목 노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조직의 유기적 기능은 살피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쪼개고 붙이는 식의 조직 개편은 결과적으로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크다”며 “조선시대에도 당파가 있었고 군사정권 시절에도 야당이 있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야당을 말살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유를 없애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박멸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야당에서는 “여당이 모든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처리하는 게 아니냐”는 하나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15일에 발의됐고 17일에 행안위에 상정됐는데, 오는 25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야당을 배제한 일방적 처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수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휘몰아치듯 일처리를 한다”며 “오직 이 대통령 한 명을 위해 당을 불사르고 있다. 그런 정당이랑 협치를 논하자니 이쪽(국민의힘)도 얼굴을 마주보기가 영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내 사기가 많이 꺾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다같이 궤멸하자는 소리 밖에 더 되겠나? 보는 눈(지지층)이 있으니 뭐라도 한마디씩 보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이 주장한 배임죄 폐지를 ‘이재명 구하기’라고 규정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 배임죄 폐지를 결단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하나로 묶어 표적으로 삼는 등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성남 FC 사건 등 배임죄로 재판을 받았던 이 대통령의 면소 판결을 받으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는데, 배임죄 폐지는 충실 의무를 면제해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상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뒤엎는 자기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가 내란 프레임을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추석 이후 정국이 국정감사 모드로 돌입하면 오히려 민주당이 반발 양보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가 ‘민주당발 전 정부 청산’ 난타전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취지에 맞게 감사를 중점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어쩌면
폭풍전야?

최근 민주당 내에서 ‘책임 있는 여권의 모습’을 부각해야 한다는 기류가 퍼지면서 무분별한 증인 세우기 관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 위주로 증인 채택을 하되 민생, 내란 청산 등 다방면에서 송곳 질문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조는 민생경제, 청산, 개혁, 국민주권”이라며 “국민주권 국감은 국감을 통해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효능감과 성과를 도출하는 그런 내용으로 국정감사를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첫 추석 선물, 무엇이 담겼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추석을 맞아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기원하며 사회 각계각층에 추석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이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탁상시계와 8도(道) 수산물, 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시계는 ‘대통령의 1시간은 온 국민의 5200만 시간과 같다’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선물 제공 대상은 각계 주요 인사는 물론 호국영웅과 재난·재해 피해 유족, 사회적 배려 계층 등이다.

대통령실은 “특히 올해는 노동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다 안타깝게 생을 마친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에게도 선물을 전달한다”며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정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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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