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 선수를 상대로 “아이를 가졌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에 대한 수
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이에 일각에서는 유명인의 사건인 만큼 경찰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9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서 이번 손흥민 협박 사건 수사에 이례적으로 속도전에 나선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최초로 사건이 접수됐을 때 공갈한 당사자들이 특정된 상태였다”며 “수사를 늦게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손흥민 측 소속사 손앤풋볼리미티드로부터 고소장을 접수받은 지 10일 만에 피의자 2명이 구속되는 등 신속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경찰은 신속한 수사 진행과는 달리 손흥민에 대한 대면조사 계획이나 피의자들의 정확한 혐의 내용 등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국민의)알권리와 더불어 개인 사생활 보호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18일), A씨의 병원 기록을 통해 임신중절수술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작이라는 말이 나왔던 초음파 사진도 A씨의 것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아이가 손흥민의 자녀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와 병원 기록 등을 분석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 중에 있다. 특히 B씨가 일부 언론에 제보한 ‘손흥민이 낙태를 종용한 카카오톡과 수술 기록’의 진위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법조계는 초음파 사진이 진짜라도, 손흥민의 자녀인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갈죄는 허위 사실 유포 여부와 관계없이 협박 행위 자체로 성립할 수 있다”며 “A씨와 B씨의 혐의가 입증되면, 실제 임신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추가로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소속사 측은 손흥민과 A씨의 교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허위 사실로 공갈 협박을 해온 일당에게 선처 없이 처벌될 수 있도록 강력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 포승줄에 묶인 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출석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공갈미수 혐의로 체포된 40대 남성 B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 가능성을 이유로 구속 심사를 받았다.
A씨는 구속 심사를 마친 후 ‘협박을 공모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B씨는 구속 심사 이후 ‘손흥민 선수에게 할 말이 없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라고 답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흥민의 전 연인이었던 A씨는 “자신이 (손흥민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손흥민 측으로부터 3억원이 넘는 금전을 갈취하는 데 성공했다.
손흥민 측은 A씨를 임신시킨 당사자가 아니지만, 허위 사실 유포가 선수와 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돈을 건넸다는 입장이다.
A씨는 3억원을 건네받은 뒤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각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손흥민과 결별하고 40대 남성 B씨와 교제하게 됐다. B씨는 A씨의 과거를 알고 지난 3월 손흥민 측에 “임신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7000만원을 요구했다.
실제로 B씨는 몇몇 언론사 기자들에게 ‘손흥민 선수 제보 내용이 있다’며 직접 메일을 보내 사례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과거에도 공갈 협박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사건과는 별개로 A씨의 법원 출석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마스크를 썼지만 모자를 쓰지 않아 얼굴이 상당 부분 노출됐고, 신체 일부가 드러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며 “경찰이 인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또 A씨가 호송차에서 내린 후 검은색 서류철로 얼굴을 가리자 경찰이 회수하는 모습도 인권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복장을 선택했다. 구속 피의자에게는 복장 규정이 없으며, 검거 후 옷을 갈아입을 기회를 준다”고 해명했다. 서류철을 회수해간 것에 대해선 “경찰의 구속 심사 자료가 담긴 서류철을 A씨가 가져가려 해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A씨를 겨냥한 ‘신상 털기’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소셜미디어(SNS)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손흥민 임신 협박녀 노모(노 모자이크)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한 여성의 사진이 급속도로 퍼졌다.
뿐만 아니라 초음파 사진과 함께 ‘애 아빠가 축구선수인데 아직 알리진 않았다’는 내용의 과거 게시글이 A씨가 쓴 것으로 오인되며 무분별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손흥민과 과거 함께 찍힌 유명인의 사진이 A씨로 오해받으며 잘못된 정보가 확산된 점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A씨와는 전혀 무관한 일반인으로 확인됐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형법상 명예훼손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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