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동학대 피소 손웅정

훈육이냐 체벌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손웅정 감독과 그가 운영하는 ‘손축구아카데미’의 코치진이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손 감독은 일부 욕설 및 체벌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반박 입장을 내놓으면서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 감독이 아동학대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과거 손흥민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며 인터뷰했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손축구아카데미’서 손 감독과 코치진이 소속 유소년 선수에 대한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손 감독과 A 코치, B 코치 등 3명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뚜렷한
폭행 흔적

해당 사건은 지난 3월19일, 아동 C군 측이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 3월9일 A 코치가 C군의 허벅지 부위를 코너킥 봉으로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고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고소인 측이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당시 경기서 진 C군팀 선수들은 패배했다는 이유로 A 코치로부터 정해진 시간 내에 골대서 중앙선까지 20초 안에 뛰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C군을 비롯한 4명이 제 시간에 들어오지 못하자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를 코너킥 봉으로 맞았다고 진술했다.


손 감독으로부터도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이었던 지난 3월7일부터 12일까지 훈련 중 실수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었으며, 경기는 물론 기본기 훈련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다는 내용이 진술에 포함됐다. 

또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함께 사는 숙소서 B 코치에 의해 엉덩이와 종아리를 여러 차례 맞았고, 구레나룻을 잡아당기거나 머리 부위를 맞았다는 주장도 진술서에 담겼다. 

C군의 아버지 D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서 “내 자식이 맞았다는 데 실망감이 컸고,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면 화가 나고, 이런 사례가 더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D씨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부모까지 나서서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데 손축구아카데미서 폭언과 폭행이 행해진 현실이 참담하다”며 “더 이상 다른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D씨는 올해 3월7∼12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 C군의 허벅지에 멍 자국을 발견하고는 그간 맞은 횟수를 적어보라고 했다. 

C군은 A 코치 엉덩이 1번, 속상하고 기분이 나쁨, B 코치 꿀밤 4번, 발 엉덩이 6번, 귀 당기기 2번, 구레나룻 2번이라고 적었다. D씨는 “어두워지는 아들의 표정과 어딘지 모르게 위축된 모습에 그저 ‘훈련이 힘든가 보다’ 짐작할 뿐이었지, 숙소와 경기장서 이 같은 일을 당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구타로 허벅지에 피멍
“수억 원 합의금 요구”


그렇게 사건을 알게 된 D씨는 곧장 아카데미에 전화했으나 관계자로부터 “아이들끼리 엉덩이 맞기 게임을 하다 생긴 멍”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D씨는 “그저 인정과 사과를 바랐을 뿐인데 이런저런 말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기억했다. 그는 “애들한테 윽박지르고 때려서 어떻게든 알려줄 수는 있겠지만 엄격한 것과 폭언·욕설로 겁을 주면서 운동을 시키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뭐 하는 짓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로서 아들이 이렇게까지 축구를 배워야 하는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면 그냥 이 정도는 참자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은 손 감독 등 3명을 지난 4월 중순께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손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아카데미 훈련 도중 있었던 거친 표현과 체력 훈련 중 이뤄진 체벌(엎드려뻗쳐 상태서 플라스틱 코너 플래그로 허벅지 1회 가격)에 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손 감독은 “다만 고소인의 주장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카데미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밝히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고, 이런 논란을 일으키게 된 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면서 “사건 발생 이후 아카데미 측은 고소인 측에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4월 중순
검찰 송치

손 감독은 “고소인 측이 수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그 금액은 아카데미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안타깝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현재 별도의 합의 없이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한 공정한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 당시 있었던 일과 이후 경위는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과 말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늘 기본기를 강조하고, 오랜 시간 기본기 훈련을 시킨다”며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보통 힘들고 지루한 것이 아니지만 그 순간을 극복해야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에 저는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불호령을 내리고 집중력을 끌어올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론 운동장서의 제 모습에 아이들은 처음에 겁을 먹기도 한다”며 “그래도 훈련 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의 수고에 칭찬과 감사함을 전하는 것 또한 반드시 잊지 않고, 아이들은 선생의 진심을 금방 알아채기 마련이라 이내 적응해 저를 따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할 생각도 없고,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할 생각 또한 없다”며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카데미 모든 구성원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 아이들이 운동장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아동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중심 류재율 변호사는 “가해자 측은 본인들 입장서만 최선을 다해 미화하고 이를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마치 본인들은 잘못이 없는데 고소인 측을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감독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연락도 전혀 없는 상태서 변호사를 통해 처벌불원서 작성, 언론 제보 금지, 축구협회에 징계 요청 금지를 합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고, 피해자 측에서는 분노의 표현으로 감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뿐 진지하고 구체적인 합의금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류 변호사는 “일회적인 피해로 신고한 것이 아니고 부모를 떠나 기숙까지 하며 훈련받았는데 지속해서 이뤄진 학대 행위를 참고 또 참다가 용기 내 알리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복적으로?
연루된 친형


이번 손축구아카데미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연루된 코치 중 1명은 손흥민의 친형인 손흥윤 수석코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C군이 인천 동부해바라기센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손 감독 부자를 포함한 코치진은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폭언과 욕설·폭행 등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손 수석코치는 C군에게 욕설을 하거나 체벌을 가해 전치 2주 부상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서에는 손 수석코치가 아이들에게 가한 학대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C군에 따르면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이었던 지난 3월9일에 손 수석코치는 C군을 비롯한 4명의 아이에게 폭행을 가했다. 당시 제한시간 안에 골대 사이를 반복해 뛰는 훈련 중 코치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엎드리게 한 뒤 코너킥 봉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구타했다는 것이다. 

C군은 “(손흥윤 코치가)못 들어오면 맞는다고 했는데, 장난으로 하신 말인 줄 알았지만 네 명이 맞았다”고 진술했다.

진술서에는 손 수석코치가 웃으면서 허벅지에 멍이 든 C군에게 “너는 잘못 때렸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C군은 구타로 인해 허벅지에 피멍이 들었고 같이 구타당한 다른 아동은 한동안 걷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손 감독이 아이들에게 욕설했다는 진술도 나온다. C군은 “3월7일에 일본 가고 나서 패스 게임을 하다 실수로 못 올렸다고 손웅정 감독님한테 욕을 먹었다”며 “‘야 XXX야. 잘 살피라고 XXX야’ 하면서 목을 잡고 밀어냈다”고 했다.

과거 손흥민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며 인터뷰했던 손 감독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손 감독의 혹독한 교육법은 그의 아들 손흥민에게도 활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손 감독은 지난 2022년 12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기본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흥민이는 초3부터 중3까지 6년간 매일 6시간씩 기본기 훈련만 했다”며 “이걸 보고 누가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 “제가 너무 혹독하게 하니까 그런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학대 내용 자세하게 진술
“시대 변화 못 읽어 반성”

그러면서 “저는 아주 단순했다” “가장 중요한 건 행복이었다”며 “행복해지려면 자기가 운동장서 축구를 잘해야 하지 않나 저는 단순히 그 생각만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에 손 감독이 발간한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서도 체벌에 관한 언급이 나와 있다. 

그는 “성서를 보면 ‘아이의 마음속에 어리석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유대인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자식을 체벌한다”며 “체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끝까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혼을 내고 반드시 사후 수습을 해야 한다”며 “감정에 휘둘려 혼을 내거나 인격을 훼손하지 않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자신을 만든 건 손 감독의 ‘사랑의 매’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프로 2년 차였던 지난 2011년 인터뷰서 “어렸을 때 엄청 많이 맞았다” “아버지가 지금 와서 미안하다고 할 정도로 많이 맞았다”면서 “그건 똑같은 실수를 반복시키지 않기 위한 사랑의 매였다” “아빠가 없었으면 이 자리에 저는 없었다” “아빠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손흥민은 손 감독의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 대해서도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의 손축구아카데미는 강원도 춘천시 동면 7만여㎡ 부지에 축구장 1면, 유소년축구장 2면, 실내구장 등을 갖췄다. 2016년 이래로 170억원에 이르는 건립 비용은 대부분 손흥민이 유소년축구 발전을 위해 낸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현재 손축구아카데미 유소년 선수 반에는 48명, 취미반에는 100명 안팎이 배우고 있다. 코치는 손흥민의 형 손흥윤을 비롯해 6명이다. 손 감독은 손흥민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영국 런던 생활을 오래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손축구아카데미서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해왔다. 

손축구아카데미에는 손 감독이 손흥민을 키우며 정교화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손 감독은 지난달 <읽고 쓰고 버린다> 저자 사인회서 “모두 내가 배웠던 것과 다른 식으로 흥민이를 가르쳤고 그 방식 그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기본기 교육을 특히 강조한다. 반복적인 기본기 훈련은 성장 뒤 다양한 경기 환경서 응용 동작으로 연결된다. 

혹독한 훈련
발언 재조명

손흥민은 과거 “아버지가 선수들하고 운동하시는 것을 보면 환상이 깨지는 분들이 많다” “부모님들이 거친 말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를 보면 기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손 감독은 “축구는 책상서 공부하는 것과 다른 세계다” “상대가 있고, 투쟁심이 없으면 경기서 진다” “지도자가 때로 애정에 바탕해서 아이들을 혼낼 수도 있다”고 말해왔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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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