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 오만전? 홍명보호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정몽규 부정 여론 탓? 빈자리도 눈길
뮌헨 저격했다가…되레 비판받기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국 축구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반영된 이번 A매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향한 항의였을까? 지난 20일, 고양종합운동장의 관중석은 여느 A매치와는 달리  곳곳이 비어 있었다.

홍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이날 고양종합운동장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경기서 오만과 1-1로 비겼다.

경기 전, 오만은 쉽게 이길 상대로 여겨졌다. 앞서 대표팀은 지난해 9월 원정 경기서 3-1로 승리를 거둔 바 있었으며, 애초에 양 팀 간 객관적 전력 차이도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피파 세계랭킹도 한국 23위, 오만은 80위로 무려 57계단이나 차이가 났다.

이날 대표팀은 전반 초반부터 다소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며 뚜렷한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막판, 이강인이 중원에서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날렸고, 이 패스를 깔끔한 퍼스트 터치로 받은 황희찬이 수비 사이로 침투해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35분께 오만의 알리 알 부사이디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됐다.

당초 이번 경기는 국내 최고 센터백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부상으로 수비진에 다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홈 경기라는 이점, 오만과의 피파 랭킹 차이, 무엇보다 화려한 유럽파 선수들의 대거 출전은 여러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난히 승점 3점을 가져올 것이라는 국내 팬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백승호(버밍엄 시티)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연이은 부상과 더불어, A매치 2연전을 싹쓸이하고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조기 확정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국내 축구팬들의 비난은 홍 감독을 향했다.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유럽파 선수들에 의존하는 게 보이던데” “딱히 전략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경기였다. 감독 능력 부족이다” “오만을 상대로 전반전 내내 슈팅도 없었는데 이게 맞나” “말 그대로 ‘무색무취’ 전술이었다” “저 좋은 선수들 데리고 이런 경기력이면 월드컵 출전 안 하는 게 맞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사실 이번 오만전이 치러지기 이전부터 홍 감독은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7일 첫 소집 훈련을 앞두고, 대표팀의 핵심 수비수로 꼽히던 김민재가 부상 이슈로 합류하지 못하자,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 보호 부족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던 탓이다.

홍 감독은 “김민재는 뮌헨과 대표팀 모두에게 중요한 선수인데, 바이에른 뮌헨이 선수 부상 예방 차원에서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저희가 중요한 경기서 핵심 선수를 빼고 경기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독일 현지 매체가 보도하면서 뮌헨 팬들을 불붙게 만들었다. <바바리안 풋볼>은 경기 직후 “현재 한국은 월드컵 예선서 가장 쉬운 조에 속해 있다. 만약 한국이 김민재 없이 오만, 이라크, 팔레스타인 같은 팀들을 이기지 못한다면, 애초에 월드컵에 갈 자격조차 없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민재가 부상을 안고 있었다면, 홍 감독은 월드컵에 데려갈 새로운 재능을 발굴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고, 최고의 선수들만 계속해서 기용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그 결과 손흥민과 황희찬 같은 핵심 선수들은 매 시즌 지친 상태로 뛰게 됐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이번 오만전 결과는 한국이 기대했던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감과 함께 국가대표팀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으나,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는 것이다.


최근 4선 연임에 성공한 정 대한축구협회 회장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국내 팬들은 협회와 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해 여전히 불신하고 있으며, 이번 오만전 티켓 매진 실패가 이 같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불똥은 그대로 운동장으로 튀었다. 약 3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양종합운동장은 이날 3만5212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데 그쳤다.

스포츠 세계서 승부는 냉정한 만큼, 축구팬들의 회의적인 시각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번 졸전과 함께 누적돼있는 개선 사항들이 추후 대표팀의 성적뿐 아니라 한국 축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조 선두인 한국 대표팀은 오는 25일 수원서 요르단과 8강 맞대결을 펼치며, 이 경기서 승리할 경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게 된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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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