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20대 교사의 극단적 선택, 누가 괴물을 낳았나?

학교 “학폭 업무 안 맡았고 담임 교체된 적 없어”
노조 “학부모의 지속적 항의 전화…신빙성 제보”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서이초교(교장 권선태)서 근무 중이던 20대 초반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저연차 교사로 알려진 A씨는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으며 학부모의 갑질이 주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다수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을 통해 우후죽순처럼 퍼지면서 경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사망 현장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인과 유족에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교사가 학교 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을 두고 심각한 교권침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교원의 권리 및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공교육의 첫걸음”이라며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도 무너진다. 교권 보호는 교사의 인권을 넘어 다른 학생들의 학습관을 보호하는 것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는 어떠한 경우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날 현장을 찾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일부 학부모의 갑질 민원 제기(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경찰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조사가 온전하고 폭넓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선생님들로부터 철저한 조사를 하려고 한다”며 “필요 시 선생님 의견을 전후로 듣는 것을 포함해 경찰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료를 모아 (제공)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추모 공간에 마련된 쪽지 메모들을 보며 “상당 부분 저희에 대한 책망이다. 저희도 교권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참담한 결과가 있어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이초교는 사망 사건 이틀 만인 지난 20일 ‘본교 교사 사망 사안 관련’ 입장문을 통해 “모든 교직원은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애도를 표한다. (고인은)신규 교사였지만 꿋꿋하게 맡은 소임에 대해 열정을 보여줬으며 아침 일찍 출근해 학생과의 하루를 성실히 준비하시는 훌륭한 교사였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선생님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중이지만, SNS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사실 확인 없이 떠돌고있다. 부정확한 내용들은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지 못하게 하며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바로 잡고자 한다”고 입장문을 게재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배정된 것으로,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NEIS) 권한 관리 업무였으며 이 또한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고 부연했다.

해당 학급서 여러 번 담임이 교체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지난 3월1일 이후, 고인 담당 학급의 담임 교체 사실은 없다. 해당 학급에선 올해 학폭 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학폭과 관련해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적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SNS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가족은 이 학급에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주 서초구의원이 A씨의 사망과 관련된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날 한 의원도 “서이초교에 다니는 손자‧손녀가 없는데 어제 밤부터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외손녀가 한 명 있는데 이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라며 “외손자는 다른 초등학교 2학년이다. 친손자들은 큰 놈이 두 돌 지났고 경기도서 거주 중”이라고 반박했다.

서이초 교장 명의로 입장문이 발표되자 같은 날, 서울교사노동조합(이하 노조)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동료 교사의 추가 제보가 있어 알린다. 계속되는 학부모의 전화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고인은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힘들었다고 동료에게 이야기한 제보가 있었다. 알 수 없는 경로로 교사의 핸드폰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가 핸드폰으로 수십 통의 전화를 해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폰 바꿔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제보자에 따르면 핸드폰으로 학부모로부터 연락이 오고 고인께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은 오늘자 학교 입장서 언급된 ‘해당 사건’ 이후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앞서 A씨가 맡았던 학급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던 사건을 말한다. 이에 대해 피해 학부모는 A씨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아이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제보에 대해선 “최대한의 신빙성이 보장된 제보에만 기초해 언론 대응에 응하고 있다”며 신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와 같은 학교서 근무 중인 교장‧교감을 포함한 교사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미 학교 측에 교사들의 명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 등의 개탄 목소리가 나온다.

교계 일각에선 “학부모들의 민원을 오롯이 담임교사 한 사람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국의 교사들은 현재 참담한 심정”이라며 “교육청과 교육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이번 사건을 낳은 괴물은 현재의 교육 정책과 일부 몰지각한 민원을 중간서 컨트롤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총체적인 시스템 부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 소재의 교사는 “‘학생인권’이라는 미명 하에 학생들 지도조차 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은 작금의 교육계, 1자녀 시대 속에 ‘금이야 옥이야’ 자녀만 귀하게 여기는 일방적인 학부모들도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재경 소재의 교권 관계자도 “이번 사망사건은 교사들을 위한 강력한 지원 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본다. 교육당국은 물론, 정책 입안을 맡고 있는 국회서 이들을 위해 학교 업무에 대한 보복이나 항의 등 학부모들의 민원 문제로부터 해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교권 추락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없이 제기돼왔지만 사회적 태도나 교육시스템 전반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젊은 교사의 죽음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20일엔 서이초교 동료 교사가 쓴 글이라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날 한 누리꾼은 “작년 발령난 신규 선생님이고 작년엔 업무없는 1학년과 업무 있는 5학년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서 1학년을 선택했다”는 글과 함께 2장의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글에는 “올해는 4지망으로 쓴 1학년을 배정받고 나이스 업무는 신규가 할 수 있는 업무라 배정했지만 올해 4세대로 바뀌면서 멘붕 상태가 됐다”며 “교실 상태가 특이한데 학년서 두 개 학급만 동떨어져 있었고 해당 교실은 창문이 없어 해가 거의 들지 않고 음습한 창고가 딸린 교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너무 무섭고 우울하다고 창문을 달아주거나 바꿔달라고 3번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돈도 돈인데 너무 과밀이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아이들을 밀어넣는 교육청도 문제”라며 “도저히 교실도 없는데 한 반에 30명 이상, 특별실 다 없애는 등 기형적 교실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4명의 금쪽이들과 툭하면 바로 전화해서 난리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실제로 고인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의 잦은 전화로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폰 바꿔야겠다’고 말했다”며 “민원과 폭언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중략)

그는 “사안이 터지자 전체 교사가 모였고 교육청서 입단속을 지시했고 교육청서 본인들이 보도할 것이고 지침이 내려올 거라고 했기에 교사들도 소문이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다리려고 했으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역시나 이번에도 교육청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또 “(사망)당일에 국과수와 구급차, 경찰차가 운동장에 들어오는 거 보고 부모들이 ‘무슨 일이냐? 교무실과 담임들에게 연락해 고성을 지르며 화를 냈는데 당연히 학교는 아무 말도 못했다”며 “그랬더니 알권리 운운거리며 민원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쪽이들 부모는 교사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 힘드셨죠’ 이런 문자를 많이 보냈는데 기가 찼다. 고인과 가장 친해서 제일 심적으로 힘든 교사들은 이리저리 조사받고 뒷수습하고 만신창이가 됐다”고 호소했다.(중략)

아울러 “교사들이 학부모 직업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관심도 없다. 특수한 몇 몇의 기득권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이 아닌, 현재 평범한 교실서 일어나는 상황이니 본질을 흐리지 말아줬으면 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전직 교사였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경험상 초등학교는 1학년과 6학년을 가장 기피하는데, 가장 힘든 학년을 2년 차에 배정한 건 잘못됐다. 1학년은 학부모들의 관심과 걱정이 많다”며 “20대 초반의 미혼 담임이라면 ‘나보다 어린데? 애도 안 키워보고 뭘 알아?’ 등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데다 ‘옆 반은 뭐 해줬는데 우리 반은 그런 거 안 해요?’ 등 비교질을 많이 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막내라고 기피 학년을 맡는 것은 초등학교 현장의 관습이다. 초임 남성 교사는 거의 6학년이나 5학년을 주는데 이건 고쳐야 한다”면서도 “본인이 원했다고 하시는데 교장, 교감, 부장, 선배 교사들이 설득에 설득하면 마지 못해 ‘하겠다’고 하면 본인이 원했다고 하는 게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장문을 보면 ‘나이스 관리업무를 맡았다고 나오는데 의아스러운 게 해당 업무는 무척 어려워 한 사람이 맡으며 교육청에 들어가서 연수받았던 경험이 있다. 지금처럼 학기 말이면 업무가 산더미”라며 “방학 전이라 전교생 통지표 내보내야 하는데 막내뻘 교사가 선배 교사들을 재촉하고 다그칠 수도 없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초조한 업무가 나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업무를 본인이 원해서 했다고요? 마치 못해 ‘네’ 한 것일 텐데, 이런 일들은 제가 아는 초등 현장에선 비일비재한데 꼭 고쳐야 한다. 요약하자면 어려운 학년과 어려운 업무에 학기 말이라 정말 힘들었을 텐데 학폭, 혹은 학부모 민원이 더해져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고인은 지난해에도 1학년을 맡았는데 8반이라고 한 걸 봐선 학급 수가 엄청 큰 학교로 나이스 업무도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과거 교내 학폭 관련 인터뷰 발언도 재조명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월13일, 이 교수는 교내 학폭 문제에 대해 “사법권이 없는 학교와 교사에게 학폭 사건을 담당하게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학교전담경찰(SPO) 배치를 늘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에 필요한 조치를 전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이어 “학폭도 폭력으로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는 형사사건이다. 경찰이 조사해 잘잘못을 가리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는 학폭 사건을 모두 경찰서 담당한다”며 현재의 학폭 대응 실태를 지적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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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