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20대 교사의 극단적 선택, 누가 괴물을 낳았나?

학교 “학폭 업무 안 맡았고 담임 교체된 적 없어”
노조 “학부모의 지속적 항의 전화…신빙성 제보”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서이초교(교장 권선태)서 근무 중이던 20대 초반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저연차 교사로 알려진 A씨는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으며 학부모의 갑질이 주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다수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을 통해 우후죽순처럼 퍼지면서 경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사망 현장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인과 유족에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교사가 학교 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을 두고 심각한 교권침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교원의 권리 및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공교육의 첫걸음”이라며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도 무너진다. 교권 보호는 교사의 인권을 넘어 다른 학생들의 학습관을 보호하는 것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는 어떠한 경우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날 현장을 찾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일부 학부모의 갑질 민원 제기(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경찰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조사가 온전하고 폭넓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선생님들로부터 철저한 조사를 하려고 한다”며 “필요 시 선생님 의견을 전후로 듣는 것을 포함해 경찰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료를 모아 (제공)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추모 공간에 마련된 쪽지 메모들을 보며 “상당 부분 저희에 대한 책망이다. 저희도 교권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참담한 결과가 있어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이초교는 사망 사건 이틀 만인 지난 20일 ‘본교 교사 사망 사안 관련’ 입장문을 통해 “모든 교직원은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애도를 표한다. (고인은)신규 교사였지만 꿋꿋하게 맡은 소임에 대해 열정을 보여줬으며 아침 일찍 출근해 학생과의 하루를 성실히 준비하시는 훌륭한 교사였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선생님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중이지만, SNS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사실 확인 없이 떠돌고있다. 부정확한 내용들은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지 못하게 하며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바로 잡고자 한다”고 입장문을 게재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배정된 것으로,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NEIS) 권한 관리 업무였으며 이 또한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고 부연했다.

해당 학급서 여러 번 담임이 교체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지난 3월1일 이후, 고인 담당 학급의 담임 교체 사실은 없다. 해당 학급에선 올해 학폭 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학폭과 관련해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적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SNS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가족은 이 학급에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주 서초구의원이 A씨의 사망과 관련된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날 한 의원도 “서이초교에 다니는 손자‧손녀가 없는데 어제 밤부터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외손녀가 한 명 있는데 이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라며 “외손자는 다른 초등학교 2학년이다. 친손자들은 큰 놈이 두 돌 지났고 경기도서 거주 중”이라고 반박했다.

서이초 교장 명의로 입장문이 발표되자 같은 날, 서울교사노동조합(이하 노조)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동료 교사의 추가 제보가 있어 알린다. 계속되는 학부모의 전화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고인은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힘들었다고 동료에게 이야기한 제보가 있었다. 알 수 없는 경로로 교사의 핸드폰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가 핸드폰으로 수십 통의 전화를 해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폰 바꿔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제보자에 따르면 핸드폰으로 학부모로부터 연락이 오고 고인께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은 오늘자 학교 입장서 언급된 ‘해당 사건’ 이후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앞서 A씨가 맡았던 학급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던 사건을 말한다. 이에 대해 피해 학부모는 A씨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아이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제보에 대해선 “최대한의 신빙성이 보장된 제보에만 기초해 언론 대응에 응하고 있다”며 신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와 같은 학교서 근무 중인 교장‧교감을 포함한 교사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미 학교 측에 교사들의 명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 등의 개탄 목소리가 나온다.

교계 일각에선 “학부모들의 민원을 오롯이 담임교사 한 사람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국의 교사들은 현재 참담한 심정”이라며 “교육청과 교육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이번 사건을 낳은 괴물은 현재의 교육 정책과 일부 몰지각한 민원을 중간서 컨트롤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총체적인 시스템 부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 소재의 교사는 “‘학생인권’이라는 미명 하에 학생들 지도조차 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은 작금의 교육계, 1자녀 시대 속에 ‘금이야 옥이야’ 자녀만 귀하게 여기는 일방적인 학부모들도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재경 소재의 교권 관계자도 “이번 사망사건은 교사들을 위한 강력한 지원 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본다. 교육당국은 물론, 정책 입안을 맡고 있는 국회서 이들을 위해 학교 업무에 대한 보복이나 항의 등 학부모들의 민원 문제로부터 해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교권 추락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없이 제기돼왔지만 사회적 태도나 교육시스템 전반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젊은 교사의 죽음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20일엔 서이초교 동료 교사가 쓴 글이라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날 한 누리꾼은 “작년 발령난 신규 선생님이고 작년엔 업무없는 1학년과 업무 있는 5학년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서 1학년을 선택했다”는 글과 함께 2장의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글에는 “올해는 4지망으로 쓴 1학년을 배정받고 나이스 업무는 신규가 할 수 있는 업무라 배정했지만 올해 4세대로 바뀌면서 멘붕 상태가 됐다”며 “교실 상태가 특이한데 학년서 두 개 학급만 동떨어져 있었고 해당 교실은 창문이 없어 해가 거의 들지 않고 음습한 창고가 딸린 교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너무 무섭고 우울하다고 창문을 달아주거나 바꿔달라고 3번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돈도 돈인데 너무 과밀이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아이들을 밀어넣는 교육청도 문제”라며 “도저히 교실도 없는데 한 반에 30명 이상, 특별실 다 없애는 등 기형적 교실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4명의 금쪽이들과 툭하면 바로 전화해서 난리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실제로 고인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의 잦은 전화로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폰 바꿔야겠다’고 말했다”며 “민원과 폭언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중략)

그는 “사안이 터지자 전체 교사가 모였고 교육청서 입단속을 지시했고 교육청서 본인들이 보도할 것이고 지침이 내려올 거라고 했기에 교사들도 소문이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다리려고 했으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역시나 이번에도 교육청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또 “(사망)당일에 국과수와 구급차, 경찰차가 운동장에 들어오는 거 보고 부모들이 ‘무슨 일이냐? 교무실과 담임들에게 연락해 고성을 지르며 화를 냈는데 당연히 학교는 아무 말도 못했다”며 “그랬더니 알권리 운운거리며 민원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쪽이들 부모는 교사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 힘드셨죠’ 이런 문자를 많이 보냈는데 기가 찼다. 고인과 가장 친해서 제일 심적으로 힘든 교사들은 이리저리 조사받고 뒷수습하고 만신창이가 됐다”고 호소했다.(중략)

아울러 “교사들이 학부모 직업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관심도 없다. 특수한 몇 몇의 기득권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이 아닌, 현재 평범한 교실서 일어나는 상황이니 본질을 흐리지 말아줬으면 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전직 교사였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경험상 초등학교는 1학년과 6학년을 가장 기피하는데, 가장 힘든 학년을 2년 차에 배정한 건 잘못됐다. 1학년은 학부모들의 관심과 걱정이 많다”며 “20대 초반의 미혼 담임이라면 ‘나보다 어린데? 애도 안 키워보고 뭘 알아?’ 등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데다 ‘옆 반은 뭐 해줬는데 우리 반은 그런 거 안 해요?’ 등 비교질을 많이 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막내라고 기피 학년을 맡는 것은 초등학교 현장의 관습이다. 초임 남성 교사는 거의 6학년이나 5학년을 주는데 이건 고쳐야 한다”면서도 “본인이 원했다고 하시는데 교장, 교감, 부장, 선배 교사들이 설득에 설득하면 마지 못해 ‘하겠다’고 하면 본인이 원했다고 하는 게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장문을 보면 ‘나이스 관리업무를 맡았다고 나오는데 의아스러운 게 해당 업무는 무척 어려워 한 사람이 맡으며 교육청에 들어가서 연수받았던 경험이 있다. 지금처럼 학기 말이면 업무가 산더미”라며 “방학 전이라 전교생 통지표 내보내야 하는데 막내뻘 교사가 선배 교사들을 재촉하고 다그칠 수도 없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초조한 업무가 나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업무를 본인이 원해서 했다고요? 마치 못해 ‘네’ 한 것일 텐데, 이런 일들은 제가 아는 초등 현장에선 비일비재한데 꼭 고쳐야 한다. 요약하자면 어려운 학년과 어려운 업무에 학기 말이라 정말 힘들었을 텐데 학폭, 혹은 학부모 민원이 더해져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고인은 지난해에도 1학년을 맡았는데 8반이라고 한 걸 봐선 학급 수가 엄청 큰 학교로 나이스 업무도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과거 교내 학폭 관련 인터뷰 발언도 재조명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월13일, 이 교수는 교내 학폭 문제에 대해 “사법권이 없는 학교와 교사에게 학폭 사건을 담당하게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학교전담경찰(SPO) 배치를 늘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에 필요한 조치를 전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이어 “학폭도 폭력으로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는 형사사건이다. 경찰이 조사해 잘잘못을 가리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는 학폭 사건을 모두 경찰서 담당한다”며 현재의 학폭 대응 실태를 지적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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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